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과 함께 문화생활을
송정란 / 시인
서울 시내 대형 백화점들이 고객유치의 필수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화센터는 생 활의 여유에 뒤따르는 문화적인 관심과 욕구가 일반화되어 가는 요즈음, 흔히 쓰이는 평생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그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정규교육기관에서 배울 수 없는 각종 문화강좌를 개설하여 나이에 관계없이 배움의 기쁨과 자기발견의 기회를 제공하고 여가를 더 높은 문화적 자원으로 끌어올려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음이다.
'84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동방플라자문화교실」을 부설한 이래 현대백화점의 「현대문화센터」와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롯데백화점의 「롯데문화센터」, 진로유통센터의 「진로문화센터」가 차례로 문을 열어 문화예술 교육의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갤러리아백화점과 한양유통의 문화센터는 지난봄 정기강좌 이후 휴강중인 상태이다, 이외에 계몽문화센터가 백화점 부설 문화센터 수준의 「계몽문화교육」을 ’8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에게 단순히 쇼핑을 위한 장소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해 주자는 뜻에서 문화센터가 시작된 것이지요. 따라서 주부나 청소년, 어린이는 물론 직장인들까지 그 대상을 넓혀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부들의 여가선용과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킨다.
문화센터의 설립 취지에 대한「현대문화센터」백경의 실장의 설명과 같이, 각 문화센터들은 전통문화, 문학, 미술, 음악, 스포츠, 교양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 분야를 포괄적으로 수용하여 여가선용과 문화적 욕구를 여러 방면에서 만족시켜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문화센터마다 그 규모와 강좌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적게는 50여개 강좌에서 많게는1백80여개 강좌까지 개설하여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원하는 시간에 수강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강좌를 따로 마련하여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저녁 시간대에 직장인과 부부를 위한 문화교실을 여는 곳도 있다.
현재 시설 및 강좌 내용면에 있어서 가장 큰 규모인 「롯데문화센터」의 경우, 시청각 시설이 완비된 10여 개의강의실에서 1백76개 강좌가 실시되고 있다.
2군데의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현대문화센터」가 50개 강좌, 「무역센터문화센터」가 1백80개 강좌에 이르고 있다. 「계몽문화교실」이 1백50개 강좌, 「진로문화센터」가1백30개 강좌, 「동방플라자문화교실」이 58개 강좌를 각각 열고 있다.
각 문화센터의 규모와 시설은 대략 개설된 강좌 수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문화센터의 모든 정기강좌는 3개월을 그 단위로 하고 있으며 여름과 겨울방학 시기에 맞추어 단기특강을 열기도 한다.
정기강좌는 맨 처음 시작한「동방플라자문화센터」가 제30기 강좌를 맞고 있으며,「현대문화센터」가 26기,「무역센터문화센터」가 16기,「계몽문화교실」과「롯데문화센터」가 각각 15기, 「진로문화센터」가 12기 정기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문화센터의 현황을 도표로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센터의 현황
(기준 : ‘92. 7. 1 현재)
문화센터명 |
개설년도 |
정 기 강좌횟수 |
개 설 강좌수 |
위 치 |
비 고 |
계몽문화교실 |
'88년 |
15기 |
150개 |
강남구 역삼동 |
|
동방플라자문화센터 |
'84년 |
30기 |
58개 |
중구 태평로 |
|
롯데문화센터 |
'88년 |
15기 |
176개 |
송파구 잠실동 |
여름 단기특강 12개 강좌 포함 |
무역센터문화센터 |
'88년 |
16기 |
180개 |
강남구 삼성동 |
여름단기특강 9개 강좌 포함 |
진로문화센터 |
'89년 |
12기 |
130개 |
서초구 서초동 |
|
현대문화센터 |
'85년 |
26기 |
80개 |
강남구 압구정동 |
|
각 문화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강좌를 내용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주된 수강생이 주부들이기 때문에 여성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오랜 기간과 노력을 요하는 전문성을 띤 강좌와 가볍고 재미있는 흥미 위주의 강좌로 가게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 문학, 미술, 음악 등은 대부분 한번의 정기강좌로 끝나지 않고 계속과정이 설치되어 있으며 스포츠 및 건강, 교양 및 기타 부문은 별다른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고 짧은 기간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현재 각 문화센터에 개설된 전체강좌를 내용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센터 강좌의 내용별 분류표
(기준 : ‘92. 7. 1 현재)
강좌내용
문화센터명 |
전통문화 |
문 학 |
미 술 |
음 악 |
스포츠 및 건강 |
교양 및 기타 |
계몽문화교실 |
2 |
4 |
18 |
7 |
3 |
21 |
동방플라자 문화교실 |
|
|
11 |
|
4 |
13 |
롯데문화센터 |
5 |
3 |
29 |
9 |
4 |
30 |
무역센터문화센터 |
1 |
|
8 |
7 |
8 |
18 |
진로문화센터 |
4 |
3 |
16 |
5 |
9 |
15 |
현대문화센터 |
1 |
1 |
9 |
|
3 |
13 |
전통 문화는 다도, 한국무용, 탈춤과 사물놀이, 장고, 설장고, 가야금, 단소 등이 개설되어 민족의 얼과 정서를 깨우치고 우리의 흥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문학강좌는 문예창작입문, 시창작반, 소설창작반, 수필창작반, 방송작가 교실이 있으며, 이곳을 통하여 문단에 등단하는 경우도 있다.
