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

콤솔 평론과 비디오




김영재 / 미술평론가

1. 평론과 정보통신

평론 비디오에 대한 집념은 후기산업사회라고 불리는 이른바 정보화사회를 예비하는 자세에서 비롯되었다. 그 배경에는 시각언어로 환원한다는 대위명분과, 우주촌이라고 불리는 오늘과 내일의 세계에 한국의 미술을 홍보함으로써 나의 전반생을 빚진 나라에 대한 빚 갚음의 의미가 깔려 있다. 그리하여 나에게 정보와 통신과 미술문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것은 미래지향형, 수출형의 미술이리라 생각되는 양상 중에서 영상매체가 아니면 기록이 불가능한 미술의 현장을 촬영·편집하여 그 복사된 테이프를 공공기관이나 해외로 기증하는 형식으로 가시화 되고 있으며 정보의 수집, 구성, 집필 및 통신을 위해서 컴퓨터와 팩스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먼저 컴퓨터는 워드 프로세서로서, 데이터 통신의 용도로 쓴다. 문서 및 화상 자료의 수집, 입력, 가공, 처리 및 정보통신이 컴퓨터와 스캐너와 모뎀에 의해 이루어진다. PC Serve는 문서의 전송을, 데이터 통신 프로그램은 문화정보의 입수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아직은 개인 정보 통신망과 연결되지 않지만 비디오는 정보사회와 영상문화 시대의 총아이다. 활자문화의 전성기이자 영상문화의 정착기인 오늘날에 가장 바라직한 기록의 방법이자 전달 소통의 방법일 뿐 아니라 국제적인 공감대를 가장 확실하게 형성할 수 있는 첨단의 매체이며 무엇보다도 영상미학에 의한 평론의 신기원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문제는 이 시도가 얼마만큼 정보화사회라고 불리는 미래세계의 충격일 수 있는 가이다.

2. 콤솔 세계의 산호초

정보화 사회라는 말은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비롯된 파장의 하나이다. 농경사회를 제1의 물결, 산업혁명에 의해 주도되는 공업사회를 제2의 물결, 그리고 컴퓨터나 인공지능의 출현에 의한 사이버네틱 혁명에 의한 제3의 물결이 바로 정보사회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현재 처한 제2의 물결은 전문화, 규격화, 동시화의 특징을 가지는데 반하여 제3의 물결은 통신의 전자화, 컴퓨터의 인공지능화와 자연언어화가 특징으로서 전자도서관, 전자신문, 온라인 백과사전, 음성 및 화상 입출력, 학습과 연상 및 추론 또는 자동통역 컴퓨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집약된 정보가 기술과 만나 하이테크를 만들고, 돈과 만나서 재테크(재무하이테크의 줄임말)가 되는 것이 정보화사회이며 수평적 개방사회, 불확실성의 사회, 스피디한 사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신세계이다. 우리가 종이에 인쇄된 책과 전자통신, 즉 활자문자와 전자문화가 공존하는 과도기의 세계에 살면서 정보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는 것은 정보의 정의와 개념, 활용에서 분명하게 보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보는 특정한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특정 개인의 특정 상황하에서 처리, 가공, 평가된 자료라고 정의된다. 여기서 일반적 상황에서 평가된 자료는 지식이고 특정한 목적에서 평가되지 않는 현상이나 사실 또는 메시지는 자료 또는 감각자료라 일컫는다. 정보학자 Nauta는 정보를 수량적 정보와 생체적 정보, 의미론적 정보, 어용론적 정보(語用論的 情報) 등으로 나누고 있다.

수량적 정보는 단순입력에 의한 신호의 전달치, 즉 컴퓨터의 작동에 쓰이는 정보의 양이며, 생체적 정보는 인간, 곤충, 동물 등에 있어서 두뇌의 의사결정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감각자료를 말하며, 의미론적 정보는 의사결정이나 행위에 영향을 주는 언어나 문자정보이고, 어용론적 정보는 언어를 활용하기 위해 문자를 도입하는 경우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극명히 드러나는 정보의 개념은 지금까지 인간이라는 주체가 외부의 현상을 수용, 평가 및 판단한다는 정보의 개념에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라는 개념이 덧붙여져서 인간까지를 하나의 객체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정보의 단계를 보면 Data-Information-Intelligence로 진전되면서 방향 지워진 힘으로 바뀌지만 이 또한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데이터는 유용성 여부가 평가되지 않은 자료이며, 좁은 의미에서의 정보는 의식적으로 수집되었지만 다소 불확실성이 내포된 자료, 그리고 인텔리전스는 과학적이고 체계화된 정보처리 능력의 결과로서의 처리 및 평가를 거쳐 목적달성을 위한 순도 높은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과학적이고 체계화된 정보의 처리가 의미하는 것은 고도의 기계적인 작업이며 결국 컴퓨터의 활동이 전제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설명의 끝에는 첨단 과학시대인 오늘날의 정보활동이란 인간정보+정보 기기+정보 시스템의 복합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다는 결론으로 이끌어지게 마련이다.

