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샤만춤과 참춤
정병호 / 중앙대 교수
우리는 한자로 '몽고(蒙古)'라 불렀기 때문에 보통 '몽고'라고 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말은 '몽골'이라 불러야 한다. 몽골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원(元)나라 때 징기스칸이 전 세계를 지배한 적이 있는 무서운 기마 민족이라는 인상과 우리 민족은 몽골 민족과 같은 몽골로이드 인종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 엉덩이에 푸른 반점이 있고 얼굴과 체격이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 몽골인들은 고려 때 우리나라를 침공하여 적지 않게 피해를 준 민족이다. 제주도를 70년간이나 강점한 적이 있어서 지금도 그 흔적을 '하루방'이라든가 '조랑말' 그리고 제주 사투리나 노래에서 볼 수 있다.
몽골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 있는 나라로서 지금은 우리나라처럼 남북으로 갈라져서 남쪽인 내몽골은 중국의 소수민족 자치구가 되었고, 북쪽의 외몽골은 70년 간 소련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2년 전에 풀려나 독립국가(몽골 인민공화국)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내몽골은 주로 중국말을 쓰고 있고, 외몽골은 소련 말을 쓰고 있을 만큼 생활 방식도 달라져 있다.
몽골은 방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어서 외몽골만 해도 우리나라의 17배가된다. 전 국토에서 반은 사막이고 반은 초원으로 되어 있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유목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농사가 발달하지 못했다. 아울러 과일이나 야채가 드문 나라이다.
필자의 몽골 여행은 우리 춤과 몽골 춤의 비교 연구에 목적을 두었다.
몽골 춤의 조사지는 내몽골인 경우 북경(北京)에서 18시간정도 기차로 가야 나오는 올도스 지방이었고, 외몽골인 경우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테레이지이', '태랜' 등 200킬로미터 안팎의 주변 마을과 울란바토르에 있는 '간단사(寺)'였다.
몽골 춤의 고증은 내몽골인 경우 보임바트 씨(몽고인, 중국무도협회 부주석 겸 소수민족무도학회장)였고, 통역은 조선족인 윤승규 씨(북경대학 민속학과 박사 과정 학생)였다. 외몽골인 경우 고증자는 '셉짓트인수헤바다흐'라는 긴 이름을 가진 중앙청년무용단 지도 책임자였으며, 통역은 김일성 대학을 나온 몽골인 수헤바달이라는 사람이었다.
몽골의 춤은 가면무극(허드그칭)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종교 무용과 궁정 무용들도 있었는데 공산 혁명 후부터는 점차 소멸되어 지금은 주로 서민들이 추어온 민속춤과 샤만춤(무속무용), 그리고 「참」이라는 불교 의식 춤과 일부 궁정 무용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몽골에서는 춤을 말할 때 '부지그'라 한다. 내몽골 올도스 지방에서 본 민속춤은「젓가락 춤」(사홈부지그),「술잔 춤」(혼다그부지그),「수건과 사발 춤」(아이부지그),「성황제(成隍祭) 춤」(아떼부지그) 등과 불교 무용인 「참」이다. 외몽골에서 본 민속춤은「씨름 춤」을 비롯하여 「짐승 춤」,「난장이 춤」,「유목의 춤」,「사람 접대하는 춤」과 같은 독무 형식의 춤과 집단 무용으로「말을 기르는 청년들」(마도천사도부지그),「우유를 짜는 춤」(살층부지그),「양털을 깎는 춤」(에루힛트부지그), 이밖에 청소년들이 노는 집단 무용과 동갑(同甲)들이 모여서 추는 기이한 민속춤도 있다. 또한 민속 무용화된「오르똔니부지그」,「하다엉부지그」라는 궁정 무용이 남아 잇다. 그러나 몽골 춤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춤은 역시「샤만 춤(무당 춤)」과「참」이라는 불교 의식의 가면무용(假面舞踊)이라 할 수 있다.
