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각 지역 소그룹 문화예술 단체의 활동




조은희 / 시인




문학

광주 시사랑 전국 순례전,「안양문학」창간호 발간

시를 통해 전국 청소년들과 교감하겠다는 시사랑 전국 순례전이 광주문화원에 의해 기획되었다. 이 기획전은 대부분 시에 뜻을 둔 젊은이들의 작품들로 구성.

시사랑 순례단들은 광주 예술극장의 전시회를 시작으로 광주문화원에서 2차 전시회 및 시 낭송회를 가진 후 전남, 전북, 경상도 지역 순례에 들어갔다. 시사랑 순례전은 자신들의 시화 작품과 작품집을 들고 전국 순례지를 찾아가 지역 청소년들과 시를 통해 우의를 나눈다는 목적이다.

이들은 이미 전남 지역인 목포, 보성, 곡성문화원 등지에서의 전시회와 전북 지역 두세곳에서의 전시회를 마쳤는데, 9월 말 경에는 경상도 함양, 거창문화원 등지에서도 그 지방 젊은이들과 시를 통해 서로의 미래를 타진할 계획이다.

강환석, 윤상화, 조용환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시사랑 순례단의 시들은 이념이나 시국적인 시들보다는 지극히 서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광주문화원은 앞으로 순례 지역을 더욱 늘이고, 내년부터는 타 지역 시사랑 순례단을 광주로 초청하여 시사랑 순례단 축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양문학」이 발간되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안양문학」의 발간(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은 안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글을 거의 모두 수록해 안양 문단의 현주소를 확인시켰다. 52인의 작품(시 34편, 시조 7편, 수필 4편, 동화 2편, 장편소설2편, 소설 2편, 평론 1편)은 종래 지역 문예지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데, 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장인 김대규 씨는 "예술의 본령은 조직 강화나 행사성 수업 수행이 아니라 개인적 인생의 참된 고뇌의 결과로 빚어지는 창작에의 순수한 정열"이라고 자신들의 문학관을 강조했다.

「안양문학」의 창간을 계기로 지역문학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난관들도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타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양의 문학은 동인지「시와 시론」때(1958년∼1972년)부터 부러움과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향토 문학의 표본적 사례로까지 평가받은 바 있는 이들 동인들은 지역 문학 동인지로서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장기간의 명맥을 유지하며 만만치 않은 문학성을 겸비해 왔다. 그 후로 29권의 동인지를 내었던 시울림이나 수리시동인회, 여성문우회, 근로문학동인회, 잉벌시조문학회, 기호문학회 등 개성적인 문학 활동을 해온 안양의 문학 동인들은 안양문학을 논하며 빼놓을 수 없다.

연극

제2회 춘천 인형극제와 부활된 광주 학생연극제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안겨준 제2회 춘천인형극제(8월 14일∼18일)가 막을 내렸다. 국내외 유수 인형극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친 이 인형극 페스티벌은 춘천시와 춘천인형극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춘천 시내의 실내 및 야외 공연장 8개소에서 63회의 공연을 가졌다.

1989년 처음 열린 이 축제를 국제적 규모를 만들기 위해 춘천인형극제 집행위원회는 전야제, 인형극 포스터 및 인형전시회, 인형극 세미나, 인형극인회, 축제공연을 갖기도 했다.

국내 참가 극단으로는 공간인형극회(대전), 꼭두극단 각시탈(광주), 교육극단 사다리(서울)등을 포함한 12개의 프로 팀과 경원인형극회 넋(경기), 광주대동심인형극회(광주)등을 포함한 5개의 아마추어 팀이다. 외국의 극단으로는 소련의 레닌그라드 인형극장, 캐나다의 웬디 인형극장, 대만의 이완젤 인형극단, 일본의 다카스 인형극단과 이무라 준인형극단, 미국의 신비한 달빛극장 등이 참가했다. 이틀간 열린 세미나의 주제는 '인형극과 어린이 언어'로서 어린이들이 연극을 보며 언어 구사 능력을 터득하게 되는 과정의 중요성이 논의되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전국학생연극제(1956년∼1975년)가 15년만에 부활된다. 학생의 날에 즈음해 당시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주최로 열렸던 이 연극제는 해마다 전국에서 10∼20개 극단이 참가, 열띤 경연을 벌인 전국 최대의 학생 무대였다.

