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리뷰 / 예술공학

공연물로서의 새로운 전자 음악 기술




황성호 / 추계예술대학교 음악과 교수

테이프음악으로 시작된 전자음악이 그 발생 초기부터 작곡가들의 흥미를 끈 이유 중에 하나는 작곡가와 감상자 사이에 연주자라는 전통적 중간매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곡가에게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애매모호한 암호와 같은 악보로만이 아니라 완결된 음악언어로서, 미술가처럼 최종 감상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물론 이러한 장점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연주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지닌 많은 작곡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자음악가들은 이것이 결코 장점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들은 연주를 전제로 한 종래의 공연장에서, 오로지 스피커를 통해 소리만 들려지는 전자음악에 당황하는 청중들을 발견했다. 연주가를 단순히 음을 발생하는 음원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해라는 사실을 그들은 깨달았으며 또한 새로운 음악감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전달개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전통악기와 함께 전자음악이 연주되는 〈일렉트로/어커스틱electro/acoustic music〉, 공연악기로서 전자악기를 실연하는 〈생전자음악live-electronic music〉등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연주자를 무대에 재등장시켰다. 한편 다른 공연 매체들, 예를 들어 무용, 연극, 마임 등과 연합하는 소극적 방법에서부터 하나의 이벤트에 이르는 적극적인 시도도 행해지고 있다. 물론 메시앙류의 작곡가들이 추구했던 모든 음악적 매개변수들을 프로그램하는 전제주의적 사고인 〈 전체 조직total organization〉 개념도 컴퓨터의 발달, 그리고 MIDI 출연에 힘입어 보다 완벽하게 응용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음악의 모든 분야에 기여하면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자기술은 특히 악기설계 및 제조, 작곡, 연주 등에서 그간의 많은 물리적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일예로 요사이 일반적인 악기 경향인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의 경우 구체적 음악 대상은 그것을 대체한 다른 기능으로써 간접 처리된다. 즉 워크스테이션에는 수많은 악기를 대신하는 신디사이저 패치와, 악보를 대신한 프로그램, 그리고 전통적 연주동작을 상징하는 물리적 노력이나 접촉을 대신하는 다른 개념의 동작이 있다. 이러한 물리적 동작결여는 신체, 제스츄어 그리고 공간활용에 대한 매개변수를 주목함으로써 보상할 수 있다. 만일 전자음악 연주가가 제스츄어 디텍터나 위치 디텍더를 긴 시간을 요하는 전통악기마냥 연습 활용한다면 전자음악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어커스틱 특성 결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 대학, 〈음악실험센터Center for Music Experiment〉의 크세비어 샤보Xavier Chabot 는 MIT 출판부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컴퓨터 음악 저널Computer Music Journal 최근호를 통해 5년간의 연구 결과인 〈동작 인터페이스Gesture Toolkit〉를 소개했다. 그중 'preform music toolkit'는 무용수, 전자기기와 더불어 제스츄어, 공간, 그리고 언어에 따른 비쥬얼 효과를 위한 종합적 공연 시스템이다. 우리는 이 시스템의 개념을 크게 세 부분으로 관찰할 수 있다.

먼저 제스츄어와 악기 인터페이스에 의한 입력부, 그리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데 쓰이는 편집 인터페이스(마우스, 키보드, 그래픽 디스플레이 등), 끝으로 전자악기 및 디지털 신호 가공기Digital Signal Processing Boards 및 오디오 기기에 의한 출력부이다. 공연자의 여러 행위(매개 변수)는 여러 센서에 감지되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자악기(Synth, TX816, Sampler Prophet)를 연주(제어)하며 이들의 소리는 믹서Mixer DMP7로 보내진다.

그 같은 현상 사이에서 프로그래머와 작곡가는 공연자가 발생하는 행위 데이터를 컴퓨터를 사용하여 제어하기도 혹은 제어받기도 하는 중간 매체가 된다.

