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무용경연대회, 과연 필요한가?




김채현 / 무용평론가, 서원대 교수

무용경연대회, 그것은 춤추기를 겨루는 요정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무용경연대회에서 점지받은 요정들은 그로부터 무용 사회의 일원임을 자부하며 의기양양 앞날을 설계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건 무용경연대회는 요정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점지받은 요정들이 받는 가벼운 시샘이 예컨대 그 선망의 척도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므로 무용경연대회는 춤추는 요정들에게 앞날의 타당한 기준으로 여겨질 것이며, 무용 사회로서는 유능한 요정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용경연대회에서 잠시나마 춤의 미래마저 전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칙론적 의의는 우리 무용경연대회의 솔직한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면 퇴색하기 일쑤이고, 이와 동시에 무용경연대회를 백안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과연 무용경연대회는 백안시될 만큼 무의미한 정도를 넘는 이상의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상식으로 굳어졌다시피 우리 춤은 80년대 후반기를 고비로 양적 성장의 과제를 실현하였다. 중등과정의 공(公)교육에서 무용교육이 사실상 배제된 예나 지금이나 무용수 확보는 심각한 문제로서 우리 무용계에 오래 전부터 제기된 실정이며, 주로 춤 발표 횟수의 증가로 가늠되는 춤의 양적 성장도 일정 수준의 무용수 확보 즉 가용(可用)무용수의 증가 없이는 생각키 어려운 일이었다. 춤뿐만 아니라 춤생산 메카니즘의 제반 측면에서 양적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현상황에서는 이러한 지적이 더욱 타당할 수 있다.

근대의 여명기 때부터 춤을 단순히 성정적인 유락(遊樂)으로 격하시켰던 정세 변동이 촉발한 "춤에 일생을 바친다면 그것은 곧 폐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엄청난 편견은 우리사회에서 아예 춤은 물론 무용수 탄생조차 가로막았다. 따라서 춤에의 입문은 일반의 짐작 훨씬 이상으로 개인 차원에서 퍽 굳은 결단을 요하는 행위였으며, 특히 남자의 경우 지금도 이런 예는 흔하다. 우리 무용계가 심한 남성 무용수 기근으로 시달리는 원인은 가까운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공인된 예술 그리고 인정받는 예술가라 할지라도 그 상상력의 공간이 남달라 주체의 심층적인 고독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패가망신꾼과 다름없이 취급되는 춤꾼들의 소외감은 오죽하였으랴. 이런 자칫 소외받기 십상인 맥락에서 미지의 춤꾼은 경연 행위 이전에 무용경연대회로부터 춤에의 귀속감을 부여받는다. 그러므로 적어도 춤의 실질적인 공교육이 실현되지도 않고 춤에 대한 사회적 모멸감이 지워지지도 않는다면 춤꾼 그리고 춤꾼 지망생에게 무용경연대회는 아무도 '자극과 격려를 심는'과정으로서 그 존재 가치를 잃지 않을 것이다.

