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Technology)와 극장예술
이태섭 / 무대예술가
시작하는 말
2000년을 앞으로 9년 남겨두고 우리는 TV 앞에서 인공위성에 의해 중계되는 전쟁놀이를 즐기고 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전쟁을 즐기고(?) 두려워하고 더러는 슬퍼하고 있다. 걸프전쟁에서 보여주고 있는 하이-테크의 전쟁장비와 매스미디어의 힘은 미래가 고도의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더욱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하이테크의 시대속에서 극장예술은 어떤 위상을 갖고 어떤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 극장들은 그 위상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 낼 것인가 ? 그리고 하이테크는 극장문화의 발달을 후퇴하게 만들 것인가 ? 아니면 극장예술의 기원이라는 제의식의 귀환을 통해 아주 인간적인 형태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 이런 모든 질문들은 현대의 공연예술 종사자 모두에게 막연한 기대와 불안을 함께 느끼게 하고 때로는 고도의 기술사회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과연 미래의 극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라는 전제 앞에서 테크놀로지와 극장이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극장예술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발간되는 『THEATRE TIMES』는 「2000년에 어떤 일이 극장에서 일어날까 ?」라는 주제아래 뉴욕의 극장예술가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것을 요약하여 각자의 견해를 살펴본 후 각 분야의 기술 적용에 대한 실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마샬 메이슨(MASHALL MASON)-「서클 레퍼토리」극단의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 OF CIRCLE REPERTORY COMPANY)
고대 제의식에 기원을 둔 극장은 관객의 동원을 필요로 하였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제의식은 유행과 함께 변화해서 시대의 취향과 그 시대를 살아있게 반영할 것이다. 2000년에 개인의 비인간화는 계속되고 우리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휴머니티를 느낄 것이다. 이 같은 요구는 극장 예술속에 인간을 강조하는 것이 점점 더 강해지리라 생각한다. 이와 함께 기술의 발달은 입체 TV와 영화를 만들어서 실제 생활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리얼리티는 더욱 없어지게 될 것이다. 작가들은 인간 내부의 변화를 표현하는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고 그것은 아마도 독백의 사용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현대 사실주의 극에 코웃음을 치게 될 것이며 제4의 벽은 실제 경험을 요구하는 관객에 의해 불필요한 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다. 나는 음악이 관객과 교감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쓰여질 것이고 아마도 극작가는 관객이 같이 참여하는 극적 경험에 대해 생각해야 될 것이다. 희곡은 시간의 낭비를 막기 위해 단막으로 쓰여지고 공연될 것이며 3-D영상인 홀로그랙픽 공연(Holographic Performance)이 실연하는 배우와 함께 공연될 것이다. 공연 티켓은 집에 앉아서 표를 사고 좌석을 배정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역시 우리들의 잠재적인 욕구에 의해 밤이면 집을 나가 극장에서 현대적인 제의를 즐길 것이다.
버나드 거스톤(BERNARD GERSTEN)-링컨센터 극장의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OF LINCOLN CENTER THEATER)
테크놀로지, 내가 보기에 그것은 심각하게 극장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조명의 4위치보드가 아주 가볍고 작게 발달했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26명의 배우가 『햄릿』공연을 위해 필요하다. 컴퓨터는 매표소나 회계장부 정리에 더욱 필요하다.
윅크햄 보일(WICKHAM BOYLE)-라마마 극장의 디렉터(EXECUTIVE DIRECTOR OF LA MAMA E.T.C.)
2000년대의 비디오와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를 자극하는 것으로 경쟁이 될 것이다. 극장에서의 작업은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기술을 잘 구사하는 것에 의해 결정이 될 것이다. 예술가들과 새로운 테크놀로지와의 협동작업이 극장에서의 흥분과 다양한 길을 지켜나갈 것이다.
토니 월튼(TONY WALTON)-디자이너
나는 2가지 형태의 극장이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기술이 주는 잇점을 이용한 슈퍼하이테크(Super-Hitech)타입의 쇼(CHESS, CATS, STARLIGHT EXPRESS)그림1)와 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극장에서 점점 다른 매체의 가능성을 제거시키는 노력이다. 영화나 TV를 닮지 않기 위해 극장은 희망적으로 상상력과 창조력, 발명의 진실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고텀 다스굽타(GAUTAM DASGUPTA-공연예술저널의 발행인 겸 편집인 GO-PUBLISHER / EDITOR OF PERFORMING ARTS JOURNA)
오늘날의 극장예술가들이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때에는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먼저 테크놀로지의 정의가 내려져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조명을 단지 테크놀로지로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무대와 객석을 백색의 조명으로 밝혔다. 그것은 매우 명석하게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예이다. 그는 테크놀로지를 이론적 체계 위에서 사용했다. 오락적 성격의 테크놀로지가 많은 시간을 파괴하고 있는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람들의 철학적 이해의 결핍이다.
