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리뷰 / 무용

촉매역을 자임한 「지역간 연합무용제전」




김채현 / 무용평론가·서원대 교수

올해 「지역간 엽합무용제전」은 지난해처럼 전주에서 열렸다.(전북학생회관, 11월 17일∼19일) 4회 째를 맞은 이번 제전에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전주, 청주의 일곱 지역에서 활동중인 아홉 단체가 참가하였다. 올해 제전을 거치면서 많은 무용인들이 이 제전에 참여하든 않든 이 제전에 관심을 표하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올해 제전의 성과라면 무엇보다 춤 제전이 격식 있는 춤 제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 점이라 생각된다.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은 춤계의 여느 춤 제전에 비해 좀 색다르다. 이 춤 제전은 일체의 경연을 배제하는 순수 춤 축제를 지향하고 작게는 공연 안내 팜플렛의 간소화를 고집하고 주관측에서 참가 단체의 숙식을 물론 일체의 무대 비용과 진행을 책임지는 방식을 짧은 동안이나마 전통으로 지켜왔다. 뿐더러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개최 지역을 달리하면서 연다는 취지에서 87, 89년도에는 대구에서 열렸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전주에서 열렸는데, 여기서 이 춤 제전의 카라반적 성격을 짐작케 된다.

그리고 제전의 운영과 기획을 참가 단체들이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공동 결정하는 방식 또한 이 제전의 특성이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동안 네 번 열리면서 이 제전에 참가하는 단체들도 더러 바뀌었으므로 운영위원회의 구성원들은 해마다 바뀌었고 앞으로도 그럴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 점에서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은 해마다 변하는 춤 제전으로 존속하고 있다.

4년 전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이 처음 시작하였을 적에 춤이 서울에 집중된 당시의 현상을 타개하고 각 지역의 춤을 활성화시키려는 의도와 동시에 춤 공연에서 일체의 낭비적 요소나 춤 제전에서 특히 참가 단체 선정을 둘러싼 파벌적 병폐 따위를 막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하였다. 말하자면 효율적 춤 제전을 통해 낙후한 지방 춤을 끌어올린다는 이념이 주도한 가운데 지금까지 그 정신이 살려졌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이며 여기에 이 춤 제전이 무용인들로부터 주목받는 일차 원인이 있는 듯싶다.

아마 신사고를 전제하는 춤 제전이라 불러도 좋을 이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에는 30대의 무용인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춤 제전들이 40대 이상 세대에 의해 주도되는데 비하면 일단 이 춤 제전은 젊은 제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제전이 젊은 층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애초의 결성 단계부터 30대에 의해 착상되어 그들의 시각에 따라 춤 제전의 성격이 굳혀졌던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특성 아래 지금까지 네 번 열린 결과 이 제전이 열렸던 해당 지역에서 무용인들을 고무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에 따라 조금씩 편차는 있겠지만 사실 지방에서 의 춤은 아직 본 단계로 진입하지 않은 채 꿈틀대는 양상을 보이는 편이다. 그리고 이전의 지방 춤계는 그 이전의 서울 춤계처럼 명맥만 이어도 다행인 경우가 흔하였고, 이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지방의 어느 한 지역에서 여러 지역 춤 단체들이 며칠 동안 춤 제전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중시될 수밖에 없겠고, 이 점은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의 기본 전략으로서 주효했다.

제전의 명칭이 말해주듯 춤이 한산한 어느 지역에 대해 다른 여러 지역의 춤 단체들이 '연합'하여 지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단체의 활동을 강화시키고 해당 지역에서 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운다는 연대의식은 이 춤 제전의 주요 자산으로 꼽힐 것이다. 그동안 이 제전이 열린 대구, 전주 지역의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이런 지적은 충분히 수긍될 듯하다.