무릇 경연대회는 성격, 규모, 절차에 상관없이 참가자를 등위로써 결정짓는다. 자본주의 출현 이전부터 겨루어 차별성을 자랑하는 것이 놀이하는 인간 심성의 일단(一端)이어 왔을 테지만, 우리 춤의 힘겨운 여건을 염두에 두면 오늘 우리 주변에서 적지 않게 행해지는 무용경연대회를 그렇게 쉽게 상상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건 성인을 대상으로 하건 무용경연대회는 등용문임에 틀림없는 바, 무용경연대회가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비극이라 하겠다. 다만 해당 무용경연대회의 실추로 그친다면 그것을 비극이랄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해당 무용경연대회가 실추됨으로써 공신력을 상실하고 마침내 전체 무용계에 대한 불신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는 비극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신인 등용문이겠으되, 공적으로는 무용의 질적 발전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현금의 무용경연대회이기 때문에 이같은 비극을 방지할 다각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춤의 양적 성장 다음에 잇달아야 할 당연한 것은 그 질적 도약이다. 그런데 앞뒤 사정 가릴 것 없이 급하게 달려 온 감이 없지 않은 무용 사회가 급하였던 그 만큼 부작용을 누적시켜 온 것 또한 사실이었다. 춤에 비우호적인 척박한 현실 속에서 춤을 살려 내고 춤의 명맥을 잇기 위해 그다지도 급하게 줄달음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을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고 싶어도 이 선의의 해석을 가로막는 무수한 부작용이 급박한 줄달음에 편승하여 퍼져 왔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 무용계의 솔직한 자화상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설명하기도 힘든 이같은 부작용을 다스리는 일이 차후에 춤의 질적 성장과 더 연관이 깊은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는 급하게 벌여온 사업, 행사, 실적을 검증하고 그 내실을 다지려는 일단 유보적 품성이 한결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무용계에서 급히 이루어졌던 양적 성장의 신화는 어느 측면에선 다양한 기회의 선점(先占) 심리로 요약된다. 무용경연대회는 이런 경향에서 그다지 예외인 듯해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 경우라 할 만하다. 그것은 무용경연대회가 참가자들에게 보장하는 미묘하면서도 직접적인 현실적 효용성 때문일 것이다. 어느 대회에서 좋은 성과―이를테면 상위 입상―를 낼수록 개인 혹은 단체의 역량은 인정받고, 그로 인한 혜택의 폭은 이모저모로 넓혀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직접적 효용성으로 인해 더욱 현실과 밀착하여 현실의 영악한 원리에 휩싸일 소지가 무용경연대회에는 잠복해 있다. 뿐만 아니라 경연 판정 기준을 계량화하기 힘든 예능계 경연대회에서 일반적으로 이러한 위험성은 항상 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모든 경연대회가 갖는 기본 속성이 겨루기를 통한 등위 결정에 있으므로 그것은 초연한 태도와는 거리를 둔다. 그리고 초연한 태도를 어쩔 수 없이 배제하여야 하므로 예술에서 경연대회는 가당치 않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고립될 수 있는 춤꾼 또는 춤꾼 지망생에게 동아리 의식을 부여할 가능성 및 그들에게 자신의 소양을 판가름할 계기를 마련해 줄 가능성을 무용〈경연〉대회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리 춤의 현재 여건상 간과할 수는 없다. 덧붙여 그렇게 동아리 의식과 소양 판가름의 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원론적으로는 무용경연대회뿐인 것은 아닐 터이므로 무용경연대회를 부정하는 대안이 달리 강구될 만도 하다. 그렇지만 현재 행해지는 무용경연대회들이 전체적으로 보아 또 단기간 내에 경연대회 아닌 다른 행사로 변신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무용경연대회의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전제하에 그 문제점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

여기서 거론되는 무용경연대회는 일정한 춤적 판정으로써 참가자들을 등위지우는 경연대회 내지 콩쿠르뿐만 아니라 등위를 내리지는 않더라도 참가자들(또는 참가작들)에게 대상 혹은 여타의 상을 수여하는 형태의 무용제전도 포함한다. 이 기준에 따르자면 초중등 및 대학의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행사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무용제전도 무용경연대회에 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무용경연대회라면 대개 앞유형의 행사들을 연상케 되겠지만, 가령 대한민국무용제같은 뒷 유형의 행사도 엄연히 무용경연대회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1. 대한민국무용제

대한민국무용제(90년도부터 서울무용제로 개칭)는 79년도에 시작하여 해마다 가을에 개최되는 연례 행사이다(제1, 2회:문예진흥원 주최, 제3-7회:문예진흥원과 한국무용협회의 공동 주최, 제8회:서울시와 문예진흥원의 공동 주최 및 한국무용협회 주관, 제9회:문예진흥원 주최 및 한국무용협회 주관, 제10회:문예진흥원과 한국무용협회 공동 주최 및 서울 국제무용제운영위 주관, 제11회:한국무용협회 주최), 제2회 때의 경우처럼 초청 작품들로 경연이 진행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출품작을 매년 4, 5월경 공개 신청받아 그 가운데 10점 안팎을 선정해서 10월에 보름 정도씩 제전 형식으로 펼쳐지는 경연대회이다. 제전 마지막날에 대상, 안무상, 연기상, 미술상, 음악상, 등이 별도의 심사위원들에 의해 선정되고, 대상 작품에 대하여는 상금과 국내 6개 도시 순회 공연의 특전이 주어지며, 기타 개인상에 대하여는 상금과 해외 연수의 특전이 주어진다. 제10회 제전 때에는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서울국제무용제'로 일시 변경되면서 경연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공공 문화 정책 기금이 서울 무용제의 재원으로 매년 1억원 가량 투입되므로 물량면에선 무용계 최대의 행사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서울무용제의 막대한 예산 규모는 그 파급력을 짐작케 하는데, 이 만한 예산을 투입해야 춤 진흥에 다소 보탬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싶다. 그리고 이 무용제의 예산이 전액 공공기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용제가 범무용계적 공익성에 충실할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79년 출발 당시 서울무용제는 우리 무용계의 공익적 과제로서 극장식 춤의 발전과 활성화를 꼽으며 그후 계속 극장식 춤 양식을 지향해 왔었고, 참가작들도 문예회관 대극장이나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애당초에 내건 극장식 춤의 발전과 활성화라는 취지는 서울무용제의 초기에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나 이와는 달리 80년대 중반부터 그 취지는 실종되어 전반적으로 성과가 기대 이하치라는 것이 현재 서울무용제를 보는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여 한국무용평론가회는 제9회(87년도)와 제11회(89년도) 서울무용제를 대상으로 독자적인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책을 제안하고 개선책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마련한 바 있다.

