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한국문화학교

한국문화학교의 위상과 과제




김찬동 / 한국문화학교 사무국

산업사회와 후기 산업사회적 양상의 혼재 속에 빚어지고 있는 현금 한국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을 문화적으로 치유하고, 기본적인 문화적 감수성 훈련을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한국인다운 문화소양을 갖게 하기 위한 대사회 문화교육책의 일환으로 1991년 5월 한국문화학교가 설립 개원되었다.

국민차원의 문화 창조력을 제고하며 전통문화의 재조명 및 개발 보급을 통해 국적 있는 문화교육의 실시를 모토로 시작된 이 문화교육 운동의 출발은, 현실적으로 입시위주의 학교교육 시스템과 단편적인 취미, 오락의 성향이 강한 기존형태의 제한적인 성인교육 시스템만으로는 복잡하고 다원화된 사회내에서 교육의 사회적 역할이 그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할 때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시의적절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에의 교의를 추종하는 무분별한 경제지향성의 결과가 초래한 가치관의 혼재와 물질만능의 사회적 일탈현상은 근원적인 치유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라 할 수 있으나 그간 고급문화와 창조자 중심으로 편중되어온 문화정책 역시 이러한 사회문화적 심각성에 효율적인 대처방안이 되지 못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문화를 통한 사회 교육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문화부장관을 교장으로 하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 연구소장을 사무국장으로한 체제의 한국문화학교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한국문화학교의 1단계 과제는 운영의 내실과 활성화

한국문화학교는 1단계로 국립중앙박물관 등 문화강좌를 실시하는 12개 문화부 산하기관 및 관련단체를 한국문화학교의 각 단위학교로 통합하고「박물관 문화강좌」등 각 단위학교가 실시하는 문화강좌를 한국문화학교 교육프로그램으로 총괄 운영함으로써 운영의 내실과 활성화를 기하도록 하며, 2단계로는 기업체, 종교 및 사회단체, 언론기관, 대학 등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문화교육의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국민차원의 문화창조력을 제고하고, 마지막으로 15개 시·도에 지역단위 문화학교를 개설 운영함으로써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는 물론, 교육수준의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한 국적 있는 문화교육을 실시하여 궁극적으로 한국적 교양주의 확립과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제고시키도록 하는 3단계의 정책적 구상을 그 운영의 기본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학교는 1차년도인 '91년, 우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에서 학교본부 사무국업무를 담당토록 하였고, 국립중앙박물관 등 12개 단위 문화학교 대표자들로 한국문화학교 기획운영위원회를 구성, 문화부 산하 각급 기관에서 운영해 오던 문화강좌 교육내용의 협의 조정을 거친후 교육기관의 명칭을 단위「문화학교」로 통일하여 커리큘럼 상의 유기적 일관성을 유지토록 하였다.

또한 한국문화학교의 이미지 통합(CIP)을 위한 엠블렘, 로고 등을 제작, 활용하는 등 한국문화학교 운영의 기초적인 하드웨어를 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40명 내외의 문화예술계, 경제계, 교육계 인사들로 문화학교 운영협의회를 구성하며, 별도의 행정지원분과, 재정지원분과, 프로그램지원분과를 두고 문화학교의 운영기획, 총괄 조정, 문화학교 후원기금 조성 및 집행, 공통교양과목 및 기본프로그램에 관한 사항 등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사항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체계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1차년도는 체제 및 프로그램의 내실을 위한 많은 보완사항을 필요로 하였다. 사업의 실효란 조직만을 가지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해서는 운영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프로그램의 개발과 이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전문인력 및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차년도가 학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여 학교의 기본적인 체제정비 및 기반구축의 해였다고 한다면, 2차년도인 '92년도는 사업의 내실과 확산을 기하기 위해 좀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화학교는 '92년에 들어서면서 문화학교 사무국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시키며, 기존 12개 문화학교 운영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성격의 문화학교와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한국문화학교의 내실화와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박물관, 도서관 등의 시설을 활용하여 전통문화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반영, 교육하는 「지역문화학교」가 전국 15개 시도에 30개교가 신설되었는가 하면, 언어규범, 국어순화, 국어역사 등의 내용을 다루는 「국어 문화학교」, 그리고 주한 외국인 및 장기해외파견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의 폭넓은 이해를 교육 목적으로한「국제 문화학교」등이 신설되었다. 또한 문화향수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능동적 프로그램인「찾아가는 문화학교」프로그램 신설 등 새로운 종류의 문화학교가 신설되었으며, 신설된 문화 학교의 운영을 위한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기초문화소양 함양을 위한 표준교재 개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지원을 통해 교육의 실질을 기하고 있다.