여기서 논의는 다시 정보활동과 정보 기기, 정보시스템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완벽한 정보시스템과 고도의 정보 처리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개체와 인체의 행동반경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소통과 통신을 위한 끊임없는 통신수단을 개발해왔다. 입에서 입으로, 봉화에서 파발, 비둘기 등의 메신저를 이용, 서적이나 신문 혹은 잡지 등의 인쇄매체, 편지나 전보 등의 우편수단, 방송이나 마이크로웨이브 등의 전파, 텔레비전 등의 전자에 이어 컴퓨터와 광자학 및 통신위성 등에 의한 통신은 급기야 C. C (Computer Communications)에 의한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혁명, 혹은 정보혁명으로 일컫는 오늘의 통신수단으로 발달해왔던 것이 통신의 역사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4만 권 분량의 책 내용을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에 실어 한 시간 안에 전송할 수 있고, 초당 100기가 비트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6기의 우주 정거장으로 이루어진 통신망으로 8개월만에 전 인류가 10년 동안 쓰는 정보가 전달되는 통신사회에서는 3차원이나 다기능TV, 고속 팩시밀리, 영상전화 및 컴퓨터간의 정보교환이 금세기 말까지 전자통신의 90%를 차지한다는 수치는 바로 우리의 세대가 어떠한 문화권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단서가 될 것이며, 그것은 인포뮤티케이션(Information+Communicat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회선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전기통신과 방송과 정보처리의 3분야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으로 결합한 것으로써 이 통신으로 음성, 문자, 영상의 교신, 처리, 변경, 재구성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통신수단은 개인의 콤솔로 연결된다는 것이 말하자면 차세대 문화권의 충격이다. 대형 스테레오와 전축과 텔레비전을 함께 넣은 콘솔에 통신기능을 부가한 콤솔(Communication+Console)은 가정의 정보센터로서 세계적인 데이터 베이스의 단말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의 내일을 알고서도 볼펜으로 작성한 원고의 사실, 손 작업에 의한 뜯어 붙이기와 인쇄의 과정을 편안하게 느끼는 필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 무 뿌리 못 씹어 먹을 만큼 오래는 살겠지만 죽기 전에 산호처럼 자신의 이름이 화석화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3 컴퓨터 앞의 돼지머리

컴퓨터는 디지털의 신호로 치환된 물리적 압력이나 음성기호 등을 자기나 고아섬유의 저장매체에 임시보관하고 레이저의 열선, 열전사지의 화학적 반응이나 리본의 식별염료을 가시적이고 가독적인 문자나 그래프로 출력한다. 그러므로 이 기록과 보존의 방법은 문자발명 이후 5천년간 인류가 행해온 바 쓸 것과 쓰여지는 것, 흔적을 남기는 것과 흔적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신호와 자기 매체간의 신호 교환과정을 현생인류의 자료 식별능력에 맞춰 가시적으로 바꿔주고 디지털-아날로그의 변환을 통해 쓰여지는 것 대신 읽혀져야 할 것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컴퓨터는 인류 5천년의 기록방법을 깨뜨리고 새로운 신세계의 기록, 검색, 보존 및 전달의 매체로 등장하였으며 지금까지의 추세와 미래세계에서의 역할로 미루어 보아 컴퓨터를 도입하지 않은 개인의 문화사적 연대차이를 어쩌면 인류가 꼬챙이로 동굴 벽에 흔적을 남겼던 3만년 이전의 시대까지 끌어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기본적인 개념이 컴퓨터의 개념에서 비롯되고 미래세계의 결정적인 패스포트가 된다 하더라도 개인이 컴퓨터의 노예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 이것은 사이버네틱스라는 개념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사이버네틱스는 인간과 동물과 컴퓨터에 있어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제어에 관한 보편적 이론>이라는 정의와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번역, 응답, 정리의 증명, 게임으로 한정한 핑크의 견해에서 잘 보여진다.