달리 말해서, 근자의 수년간 서울무용제는 출품 신청작의 수준 및 저조한 출품 신청 경향 그리고 수상작의 수준에서 잡음을 빚었고, 그에 따라 참가작 선정 및 수상작 심사 경위도 같은 맥락에서 문세시되었다. 서울무용제 출품 신청작이 현재 한국의 극장식 춤 양식이 도달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일단 가을에 선정되는 수상작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4, 5월의 출품 신청작들의 수준이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예년과 별 차이 없이 올해에도 10작품 선정에 15편 가량 출품 신청되었다는 사실(경쟁율 1.5:1)은 서울 무용제에 대한 참여도가 무용계에서 미온적임을 알 수 있고 실제로 참가작으로 선정된 작품들과 그 단체들의 면면에서 그러한 사실은 재확인된다. 그나마 기대를 모을 단체의 작품이 있다 하더라도 10월의 수상작 심사 결과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쪽으로 결말이 난다면 서울무용제 회피 풍조는 무용계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서울무용제의 기여도가 출발할 당시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서 80년대부터 우리춤에서 변화가 일었고 그 전에는 없었던 여러 가지 무용제전들이 출현하여 서울무용제의 비중이 무용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화된 사실을 고려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무용계 내부 변화에 따라 더욱 서울무용제는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무용계의 전체 신망을 얻는데 실패한 서울무용제가 존폐의 기로에 당도했다는 지적에서부터 경연제 성격을 없애고 아예 축전으로 열자는 지적 그리고 이 무용제의 참가작 선정 및 수상작 심사가 정실에 치우치는 경향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심사제도 및 심사위원 선정 과정의 개선을 요구하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대안은 무성하다. 주최측의 방침은 서울무용제를 계속 존치시키면서 부분적 보완을 해가는 쪽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심사위원을 더 늘리는 식의 부분적인 보완책으로는 문제점 노출이 줄어 들 것 같지 않다. 그러므로 주최측이 무용계의 대표적 단체와 무용가들로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고 그에 충실한 단안을 내리는 것이 근본 대책으로 보인다. 그것은 주최 쪽인 한국무용협회가 공식적으로 무용인들의 이익 단체라 하더라도 전체 무용인들을 망라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여론 수렴의 공식적인 절차없이 주최측이 독자적으로 마련하는 서울무용제 개선책은 우선 절차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예총 산하의 연극·음악·미술협회장을 수상작 심사위원으로 위촉한다든가 올해처럼 참가작 선정 과정에서 작품의 소재를 문제삼아 특정 작품을 배제하여 말썽을 빚은 사례는 단적으로 서울무용제의 자의적인 운영을 대변하는 것이며, 서울무용제의 무용경연대회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참가작 및 심사위원, 심사내역은 발표 참조)

2. 일반 무용 경연대회

여기서 일반 무용경연대회라 함은 대학생 및 일반인 즉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연대회를 지칭한다. 일반 무용경연대회는 주최측이 국립국악원, 신문사와 잡지사, 한국무용협회 및 그 산하 지부, 지방 문화원 등이고, 진주의 개천예술제와 전주대사습에도 무용 부문이 설치되어 경연대회 구실을 한다. 대개 년1회 개최되며, 이들 경연대회는 유치부와 초중등부의 대회도 함께 열므로 굳이 일반인만의 대회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인과 초중등부가 함께 대회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경연의 취지 내지 목적에서 동일하게 취급될 수는 없으므로, 한 경연대회를 대학급 이상의 일반부와 그 이하 연령 부로 나누어 소개하려고 한다.

1) 현황

우선 각 경연대회의 현황부터 살펴본다.

(1) 국립국악원에서 개최하는 〈전국국악경연대회〉(1981년 제1회 개최, 89년 현재 제9회)에서 무용은 그 일부로 경연된다. 즉 무용, 기악, 성악 세 부문에 걸쳐 경연이 실시되는데, 1985년까지는 전공부(무용, 기악, 성악)와 비전공부(무용, 기악, 성악)로 나뉘어 국악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망라하였으나(비전공부에 대학의 국악반이 단체로 출연하여 입상한 경우가 1981년과 1985년에 있었음) 그 이후 전공부와 비전공부의 구분 없이 실시되고 있다. 경연대회 실시 목적으로는 〈우수 국악 예능 인재발굴, 예능 연마 의욕 고취 및 국악 보급을 통한 국악 진흥〉으로 명시하였다.

