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분장의 실태와 앞으로의 전망
손진숙 / 분장예술가
분장의 시작
'화장한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미적 본능의 하나일 것이다. 그 시대는 대단히 오래 전,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 아직 인류의 대다수가 야만시대를 벗어나지 않았을 때, 이미 나일강 연안 지방에서는 안료를 사용하고 화장을 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그때 안료의 대부분은 풀이나 나무나 열대식물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하였고, 초록이나 검정을 사용해서 눈의 표정을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초기의 화장은 주술적인 것이었고, '마의 제거'를 목적으로 했다고 한다. 화장은 전부 미용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마의 제거를 목적으로 해서 칠한 결과 거기서 미를 발견했다고 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렇게 원시공동체 속에서 화장은 마의 제거를 위한 방법으로 습관화되어갔고 농업의 시작과 함께 족장이 태어나고, 권력이 생겨남으로 해서 권력을 가진 자는 보다 많은 마의 제거를 위한 것을 하거나 몸에 지니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로서 권력의 상징화가 즉 화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작은 국가에서 큰 국가로 통합되고, 봉건사회가 확립되어 가는 역사의 흐름속에서 그 상징성은 보다 강해져 갔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양각색의 사회적 영향을 받아서, 화장은 미용으로서의 목적을 시작으로 해서 2차원적인 성격이 더해져 심리적인 표현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징성이나 표현성은 역사의 흐름속에서 내면으로 잠재화하고, 근세에서 현대에 걸쳐 미용성이 현재화해 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고대에 있어서 화장의 목적은 마의 제거를 위한 것뿐이었을까 ?
원시 공동체 속에서 민중일반의 기도이기도 했던 예능에, 권력자(대리자)가 태어남에 따라 목적을 달리하는 또 하나의 예능이 더해지게 되었다. 결국 신을 받들고 신을 부르는, 마의 제거를 위한 목적 외에 다른 하나의 예능이 태어났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단순한 기도가 아닌 관객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부터는 단순한 춤이나, 미친 듯이 날뛰는 춤만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이야기성이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여기에 소도구라고 하기보다는 화장에 가까운 가면이 태어날 필요성이 있었다고 생각되어진다.
가면은 다른 소도구와 함께 역할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신 그 자체 혹은 정신의 수단이기도 했다. 화장도 또한 가면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용상의 불편함과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부터 그리고 휴머니즘의 발달과 함께 가면보다는 화장이 점점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화장에는 마의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이외에, 접신의 수단으로서의 화장이라고 하는 다른 목적성이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접신을 목적으로 하는 화장은(무대분장의 원류라고 생각되어지지만,) 원시 공동체로부터 대리자가 태어남에 따라 본래의 목적 외에 배우가 권력자에게 보인다고 하는 목적이 생겨나고, 예능은 신 이외의 관객이라고 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게끔 되어 연극성이 더해져 성격이 생기고, 그 때문에 화장도 그 역을 표현한다고 하는 표현성이 필요하게끔 되었다. 그리고 예능의 발달과 함께 화장도 또한 등장인물의 성격을 관객에서 전달하기 위한 시각언어로서의 표현성이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무대분장은 의식하든 않든 간에 관계없이 본래의 가면성에 미용성 그리고 화장이 본질로서 가진 표현성을 바탕으로 언어성을 부가시켜 나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분장
이렇게 시작되어 내려온 분장이 지금에 이르러 그 사용범위가 넓고 다양해져, 고전, natural ,mode, fashion 등의 make-up도 있지만, 크게 나누어 영화, TV, 무대분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무대분장은 오페라, 무용(고전 ,현대), 발레, 연극(리얼리즘 연극, 신파극, 표현주의 연극, 마임 등) 등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한편 무대분장에서도 기술적인 분류로는 첫째로 연기자의 얼굴을 무대를 위해서 표현하는Straight Make-up이나, 역할을 나타내기 위한 Character Make-up이 있고, 둘째로 안료를 중심으로 하는 Foundation이나 Lining color 등을 사용, 회화적 수법을 도입한 것(Two Dimensional Make-up), 셋째로 Nose Putty나 라텍스 등을 사용해서 얼굴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조작적인 것(Three Dimensional Make-up)이 있다.
