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지의 실태조사
권태현
우리는 가끔 신문 기사에서,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의 평을 읽는 경우가 있다. 또 어느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실릴 때, 그 작가의 작품이 어느 문예지에 수록되었는데, 그것이 화제가 되어 기사로 다루어진다는 내용을 볼 때도 있다. 특히 이름 있는 문학상이 발표되면, 그 작품이 실린 지면, 즉 문예지의 이름이 반드시 소개된다. 그런데 이런 기사나 문학상 소식을 통해 보게 되는 문예지의 이름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문예지의 숫자가 아주 적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글을 써서 생활하는 작가들, 즉 문예지에 원고를 발표하는 문인들조차도 문예지의 숫자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들이 알고 있는 문예지의 수는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러나,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문예지의 수는 총 50종이나 된다. 처음 조사 대상이 된 잡지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중간에 잡지의 성격을 달리했거나 발간이 중단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창간호만 내고 제2호를 내지 못하는 잡지도 상당수가 되었다. 이런 잡지는 모두 제외시키고, 현재 발간되고 있는 잡지만을 이 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국내에서 발간되는 문예지가 50여종이나 된다고 하면, 그 양으로만 볼 때, 엄청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문예지에 실리는 작품의 수는 굉장한 분량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발표되는 작품의 수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의 문학은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다고 봐야 옳다. 그런데 실제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는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사항이다. 이 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한 다음 본격적인 실태 조사의 결과에 대해 밝히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우선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서점에 나가 보았는데, 대형 서점에서조차 문예지를 제대로 구할 수가 없었다. 서점의 서가에 꽂혀 있는 문예지의 수는, 총 문예지 수의 50%도 안 되었다. 그리고 서점에서 판매되는 문예지라 하더라도 그야말로 손으로 꼽을 정도의 몇몇 잡지를 제외하고는, 판매 부수가 너무나 보잘 것이 없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문예지가 문학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서점에서 판매되지 않는 문예지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책을 공급하는 서점에서 팔리지 않고 있다면 극히 적은 숫자의 정기 구독자에게 공급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그 지면에 발표되는 작품들이 얼마나 읽히겠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문학의 활성화란,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그 작품들을 읽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은, 아무리 문예지의 숫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결코 바람직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문예지를 펴내는 잡지사의 영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운영이 어렵다 보니 원고료 지급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책이 발간된 후에도 광고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편집에 신경을 쓰거나 책 모양을 맵시 있게 만드는 일 등에는 관심도 못 기울이는 잡지가 많다. 책 판매를 위한 영업에도 역시 신경을 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문예진흥원에서 지급되던 문예진흥기금이 중단된 이후에는, 그 고충이 훨씬 크다는 것이 대부분의 문예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 본다면, 현재 발간되고 있는 대다수의 문예지들은 갖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문예지의 운영 사정이 갑자기 좋아질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예지는 계속 창간되고 있고, 실질적인 효과는 어찌되었든, 한국 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종합지가 전체의 50%계간지가 전체의 60%를 차지
현재 발간되고 있는 문예지를 성격별로 구분하면 종합지와 전문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잡지를 편의상 기타 문예지로 분류했다. 종합지는 말 그대로 한 권의 잡지 속에 각 장르의 글이 고루 수록되어 있는 것, 그리고 전문지는 시, 시조, 아동문학, 수필 전문지 등으로 나누었다. 기타 전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한국 시」는 본문에 시, 시조, 수필, 동시 등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 문예지에 포함시켰다. 또 「솟대 문학」은 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문학」은 특정한 성격을 띠고 있어서 종합지나 전문지로 분류하기 어려웠다. 한편 「희곡 문학」,「추리 문학」,「현대 소설」 등은 특정한 장르의 글을 싣고 있으면서도 그 장르와 관계가 있는 다른 글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 문예지로 묶었다.