몽골하면 우선 샤만을 상기할 만큼 무속의 발원지라 할 수 있다. 외몽골에서 샤만을 전승시키고 있는 곳은 서북(西北)쪽 깊은 산중에 가야 볼 수 있다. 샤만은 기우제(祈雨祭), 자연과 동물 보호, 그리고 병 치료를 위한 의식을 담당한다. 샤만의 무구(巫具)는 주로 옷에 매단 거울과 방울, 칼, 북 등이고, 자연과 동물 보호를 위한 제의(祭儀)에서는 동물의 형용을 한 모자를 쓰고 춤춘다. 우리나라처럼 샤만은 제의(祭儀)의 사제자(司祭者), 병을 고치는 의술자(醫術者) 또는 주술사(呪術師)와 예언자(預言者)의 역할을 한다.
샤만춤의 기본은 신령과의 접촉을 위해서 광란(狂亂)상태와 망아(忘我)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에는 북을 치고 경을 읊으며 신(神)을 청하고 약무(跳舞)하면서 접선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춤과 주술은 제의(祭儀)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가령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의(祭儀)에서의 춤은 '허마'라 하여 입으로 각종의 신령 소리, 바람소리, 동물들이 우는소리를 내면서 동물의 춤을 춘다.
이 춤은 우리들이 말로만 들어왔던 토테미즘에서 나온 반인 반수의 춤으로써 샤만은 짐승의 탈(양, 말, 소, 사슴, 낙타, 여우, 늑대 등)을 쓰고, 짐승의 외양을 모방한 춤을 추어 샤만이 짐승이 되고 짐승이 샤만이 되기도 하는 등 주술적 행위를 통해 짐승과 샤만이 일체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일체가 되는 까닭은 서로 혈연적인 관계가 됨으로써 동물의 안정과 번식을 촉진시키는 주력(呪力)이 있기 때문이다.
기우제(祈雨祭)때의 샤만춤은 샤만이 몰입 상태에 도달하면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거나 높은 산 위로 올라가 천신(天神)과 만난다. 천신(天神)을 지상으로 내려뜨린 다음 청수(淸水)를 하늘과 땅으로 뿌리면서 춤을 추고 비가 내리게 해달라고 경을 읊는다.
샤만춤의 특징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제의(祭儀)에서 잘 나타난다. 샤만이 신령과 접선이 되면 환자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아본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그 해답은 거울에 나타난다. 병명이 나타나면 그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 환자가 악귀(惡鬼)에 의해 시달리고 있으면 악귀(惡鬼)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칼을 휘돌리면서 회무(回舞)와 약무(跳舞)가 계속되고 이어서 가지각색의 주술이 시작된다.
가령 칼끝을 위로하여 가슴에 대고 땅에 엎드린 채 빙빙 돈다든가, 불을 입에 넣어 먹어버린다던가, 불에 탄 곳에 뛰어들어 거기에 앉아서 견딘다던가, 칼을 혀에다 대고 베는 행동을 한다든지, 양에서 나온 피나 자기 몸에서 나온 피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의 몸을 치료하는 방법은 격렬한 춤을 추면서 칼을 가지고 병자의 가슴이나 어깨, 허리, 옆구리, 머리, 발, 입, 눈 등 곳곳에 있는 악귀(惡鬼)를 물리치는 주술 행위가 거칠고 전투적인 양상을 띠면서 몸 속에 잠재하고 있는 악령(惡靈)을 물리치고 제 정신과 제 육체로 돌아오게 한다.
이렇게 춤과 주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가운데 마치 한의(韓醫)가 진맥을 보는 것처럼 때로 맥을 보고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러한 샤만춤의 주술은 우리나라 제주도의 넋두리와 비슷하며 몽골의 샤만이 환자의 맥을 보고 치료하는 주술은 어쩌면 한의(韓醫)의 시조(始祖)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본다.
