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춤의 해」에 바란다

춤계와 연극계의 만남




정진수 / 성균관대 교수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 간사

내년이 「춤의 해」로 결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춤은 연극과 함께 중요한 공연 예술의 장르임으로 내년이 「춤의 해」가 되면 자연히 올해 「연극의 해」에 거두어진 성과들이 계속성을 가지고 내년까지 이어지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생각나는 것들만 나열해도 「춤의 해」를 통해 펼쳐진 사업들로 연극과 유관한 것들이 적지 않다. 가령 「춤의 해」를 통하여 공연 문화, 극장 문화의 활성화가 촉진될 것이다. 국민들의 건전한 여가 활용으로 공연 관람의 풍토가 정착되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춤계와 연극계는 공동의 노력으로 도시 문화환경 개선 작업을 가속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94년에 「정도 600주년」을 맞아 국제 문화도시로서 발돋움하려는 서울시의 문화환경을 쇄신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연극계의 고질적 숙제로 되어 있는 포스터 부착에 따른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려면 도시 미관을 살리는데 도움을 주는 포스터 부착 시설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겠으며, 그밖에 공연 정보를 알리고 공연 문의와 예매, 예약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가두 공연 안내 부스의 설치, 운영이 바람직하고, 이상의 모든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공익차원의 공연기획 회사의 설립의 절실히 요청된다. 이를 위하여 서울시, 문화부, 문예진흥원 등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협력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이밖에 연극계가 앞장서서 추진 중인 현 국악고등학교 건물과 부지를 '공연예술회관'으로 만드는 문제, 올 9월에 부분 개관 예정인 문예진흥원 부설 '공연 예술 연수회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노력, 그리고 현재 난맥상을 이루고 있는 국공립극장 및 단체들의 확충과 운영개선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교류, 청소년 문화의 계발, 방송 매체와의 유기적 협업 등 춤계와 연극계가 긴밀한 협조를 이루어 나가야 할 일들은 많이 있다.

공연 예술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특징지어지는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자립의 기반을 이미 상실한지 오래다. 그러나 무대와 객석의 직접 교류를 통한 인간성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공연 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같이 자립의 기반을 상실한 공연 예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며 정부도 그런 뜻에서 먼저 「연극의 해」를 설정하고 이어서 「춤의 해」를 지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공연 예술이 살아 있기 위해서는 이 분야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단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공연 단체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한 사무, 회의, 연습 및 후생(가령 식당)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공간의 확보를 위해 위에서 말한 '공연예술회관'이 있어야 하고, 무대, 조명, 의상, 분장 등의 제작을 원활히 하기 위한 '무대예술 연수회관'이 필요하며, 이 공연에 관객을 유치하기 위한 공연 홍보활동을 지원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상의 네 가지 곧 연습장, 제작소, 공연장, 홍보 수단의 확보를 위하여 내년 한해에도 춤계와 연극계가 공동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춤의 해」에 춤 자체의 발전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한 가지만을 말한다면 연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만 국민대중들에게 <왜 춤이 필요한가>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을 인식하게 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에 대하여 요구를 하기 앞서 춤의 가치와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