문예지의 성격을 규정해 놓고 보니,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합지가 모두 25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문예지수의 50%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시 전문지는 모두 8종, 시조 전문지가 4종, 아동문학 전문지가 5종, 수필 전문지가 2종, 기타 문예지가 모두 6종이었다. 이를 통해 아직 우리나라의 문예지 독자들은 특정한 한 분야의 글을 찾아 읽기보다는, 문학 그 자체를 좋아해서 여러 장르의 글을 함께 읽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다시 발간 형태별로 분류해 보았더니. 계간지가 모두 30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그리고 월간지가 19종, 격월간의 「한국 문학」 1종뿐이었다. 그리고 아동문학 전문지는 4종이 월간지이고 1종이 계간지인 데 비해, 시조 전문지의 경우에는 4종 모두 계간지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다. 우선 그 하나는, 역시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잡지가 발간될 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1년에 12권을 내는 월간지보다는 1년에 4권을 내는 계간지쪽이 훨씬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기간을 볼 때 도, 한 달 동안 팔리는 것보다는 석 달에 걸쳐서 팔리는 부수가 더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책을 만드는 인원 역시 월간지와 계간지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고, 이것은 곧 인건비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문예지를 읽는 독자들이 월간지보다는 계간지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문예지는 흥미 있는 기사를 다루는 일반 잡지와는 달리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잡지를 읽을 때와는 다른 방법과 시간을 요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고 읽을 수 있는 계간지를 더 많이 찾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표1>의 통합지의 분포의 잘 나타나 있다. 종합지의 경우, 월간지는 모두 8종인데, 계간지는 그 두 배가 되는 16종이다. 이것은, 종합지의 페이지 수나 수록하고 있는 내용을 놓고 볼 때. 시간에 쫓기는 독자들이 계간지를 더 많이 찾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88년, 89년에 가장 많이 창간돼
현재 발간되고 있는 문예지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는 「현대문학」이다. 이 잡지는 1955년에 창간되었는데, 91년 7월호로 통권 439호가된다. 전문지로서 가장 먼저 창간된 잡지는 「시조 문학」(1960년 창간), 종합 계간지로는 「창작과 비평」(1966년 창간), 아동문학 전문지는 「아동문예」(1976년 창간), 수필 전문지는 「수필공원」(1982년 창간) 등이 가장 먼저 창간된 잡지에 속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988년과 1989년에 가장 많은 잡지가 한꺼번에 창간되었다는 점이다. <표2>에서 보면, 이 두 해에 19종이나 창간되었는데, 이는 전체 문예지 수의 38%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70년대부터 87년까지 창간된 문예지의 숫자와 똑같다.
이 같은 현상은 한마디로 풀이하기는 힘들다., 갑자기 문학 인구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문예지가 다투어 창간될 만한 어떤 분위기가 조상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문학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분명 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그 이유를 따져 본다면, 출판 및 잡지 등록의 규제가 풀린 시기라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80년대 언론 통폐합 당시에 폐간시켰던 잡지의 복간과 함께 잡지계 전반에 걸쳐 창간 붐이 조상되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1988년에 창간된 「문학과 사회」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1970년에 「문학과 지성」으로 창간되었으나 1980년 여름호를 끝으로 강제로 폐간되었고, 다시 복간이 허용되었을 때 아예 문예지의 이름을 바꿔서 창간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문예지 독자들의 관심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1988년에 창간된 「추리 문학」의 경우만 하더라도, 추리물을 읽는 독자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에 그 방면의 문예지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1989년에 창간된 「농민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이 분야에 대한 문예지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89년에 창간된 「현대 소설」도 눈길을 끈다. 소설만을 싣고, 서설과 관계된 평론만을 싣는다는 것은 이미 그 방면의 독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기 때문데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예를 든 잡지 외에도, 그것이 기존의 종합지나 전문지 스타일로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수록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기존의 문예지와 다른 기획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독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표1: 성격 및 발간형태별 분류)
(표2: 창간시게에 따른 분류)
(표3: 페이지에 따른 분류)
(표4. 정가에 따른 분류)
(표 5-1.종합 문예지 신인발굴 현황)
종합지는 400페이지 내외, 전문지는 300페이지 미만이 많아
문예지 성격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종합지와 전문지는 분량, 즉 페이지 차이가 심하게 났다.
<표3>에서 보는 것처럼, 전문지의 경우에는 「시와 시학」만이 440페이지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모두 300페이지를 넘지 않았다. 특히 아동문학은 모두 다 200페이지가 안 되는 적은 분량이었다.
종합지 중에서 450페이지를 넘는 잡지는 「문예 중앙」과 「작가 세계」였고, 300페이지가 안 되는 잡지로는 「월간 문학」,「한길 문학」,「문학예술」,「문학 공간」,「문학 정신」 등 4×6배 판이므로 엄밀히 따지면 4종이라고 해야 옳다. 그 잡지들을 제외하면 종합지는 모두 300페이지에서 4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편 기타 전문지의 경우에는 고른 분포를 보였다. 「추리 문학」이 460페이지,「현대 소설」이 400페이지,「희곡 문학」이 300페이지,「농민문학」이 230페이지,「솟대 문학」과 「한국 시」가 각각 200페이지씩이다.