사업활성화를 위한 금년도의 추진계획은

추진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문화학교의 지원 총괄 기능의 강화와 운영 재원의 확충이다.

한국문화학교의 총괄기능 강화방안으로 문화학교 본부의 기능보강을 들 수 있겠는데, 그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에서 임시로 담당해오던 사무국의 기능을 한국문화학교 사무국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토록 사업운영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운영재원의 확충을 통해 각급단위 문화학교의 운영발전을 위한 유기적 협조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간 5천만원에 달하는 국고와 5억 4천만원에 달하는 문예진흥기금이 각종 사업에 투여되고 있으며, 삼성출판사 등 12개 기업대표로 구성된 학교교육협의회를 통해 연간 7천8백만원에 달하는 문화학교 후원금이 조성, 활용될 예정에 있다. 이러한 확충재원은 각종 신설 문화학교 개설 및 운영에 소요될 예정이며, 영상음향자료 및 교재의 개발 등 각종 문화학교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데도 소요될 예정이다. 이외에 메세나로서 기업이 문화부문에 능동적으로 참여토록 각종 문화학교 프로그램을 기업협찬 사업으로 시행하며 사업 경비를 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형태의 사업도 실시중에 있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금년내 총 8억여원에 달하는 운영재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둘째, 지역문화학교의 개설 운영이다.

지역문화학교는 그간 조성되어온 지역의 공공도서관, 지방박물관, 지역종합문예회관, 지방문화원 등 지역의 문화공간을 통해 지역의 청소년 및 주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통문화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향수 기회를 높이며,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발굴하며, 중앙과 지역의 문화격차를 해소함을 교육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서울시립중계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5개소, 국립중앙박물관 등 박물관 4개소, 인천문화원 등 지역문화원 11개소 등 전국 15개 시도 총 30개소에 지역문화학교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지역문화학교의 강좌내용은 전통문화교육, 예절교육, 청소년대상 고전읽기, 문화감수성교육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간 지역당 5백만원씩 총 1억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지역문화학교를 명실공히 지역단위 문화교육센터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셋째, 「국어 문화학교」등 단위문화학교 추가개설을 들 수 있다.

현재 한국문화학교는 문화재관리국, 국립중앙박물관, 중앙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재보호협회, 영화진흥공사, 독립기념관, 예술의전당, 저작권보호협회, 국립중앙도서관 등 12개 기관에서 기관의 특성에 맞는 사회문화교육 프로그램 총 55개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좀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금년에 2개의 단위문화학교를 추가 신설하였다. 별도로 신설된 단위학교로는 국어순화와 언어규범을 통해 민족의 얼을 되찾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인「국어 문화학교」와 주한외국인과 장기 해외거주 예정인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교육하게 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국제문화학교」가 있다.