광주 학생연극제는 그간 우수한 연기인들을 다수 배출하면서 지방 연극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학생독립운동의 숭고한 얼을 되새기는 구실을 했다. 연극협회 광주지부가 올해 중점 사업으로 학생연극제 부활을 택해 광주시 등의 지원을 얻어 성사시킨 이 연극제는 현재 운영위원회 구성, 자문위원 위촉 등의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

학생연극제 부활을 환영하는 시민과 연극인들은 알찬 운영을 당부했는데, 현재의 파행 교육에도 학생연극제는 좋은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소극장 페스티벌이 준비되고 있다. 소극장 우수 기획 프로그램으로 선정, 문예진흥원으로부터 400만원의 진흥기금을 지원받은 광주 소극장 페스티벌(9월 19일∼30일)에는 예술극장 터, 오늘, 코스모스 등 광주의 3개 극단이 참가하여 열연하게 된다.

예술극장 터의「홍당무」(J.르나르 작, 윤미숙 연출), 코스모스의「결혼」(이강백 작, 윤여송 연출), 극단 오늘의「달라진 저승」과「병사와 수녀」등 출품작은 모두 4편이다.

극단마다 4일씩의 일정으로 하루 한 차례씩 20, 30대의 젊은 연극인들이 새로운 차원의 연극적 세계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음악

인천 미추홀의 도서지역 순회 연주회 / 대전서 활기 띠는 피아노 연주회

섬지역 주민들에게 감미로운 선율을 전해준 연주회가 관심을 모았다. 인천 미추홀 예술진흥회 주최의 이 연주회(8월 18일∼21일)는 대부도, 영흥도, 대적도에서 3회에 걸쳐 펼쳐졌다.

서울 중심의 공연 현실에서 탈피, 음악 문화를 골고루 보급하여 모든 국민이 문화의 향수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연주회는 문화예술진흥회와 옹진군이 후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서울시립대 교수), 첼리스트 한성환(인천시향 수석단원), 피아니스트 이택림(서울예고 강사) 등을 비롯한 국내의 유명한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참여했다.

미추홀 예술진흥회는 1986년 창립 이후 70여회의 연주회를 기획하여 추진했으며, 농어촌, 공단, 탄광, 도서지역 청소년들과 주민들을 위한 무료 연주회를 수차례 개회해 주민과 음악인들의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연주회 역시 "한여름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일하는 도서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수를 위해 준비했다."고 미추홀 예술진흥회장 김경화 씨는 말했다. 베토벤의「로망스 제2번」, 그라나도스의「스페인 무곡 제5번」, 생상스의「백조」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섬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대전 지역에서 2대의 피아노 연주회가 대중화되고 있다. 연주 영역이 확대되면서 외국 연주팀이 대전 지역을 다녀가는 등의 추세로 2대의 피아노 연주 무대가 잇달고 있는 실정이다.

몇 차례의 2대의 피아노 연주회를 가졌던 임종아 씨와 허성희 씨의 연주회(9월 3일 대전 시민회관)를 비롯하여, 목원대 피아노과 교수 연주회(9월 8일 대구 어린이회관), 목원대 음악부 학생들의 연주회(10월 11일∼13일)가 연달아 있을 예정이다.

임종아 씨와 허성희 씨의 경우는 이번이 2번째 함께 연 연주회이며 같은 악기끼리 어우러지는 독특한 앙상블이 기대를 능가했다. 9월 3일 이들이 연주한 곡목은 생상스의「쉬트 1번」, 다리위스 미요의「스카라므슈」, 바르톡의「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등 4곡이며 타악기는 이종협 씨 등이 협연했다.