반드시 비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페이지의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가격에도 차이가 났다. <표4>에서 보는 것처럼, 페이지가 가장 두꺼운 「작가 세계」가 5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시와 시학」도 전문지로서는 가장 많은 440페이지면서 정가는 5000원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문예 중앙」의 경우에는 페이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에서 발간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정가가 4300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400페이지인 「세계의 문학」과 「시와 의식」은 정가가 5000원으로 되어 있었다.
종합지 중에서 가장 정가가 낮은 잡지는 「월간 문학」으로 3000원이었고, 전문지 가운데서 가장 정가가 낮은 잡지는 「어린이 문예」로 1300원이었다. 그리고, 페이지 수를 놓고 볼 때, 다른 전문지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 잡지는 「현대 시학」(280페이지, 4000원)과 「현대 시세계」(260페이지 내외, 4000원)였다.
한편 기타 문예지는 가격면에서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표5-2. 전문 문예지 신인발굴 현황>
부문 문예지 |
시 |
시조 |
평론 |
동시 |
동화 |
동극 |
아동문학 평론 |
수필 |
|
시 |
현대시학 |
150 |
|
|
|
|
|
|
|
시문학 |
304 |
|
|
|
|
|
|
|
|
심상 |
110 |
|
|
|
|
|
|
|
|
현대시 |
11 |
|
|
|
|
|
|
|
|
현대시세계 |
1 |
|
|
|
|
|
|
|
|
현대시사상 |
4 |
|
|
|
|
|
|
|
|
시와비평 |
3 |
|
|
|
|
|
|
|
|
시
조 |
현대시조 |
|
30 |
|
|
|
|
|
|
시조문학 |
|
300 |
|
|
|
|
|
|
|
시조생활 |
|
6 |
1 |
|
|
|
|
|
|
시조와 비평 |
|
3 |
|
|
|
|
|
|
|
수 필 |
에세이 |
|
|
|
|
|
|
|
15 |
수필공원 |
|
|
|
|
|
|
|
20 |
|
아 동 문 학 |
아동문예 |
|
|
|
70 |
61 |
2 |
2 |
|
아동문학 |
|
|
|
20 |
20 |
|
|
|
|
아동문학평론 |
|
|
|
45 |
45 |
18 |
8 |
|
|
어린이문예 |
|
|
|
65 |
65 |
40 |
40 |
|
|
합 계 |
583 |
339 |
1 |
200 |
191 |
60 |
50 |
35 |
문예지에서 발굴한 신인이 모두 3,324명
문예지에서 하는 역할이 많지만,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신인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신춘 문예를 통해 등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현저하게 적고, 작품이 당선되어 문인으로 인정을 받고 난 후에도 적적한 뒷받침이 되어 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많은 문학 지망생들이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고 싶어하고, 문예지에서는 적절한 심사를 거쳐 신인을 배출해 오고 있는 것이다.
신인 발굴의 방법은, 각 잡지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가 투고된 작품을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해서 뽑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예전에는 추천 제도가 있어서, 2회 혹은 3회에 걸쳐서 그 신인의 작품을 뽑고, 그 횟수가 완료되어야만 등단한 것으로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천의 형식을 띠더라도 1회 추천으로 문인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포5-1>을 통해서 보면, 가장 많은 신인을 발굴한 문예지는 1955년에 창간되어 가장 오래 발간되고 있는 「현대문학」, 시인288명, 소설가 106명, 평론가 67명, 극작가 8명, 수필가 12명을 발굴하여 「현대문학」 출신의 문인은 모두 481명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 많은 신인을 배출한 잡지는 1968년에 창간된 「월간 문학」, 시인 105명, 시조 시인 50명, 소설가 66명, 평론가 20명, 극작가 5명, 수필가 60명, 아동 문학가 65명 등인데 이들의 숫자는 모두 371명이다.
전문지의 경우에는, <표5-2>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1971년에 창간된 「시문학」이 시인 304명을 발굴하여 가장 많은 신인을 배출했고, 그 다음이 1960년에 창간된 「시조 문학」에서 300명의 시조 시인을 발굴했다.