시상 제도로는 전공부와 비전공부에 각각 최우수상(부상 50만원), 1-3등(각 30∼15만원) 및 장려상(10만원)을 두었으나 비전공부가 없어진 지금은 무용, 기악 성악을 망라하여 대상, 금·은·동상을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상은 무용, 기악, 성악을 망라한 최우수자 한 명에게 수여하고 각 부문별로 기타 상을 수여하지만 대상을 수상한 부문은 금상을 받지 못한다(이런 관례는 거의 모든 경연대회에서 통용된다) 제1회이래 무용 부문에서 대상을 낸 것은 제7회(1987) 대회 때뿐이다. 제9회 때는 무용 부문에서 금상과 은상, 기악 부문에서 대상과 은상 및 동상, 성악 부문에서 금상과 은상 및 동상을 한 명씩 내었다. 이 입상자들을 함께 출연시키는〈입상자 발표회〉가 제9회 때는 국립국악당 소극장에서 있었다.

*심사위원 명단

제3회 : 김천흥, 정승희, 문일지, 이흥구, 정재만

제4회 : 김천흥, 송범, 정승희, 문일지, 김매자

제5회 : 김천훙, 이흥구, 정병호, 송수남, 배정혜

제6회, 제7회 : 김천흥, 이흥구, 최현, 문일지, 배정혜, 정재만

제8회 : 김천흥, 최현, 이흥구, 정승희, 배정혜, 이청자, 박재희

제9회 : 김천흥, 최현, 이흥구, 정승희, 이청자, 박재희

(2) 동아무용콩쿠르(동아일보사 주최, 1964년 제1회 개최, 1990년 현재 제20회)는 1964년부터 1968년(제5회)까지 매년 개최되다가 1970년(제6회)부터 1982년(제12회)까지 격년제로 열렸고 1983년(제13회)부터 매년 개최된다(초등등부 경연대회 참조). 광주일보의 경연대회와 더불어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두 경연대회 가운데 하나이다. 비교적 역사가 오래 되어서인지 이 경연대회의 역대 입상자들 가운데 현재 무용계의 중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이 콩쿠르의 성격을 〈신인의 등용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것이 곳 이 콩쿠르의 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경연 부문은 제12회 때까지 한국무용부와 외국무용부의 두 부문이었다가 제13회 때부터 외국무용부가 현대무용부와 발레부로 분리되어 현재 한국무용부, 현대무용부, 발레부로 자리잡고 있다. 제20회 대회에서는 각 부문을 다시 남자부와 여자부로 세분하여 모두 여섯 부문으로 나누어 경연을 실시하였다. 제16회 대회 규정에 〈한국무용은 창작에 한함〉이라 명시되어 있고 제12회 대회 규정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80년대 중반부터 전통 한국무용를 배제하였고 제19회부터 대회규정에서도 현대무용을 창작무용으로 제한하여 창의력 배가를 의도한 것 같다. 제19회에 이어 제20회 대회에서도 발레에 과제목이 주어지며, 전 부문에서 독무와 2인무만 허용된다. 예심과 본심의 심사위원은 동일하되 오래 전부터 본심의 심사 결과는 소상하게 공개되고 있다. 각 부문 남녀별로 금·은·동상(부상 50∼20만원)이 주어지며 각 부문 통털어 최우수자에게 대상(부상 1백만원)이 돌아가는데, 90년도 대회의 경우 대상이 나오지 않았다. 동아무용콩쿠르 출신자들이 모여 65년도에 무용동우(舞踊東友)라는 단체를 결성한 바 있으나 76년도에 제2회 발표회를 가진 이후 활동이 뜸한 것으로 안다. (심사위원 및 입상자 별표 참조)

(3) 한국무용협회는 1990년 9월에 제27회 전국 신인 무용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임을 공고하였다. 이 경연대회는 매년 개최되어 온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중단되었음을 이 경연대회의 취지를 명시한 곳에서 알 수 있다. 즉 그 취지는 이렇게 적고 있다. 〈1962년 문화공보부 제정 한국무용협회 주관으로 신인발굴 육성책으로 실시되어 오던 신인예술상 무용 부문 경연대회가 1968년 폐지되고 1969년 제1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신인상으로 개칭되었으나 1970년에 신인상 부문이 폐지됨에 본회에서 계승하여 계속 사업으로 실시 장차 이 나라 무용계를 이끌어 나갈.......1987년부터 전통무용 부문을 신설하여 전통무용,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부문으로 확대 실시한다.〉

이 대회의 참가 자격을 성인 남녀로 정하고 있는 점에선 여느 경연대회와 유사하나 이와 아울러 〈만 5년 이상의 무용 자격 소지자, 중앙무대에서 개인 발표를 갖지 않은 신인〉 조항을 덧붙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자〉란 자격 조항도 들어 있는데, 그렇다면 대학 무용학과 출신자가 아니어도 가능하므로 앞서 언급한 〈만5년 이상의 무용 자격소지자〉 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는지 약간의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한 자격을 입증할 주체라면 대학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무용학원이 가장 공신력이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 무용단체나 사사한 스승이 될 터이다. 굳이 무용(학)과를 나와야 유능한 무용가라는 법은 없으므로 좀 생각해 볼 만한 조항인데, 그러자면 무용학원 등이 대학에 못지 않은 교육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시상제도는 전통무용,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각 부문에 특상(부상 20만원), 수석상(부상 10만원), 차석상(부상없음)을 두고 전 부문 특상 수상자에게는 병역면제 특혜가 부여된다. 심사위원은 대개 한국무용협회 이사진들이 위촉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다.

