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진주의 구심점을 마련한 〈묵진회〉
최태문 / 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부장
묵진회는 1977년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화 및 서예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창립회장에 최태문(현재, 미협 경상남도지부장)이 선임되었으며, 진주 고려 다방에서 창립전을 가졌다. 출품자는 22명이었고 이들은 모두 각기 화실 혹은 개인 사업을 하면서 장차 대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던 젊은 미술인들이었다. 진주는 고도이며 예향으로서 이들의 결성은 진주 화단에 구심점을 마련해 주었고, 서양화 중심의 '촉석회'와 더불어 진주미술의 기반을 다지는 촉진제가 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날로 발전해 나갔다. 창립해인 77년 최태문의 국전 입선, 조원섭의 백양회 특선은 묵진회의 자긍심을 불어넣기 시작했고, 최태문, 김형환의 개인전과 함께 묵진회의 위상이 정립되기 위한 고동을 울렸다. 그 뒤 조원섭의 국전입선, 최태문의 제1회 경남도전 대상을 수상(78년), 제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는 정문장, 강용순, 송기성, 정인화, 신세규, 김호인, 조원섭, 김동환, 조규한 등 묵진회원의 절반이상이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고 창립 6년만에 지방 미술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단체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84년 김호인의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은 경남전 서예인의 가슴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방인으로서 특선의 영광이 주어지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수상자는 늘어가서 정문장은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6회의 입선을 했다. 86년 최명환의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과 최태문의 경상남도 문화상 수상, 미협 경상남도 지부장 선임, 경상남도 미술대전 운영위원장 피선, 그리고 정인화의 경남도전 추천작가상 수상으로 86년은 영광의 해로 장식했다. 87년 묵진회는 〈묵진회 10년사〉를 발간하고 기념전을 가지며 지나간 10년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려온 작가로서의 길, 이제 후배를 양성하고 원숙한 작품의 경지에로 가는 정진의 길을 더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88년 최명환은 두 번째 특선으로 현대미술관 초대 작가가 되었고, 원곡서예상을 받았다. 또한 최태문은 유럽 7개국 여행 스케치전으로 국제적인 길을 트여 나가고 있다. 89년 천갑녕은 우수상 수상으로 예술의전당 청년작가전에 초대되었고 한극 서예의 수준을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매년 공모전에서의 입상 소식이 전해지고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걷고 있을 때 묵진회는 커다란 책임감과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지난해 미협 서예분과 독립 논란으로 핵심 인물들의 모임인 묵진회는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창립회장인 최태문이 다시 회장을 맡아 묵진회 만큼은 어떠한 시류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90년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민갤러리에서 개최된 제14회 묵진회전은 묵진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현재 회원은 신세규, 강호문, 이광식, 최정민, 정인하, 최태문, 박형수, 강용순, 우홍준, 김동환, 정문장, 김갑룡, 김호인, 차충현, 윤관석, 김봉길, 조원섭, 이창호, 천갑녕, 조규한 등이다.
지난해 회장이던 김형환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슬픔을 맞본 회원들은 그의 묘비건립 기금마련을 하고 있다.
진주 미술은 앞으로 묵진회와 함께 더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