제리 잉글바흐(JERRY ENGELBACH)-「소호 레퍼토리」극단의 예술감독(CO-ARTISTIC DIRECTOR OF SOHO REP)
많은 극장예술의 형식들이 사라졌지만 좋은 연극작품들은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영화나 TV로 제작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공연물들은 초기 무성영화보다 미숙하게 만들어진 인상을 갖고 있다. 연극은 거리를 두고 관객이 바라볼 뿐이지만 영화는 클로즈업과 커팅, 카메라의 움직임을 이용해 좀더 가깝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무대 위에서의 배우가 TV나 영화를 빌어 연극적인 형태를 기록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지 않는다. 나는 실제 공연이 홀로그래픽 레코딩(Holographic Recording)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11년 동안 연극을 해왔다. 영화제작은 매우 비싸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연극은 단지 전구와 의자만이 필요하다. 그것 때문에 극장은 존재가치가 있다고 본다. 연극은 관객과 함께 있다. 그것은 대체될 수 없다. 극장은 소수를 위해 지켜나갈 가치가 있다. 미래에도 역시 변할 것이 없다. 그 때에도 역시 옛날 냄새가 나는 곳에서 빈사상태로 다른 것과 별 연관 없이 유지될 것이다.
극장에서의 새로운 움직임
-현대 미디어 디어터(CONTEMPORATY MEDIA THEATER)를 중심으로-
미디어 테크놀로지(Media Technology)로서의 필름과 비디오 그리고 굉장한 음향장비는 실험적인 극장예술에서 전매 특허가 되고 있다. 「스쿠아트 디어터(Squat Theater)」의 『DREAMLAND Burns』는 극장과 영화화의 긴장을 보여주는 예로서, 「우스터 그룹(Wooster Group)」의 『Hamletmachkine』,『The CIVIL Wars』그림2),「임파시불 디어터(Impossible Theater)」의 『Social Amnesia』그림3),「마보마인즈(MabouMines)프로덕션」의 『Hajj』그림4),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의 『Empty Space』와 핑총(Ping Chong)의 『The Angels of Swedenborg』그림5)와 같은 작품들이 실험적인 조명의 정교함과 전자장비에 의한 음향의 변조나 증폭 그리고 비디오그라피(Videography)와 필름, 전통적인 세트와 의상의 새로운 해석을 언어와 합성시킴으로써 시각과 청각의 자극을 요구하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식으로 다가온 것들이다. 문화적인 현상으로써의 이러한 작품들은 이제는 일반화됨으로써 더 이상 소외된 것들이 아니며, 사회적으로는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가정과 은행, 그리고 직장과 같은 일상에 기초를 두고 우리의 기술사회(Technological Society)를 그들의 작품 속에 반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는 개인적인 주체성과 상상력에 대한 대중매체의 영향을 그들의 작품에 새겨놓고 있다. 언어학적으로 그들은 문학적인 것들의 사양과 함께 비디오게임과 교통표지판 같은 범세계적인 기호와 심벌을 전달매체로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형식은 특수한 현대적인 시청각에 대한 지각을 가진 관객들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의 미디어 디어터를 감상하는데는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은 마치 차를 타고 가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필름이 연극적인 프로덕션에 사용된 것은 1927년 베를린의 캐럴 카펙(karel Capek)의 「R.U.R.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실제배우와 영화가 함께 공연된 것이 그 첫 번째 시도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후면투사(Rear Projection)되는 필름기술을 너무나 새로운 것이어서 화재의 위험을 경찰이 우려했기 때문에 당시 디자이너인 프레데릭 키슬러(Frederik Kiesler)는 스크린 위에 물탱크를 설치하였고 영상은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스크린 위에 투사되었다고 한다. 그 뒤 영상 매체의 사용은 수없이 극장공연에 쓰여지고 그 기술은 발전되어 왔다. 미국의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은 시간의 정밀한 계산과 장대한 세트디자인 그리고 과장된 크기의 물체들과 같은 아주 개인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실물화시킴으로서 관객의 감정과의 교감을 추구하고 있다. 『The Golden Windows』의 거대한 바위와 『Einstein on the Beach』그림6)에서의 공중에 뜬 빛줄기, 『The Forest』에서의 환경음향(Environmental Sound)의 사용, 그리고 조명의 정교한 사용과 필름의 도입은 일찍이 필름이 극장공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시노그라퍼(Scenographer)주1) 조셉 스보보다(Josef Sovovoda)를 연상시킨다. 어떤 미디어 디어터는 다른 차원에서 테크놀로지를 무기로서 사용하고 있다.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은 현대기술 사회의 정글 속에 파묻혀 사는 현대생활을 독백과 노래 그리고 전자 음향합성 장치와 필름과 슬라이드를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임파시블 디어터(Impossible Theater)」의 『Social Amnesia』는 9대의 프로젝터와 디졸브 시스템(Dissolve System)을 이용하여 정치와 사회적 비평을 공연 속에 담고 있다.