4) 매년 9월에 청주에서는 전국 대학 무용경연대회가 열린다 (83년도에 시작, 90년 현재 제8회), 각 대학의 재학생으로서 학장의 추천을 받은 자로 자격을 제한하므로 사실상 무용전공 대학생들의 경연대회이다. 이 대회는 지방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급의 무용경연대회로서는 유일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개최 연원은 80년대 초반에 전국의 몇몇 지방 도시에 주요 예술장르 (연극, 미술 등) 가운데 하나씩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차원의 전국 제전을 연다는 정부 방침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자연히 주최는 충북도와 예총 충북지회가 공동으로 맡고 무용협회 충북지부와 청주문화방송이 맡고 있다. 제5회 대회 요강서에는 대회 취지를 〈우수한 대학 창작무용을 통하여 예술의 질적, 양적 향상을 도모하여 최고훈격인 대통령상으로 지방예술의 사기 앙양과 창작 의욕을 고취시킨다〉고 하여 봉건적인 흔적이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이 대회를 계기로 청주지방에서 지방 무용예술이 앙양되었는지 의문이다. 학생측에서 일말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 리는 없겠지만, 그것과 청주 지방의 무용예술 앙양이 긴밀한 인과관계에 있어 왔다고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청주 지방 학생층이 중론들이다.

이 대회의 경연 부문은 독무 (한국무용, 전통무용, 외국무용)와 군무(한국무용, 전통무용, 외국무용)의 두 분야로 나뉜다. 87년 현재 시상의 종류는 대상(1점, 문예진흥원장상, 부상 150만원), 최우수상(1점, 예총 충북지회장상, 부상 80만원), 우수상(6점, 무용협회 충북지부장상, 부상 30만원), 장려상(6점, 부상 10만원)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87년도의 경우 대통령상 제도가 있었고 대통령상 수상자에 한해 해외 연수 특전을 부여하였다. 대학생들임을 고려해서인지 87년도에는 충북 이외 지역에서 참가하는 군무단체에게는 소요경비의 일부를 지원한다고 명시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주로 서울을 비롯 타지방의 무용인들이 위촉되는게 상례라 한다.

5) 잡지를 발간하는 무용한국사에서는 신인무용콩쿠르를 연다 (90년 현재 제11회). 경연 부문은 전통 한국무용, 창작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로 나뉜다. 목적 등은 다른 경연대회와 대동소이하나, 참가 자격은 한국무용협회의 경연대회와 유사한 점이 있다. 즉〈무용경력 만6년 이상 경력 소지자, 앞으로 무용을 전공할 자〉로 되어 있다. 시상은 대상(문예진흥원장상), 금상(예총회장상, 한국무용협회이사장상), 은상(대한무용학회장상), 동상(무용한국사장상)으로 나누어 한다. 무용한국사는 이 경연대회 출신자들을 모아 90년도의 경우〈무용한국9인전〉이라는 타이틀로 무대를 마련한 바 있다.

(6) 경북 경산문화원은 1979년부터 매년 무용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였다. 처음에 전국새마을무용경연대회로 출발하였고 88년도부터 규모가 커져서인지 아니면 시국의 반영인지 명칭을 전국무용경연대회로 바꾸었다. 한국무용 부문(전통무용, 신무용)과 외국무용 부문(발레, 현대무용) 및 국악(판소리, 가야금)의 세 부문으로 나뉘어 실시되는데, 신무용이 명기된 것이 눈에 띈다. 독특하게 여겨지기보다는 오히려 지방의 한계를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요강서을 보면 일반인도 참가가 허용되지만 대개는 초중등부의 제전으로 짐작된다.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무용경연대회는 알게 모르게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한국현대춤협회가 주최하는 현대춤경연대회(90년 현재 제4회),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하는 전국발레콩쿠르(90년 현재 제10회)와 한국무용협회의 각 지부들이 주최하는 무용경연대회, 그리고 진주 개천예술제(1950년도 시작, 년1회, 경연 부문:전통 한국무용, 창작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교육무용, 이 예술제의 교육무용 경연 부문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가 있으나 자료 입수가 여의치 않아 더 이상의 자세한 소개는 불가능하다. 아직 예정으로 있지만, 한국발레연구회는 90년 6월에 전국 대학생 무용분야 연구논문발표회를 90년 11월에 갖는다고 공고한 바 있다. 무용경연대회를 요정들의 춤 겨루기에서 한걸음 더 진척시켜 춤꾼들의 머리 겨루기로 본 이 발표회의 성과는 미지수이다. 목적으로〈진지한 연구 자세 고취, 무용이론 연구의 확대와 심화〉를 드는 이 경연대회 발표회는 발표 영역을 인문사회과학 영역(무용사, 무용미학, 무용비평, 무용교육, 무용심리, 무용과 사회 등), 자연과학 영역(무용·해부·생리·역학 등), 기타 영역(무용음악, 무대미술, 연출 등)으로 나눈다. 시상은 최우수상(1명 장학금 50만원), 우수상(각 분야별 1명, 장학금 30만원), 장려상(각 분야별 1명, 장학금 10만원)으로 구성된다. 무용(학)과들에서 교육이 미진한 줄로 아는 이들 분야의 연구 의욕 고취도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으나, 무용학계에서도 준비가 미진한 이들 분야에 치중한 발표회보다 초창기인 현재로선 오히려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으되 과학화가 덜된 무용실기 분석같은 분야를 연구 과제로 설정하는 편히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2) 문제점

