예술르뽀

움직이는 미술관




김석진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2계장

움직이는 미술관 설치 의의

1990년 문화부 발족을 계기로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미술문화의 접근 기회를 확대하였으며, 생활속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이제까지의 수동적인 전시모형에서 벗어나 관람객을 직접 찾아가는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게 되었다. 움직이는 미술관은 국민의 미술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한편 우리 문화를 함께 생각하고 아끼며 더욱 가꾸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 형태 및 전시작품 구성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 형태로는 전시 형태 및 방법에 따라 고정된 벽면을 활용하는 작은 미술관, 즉 <고정전시>와 조립식 이동 벽면을 이용하는 <순회전시>, 복제 미술품을 통한 <복제품 판매보급 전시 및 대여전시>로 나뉘어진다.

<고정전시> 작품으로는 88서울올림픽 때 기증받은 세계의 우수 미술품을 중심으로 각지방에 순회전시하는 국제현대회화 지방전의 국내외 작품들이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4,000여점이나 되는 소장품중 장르별, 주제별로 분류하여 계획된 대여전시를 위한 소장품, 청전 이상범을 비롯한 작고작가, 임직순·이대원 등 원로작가의 우수한 작품을 복제한 대여전시를 위한 복제품이 있다.

<순회전시> 작품은「구상회화의 어제와 오늘」,「오늘의 수채화전」,「현대판화전」,「한국풍물사진전」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자연이나 현실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빌어온 구상회화중 근대양화의 선구자인 고희동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가를 망라하여 오지호, 이동훈, 최영림등의 작고 작가와 조방원, 천경자 등의 원로작가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과 중견작가의 작품으로 이루어진「구상회와의 어제와 오늘」이 있다. 밝은 색조와 경쾌한 터치, 흰 종이의 효과와 더불어 나타나는 물감의 농담을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미술가들에게 색채범위를 넓힐 수 있게 한「오늘의 수채화전」,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현대의 일반적 동향에 복제의 역할을 사진이 대신함으로써 생기는 기본적인 창작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현대판화전」, 우리나라의 지방이나 계절 특유의 구경거리 혹은 그 지방의 생활풍습, 시대의 변천, 행사에 관계가 있는 것을 작가의 내적 이미지를 통하여 예술로 승화시킨「한국풍물사진전」등 4가지 전시회로 구성되었다.

「복제품 판매보급 및 대여전시」작품은 이상범, 박래현, 이중섭, 오지호 등의 작고 작가와 임직순, 이대원 등 원로작가의 우수한 작품 50여점을 선정, 연차적으로 복제토록 계획되었다.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지역 및 장소

운영지역은 관중이 운집하는 곳과 문화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지역을 우선하고 그외 지역으로 확산키로 계획하였다.

<고정전시>

작품을 직접 부착할 수 있는 벽면 (파티션)을 갖추고 있는 공공기관 또는 지방 각 시도 예술회관 및 시민회관등에 고정전시를 하고 있다.

<순회전시>

문화유적지, 산업현장, 종합병원, 교통집중지역, 교도소, 마을회관, 학교, 체육시설, 군부대 등에서 순회전시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복제품 판매보급 및 대여전시>

숙박업소, 요식업소, 관광업소, 공공기관 및 공공단체, 금융기관 등에서는 복제품 판매보급 또는 복제품 대여전시를 할 계획으로 되어 있다.

시청각 운영 및 미술문화 보급

움직이는 미술관에서는 작품전시와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을 안내하는 프로그램과 전시작품의 설명, 작품제작 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통하여 시청각교육을 겸하고 있다. 각 작품마다 작품의 설명문이 부착되어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되었고 각 전시회 팜플렛을 무상으로 배부하고 미술문화가족으로 모시고자 미술문화가족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문화가족은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에 따른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자 설문서를 받고 있다. 또한 미술문화의 보급을 위하여 판화, 그림엽서, 미술서적, 복제미술품, 포스터 및 미술 관계용품을 실비로 판매하고 있다.