미디어 디어터에 있어서 제스츄어, 이미지, 음악, 리듬, 테크놀로지의 사용은 말과 똑같은 무게로서 취급되어지고 있고 공연 그 자체가 텍스트(Text)로서 일상에서 채택된 모든 표시에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
미디어 디어터는 현대연극(Modern Drama)의 몰락과 현대극장(Modern Theater)의 부상을 연상시키고 있다. 미디어 디어터의 등장은 미국의 20세기 자연주의(Naturalism : O'Neill, Williams, Miller)와 가장 큰 적수였던 부조리극(Beckett, Ionesco, Genet)과의 패권경쟁을 깨버렸다. 현재 자연주의 극이나 부조리극으로 극장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고대 그리고, 일본, 셰익스피어와 브레히트의 연극적 힘이 추가되었고, 극장의 목적이 매일의 생활 속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가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게 되었다. 그것은 현대극장예술의 지배적인 형식으로서 단순한 현실재현에 종식을 고하는 신호였으며 또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을 극장에 소개시켰다. 모든 현대 미디어 디어터는 포스트모더니즘 비평의 확장과 극장예술의 새로운 연습과 영화와 TV와 록(Rock)뮤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극장예술가들은 말과 노래와 이미지와 테크놀로지와 동작의 재결합에 도전하게 되었다. 진정한 도구로서 미디어(Media)는 공연예술에서 보다 힘있게 응용될 것이며, 이러한 기계와 인간의 형이상학적 싸움은 베케트의 메마른 황무지나 60년대와 70년대의 안무가나 미니머 예술가들이 사는 캄캄한 밤중을 연상시키는 것이 아닌 풍부하고 밀도 있고 살아 숨쉬는 테크놀로지의 응용과 정보를 활용하여 연극을 변화시키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협조자로서의 컴퓨터
극장의 디자이너들은 무수한 업무와 자료의 처리를 위해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의한 기술적인 도면작업과 조명플롯(Light Plots)과 장비계획표(Instrument Schedule)와 큐-시트(Cue-Sheets)를 만드는 일이 이제는 일반화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디자이너인 로빈 와그너(Robin Wagner)는 뮤지컬 「체스(Chees)」에서 12개의 삼면판(Periaktoi)를 움직여서 47개의 장면을 구성하였는데, 그 움직임의 복잡함을 설계하는데 컴퓨터를 이용하였다. 1984년 Apple Computer에 의해 매킨토시 PC가 소개되면서 보통 수준의 디자이너들도 컴퓨터의 사용이 쉬워졌고 이제는 단순히 자료를 꺼내보려는 차원을 넘어서서 CAD(Computer-Aided Design)를 이용하여 디자인 작업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세트 디자이너는 3-D 모델링 방법을 통해서 가구와 몰딩의 형태 그리고 축을 이동해가며 무대 위에 세워질 세트를 미리 컴퓨터에 의해 검토해 볼 수 있다.그림8) 의상디자이너도 여러 패턴을 모델에 적용시켜 그 조화를 체크해 볼 수 있다.그림9)
조명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기여-컴퓨터화 된 조명
극장에서의 협동예술(Collaborative Art)은 극장적 요소의 일치된 종합으로 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조명은 모든 요소 중에서 가장 기술적인 분야이다. 가장 초보적인 효과를 얻으려한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전기이론과 어떻게 빛이 무대 위에서 굴절되고 반사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센스가 필요하다. 조명은 촛불의 광원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가스에 의한 조명을 거쳐서 전기에 이르렀으며 컴퓨터 콘트롤 보드에 의한 조명의 조절과 시간의 통제는 가히 혁명적이다. 컴퓨터화 되어 있는 조명은 아주 정확한 시간과 밝기를 기억하여 자연스럽게 빛이 흘러가도록 한다. 이제 컴퓨터가 내장된 조명기들은 밝기(Intensity)와 초점(Focus), 각도(Angle)와 아이리스(Iris)와 조명필터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컴퓨터조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무대장치에 있어서도 평면적인 그려진 세트를 벗어나 입체적인 세트로 만들어지는 것도 조명의 발달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소리로 채워지는 극장
바빌로니아의 전설 속의 미친 Gilgamesh 왕의 이야기에 기초를 둔『The Forest』가 1988년 BAM(Brooklyn Academy of Music)에서 로버트 윌슨과 데이빗 번(David Byrne)의 음악으로 공연되었다. 이 공연에서 독일의 사운드 디자이너인 한스 피터쿤(Hans Peter Kuhn)은 그의 작업을 환경음향(Sound Environment)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나는 환경음향이라는 말을 연출가나 시각예술가들이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따와 사용했다"고 그는 말한다. 쿤은 환경음향을 위해 2막의 공장장면그림10)에서는 8개의 스피커를 무대 위에 그리고 16개의 서라운드 스피커를 객석에 장치하였고, 8개의 트랙 위에 8개의 각각 다른 기계소리를 넣었으며 그것을 8개의 분리된 스피커에 의해 객석으로 전달되게 하였다. 새소리는 객석의 스피커로 흘러나오도록 디자인되어졌기 때문에 마치 관객은 숲 속이라는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받도록 디자인되었다. 