이 시스템에서 흥미를 끄는 입력부의 제스츄어 인터페이스―음파탐지기(sonar), 진자(pendulum), 에어드럼, 풀륫 음고 디텍터 각각은 독특한 제스츄어 꼴 및 악기연주 행위, 무대 위치에 따른 공간에 관계한다. 초음파를 대상을 향해 발사한 후 그 반사시간을 측정하는 기술을 응용한, 더쉽게, 폴라로이드 키트를 사용하여 제작한 음파탐지기는 그 출력으로서 반사시간에 비례한 전압을 발생한다. 설정된 감지범위는 1∼15피트와 15∼30피트 두 가지이며 매 16msec마다 새로운 펄스 신호를 발사하여 그에 따른 값을 출력한다. 그리고 이 출력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입력되어 결국 MIDI 신호에 의한 제어값(0∼127)으로 변환되는데 이 값은 음고나 음량, 음색, 팬닝(스테레오에서 소리의 좌우 공간 배치) 등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즉 거리에 따라 음고가 변하거나, 소리의 위치가 바뀌는 등 다양한 제어가 단일로 혹은 복합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각도 탐지기인 진자는 팔꿈치, 다리 등 공연자 인체에 부착되어 움직임에 따른 각도변화를 감지, 이를 미디 데이터화한다. 보다 원활한 작동을 위해 기름통 안에 설치되어 있는 진자의 수직을 0도로 하여 좌우 각기 45도로 진동하는데, 총 90도에 따른 값 역시 0∼127의 미디 값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음파 탐지기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값 변화의 근본적 차이가 있어, 음파 탐지기의 값(일종의 샘플 & 홀드 값이라고나 할까?)과는 달리 진자는 순차적인 값 변화만이 가능하다. 즉 큰 차이에 의한 불규칙한 값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라 멩라에 있는 팜트리 악기사의 팻 다운즈가 설계한 에어드럼은 사람이 스틱을 허공에 대고 마치 북을 치듯 움직이면 스틱 상하, 좌우, 회전 등 위치변화에 따라 음고를 발생하는 새로운 악기이다. 더불어 이 악기에는 스틱 움직임의 빠르기를 감지하는 가속계도 있어서 그 정도에 따라 음의 크기를 정한다. 따라서 음고와 음량은 앞의 인터페이스 경우와 동일한 경로를 거처 MIDI데이터로서의 키넘버와 빌러서티 값으로 변환된다. 마치 요술처럼 허공에 대고 스틱을 휘두르는 연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음고(키 넘버 값은 음고만이 아니라 리듬머신 혹은 타악기 프로그램의 경우 지정된 타악기 음색)와 음량의 음들이 들려지는 것이다. 이 악기는 간지럼 태우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은 물론 세게 치거나 찌르는 듯한 거친 움직임에도 정확히 반응하는, 표현력이 매우 큰 악기이다.

음고 감지기(Pitch detector)는 오디오 신호를 감지해 수치 데이터화하여 컴퓨터로 보내는 장치이다. 이러한 장치는 일례로 디튠과 진폭과 같은 다른 형태의 정보를 흔히 발생한다. 캐나다의 IVL Technology가 설계한 Pitchrider 2000은 목관악기 전용의 음고 감지기이다. 이것은 마이크로폰과 라인을 위한 두 입력과 더불어 세 종류의 MIDI 데이터를 위한 출력들이 있다. 세 종류의 데이터 출력이란 빌러서티와 더불어 키 넘버, 아프터 터취, 피치 밴더이다. 이 음고 감지기를 응용하면 우리는 새로운 개념의 악기들―예를 들어 트롬본 식 연주를 가능하게 하는 슬라이드와 더불어 전통적 키를 사용하는 목관악기 신디사이저 등―을 얻을 수 있다.

샤보의 연구는 인터페이스를 통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제어하기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요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조금 먼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사실 우리 현실 조건에서도 그의 아이디어는 쉽게 응용될 수 있다. 즉 본인의 경험으로 보아 컴퓨터 제어만이 아니라면 바로

제스츄어 디텍터에 의해 발생된 제어전압은 ESQ 1과 같은 신디사이저의 경우 페달 입력부로 연결시켜 음고, 음색, 음량, 팬닝 제어(변조)등에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샤보의 플라로이드나 기름통 안의 진자 디텍터보다 광 센서를 이용한 제어전압 발생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스츄어 제어장치〉란 공간에서 발생된 음악적 동작을 얼마든지 정확하게 재현될 수 있는 명령데이터로 변환시키는 〈음악적 동작 인터페이스〉이다. MIDI는 전자악기에 있어 연주 데이터를 컴퓨터를 통해 완전하게 제어할 수 있게 했다. 마치 모든 것이 자동화된 공장에서의 무인작업과도 같은 무인연주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술행위의 궁극적 목표는 차가운 자동화가 아닌 인간화에 있다. 따라서 그간의 컴퓨터음악 기술의 추구점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의 추구였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 충족된 현재 나아갈 길은 대체할 수 있는 뛰어난 기능을 다시금 인간이 더욱 인간적으로 활용하는데 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사용은 바로 휴먼터치의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공연을 위한 전자기기 사용에 있어 부딪치는 근본 문제점은 인위적인 지식이 아니라, 공연 중 작곡행위(휴먼터치)의 가능성과 또한 그 경우 그 행위(입력 데이터)로 결국 무엇을 어떻게 왜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