국어 문화학교는 국립국어연구원이 주관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청소년 및 주부를 대상으로 언어규범, 언어예절, 국어순화, 국어의 역사 등을 교육함을 그 내용으로 하는「한글반」과 국어교사를 대상으로 외국어 사용실태, 국어애용, 외래어표기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번역반」 2개 과정이며 총 1,8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한국 전통문화의 이해와 민간 문화외교관 위한 교육

국제 문화학교는 주한 외교사절, 주한 외국상사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하게 되는「주한외국인 특설반」과 해외유학생, 장기파견공무원, 상사원 및 그 가족, 그리고 해외교포등을 대상으로한「해외파견자 특설반」으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수강자들로 하여금 한국의 민속, 전통신앙 등 한국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민속, 전통신앙 등을 그 주요 교과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후자는 한국의 전통문화 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비교 등의 내용을 통해 기본적인 민간 문화외교관의 자질을 갖추도록 함을 그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문화학교 프로그램은 외무부, 총무처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뒤 문예진흥원 주관으로 하반기부터 실시한 계획으로 있다.

넷째, 움직이는 문화학교의 활성화이다.

움직이는 문화학교는 문화향수 기회가 적은 문화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패키지화한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지역을 찾아가는 능동적인 교육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 기업을 참여시켜 역동성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다. 움직이는 문화학교는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하여 첨단 A/V시스템을 이용한 영상음악강상회 및 시낭송, 가곡발표회, 지역음악인이 참여하는 소규모 콘서트, 연극, 국악공연 등 분야별 우수공연 작품의 순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예술을 영상 및 실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 중 가장 관객의 호응이 높으며, 역동성을 가진다. 프로그램은 주로 공공문화시설, 학교 및 공단지역 등을 순회하게 되는데, 연간 100여 개 지역 10만 명의 관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효과가 높으며 대중성을 가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업의 참여도 매우 적극적인 실정이며, 그간 롯데전자(주)등 기업이 참여해왔다.

마지막으로 교육문화프로그램 뱅크의 운영이다. 이는 문화교육의 질적향상을 위한 우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좌, 강의내용, 교재, 시청각자료 등을 자료화하는 보급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10명 내외의 전문가들로 프로그램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예정이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프로그램 종합안내책자를 발간 보급하였으며, 각 단위 문화학교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교재의 개발을 추진중에 있다. 이 표준교재는 한국인의 기초문 교재는 각 단위 문화학교의 공통교양과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학교의 시범프로그램 등 교육 기관 및 대상의 특성에 맞는 신규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일도 추진할 예정이다. 공통교재의 주된 내용은 주로 한국문화의 특질, 한글의 바른 사용, 전통세시풍속 및 예절, 전통 관혼상례 등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의 추진은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으로 있다.

이외에도 수료생들을 문화가족으로 하여 생활과 문화의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는 다각적인 연구와 프로그램을 평생 교육차원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후속적 노력과 이를 위한 관심과 노력을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문화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은 다원화된 사회에 있어서 문화의 사회교육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담당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서 개설되었다. 후기 산업사회적 현상이 폭넓게 확산되어 가는 변화된 사회 내에서 국민문화의 자기 정체성회복과 그 창조적 구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문화의 사회교육적 측면에 대한 관심을 정부가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나선 일은 대단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문화적 욕구는 다양한 상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과제의 구현이 소박한 낭만주의적 의지나 계몽주의적 노력만을 앞세운 형식적인 체제나 재정 투입만으로 이룩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다원화 사회에서의 국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들은 그 질과 양의 면에서 다양한 상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들에 대한 입체적인 진단과 분석 및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충은 무조건적으로 다양한 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국민문화를 계도해 보겠다는 낭만적인 정책적 의지나 태도만으로는 더더욱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상충은 이 프로그램이 다양성 획득하며, 그 개발과 창조적 운영을 통해 유기적 정합성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참여자들로 하여금 능동적이며 창조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것이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학교는 다양한 사업추진과 함께 이러한 문제들을 동시에 풀어나아가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 문화적 프로젝트가 문화를 통한 사회교육의 가치와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매사 초기단계가 중요하듯이 학교의 운영에 관한 더욱더 전문적이고 밀도있는 연구와 내실있는 사업추진을 위한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정책적 배려가 입체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사회문화교육은 국민문화의 자기정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며, 창조적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하는 노력이며, 의미 있는 역사 창출을 준비하는 파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