3막에서 배우는 무선마이크와 함께 쇠로 만든 솥에 앉아있고, 그의 입으로부터 돌을 뱉어서 그것을 쇠에 떨어뜨리면 컴퓨터는 유리 깨지는 소리를 동시에 싱크로나이즈(Synchronize)시켜 내보내도록 하는 일을 돕는다. 최근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City of Angels』는 그 동안 레코드업계나 영화에서 사용되어 온 디지털 편집시스템(The Audio Digital Workstation System)을 사용하여 잡음 없는 깨끗한 소리로 현장감을 살리고 정확하게 큐(Cue)를 만들며, 소리의 수정과 대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음향이 극장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등장한 것은 이제 소리가 단순히 음의 확장에 의해 전달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소리로서 입체적인 체험을 요구하는 현대관객의 욕구에 의한 것이다. 사운드 디자이너(Sound Designer)라는 타이틀을 쉽게 극장의 팜플렛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U.C.L.A. 연극과에 음향을 전공부분으로 개설한 예는 극장에서의 소리가 갖는 중요함을 말해주는 예가 되고 있다. 음향부분의 가장 혁명적인 발명은 음악적 테크놀로지인 MIDI(Musical Instrumental Digital Interface)의 발명이다. 작곡가 홀리 게원터(Holly Gewandter)그림11)는 MIDI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MIDI는 언어와 같다. 마치 불란서 말이 언어이듯이, 이것은 당신의 선택과 많은 다른 소리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으며, 이것은 소리를 내는 장비들이 각자 디지털로 말하게끔 하는 기본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MIDI 데이터는 또한 컴퓨터에 저장되고 다시 플레이 백(Playback)될 수 있고 조절될 수도 있다. MIDI 소프트웨어의 범위에는 단순한 레코딩과 플레이 백(Playback)기능, 복잡한 악보의 기록과 편집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MIDI는 많은 다른 음향장비와 다른 소리들을 합성시킬 수 있으며 이 세상에 전혀 존재치 않았던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짖는 개들을 위해서 4중창을 작곡하고 그것을 위해서 현악기로 구성된 반주곡을 만들어 내고 쓰레기통을 두들겨서 드럼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MIDI는 경제적이다. 10년 전에 몇십만 불씩 하던 장비들이 이제는 그와 같은 성능을 지닌 야마하 CVSM과 야마하 DX신서사이저(Synthesizer)와 같이 천불 미만에 구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음악적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작곡을 가능케 하였다. MIDI는 많은 공연에서 깨끗한 음질과 함께 그들의 오리지널 음악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극장은 어디에 있나
"한국보다 더 못사는 나라에서도 테크니컬 리허설(Technical Rehearsal)은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 전 한국에 다녀간 어느 외국 디자이너가 한국 연극지에 기고한 애정 어린 충고의 한 구절이다. 사실 우리들의 극장에서 테크니컬 리허설을 여유를 갖고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한곳도 없다. 어떻게 질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 이렇게 기술적인 이해가 없이. -지금까지 본 원고에 나열된 부분들은 사실 한국의 현실과는 많은 부분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기술은 다른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것에 비해 하이테크로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한국공연예술의 낙후성은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는 예술가·예술교육가·예술행정가의 부족과 극장 기술자들의 전문의식(Professionalism)결여 그리고 예술교육이 너무나 추상적으로 이루어져 왔음에 기인한다. 공연예술학과들의 교육과정도 프로덕션 위주의 교육으로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2000년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한다. 현재로서는 너무나 비관적이기 때문에 ….
맺는 말
현대 연극에 있어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유령은 여러 가지 형태로 등장할 수 있다. 때로는 인간으로서 때로는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어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창조된 소리에 의해서, 극장은 하이테크 시대속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예술이고 인간교류의 마지막 보루이다. 극장이 더 이상 열정과 발전된 형태를 지키지 못하고 소멸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극장은 변화하고 있고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연극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곳에 좋은 직업이 없음에도, 아마 그것은 인간의 유전적인 것에 기인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