미술강좌는 회화, 공예, 도예, 사진 등으로 다시 배분할 수 있으며 각문화센터마다 많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묘, 수채화, 유화, 파스텔화, 인체 드로잉, 누드크로키, 사군자, 채색동양화, 수묵담채화, 문인화, 서예, 전각, 목판화, 데코타쥬, 패치워크, 염색, 한지그림, 공예, 색지공예, 목공예, 사진 등 실기위주의 교육과 미술품 감상과 수집에 대한 이론교육까지 다양하다.
음악강좌는 플룻, 첼로, 바이올린, 전자올갠, 클래식기타, 포크기타, 팬플룻 등의 연주를 위한 강좌와 음악감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스포츠 및 건강강좌는 수영, 윈드서핑, 볼링, 골프, 단전호흡, 요가, 지압, 에어로빅 등을 들 수 있으며 요사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고려수지요법이 눈길을 끈다.
교양 및 기타 강좌로는 어학, 한문, 컴퓨터, 카운셀링, 홈패션, 인테리어, 원예, 요리, 꽃꽂이, 메이크업과 패션을 위한 챠밍스쿨, 생활역학 등이 있으며, 주부들의 스트레스 해소로서 큰각광을 받고있는 주부가요 교실은 각 문화센터마다 몇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강좌는 어학과 미술, 음악, 글짓기, 무용 등이 주된 프로그램이다.
모든 분야를 망라한 풍요로운 강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백화점 부설 문화센터들은 문화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다채롭고 풍요로운 강좌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서함양과 문화적 욕구를 다방면에서 만족시켜 주고 있다.
각 문화센터의 강좌를 내용별 분류표를 만들면 위와 같다. 이 분류표는 초급·중급·고급으로 계속되는 강좌인 경우 하나의 강좌로 분류하였으며,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강좌를 제외한 성인강좌 기준이므로 개설된 총 강좌수와는 무관하다.
위의 분류표에 드러난 바와 같이 각 문화센터의 문화강좌가 어떠한 경향에 놓여 있는지 분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문화센터가 공예·도예·사진 등 실용적인 과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술강좌와 교양 및 오락·취미 강좌에 치중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학이나 음악 등 끈기와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강좌는 수강생들이 몰려들지 않기 때문에 강좌를 아예 설치하지 않은 곳도 있으며, 기존 강좌조차 수강생 부족으로 소수의 인원만으로 근근히 유지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주부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요교실의 노래부르기는 수강생이 20∼50여 명에 불과한 다른 강좌와는 달리, 강좌의 특성상 1백50∼4백여 명까지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볼륨댄스, 차밍디스코, 차밍스쿨」과 같이 미용 분야도 인기강좌에 속하여 건강을 위한 고려수지침도 고정강좌로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부담 없는 쇼핑과 함께 문화생활」을 이라는 안내 팜플렛에 쓰인 문구와 같이 고객유치를 위해 수강생들이 몰리는 강좌에 비중을 두고 있는 문화센터의 영리추구라는 또 다른 면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지역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문화센터들이 강남지역에 경쟁적으로 몰려있는 것도 문화의 지역성 편중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아직 짧은 역사를 지닌 백화점 부설 문화센터들이 1년에 수천 명씩의 수료자를 양산하는 양적인 팽창을 해왔지만, 물질적·시간적 여유가 남아도는 중산층의 욕구를 건전한 여가선용의 방향으로 이끌어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가사노동에 파묻혀 지적인 욕구분출이 억눌린 주부들에게 자기발견과 개성추구의 기회를 부여하여 자신감을 갖게 하고, 수강생들에게 각종 전시회와 공연발표회의장을 마련해주어 예술적 표출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