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개성으로 사진예술에 다가가는 포커스맨들 '모멘트F'
박영대 / 사진작가, 회장
무한한 바다와 그 속에서 오늘도 새롭게 날아오르는 갈매기에 대한 외경은 깊다고 해야 할까? 진지해야지, 좀더 진지해야지 하는, 스스로의 다그침은 새로이 태어나는 한 마리의 어린 갈매기처럼 조바심 나듯 두렵다. 하면 할수록, 접하면 접할수록 어려운 사진의 세계를 함께 느끼고자 뜻맞는 인원이 뭉쳐서 매월 정기 촬영과 품평회로 서로의 영상적 심미안을 높여가는 우리 서클명칭은 '모멘트F'이다.
각자 생활과 다양한 직업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사진이 좋아서 열심인 포커스맨들이다보니 각자의 아집과 편견에 치중되어 흐르는 것을 서로 보충해 가면서 독특한 개성을 엮어가는 밀알과 같은 열 사람의 모임이다. 만나서 모임 가진지는 비록 짧지만, 오래도록 각자 나름대로 사진의 길을 닦아온 사우들인지라 서로서로에게 작지 않은 보탬이 되곤해서 좋다.
동화적인 심상적 풍경에 심취하 K씨, 바다와 배를 오로지 사진에 담는 통통이 아빠인 K형, 무엇이든 발 빠르게 몸으로 부딪혀 뛰고 보자는 J씨, 큰 형님같이 뒤에서 살뜰히 회원들을 돌보시는 K님, 그리하여 고군분투 열심한 회원 속에서 더불어 낙오되지 않는 영상맨이 되어진다.
88년 11월 창립전에 이어 조만간 제2회 전시회를 꿈꾸고 있다.
그동안 준비해온 각자의 몫으로 부끄러움 없는 작품들을 내놓게 되리라 믿는다. 첫 번째의 부족함은 두 번째에서, 두 번째의 소홀함은 세 번째에서 챙겨가며 메꾸어 가다보면 인생 그 자체는 더욱 진지하지 않은가 싶다.
어린 시절, 삼천포 바닷가에서 자란 탓인지 그 무한한 바다가 좋았고, 그 바닷가에서 강인한 생명력과 자유로움의 비상을 날개짓 하는 새, 갈매기에 동행하고 싶어 십여 년 간 그들만 쫓아 카메라 포커스에 담기 시작한 후부터 누군가에 의해 붙여진 '갈매기 아빠'라는 호칭은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애칭인 셈이다.
겁도 없이 십여 년 간 카메라 영상에 담아온 갈매기들의 사랑과 탄생, 부화, 그리고 삶을 주제로 1986년 11월의 첫 개인전과 1990년 2월의 제2회 개인전을 갖게 되므로 조금은 더 친숙한 갈매기 생태에 접근도 해본 셈이다.
이제 또 다시 여행집을 꾸려야겠다. 나의 영원한 동반자 '갈매기'를 향해…….
서해안 무인도 '난도' 그곳에서 만난 괭이 갈매기. 그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평생 한 번 짝이 지어지면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짝을 바꾸지 않는 지극한 부부애와 알을 낳아 25여 일 암수 서로 품어서 새끼를 탄생시키는 부성애와 모성애. 새들에게 배우리라.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반자적 삶의 형태를.
급변하는 세계 정세는 지구 한 곳 침략과 전쟁으로 얼룩지고, 불안하리 만큼 참을성 없는 사회. 헐뜯고 내팽겨쳐진 오늘날의 도덕성 상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자연으로 다시금 돌아가야 함을 느낀다.
무리지어 둥지를 틀고 있는 서해 외딴 섬의 갈매기에게서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우쳐 배워야 하리라.
이제 나는 인간과 갈매기를 주제로 다시금 변신을 꿈꾸러 떠나야겠다. 때로는 엄습할 폭풍우도, 절벽 아래 푸르디푸른 파도도, 고도의 외로움도 이제는 두려웁지 않다. 우리의 친구 갈매기가 있는 곳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