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이 마련한 다양한 송년잔치
박진현 / 광주일보 문화부 기자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는 세밑의 광주지역에는 음악회·뮤지컬·연극 등 다채로운 송년무대가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광주시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광주문화예술관이 준공된 이후 수준 높은 각종 문화행사가 봇물 터지듯이 열려 그동안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껴왔던 광주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음악회
▲성용원·이병욱 작곡발표회=5일 오후 7시 광주 YWCA 강당. 현재 서울 선화예술중 2학년생인 영재작곡가 성군의 첫 작곡발표회로 스승인 이병욱 교수와 함께 「피아노 소나타」「바이올린 소나타」「현악 4중주」「플루트, 클라리넷과 기타를 위한 환상의 소리」등을 연주했다.
▲박성은·조수현 부부 귀국독창회=9일 오후 6시 30분 광주남도예술회관. 테너인 남편 박성은 씨와 부인 소프라노 조수현 씨가 오스트리아 유학시절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박씨는 이번 무대에서 슈베르트의「웃음과 웃음」 슈만의「너는 하나의 꽃」 베토벤의「아델라이데」등을 레퍼터리로 선정했고 조씨는 헨델의 메시아중「사랑의 배달자처럼」과「그가 양떼를 사육할 때」등의 아리아, 그리그의「당신을 사랑해요」등을 열창했다. 이날 연주회의 피아노 반주는 구복희 씨(조선대 강사)와 범연숙 씨(전남대 강사)가 맡았다.
▲성심온 가야금독창회=10일 오후 7시 남도예술회관. 서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성씨는 김죽파 선생에게 직접 가야금을 사사, 현재 중요 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전수자이며 전남대 국악과 교수로 재직 중. 이번 공연은 지난 89년 미 뉴욕 카네기홀에서 가진 첫 연주회 이후 첫 무대로 김죽파류 산조를 완주했다. 고수는 윤진철씨(도립남도국단 상임단원)
▲이봉기 피아노독주회=10일 오후 7시 광주 문화예술회관. 전남대 교수로 한국음악상 수상기념을 겸해 모차르트 전곡연주.
▲광주시향 정기연주회=11일 오후 7시 광주문화예술회관. 송년음악회를 겸한 이번 연주회에서 광주시향은 시립합창단, 소년소녀합창단, 목포시립합창단과 함께 칼오르프 작「카르미나브라나」를 꾸몄다. 특히 소프라노 양은희 교수(상명여대), 바리톤 남의천 교수(전남대), 테너 송재진씨(국립합창단) 등 세 명의 정상급 성악가가 출연, 협연무대를 선보였다.
▲김남경독창회=12일 오후 7시 광주시민회관. 2년만에 갖는 그의 여섯 번째 무대이기도 한 이날 독창회에서 김씨는 슈만의 서정적인 「미르테의 꽃」등 18곡을 열창.
▲양심수 겨울나기 기금마련을 위한 거리음악제=14일 오후 2시 광주산업은행앞. 광주기독교연합회 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거리음악제는 가두에서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시민들과의 화합을 다지며 양심수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자리. 소리모아, 김원중, 정세현, 가브리엘선교단, 우리소리연구회 노래패, 소리노래패, 횃소리, 하모니, 함성 등 광주지역의 대학 노래패들이 참여했다.
▲레인그라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광주일보 주최 21일 오후 6시 광주문화예술회관. 완벽한 테크닉과 화려한 색채감 그리고 가장 슬라브적인 음악전통을 자랑하는 레닌그라드 심포니는 모스크바 필하모니, 레닌그라드 필과 함께 소련을 대표하는 세계적 교향악단.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의「홀리데이 서곡」, 라흐마니노프의「피아노협주곡 제2번 작품 18」차이코프스키의「비창」등 3곡을 연주,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1991년 송년가곡의 밤=광주MBC주최. 27일 오후 7시 광주문화예술회관. 소프라노 이규도 길애령,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테너 엄정행 신동호, 바라톤 김범진씨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뱃노래」「새타령」「그리운 금강산」등 주옥같은 국내외 가곡을 들려주었다.
▲이밖에 서담 가양금독주회가 10일 오후 7시 광주금호문화회관, 소련 우즈베크공화국 얄라공연이 6일 오후 6시30분 남도예술회관, 슬기둥 국악연주회가 27일 오후 6시 광주금호문화회관에서 펼쳐졌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3∼15일(오후 3시·7시)광주남도예술회관. 지난 8월에 이어 앵콜형식으로 올려진 이번「아가씨와 …」는 서울극단「광장」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뮤지컬. 뉴욕 브로드웨이의 도박꾼 스카이메스터순과 나싼 디트로이드 그리고 스카이와 사랑에 빠진 사라, 나싼을 사랑하는 무희 아들레이드 4명을 중심으로 극적인 구성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은 서로간의 갈등표출을 코믹하게 처리, 결국‘사랑’이라는 영원한 인간의 주제에 도달하는 줄거리. 등장인물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성격묘사, 세련된 춤, 다양한 음악들이 어우러져 흥미진진한 무대를 펼쳤다.
▲넌센스=20∼22일 오후 4·7시 남도예술회관. 뮤지컬 전문단체인 극단「대중」이 제작한「넌센스」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정통뮤지컬로 수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코믹하게 엮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적인 정성에 맞게 각색한 이 작품은 고레고리안 성가에서부터 바하 쇼팽 거쉰 재즈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가 선보였다.
▲가스펠=25일∼27일 오후 4·7시 남도예술회관. 극단「시민」의 제43회 정기공연이기도 한 이번 무대는 새밝교회의 후원을 얻어 1천3백만여 원의 제작비를 들인 야심작. 존 마이클 테벨락 원작, 박연모씨가 연출을 맡아 마태복음 내용을 극화화한 작품으로 피아노·기타·드럼·전자오르간을 도입해 록과 재즈음악에 맞춘 춤과 노래, 네온사인·대형풍선 등을 과감하게 무대장치로 사용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연극
▲로젤=1∼2일 오후 4·7시 남도예술회관. 부제「음악을 사랑한 한 소녀의 이야기」가 말해주듯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꿈많은 한 소녀가 이기적인 사회, 이기적인 남성들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고 버림받고 소외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 앙코르공연을 할만큼 서울지역에서 큰 인기를 끈「로젤」은 김지숙의 연출력과 연기력이 돋보인다.
▲출세기=7∼8일(오후 4·7시)광주문화예술회관. 1974년 드라마센터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60년대말 탄광매몰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돼 유명인사가 되었던 광부의 실화를 토대로 대중사회의 속성을 풍자한 블랙코미디.
▲그 여자 사람잡네=13∼15일 순천시민회관. 순천연극협회 산하 극단「거울」의 제39회 정기공연으로 올려진 이 작품은 추리극으로 철저히 압축된 대사와 극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안내놔 못내놔=20∼21일 오후 4·7시 남도예술회관. 연극협회 광주지부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특별공연. 이탈리아의 인기극작가 다리오 포의 작품인「안내놔 못내놔」는 기발한 코미디기법으로 이탈리아의 한 공장지대노동자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거의 배우들에게 의존하는 배우연극이며 리드미컬한 대사, 빠른 대사교환, 자유분방한 행동양식 등이 재치있게 구성돼 있다.
▲단 한번 거짓말 속의 영원한 사랑=25일 오후 4·7시 순천시민회관. 2차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일어났던 사실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극단「대하」의 창립 15주년 기념행사로 제목이 암시하듯 숭고한 사랑을 위한 단 한번의 거짓말 속에서 우러나는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