또한 대구 어린이회관에서 열린「목원 듀오 피아노 콘서트」는 민경희 교수를 비롯한 8명의 교수들이 출연,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목원대 학생들 24명이 출연, 3일간 연주할 2대의 피아노 연주회 역시 피아노 교육과정의 한 부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수 연주회와 학생 연주회를 기획한 민경희 교수는 "듀오는 독주에서 맛볼 수 없는 특유의 앙상블이 가능하며 연주방법, 표현방식 및 서로 다른 음악적 개념에 대해 파트너끼리 세부 사항까지 합심함으로써 교육적 가치가 높다."며 2대의 피아노 연주회의 교육적 가치를 설명했다. 그러나 레퍼토리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 난점으로 지적된다.

무용

창작무용으로 형상화된「생불화」 / 화려한 입성 꿈꾼 광주 발레

제주도립민속예술단의 창단 기념 무용극「생불화」가 8월 30일 하오 7시 30분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생불화」는 무속 신화로 전승되어 오던「불도맞이 놀이」를 창작무용극으로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생불화(生佛花)로 상징되는 삼승 할망과 악의 꽃으로 상징되는 저승 할망과의 갈등을 주제로 하여 생불화가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예회관 개관 2주년 기념 공연 작품이다.

제주교대 조영배 교수가 구성, 작곡을 맡았고, 무용가 김희숙 씨 안무, 무용협회 제주지부 최창훈 씨가 연출했다. 제주도의 전통 노동요와 무속음악을 소재로 한 음악 제작에서부터 전통 춤사위를 발췌하여 개발하고 있어 그 의미를 한층 가중시킨 것으로 평가된「생불화」는 3막 13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막「어느 시골 바닷가」의 제1장은 시골 바닷가와 시골집을 주제로 한「검은 꽃 독무」가 펼쳐졌다. 제2장「사랑의 2인무」와 제3장「출산의 독무」, 제4장「무속의 군무」를 통해서는 고보재기 부인의 잉태의 축복, 출산의 고통 등이 표현되었다. 제2막「사랑의 2인무」에 이어진 제3막「옥황다리」는 제9장「흰 꽃의 독무」를 시작으로 하여 제13장인「탄생의 대군무」에서 인간의 화평을 노래하는 대합창 군무가 극에 달할 때 서서히 막이 내렸다.

광주시립무용단이 '90전국시립무용단무용제'(9월 6일∼9일)에서 공연한 작품은「돈키호테」이다. 국내 첫 전막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던「돈·키호테」는 여관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사랑을 발레로 엮은 것으로서 '한국발레 50년의 역작'으로까지 불리어졌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의 시립 무용단들이 참가한 '90전국시립무용단무용제'는 각 무용단체들의 창작무용으로 치러졌다. 안무를 맡았던 박금자 씨(광주시립무용단 단장)는 광주가 한국 발레의 한 획을 긋고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하루 5시간씩 맹훈련한 그들의 기량은 종래 광주시립무용단의 수준을 능가했다.

올해의 무용제처럼 각 시·도 단체들이 다양한 장르의 춤판을 펼친 적은 일찍이 없었으며, 올해는 특히 지난해 참석하지 못했던 서울시립무용단까지 합세했다. 이 무용제에서 서울시립무용단은 산업사회 속의 인간성 상실의 극복 의지를 담은「유리 도시」를 공연했으며, 창원시립무용단은 사랑과 양보의 미덕을 촉구하는「빛」을, 대구시립무용단은「긴 여행」을 공연했다. 대전시립무용단의 참가작품은「길」이며, 인천시립무용단은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

인의 의식을 그린「서 있는 계절」을 공연했다.

전통

맥 끊길 위기의 강릉 관노가면극과 제22회 경주 신라문화제

강릉 단오제의 관노가면극(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기능 보유자가 15년이 지나도록 지정되지 않아 전통문화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강릉 지역의 문화계를 비롯한 일반인들까지 관노가면극의 보존을 위해 자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기능보유자가 없는 전승은 거의 불가능하다.