요강서 등을 통해 제시되는 무용경연대회의 취지를 보면 춤의 활성화, 춤 인재 발굴, 춤 창의력 제고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취지가 무용경연대회를 통해 달성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없을 줄로 안다. 과거와 현재에 있어 무용경연대회는 춤의 활성화라는 초보적인 단계에서(비록 무용인들에 국한되는 활성화일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 더 진전하여 인재 발굴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창의력 제고의 단계는 세월만 흐르면 자연히 다가올까? 세월에 따라 어떤 변화가 수반된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아마 혹자는 창의력 제고의 단계가 도래하는 것은 무용 기술 연마에 충실하면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춤을 잘 추는 인재 발굴은 무용 기술 연마만으로도 얼마간 달성 가능하고 현재 그런 조짐이 보이는 부문도 있다. 그러나 창의력 제고의 본뜻은 몸의 숙련도 높이기보다는 표현력(즉 표현 능력) 높이기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춤추어내는 솜씨보다 춤만들어내는 솜씨에 강한 중점을 둔 말이다. 다시 무용수가 아니라 안무자, 혹은 경연대회에서 안무자가 직접 추어내어야 한다면 무용수겸 안무가로서 수련을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불가능한 것이 창의력 제고이다.

가령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한국무용 및 현대무용 부문에서 창작무용을 할 것을 못박고 있는데 비해 발레 부문은 그렇게 규정되어 있지 않는 것은 아직 무용경연대회들에서 창의력 제고를 유도할 장치가 형식적으로나마 완비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즉 발레 부문에서는 전통(고전)과 창작의 구분이 명확치 않다. 더구나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전 부문에 걸쳐 즉흥 연출이 아니면 사전에 준비한 작품(?)으로 심사에 임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런 측면에서 경연자의 춤 숙련성과 정확성은 현장에서 상당히 드러날지 몰라도 그 안무가로서의 능력은 냉정하게 보아 판별키 어렵다. 즉 경연자의 양식을 믿는 수밖에 없으나 자신이 짜지 않은 창작(?)무용이 출품될 소지를 우리는 얼마든지 상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창의력 제고가 무용경연대회에서 존중되어야 할 목적임에도 현행의 경연방식은 분명히 이 목적을 충족시키기에 결함이 있다. 참고로 대학의 무용(학)과 입시에서도 전공작품이라는 시험 과목이 있으나 응시자나 안무 창의력을 가려내는 데는 유명무실할 따름이다. 그래서 무용경연대회에서 창의력을 시험하는 단계는 아직 닥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의미에서 무용경연대회가 대학전공 무용 수련 과정에서 창의력을 중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는 사실상 의지에 그칠 공산이 큰 것이다. 무용경연대회는 그러므로 무용수 경연대회와 안무가 경연대회로 구분되는 쪽으로 재편되어야 하리라.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고려해 보아야 할 또 한 가지 점은 지금 무용경연대회에서 공식처럼 통용되는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의 3분법 또는 전통 한국무용을 덧붙인 4분법이 우리의 현 무용 추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춤의 현장에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사이의 구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지 최소한 5년이 되었으며 이런 추세는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말하자면 3분법의 붕괴 현상이 강력하게 일고 있는 와중에는 무용경연대회는 신인들을 선도하는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즉 현재의 3분법 붕괴를 방치한 채 여태까지의 방식을 고수할 것이냐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 그러한 변화를 재촉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후자의 길을 택한다면 전 부문을 망라한 새로운 유형의 만능(?)무용수 발굴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할 경연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인데, 이보다는 더욱 창의력 제고의 면에서 획기적인 방안이 사려깊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춤의 3분법 와해가 결코 낯설지 않은 현상임에도 무용경연대회에서 바로 앞의 방시들이 단시일 내에 적용될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무용경연대회는 대체로 보수적이라고 본다. 테크닉의 심사에서도 기존 테크닉의 구사를 얼마나 충실히 소화해내느냐가 심사의 초점이 되는 것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즉 기초적인 소양은 수련에서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특히 창의력을 가늠해내려면 기존 테크닉만이 판정 기준일 필요는 없다. 즉 모델 테크닉은 모델에 그쳐야 하고, 경연자 자신의 새로운 해석과 창작도 인정되는 탄력적 운영이 모색되어야 하겠다.