말을 바꾸면, 호미가 포크레인으로 바뀌어도 원형은 인간의 손이었듯이 컴퓨터의 원형은 인간이다. 즉 인간의 신경계를 본 딴 컴퓨터의 환류(Feedback) 회로, 뇌의 기능을 본 딴 중앙처리장치를 기본으로 컴퓨터의 입력-저장-출력은 인간의 감각-기억-상기의 과정을 본 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경우에도 '만약 이렇다면 이렇게(If …Then…)'라는 베이직 언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영역과정과 같은 논리에 의해 컴퓨터가 바둑이나 연주, 그래픽의 작도, 나아가 동시통역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이버네틱스에 의한 정보자료실의 자료선택의 경우에도 인간의 자유의지가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둘 이상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때 결과를 예측하고 판단, 결정한다는 것이 사이버네틱스의 제어 개념이지만 그 사이버네틱스의 제어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현생인류의 양식과 지혜와 합리적 사고방식이지 컴퓨터 자체일 수 없도록 제작될 것이므로 컴퓨터를 악용하려는 인간을 제켜놓고 컴퓨터를 경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컴퓨터의 개통을 한답시고 술을 부어놓고 절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개통이 앞서 돼지머리 놓고 고사를 지내더라는 실화가 더욱 절실히 미래세계를 위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동양의 정신이 미래세계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아마도 하나의 단서거나 희망일까 ?

4. 미술문화의 부가가치

정보의 부가가치는 인간과 컴퓨터, 정보통신망(Man, Computer and Communication)이 인간의 판단과 기획, 컴퓨터의 처리, 축적과 검색, 통신망의 교신능력의 결합으로 보다 높은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물론 무엇보다도 인간의 판단과 기획이 중요하지만 정보전략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단순 정보의 입수와 처리의 단계(Information Processing), 비계수 정보의 관리단계(Information Management), 정보활동의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보전략의 단계(Information Strategy)에서 상식적으로 어느 단계를 지향해야 경쟁에 이길 수 있을지는 자명한 일이다. 그리하여 경영 일선에서는 정보사회원의 요건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현명한 대응책, 고감도 안테나, 복합적 안목의 풍부한 상식을 갖춘 전문가(Generalist and Specialist)의 필요성, 유연성, 정보의 서비스, 위험부담에 대한 대응력이다. 이러한 요건이 미래 세계의 주역이기 위한 것이라면 미술 정보사회 구성요건의 하나로서 비디오를 예거하는 것이 무리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휘도와 색채가 분리되는 수퍼(Super/Separate) 방식의 비디오 시스템은 방송국에서 쓰는 유 매틱(U-matic) 방식의 수평해상도 500선과 비슷하거나 CCD(Charge Coupled Device)와 TBC(Time Base Corrector)의 성능에 따라 800선까지의 높은 해상도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일본의 아날로그 방식 HDTV(High Definition)의 1200선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미국의 디지털 방식이 1997년 성공하기 전까지의 대체수단으로서 IDTV(Improved Definition), EDTV(Enhanced Definition)와 어울러 슈퍼 방식은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하이파이, 슈퍼형으로 대표되는 이 방식은 디지털에 의한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준다. 카메라와 편집기, 효과기, 문자발생기, 텔로파 등에 의한 디지털 효과는 방송국의 첨단장비인 헤리카로서도 5분이 걸리는 오버랩 등의 효과를 간단한 레버조작이나 자동조작으로 처리해준다. 화면조작과 장면전황을 위한 백 개 이상의 디지털 효과는 비디오 아트에 대한 신비감과 경외감을 반감시켜줄 것이다.

방송국 장비에 비한다면 푼돈으로 꾸며지는 슈퍼 시스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편집 및 송출에서 고선명 화질이 보장되는 메커니즘이고 또한 내가 세계 속의 한국미술을 홍보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컴솔의 대중화 이전일지라도 제작된 테이프가 방송국의 유 매틱 1인치 테이프나 광디스크로 옮겨지면 수정, 재편집, 영구보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송출과 동시에 세계를 향하여 빛의 속도로 전파되어 1990년 유엔 추계 세계인구 52억 9천만에게 1%의 시청률마다 최소한 1천만 명씩의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과 컴퓨터와 정보통신망에 의한 미래세계의 가능성을 비디오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5 풀이문화의 첨단정보화