물론 모든 분장의 기본이 되는 것이 리얼한 사실적인 분장이긴 하지만, 극단의 특성이나 공연되는 작품에 따라서, 혹은 연출방법에 따라서, 무대라는 특수성 속에서 많은 실험성과 상상의 힘으로 무대 미술의 한 부분으로, 다양한 분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겠다.
극단의 특성을 나타내 주는 것으로 일본의 『보총(寶塚)』을 들 수가 있다. 이 극단은 상업적 뮤지컬을 하는 곳으로 특징은 단원 모두가 여자이다. 그리고 이 극단만이 하고 있는 특수한 분장방법이 있다. Pink의 Base Color, 파란 Eye Color, 검은 아이라인, 길다란 속눈썹, 핑크의 입술 등 가극의 화려함과, 달콤함, 강함을 나타내고 있는 분장이다.
그리고 볼쇼이발레단의 경우, 분장도구는 Base Color의 도장 6∼8색과 10색 정도의 갈색, 청색, 적색 등의 Lining Color가 전부이다. 이들의 Make-up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액체상태의 풀로 눈썹을 지운다. 2. 코에 1의 풀(nose putty에 도량을 섞은 것)을 소량 뭍여서 2∼3㎝정도 높은 코를 만들다. 3. 바탕의 색을 칠한다. 이 도장의 색도는 흰색이다. 사라센의 기사나 백조의 호수 등의 개성이 강한 역할은 바탕색이 흰색이고 그 위에 회색이나 핑크를 살짝 엿보이게 한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도장색보다 어느 역할이건 흰편이다. 이것은 피부색에 의한 것일 것이다. 4. 코에 Nose Shadow, 뺨의 들어간 부분과 양 이마 옆에 갈색의 Shadow를 넣는다. 5. 회색과 갈색으로 Eye Shadow를 Sharp하게 넣는다. 6. 아이라인을 Lining Color의 검정으로 위쪽으로 치켜올리듯이 그리고, 아래쪽 선도 검정으로 눈에서부터 떨어져서 그린다. 7. 눈썹을 잎사귀 모양으로 이마를 향해서 치켜올리듯 그린다. 8. 흰 Powder를 얼굴 전체에 듬뿍 바르고, 여분의 분을 붓으로 털어 낸다. 9. 눈썹이나 아이라인의 선을 강조하고 덧그린다. 아래쪽 라인은 회색을 보충해 넣는다. 10. 입술은 구각을 약간 처져 보이게 선을 넣는다. 11. 목 근육의 선을 강조해서 그림자를 넣는다.
대강 이상과 같은 순서로 분장이 된다. 우리가 봐서 충분히 높다는 생각되는 코에, 또 덧붙이는 코는 놀라운 지경이지만 그러나 객석에서 봐서 옆얼굴이 Sharp하게 나와 보일 정도라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도구도 포함해서 굉장히 낡았다고 생각되는 분장방법이지만 이것이 이 발레단이 가지고 있는 전통의 측면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Lindsay Kemp Company의 경우, 빅 퍼레이드에서는 출연자 전원이 하얀 바탕색을 칠하고 눈썹, 아이라인, 입술 모두 검정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 무대의상도 모노 톤이다. 이 무대는 무성영화에서 소재를 얻어서 이러한 연출방법을 택했다 한다. 캠프는 흰 도장에 아이라인 등을 검은색으로 그리고, 희게 칠한 귀의 안쪽까지 회색으로 그림자를 넣었고, 목이나 손에도 흰 도장을 칠했다.
또한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공연에서『로렌쯔 앗시오』(뭇세 작)의 예를 든다면 이 무대에서는 유럽의 17세기에서부터 18세기에 크게 유행한 남자의 화장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과장된 가발이나, 밧치라고 불리는 점, 얼굴을 희게 칠하고 짙은 핑크의 볼연지, 붉은 연지를 칠한 남자들의 수염, 승려들과 귀족은 남자도 여자도 볼연지를 둥글고 크게 넣고 이마에도 관자놀이를 향해 핑크의 Shadow가 선명하게 넣어져 있다. 남자들은 부드러운 소재의 프릴이 붙은 블라우스나 금, 은사가 든 바지모양일 때도 있으나, 대다수는 군복을 입었고 매니큐어를 칠한 남자도 있다. 승려는 붉은색으로만 된 법복에 화장과 타이즈나 구두까지 빨갛고, 구두에는 금색의 십자가가 수놓아져 있다.