끝으로 무용경연대회의 완벽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사실로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예술에 대한 판정은 일단 심사자 주관의 심적 판단을 동반하므로 심사자의 주관적 가치 매김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늘의 우리처럼 춤의 창작 정형이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어느 부문에서도 정착되지 않은 심한 변동의 춤 조류에서 심사자들에 따라 취향상의 편차가 무시 못할 만큼 클 가능성도 농후하고 실제 그러하다. 따라서 전통무용의 모방이 아닌 밖에야 심사위원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심사 결과는 의문을 자아낼 수 있다. 심사 결과에 이의가 제기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이 정도의 잡음이라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심사 결과의 완전 공개로 불신감을 줄이고 심사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심사 결과의 공개는 간접적으로나마 경연자에게 충고의 효과를 주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의 양식과 객관적 식견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으나 경연대회 주변 풍토는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심증을 때로는 갖게 하는 것이다.

초중등 무용경연대회

초중등 무용경연대회의 교육적 가치는 매우 크다. 앞서 지적되었다시피 그것은 우리의 초중등 특히 중등 과정에서 체육의 일부로 기생할 뿐 실질적인 무용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무용교육의 지표는 대학 무용 전공 시험 요강과 무용경연대회 요강이 전담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무용경연대회는 초중등 무용경연대회라 생각들기도 한다. 초중등 무용경연대회는 대개는 상급학교 진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성인들의 대회에 비해 경쟁률상으로 보다 치열하고 전국적으로 자주 개최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참가 학생의 개성보다는 제시된 기준을 소화해내는 숙련도 즉 심사 기준 통과 및 충족 심리가 우선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성인의 경연대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연대회의 목적의 하나로 흔히 내세워지는 창의력 고취는 여기서도 기대만큼 실현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중등 무용경연대회는 각 대학의 무용(학)과에서 많이 개최한다. 그것은 이 대회를 통해 해당 대학 무용(학)과를 널리 알리고 우수한 학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기로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주최하는 전국 여자 중고등학교 학생무용콩쿠르가 올해 35회로 가장 오래되었고, 89년도에는 계명대학과 숙명여대가, 90년도에는 우석대학이 무용경연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원대(88년도 14회로 마감), 원광대(90년도 현재 제9회), 경성대(90년 현재 제8회), 한양대(90년 현재 제6회)가 중고등학생 경연대회를 좀 오래 개최한 대학들이며, 부산여대, 세종대, 중앙대, 조선대도 무용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줄로 안다. 대학 이외의 전문기관으로는 한국현대춤협회(현대춤경연대회, 90년도 현재 제4회)와 한국발레협회(전국발레콩쿠르, 90년도 현재 제10회)가 현대춤과 발레 부문에 한해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언론사가 주최하는 광주일보사가 호남예술제(90년도 현재 제35회)의 일환으로 여는 행사가 호남 지방의 뿌리 깊은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고, 87년도부터 동아일보사도 동아무용콩쿠르에 고등부를 신설하였다. 그리고 경북 경산문화원 주최 경연대회뿐만 아니라 한국무용협회하 각 지부들에서 여는 중등학생 무용경연대회(충남지부의 경우1965년부터 년 1회 개최)와 가령 충남도 교위처럼 교육감기 쟁탈 무용대회(연1회 개최, 1963년에 시작)등도 적지 않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부와 유치부의 경연대회는 자세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광주일보사의 대회에 초등부(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의 독무와 군무)가 설치되어 있고, 경산문화원의 경연대회에 유치부와 초등부가 설치되어 있는 줄로 알지만 경연 종목은 명확치 않다.