그렇다면 무엇을 홍보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떠 오를만하다. 전반적인 추세로 보아 화랑과 작가, 매스컴과 평론 이전 정보처리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이러한 시도는 통조림이 발명되기 몇 십 년 전에 통조림 따개를 시판하겠다는 것과 비슷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에 따라서는 이러한 원시 데이터의 사회이기 때문에 잠재력과 가능성과 가지고 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정보사회와 기업문화」의 내용을 살펴보자. 비록 제3의 물결을 논하면서 제1의 물결로 분류되는 농경사회의 전통에서 착안한다는 논리적인 취약점을 가지지만 한국미술의 세계화라는 대전제를 위해 훌륭한 방증자료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후기 산업사회의 차원에서 서구 산업사회의 병폐를 진단한다. 소맥 제분공장의 역사에서 비롯되는 서구적 기계의 발달은 획일적이고 규격화되고 개성 없는 제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근대화를 이끌어 왔으며 그 배경에는 물량주의와 분업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반면 쌀 농사 위주의 동아시아는 질서 있고 지칠 줄 모르는 근면성으로 단위 경작면적의 소출을 증대하기 위한 정성어린 손재주로 끈기의 문화를 이끌어 왔다. 단적인 예로 밀의 수확을 배로 늘리기 위해서 서구인은 두 배의 땅을 택했고, 동아시아인은 두 배의 땀과 정성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에 들면서 산업구조의 변혁이 일어난다. 아시아인들의 섬세한 손재주가 소프트웨어의 세계를 장악한다든지, 컴퓨터에 의해 개별성이 확보된 소품목 대량생산의 캐비지 패치 인형이 세계를 휩쓴 다든지, 레이저 건으로 치수를 재어 자동 재단하는 맞춤옷이 대량생산된 기성복과 같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등의 추세는 결국 동아시아의 쌀 농사권의 문화형태가 보편성 있게 수용될 수 있는 터전이 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문화전통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보다 인간적이고 자연에 가까우며 평화 지향적이라는 점을 가구, 의복, 음식, 가옥의 구조 등에서 역설하고 잇다. 예를 들어 다듬이 방망이와 에밀레종은 평화의 상징으로, 지게는 자연과 기술의 공존으로, 문풍지나 합바지는 여유와 유연으로, 병풍은 공간의 신축이 자재로운 아름다운 벽으로, 보자기는 변신이 자유로운 융통성으로, 이불과 밥상은 가변적이고 여유 있게 주거양식을 위한 소도구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책은 한국인의 인간위주의 사상, 우리라는 협동체 정신, 전통 속에서 미래를 찾는 진취성, 풀이문화의 신바람을 통해 후기산업사회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먼저 인본사상은 곰녀(態女)의 인종(忍從), 태어난 것(Being)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Becomming)으로 인식하며 '사람 살려'라는 말에 강하게 내비치는 인간의식을, 두레사상은 탄력성 있는 계조직, '울+이=우리'라는 말에서 보이듯 울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공동체의식, 민속놀이와 가래질에서 보이는 절묘한 협동의 조화를, 가난 속에서도 공존의 여유를 보여준 까치밥의 지혜와 '필동말동', '여닫이' 등에서 사물의 양면성을 포용하는 여유를 설명하면서, 살풀이, 화풀이, 원풀이, 분풀이 등의 풀이문화가 한국인의 체질적인 신명이나 신바람과 어우러져 나타날 때 풀이문화로 이행되는 후기 산업사화의 폭발적인 창조력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손으로 빚은 정신', '두레형 제작', '신기(新奇)를 넘어선 신비', '굿과 마당의 신명' 등 한국미술의 세계화라는 명제아래 주창해온 용어들이 정보화사회, 후기산업사회의 주역으로서 농경문화권의 우세가 점쳐지듯이, 농경사회의 아키타입에 바탕 하는 한국의 미술이 세계를 제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첨단 정보통신망과 연결될 수만 있다면….

참고문헌

⼗ 「1991년판 시사정보용어사전」, 국제언론문화사, 1991년.

⼗ 마키노 노보루/미쓰비시 종합연구소, 「전예측, 1990년대의 세계」, 김태승 옮김, 청계연 구소, 1990년.

⼗ 이어령 등, 「정보사회와 기업문화」, 한국전기통신공사 출판부, 1991년 5판.

⼗ 김광영, 윤은기, 「인간과 정보활용」, 유나이티드 컨설팅 그룹, 199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