그러므로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의 출품작들은 논하는 일보다 그것이 지역 춤계에 파급시키는 효과가 더 앞서기 마련이며, 또한 출품작들의 수준만이 이 춤 제전의 성과를 보장하는 유일한 요인도 아님을 짐작케 된다. 그렇다고 이 춤 제전의 출품작들이 저수준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전국 각지의 젊은 춤 단체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단체에 따른 실력과 작품 성향에서의 차이는 어차피 날 수밖에 업지만, 처음 열릴 때나 올해 제전에서나 수준은 현 단계 전체 젊은이 춤꾼들에게서 보이는 일반적 수준과 대차 없었다.

아무래도 젊은 단체가 주류를 이루고 자기 지역이 아닌 딴 지역에 가서 공연을 해야 하므로 재정적·운송적 측면의 숱한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우선 사소한 부대장치라도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는 예상된다. 게다가 지방의 극장 설비가 춤 공연장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상당하고 또 지방 극장측의 태도에도 문제는 없지 않다. 즉 공연을 뒷받침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지방의 춤과 공연 예술 일반을 가로막는 요인임을 여러 지역단체들은 피부로 재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난점을 무릅쓰고 어쨌든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은 내년에 5회를 바라보게 되는데, 올해를 고비로 이 제전은 안정권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은 내장산 야외 춤판과 청소년을 위한 춤의 두 가지 주제를 내걸었다. 아마 국내에서 이러한 주제를 표방한 춤 제전으로는 이 제전이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특히 주목해 볼 부분은 내장산 야외 춤판일 것인데, 단풍철이라는 자연 조건을 활용하여 대중에게 접근할 자연스런 계기를 조성하였다. 올해 개최 시기가 단풍철을 약간 지난 때여서 기대한 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원인은 있었지만, 그래도 수백 명의 등반객이 예기치 않은 이 무대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이를 통해 춤을 널리 보급하고 춤의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야외 춤판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으며 듣건대 내년부터 내장산 국립공원 내에서 가을 단풍철의 한 달여 동안 주말마다 춤판이 정례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 무대에 청소년을 위한 춤이 사실상 전무한 형편에 비추어 기획으로 적절하다 할 것이다. 특히 지방일수록 이른바 고급 문화 향유 계층은 제한되는 편이며, 청소년들이 그 층을 형성할 가능성은 높다하겠다. 물론 고급 문화를 청소년들이 향유하기에는 연령상의 난점도 없지 않겠지만, 고급 문화 양식을 취한 쉬운 내용이라면 청소년들이 수용해 들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청소년을 위한 춤 작품을 무용인들이 개발할 필요성이 점증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눈 돌리지 않은 현실은 이러한 춤 기획으로 개선되어야 하겠는데, 이번 제전은 이런 측면의 훈련장이었다 하겠다.

그렇지만 국내 초유의 기획 제전이기 때문인지 이 제전에서 미숙한 점이 없지 않았다. 야외 춤판에서 가을 단풍에 얽힌 정감을 작품 소재로 택한 것은 적절한 착상으로 보였다. 다만 이러한 착상을 구체화하는 방법론의 면에서 참가작들의 허점이 드러났다. 줌 현대 무용단의 「단풍과 춤의 만남」은 하얀 트레이닝 복장을 한 재치를 보인 반면 이야기 거리와 장치에서 거추장스런 일면을 드러내었고 짓 무용단의 「가을 흔적」은 일체의 장식과 이야기 거리를 배제하였음에도 의상을 단풍 분위기로 처리하여 도리어 동작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옥내 극장 춤판에서 참가 단체들은 성인을 위한 작품들에 흔한 음향을 사용하였을 뿐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음향을 도외시함으로써 음향이 가질 이점을 놓쳤다. 이런 음향 활용 사례는 이번 제전에서 대부분의 작품이 청소년보다 성인쪽에 가까운 작품세계를 노출하도록 오도하였다고 생각된다. 야외 춤판과 청소년 춤판, 이 두 주제를 둘러싼 문제점으로 미루어 아직 이 방면의 체험이 그다지 축적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런 부류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다음 제전에 반영하게 된다면 소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