초중등 무용경연대회는 대개 한국 전통무용, 한국 창작무용, 현대무용, 발레의 독무와 군무로 나뉘어 실시된다. 한국 전통무용 부문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통무용을 경연자 임의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대체적이지만, 숙명여대는 그것을 산조, 승무, 살풀이, 태평무, 훈령무, 학무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또 숙명여대에서는 발레 부문도「백조의 호수」제2막 중의 오데브 독무,「동키호테」제3막 중 독무 바리아시옹 따위에서 하나를 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학에 따라 한국무용과 외국무용의 즉흥 실기 부문이 덧붙여지며, 규정 종목이라하여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각 부문에 춤의 제목을 정해 발표케 하는 부문도 있다. 대개의 실연(實演) 시간은 개인무일 경우 3분 내외 군무일 경우 5분 내외이다. 시상은 각 부문마다 특상과 1, 2, 3등상으로 나누고 전체에서 대상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우수한 성적을 낸 학교에 대해 종합우승기를 수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또 지도 교사와 학교에 대해서는 안무상, 지도상, 공로상 제도를 두는 것이 관례이다. 입상자가 해당 대학 무용(학)과에 응시하였을 때 혜택을 부여하는 대학은 원광대학과 계명대학 둘뿐인 것으로 안다. 계명대학은 대상 입상자와 특상 입상자에 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 등 입학 특전을 상세히 명시한다.

심사규정은 그다지 상세하게 명시하지 않고 심사위원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대체적이지만, 이화여대는 무용내용, 안무 및 구성, 기술, 효과, 리듬, 표현, 의상을 심사 항목으로 제시하며, 한때 경산문화원 주최 전국새마을무용경연대회(제1, 2회)는 작품(20점), 기능(30점), 표현(20점), 용모(15점), 의상(15점) 등 점수별로 세분한 심사 항목을 명시하였다. 심사위원들은 해당 대학 재직 교수들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때에 따라 딴 곳의 전문가가 위촉받아 함께 심사하기도 한다.

초중등 무용경연대회 최대의 문제점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춤을 춘다는 점이다. 이는 지도교사의 고정된 무용관념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이 무용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테면 정서 표현 교육 본래의 취지가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살려지지 않고 입시 통과기준에 맞춘 춤이 비일비재하다. 상급교육기관(가령 대학)이 설정하는 기준도 이러한 무용의 왜곡에 일조하는 것으로 여겨지므로, 우선 대학 무용교육자들의 무용관념에서 시정될 바가 크다는 사실을 짐작케 된다. 여중생들이 살풀이춤을 출 적에 과연 그 상징 체계를 이해하고 추는지 의심스럽다. 또 앞서 지적되었듯 주로 솜씨 연마에 치중하는 학생들에게 무슨 춤을 가르치는 그건 대수롭지 않을 거라고 응수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내가 잘 아는 춤이 평생 춤개념으로 잠재의식화되는 현상을 간과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지도교사뿐만 아니라 초중등 학생들이 학교교육에 없는 춤을 무용학원에서 배울 수밖에 없는 이 현실에서 무용학원들의 책임도 지도교사의 그것에 못지 않다. 따라서 초중등 무용교육에서 창작은 부재하고 오로지 나이에 걸맞지 않을 전수가 주도한다고 본다.

광주일보는 자체의 무용경연대회가 끝나고 나면 심사위원들의 소견을 좀 길게 싣는다. 거기에는 질책성의 충고도 담기는데, 이는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들을 향한 말일 것이다. 함께 고쳐나가야 할 어려운 춤 현실 속에서 그러한 품평도 교사들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외 초중등 무용경연대회가 재능 발굴만 해놓고 후속 조처가 미흡하다는 견해는 간접적으로는 경연대회의 목적이 불분명함을 시사하는데, 이런 견해가 춤의 조기 교육기관 설립 요구로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맺음말

필자는 무용경연대회, 관련 자료를 수집키 위해 여러 기관에 심사위원과 수상자의 명단 제공을 의뢰한 바 있다. 신문사와 교육기관 아닌 다른 몇몇 곳에서도 공개 및 제공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하였다. 아직도 그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른다. 다만 혹자가 말하는〈요강서에 기재되지 않은 부문의 상이 주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으므로 이유라면 그것일 것〉이라는 해석이 빗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무용경연대회의 공신력이 원천적으로 상실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상업화된 대회가 더러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뒤따랐다. 이는 짐작할 수 있는 여러 폐단의 한 자락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에 상상하였던 순진한 요정들의 춤 겨루기가 훼손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교육제도 탓임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교육제도의 개혁으로 무용경연대회의 정상화 혹은 무용경연대회를 대신할 다른 형태의 제전이 나올 법하겠지만 교육제도에 구애받지 않는 성인들의 무용경연대회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맹점들을 이미 살펴보았다. 말하자면 이글은 무용경연대회가 본래의 취지에 답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을 사실상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정실에 치우친 판정 따위는 정말 본질적인 문젯거리도 못된다. 문제의 진원지는 더 먼 곳에 있다.

진취적인 무용경연대회는 과연 꿈일까? 우리가 참다운 춤을 목타게 기다리면서도 왜 그것을 꿈만 같게 여기는 걸까? 무용경연대회의 보수성은 무용계의 보수성을 반증하지 않는가? 그래서 무용경연대회를 통해 무용계의 실상을 되돌아 보는 것이 근원적인 처방을 내릴 첫걸음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