여자처럼 허리를 비비꼬며 걷거나 하인은 큰 리본의 모양에 머리를 짜놓은 가발, 희게 칠한 얼굴에 회색의 조그만 입술, 하급 병사는 흰칠만으로 입술까지 희게 칠한 남자도 있으며, 신분이 높을수록 화장도 진해진다.
마치 당시의 풍자화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남자 화장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가, 자국의 혁명을 그린 역사극에 그 화장법을 도입하는 것은 뭐라고 해도 본고장의 강점이다. 그것은 의상이나 가발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마치 18세기의 의상 박물관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저 단순한 시대 고증적인 Make-up이 아니고, 왕당파는 짙은 화장, 공화파는 정상적인 화장, 민중은 햇볕에 타고 피곤한 듯한 Make-up을 나누어 사용해서 극의 등장인물들을 알기 쉽게 하고 있다.
또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요즘 많이 들 말하고 있는 특수분장이다. 지금부터는 분장에 있어서 특수 Make-up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특수 Make-up이라고 하는 것은 아직 그 개념이 불명확해서, 사람에 따라서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Make-up 이외의 것을 특수 Make-up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상처, 화상, 변형된 관계의 일부를 표현하거나, Old-age Make-up에서도 라텍스나 젤라틴을 사용하고 3차원적으로 주름 등을 표현하는 경우나, 괴물 등을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화장품 이외의 것을 사용한 Make-up을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의 것을 특수 Make-up이라고 하겠다. 주로 특수분장은 외국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고, 그 예로 『프랑켄슈타인』,『오즈의 마법사』,『미녀와 야수』,『노틀담의 꼽추』,『지킬박사와 하이드』,『작은 거인』,『혹성탈출』,『엘리펀트 맨』등 많은 작품을 들 수 있다.
현대는 특수 Make-up의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관계, 예산적인 문제, 분장사들의 일하는 자세, 시간적인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를 방해하는 요소도 많다. 그러나 착실히 기술을 닦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카데미상에 분장 부분이 첨가되면서 현저하게 Make-up의 특수기술이 클로즈업되고, 기본이 되는 Make-up이 소외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여 진다. 이 특수Make-up에서 개발된 많은 기술을 본래의 분장 기술에 더해서 보다 자연스러운 표현기술이나 소재의 개발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방향
지금까지 외국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았지만, 이렇듯이 국가의 특성이거나, 혹은 단체의 특성이거나 공연내용에 따라 다양한 분장이 가능함을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무대분장에서는 어떠한가. 물론 다양한 공연이 있음으로 해서만 가능한 일이긴 하다. 얼마전 극단 대중에서 한 『CATS』와 같은 공연은 분장 없이는 도저히 그 무대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분장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하겠다. 또한 『오즈의 마법사』라든가. 하지만 현재 우리의 무대는 다른 STAFF PART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특히나 분장부분에서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혹은 전문인이 없다는 이유로 생략되어지고, 천시되기까지 하고, 얼굴쯤이야 연기자들이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면 된다고 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저 일상적인, 배우의 얼굴이 돋보이기만 하면 되는 작품이라면 굳이 분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나, 무대미술이라든가 의상 연출방법에까지 사실적이 아닌 무대를 만들면서 얼굴은 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을 대할 때가 많다. 그러므로 좀 더 발전적이 무대, 분장이 있기 위해서는, 1. 분장을 하는 사람들의 확고한 의식과 연구 발전이 있어야겠고, 전문화가 필요하며, 2. 무대예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분장에 대한 좀더 폭넓고 새로운 인식을 갖추도록 해서 분장을 위한 토양이 마련되어야 하며, 3.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한가지 예로 거울 하나도 없는 이론수업을 하는 교실에서 100명이나 되는 학생을 가르치는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4. 다양한 공연물이 있어서 분장하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분장이 가능하도록 해야하며, 5. MASK에서 발전되어 온 화장(분장)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은 아직 탈만이 남아있다고 아는 실정이고 보면 국적이 있는 분장을 위하여 시대적인 고찰과, 우리의 탈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는 분장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