1990년도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계획 및 실적

<고정전시>

1990년도 운영계획으로는, 고정전시인 국제현대회화 지방순회특별전은 대전시민회관을 시작으로해서 전주의 전북예술회관, 진주의 경남예술회관에서 각 지역마다 10일간씩 3월 18일부터 4월 23일까지 지역주민들의 호응속에 성황리에 전시를 마쳤다. 소장품의 대여전시는 금년 1월부터 문화부를 비롯하여 8개 기관에서 전시중에 있다.

<순회전시>

순회전시는 강남성모병원 개관을 시작으로 5일간 전시를 한 바 있는데 1일 3,000∼4,000명의 관람객 및 휠체어를 탄 환자들의 관심 속에 성공리에 전시를 마쳤다. 금년도 순회전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장 소

기 간

전시회명

강남성모병원

4. 24 ∼ 4. 28

구상회화의 어제와 오늘

조계사전시실

5. 14 ∼ 5. 19

구상회화의 어제와 오늘

서초구청 구민회관 전시실

6. 25 ∼ 3. 30

구상회화이 어제와 오늘

오늘의 수채화전

덕수궁 정관헌(야외)

9. 11 ∼ 9. 15

현대판화전

청주 (전국체전지역)

10. 14 ∼ 10. 21

한국풍물사진전

수원시청 중앙홀

11. 5 ∼ 11. 10

오늘이 수채화전

인천시청 중앙홀

11. 20 ∼ 11. 24

현대판화전


<복제품 판매보급 및 대여전시>

복제품 미술품 판매보급 및 대여전시는 작고 및 원로작가의 작품 50점을 선정, 연차적으로 1,000부씩 복제하되, 금년도 상반기 10점, 하반기 10점을 복제하여 전시하고, 명년에는 30점을 각점당 1,000매씩을 복제하여 실비로 판매하고 전시할 예정이다.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상의 문제점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문제점을 제기하면, 운영계획상의 문제와 운영결과상의 문제로 대별할 수 있다.

<운영계획상의 문제>

·움직이는 미술관의 관람객은 작품감상수준을 비롯하여 각각의 기호가 다양하므로 그러한 다양한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가의 문제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장소가 찾아가는 곳마다 공간이 일정치 않은 관계로 과연 관람객에게 어떻게 전시회 성격을 전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

·전시작품 선정문제

·현대미술 작품은 대다수 노출되어 전시하는 관계로 작품 관리면에서의 문제

·작품 보존상태, 전시조명 등의 문제

·간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립식 전시벽면(파티션)제작 문제

<운영결과상의 문제(1/4분기)>

·현재의 조립식 전시벽면(파티션)으로는 대형작품의 전시는 어려우며, 전시작품의 다양한 분야를 수용하는 문제

·찾아가는 전시공간의 전시 조명상의 전력용량 문제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장소 제공 주최의 인식부족으로 계획이 수차 변경되는 문제

·야간의 전시작품의 보관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매일 작품을 운반하는 교통상의 문 제 등이 나타난 바 있다.

<해결책>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보편성있는 작품,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선정하였고, 전시작품 수는 20점∼40점으로 하되,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장소를 사전 답사하여 장소에 따라 결정했다. 작품 보조상태를 감안하여 전시 기간을 한곳에서 4일 내지는 5일간으로 한정 전시했고, 전시에 필요한 조명은 파티션 한 쪽마다 한 개의 이동조명기구를 부착하여 파티션을 특수제작 처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 외에도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와서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움직이는 미술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밖에 강남성모병원에서 실시했던 설문조사결과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설문조사 응답자 중 75%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관람한 소감을 <재미있고 유익하다>라고 답변하였는데, 움직이는 미술관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움직이는 미술관의 운영이 미술문화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96%가 기여를 한다고 응답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미술관의 취지와 거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1991년도 움직이는 미술관 운영계획

명년에는 전시공간을 갖춘 특수차량을 제작하여 산간벽지까지 찾아가는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할 계획으로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취지와 더불어 모든 국민들이 미술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움직이는 미술관은, 그야말로 메마른 바위에 생명의 이끼를 입히는 미술관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더불어 중앙에 편중된 문화를 지방 곳곳에 고루 확산하여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우리 문화를 함께 생각하고 고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건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많은 국민이 문화가족이 되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