기타 문예지의 경우에는, <표5-3>에서 보듯이, 1989년에 창간된 「한국 시」에서 모두 64명의 신인을 배출했고, 역시 1989년에 창간된 「농민문학」에서 43명의 신인을 발굴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 문예지가 창간된 시기와 발굴된 신인의 숫자에 어떤 비례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표5-1>을 보자. 1966년에 창간된 「창작과 비평」은 26년에 걸쳐서 모두 41명의 신인을 발굴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표에 나와 있는 「문예사조」는 1990년에 창간되었는데, 2년 동안 82명의 신인을 뽑았다. 그러니까 「창작과 비평」에서 26년 동안 발굴한 숫자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신인을 2년 동안에 뽑은 셈이 된다. 역시 같은 표에서, 1988년에 창간된 「우리 문학」과 「문학과 의식」은 각각 79명과 46명의 신인을 찾아냈다. <표5-3>에서의 「한국 시」와 「농민문학」도 신인 발굴에 뛰어난(?) 잡지에 속한다.
또 <표5-1>에서 보면 「동서 문학」에서 유일하게 번역 문학가를 뽑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그리고 아직까지 신인을 발굴하지 못했거나 아예 그런 제도가 없는 잡지로는 「외국 문학」,「솟대 문학」,「시와 시학」,「추리 문학」,「어린이 문학 세계」 등이다.
무분별하게 신인을 발굴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긴 하지만, 필자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현재 발간되고 있는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한 신인의 숫자를 모두 합해 보았더니 3324명이나 되었다.
<표5-3. 기타 문예지 신인발굴 현황>
부문 문예지 |
시 |
시조 |
소설 |
수필 |
평론 |
희곡 |
동시 |
동화 |
한국시 |
30 |
10 |
|
12 |
|
|
12 |
|
농민문학 |
19 |
1 |
4 |
12 |
|
1 |
3 |
3 |
희곡문학 |
|
|
|
|
|
3 |
|
|
현대소설 |
|
|
3 |
|
1 |
|
|
|
합 계 |
49 |
11 |
7 |
24 |
1 |
4 |
15 |
3 |
문예지에서 운영하는 문학상은 모두 41개
우리나라처럼 문학상이 많은 나라도 없다. 어는 지면에선가 이 점을 놓고 비판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서 필자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솔직한 심정을 밝히면, 문학상이 너무 많아서 그 상의 권위가 인정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문학상이 수두룩해지고, 각 문예지는 다투어 이 같은 문학상을 제정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문예지에서 운영하는 문학상만 해도 무려 41개나 되었다. 신문사나 다른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고라도, 문예지를 통해서 문학상을 받는 문인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도대체 이 많은 상을 누구에게, 어떻게 수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했다.
<표6>에서 보는 것처럼, 문학상이 수여된 횟수도 나무나 짧았다. 5회 미만의 횟수를 갖고 있는 문학상이 모두 28개로, 전체 문학상의 68%를 넘는 수치였다. 상이 수여된 횟수와 문학상의 권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문학상이 만들어진 기간이 짧다는 것은 분명 어떤 문제인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석연치 않은 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문학상은 문인들에게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은 좋은 평가를 얻음과 동시에 널리 읽혀서 우리의 문학을 풍성하게 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표6>을 통해서 보면, 문학상 수여 횟수가 가장 많은 것은 「현대문학」에서 제정한 <현대 문학상>으로 36회나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이 「월간 문학」에서 제정한 <한국 문학상>으로 모두 27회 동안 수여되었다.
또 가장 많은 문학상을 제정한 잡지는 「시와 의식」인데, 무려 4개의 상을 시상하고 있다. 그 다음이 「문학 사상」으로 3개의 문학상을 제정했다.
대략 살펴본 문예지의 실태는, 서두에서 조금 언급한 바 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겹게 꾸려 가고 있는 '보따리 살림'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몇몇 잡지사는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적자를 메워 가고 있지만, 그 외의 잡지사는 발행인의 출혈로 겨우 견디며 근근히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 문학의 뿌리는 이들 문예지로부터 시작되었고, 또 앞으로 문예지가 그 역할을 상당 부분 감당해 나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문예지를 돕던 문예진흥기금이 중단되긴 했지만, 다른 차원에서 문예지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곧 한국 문학의 장래에 대한 지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