제례와 무속 관노가면극이 혼합되어 종합적으로 행해지는 강릉 단오제(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는 문화재 지정 당시 관노가면극부문에 김동하 씨(당시 85세)를 기능보유자로 지정했다. 지정시 이미 연로했던 김동하 씨는 오래 전에 타계했으나 기능 보유자는 15년이 넘도록 재지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탈놀이 중 유일하게 무언극인 관노가면극은 토착성과 역사성이 강하여 1910년 한일합방 때에 중단되었다가 60여년만에 어렵게 복원되었다. 이처럼 어렵게 문화재 가치를 인정받은 관노가면극은 1985년부터 권영하 씨가 유천동민을 중심으로 관노가면극 보존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민간 차원의 계승에 들어갔다.

그러나 6년째 묵묵히 관노가면극의 맥을 이어오던 유천 동민들의 의욕 상실로 해체 위기에 처해 있어 기능보유자 재지정이 절실한 실정이다.

신라 천년의 민족문화를 되새기는 제22회 신라문화제가 10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경주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성덕대왕 신종(에밀레 종)이 22번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7개 부문의 32개 종목에 걸쳐 축제의 한 마당을 이룰 이번 행사는 오랜 연구와 고증 끝에 제작한 김춘추 행렬이 경주 시가지를 누비게 되어 그 어느 해보다 뜻깊은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문화제는 올해부터 경주시와 신라문화선양회가 주최하며 문화부와 서울신문사 등 여러 단체가 후원해 다같이 참여하는 문화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2억 6천여 만원으로 치러지는 신라문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동·서군 대항 줄다리기는 시내 중심지인 화랑로에서 남녀 시민 1만여 명이 참가해 화합의 한마당을 펼친다.

불국사에서는 신라 불교대영산제, 탑놀이, 호국제 등이 열리고 문무대왕 행렬, 화랑도들의 행렬, 금관 행렬, 왕과 왕비의 행렬 등 신라문화의 주역인 많은 행렬들이 시가지를 누비게 된다.

미술

대구 여름 화단의 작품전들 / 광주·부산 미술인 첫 교류전

한여름 대구 화단에는 젊은 세대들의 그룹전과 개인전이 열기를 띠었다. 10여차례의 젊은 세대들의 의욕적인 개인전 및 새로운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과감한 정신의 그룹전은 한여름 무더위를 무색케 했다.

이러한 현상은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이 전시 공간을 잡기 쉬운 때를 택한 점과 일부 화랑들이 신인들을 위한 기획전을 마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젊은 세대들이 경영하는 화랑 또한 동세대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했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개인전은 김순덕 시의 서양화전(8월 1일∼8일), 이명재 씨의 서양화전(8월 11일∼16일), 이종훈 씨의 수채화전(8월 14일∼19일), 박동철 씨의 서양화전(8월 9일∼15일), 권희숙 씨의 서양화전(8월 21일∼26일), 김성호 씨의 한국화전(8월 27일∼9월 7일), 진미숙 씨의 서양화전(8월 24∼30일)등이다.

이들 중 제8회 신호회 공모전 대상 수상 작가인 이명재 씨의 작품전은 토속적인 색채의 작품이 현실을 첨예하게 표출한 개성이 돋보였다. 김성호 씨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한 채색화를, 이종훈 씨는 지리산 풍경 등의 수채화를 선보였다.

교류전인 경북대 예대와 일본 니가시키 대학 교류전에는 양 대학이 전 장르를 망라한 작품들을 출품. 한·일 미술의 한 흐름을 읽게 했으며, 대구 산업 디자인 협의회전에는 대구 기업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광주·부산 지역 미술인들의 교류전이 광주와 부산에서 잇달아 개최되었다. 광주의 구상미술 그룹 무등회와 17년 전통의 부산 친우회가 손잡고 지역 미술인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한 이 전시를 위해 무등회와 친우회 회원 60여명이 양 지역을 오가며 지역 미술의 친선을 도모했다.

부산 지역의 전시회는 8월 16일부터 8월 22일까지 부산 시민회관 전시장에서, 광주 지역 전시회는 8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남도 예술회관에서 열렸는데 광주와 부산 미술인들의 교류전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문예진흥원으로부터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은 이 교류전은 양 지역 구상 미술의 흐름과 그 특징을 비교해서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같은 지방 미술인들의 교류전은 중앙집중식 문화 현상에서 탈피, 향토성을 강조하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이해의 장으로 의미를 부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