「참」은 라마교의 불교 의식에서 행한 추귀적 가면무용(假面舞踊)을 말한다. 「참춤」은 내몽골인 경우 올도스에 있는 징기스칸 능(陵)에 있는 사원(寺院)에서 보았고, 외몽골에서는 간단사(寺)에서 본 것이다. 그 내용은 같으나 배역에 있어서는 다소 외몽골의 춤이 다양했다. 「참」은 모든 재앙을 물리치고 풍년과 인간의 소원을 부처에 기원하는 뜻을 가진다.
옛날 같으면 그 규모가 커서 3백여 명의 집단 무용으로 행하였다 한다. 외몽골의 박물관에 전시된 고불화(古佛畵)에도 이「참」의 형태가 나와 있고 승려들의 이야기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참」에 쓰이는 가면은 옛날 같으면 그 숫자가 2백여 개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분류해 보면 조류(鳥類), 동물류(動物類), 노인류(老人類), 불상류(佛像類), 마왕류(魔王類), 티벳인 류(類) 등 여섯 가지이다. 예로서 조류 가면은 매와 기러기와 같은 것이고, 동물 가면은 사자, 호랑이, 말, 소, 사슴(암컷, 수컷) 등이다. 노인 가면은 백 노인과 검은 노인의 두 가지가 있고, 불상 가면은 옛날에는 20여 종이 넘었다 한다.
그리고 마왕 가면은 빨간 마왕과 검은 마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참」에서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고 연기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티벳인(人)의 흑모자(黑帽子)라 한다.
「참」의 가면은 대체적으로 사람의 얼굴보다 두서너 배 커서 가면의 무게가 32㎏ 정도가 되며, 마왕과 불상은 가면에 눈이 3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는 이마에 붙어있고 눈은 사람의 속마음을 보는 것이고, 그 밑에 있는 눈은 밖에 있는 세상을 내다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눈은 눈알이 크고 툭 튀어나와 무섭게 보이며, 또한 입이 벌어져 있고 이빨이 위 아래로 4개가 길게 뻗어 있어서 마치 귀신처럼 무섭게 생겼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참춤」은 우리나라 가면무용처럼 과장형식(科場形式)을 가지고 있다. 예로서 첫째 과장(科場)은 「아위트」라 하여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복을 주는 춤이며, 둘째 과장(科場)은「사자나」라 하여 악을 물리치는 것을 나타낸다. 셋째 과장(科場)은 「마두롱」이라 하여 토신(土神)을 달래는 춤을 춘다. 넷째 과장(科場)은 「샤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말이나 양들에 재앙이 없도록 악귀를 몰아내는 춤을 춘다.
「참춤」의 동작은 주로 장삼(색동저고리)을 어깨에 매고 뿌리는 동작을 비롯하여 장삼을 감았다 뿌리는 동작, 앉았다 발 벌리고 일어서서 양팔을 옆으로 벌려 의젓한 모습을 하는 동작, 거칠게 휘젓는 동작, 제자리에서 시계 돌아가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동작 등이다. 그런데「참춤」의 춤사위는 기본적으로 티벳의 불법(佛法)에 나타난 법문을 동작으로 나타내는 것인데, 그 내용은 주로 천지(天地)와 자연을 찬미하는 뜻과 악을 몰아내고 선을 받아들인다는 뜻, 그리고 악귀를 물리치는 전투적인 뜻, 그리고 기원 드리는 불상의 상징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몽골의「참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의 처용무(處容舞)를 보는 것 샅은 착각을 할만큼 유사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동작과 탈의 표정에서 호탕하고 장중함이 같았고 또한 춤의 기능이 축귀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헌 기록에 나타나듯이 고려 때의 나례(儺禮)에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이들에게 가면을 씌우고 붉은 치마를 입혀서 황금으로 된 눈이 붙은 무서운 가면을 쓰고 축귀했다는 것과 유사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몽골의「참」과 고려시대의 나례(儺禮), 그리고 그 춤이 궁중정재(宮中呈才)가 된 처용무(處容舞)와는 축귀무의 원류를 찾는데 있어서 비교 대상이 된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