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공연의 새 지평 연다
장광열 /「객석」기자
춤의 해 운영위원회가 「춤의 대중화」를 표방하면서, 가장 중점적인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여름 야외 이벤트」가 7월 5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시작, 8월 16일 한강 여의도 고수부지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4개의 무용그룹들이 한조를 이루면서, 해당 공연지역의 무용단체들이 찬조출연하는 형태로 진행된 「여름야외이벤트」는 장마비와 폭염 속에서 전국의 유명 피서지를 순회하며, 모두 36차례의 춤판을 마련했다. 참가한 무용그룹들의 숫자도 15개의 공식단체와 16개의 찬조 단체 등 전국에 걸쳐 30개가 넘었다.
경기·충청(1조)→호남·부산(2조)→경남·대구(3조)→경북(4조)→강원(5·6조) 지역을 거쳐 서울에 도착한 여름 야외이벤트는 8월 16일 오후 6시부터 폐막 공연을 치렀다.
원래 8월 17일 춘천에서 폐막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세계 인형극제」의 개최로 당초의 일정을 변경, 서울에서 폐막 공연을 갖게 됐다.
이날 공연에는 그동안 「여름 야외이벤트」에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9개의 무용그룹과 유니버설발레단 및 인천시립무용단의 특별 찬조무대로 꾸며졌다.
42일간 총34회 공연, 3만여 명의 관객이 춤 즐겨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3천여 명의 관객들은 육미영·동랑댄스앙상블·밀물무용단·가림다무용단의 현대무용과 엄정자무용단·대구무용단의 한국무용, 경희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춤을 흠뻑 맛보는 즐거움을 누렸으며 조승미발레단이 루드믹 밍쿠스의 음악에 맞춘 「돈키호테」중에서 군무와 뮤지컬 「캐츠」의 음악에 맞춘 창작발레로 폐막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42일 동안의 긴 일정 속에 펼쳐진 「여름 야외이벤트」는 한국 무용계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던져주었다.
그 첫째는 야외공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이제까지 무용계에서의 무용그룹이, 그리고 봄·가을 시즌에는 한두개의 무용단체들이 해변이나 공원 등에서 이례적으로 펼치는 행사 정도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를 통해 야외공연이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할 수 있는 무대, 그 나름대로 독특한 예술성을 가질 수 있는 무대,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꾸며질 수 있는 무대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여름 야외이벤트」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가설 이동무대의 설치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모래사장이나 시멘트 바닥, 잔디밭에서 춤추던 종래 야외공연의 한계를 벗어나 일정한 공간의 무대가 마련됨으로써, 댄서들이나 안무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안정감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2백여 개에 이르는 조명키를 사용한 야외조명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환한 대낮이나 해질 무렵의 야외공연이 대종을 이루었으나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에서는 일정의 4분의 1 정도를 밤공연으로 마련, 어둠속에서 조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색다른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실제로 똑같은 작품의 공연이더라도 낮공연과 조명을 이용한 밤공연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관객들의 호응도도 변화되는 것을 보면 야외공연의 다양한 형태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참가 무용그룹의 주축을 이루는 안무자 및 단원 등 무용인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준비성도 성공적인 공연에 기여했다. 빡빡한 일정과 무더위 속에서도 무용수들은 열연했고, 그런 모습들이 일반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전문 야외공연장의 설치와 야외공연의 정례화 필요
둘째로, 야외공연의 정례화와 전문야외공연장의 설립 필요성을 절감시켜준 행사였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특히 여름시즌은 이른바 야외공연의 절정기이다. 미국의 링컨 센터를 중심으로 한 야외공연장이나 센트럴 파크의 야외공연장에서는 한달 동안에 이르는 야외공연 일정이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에도 링컨센터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한 3개의 야외무대에서는 8월 4일부터 30일까지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공연들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기자가 둘러봤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시나 유고의 시베니크,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와 소피아 등 도시마다 7월과 8월의 여름시즌에는 대부분의 공연이 야외극장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연을 가질 수 있는 가설된 야외공연장이 절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남산의 야외음악당은 이미 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고, 과천의 국립미술관 앞뜰에는 실내악 연주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무대가 그나마 최근에 새로 생겨났다.
비를 피할 수 있고 무대만 만들었다고 야외공연장일 수는 없다. 제대로된 야외공연장이라면 우선은 주변의 자연경관이 중요하다. 무대 쪽은 물론이고 사방이 나무로 둘러져 있든지 아니면 자연석 등으로 둘러져 있어 일정한 공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음향에 대한 배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공간성의 확보도 음향과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다. 조명시설이나 일정한 넓이의 무대, 그리고 객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야외공연을 할 때 관객들은 시멘트 바닥이나 잔디밭 위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국의 야외공연장은 고정된 의자가 설치되어 있거나 아니면 이동식 의자가 관객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곧 관객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제대로된 야외공연장의 설치와 정기적인 공연의 실시는 공연예술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의 대중화와 문화예술의 생활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넷째로는 야외공연 작품에 대한 안무자들의 창작 태도이다. 야외공연은 어떤 면에서 프로시니엄 무대에서의 공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든지, 강한 바람이 분다든지, 예기치 않은 사태가 생길 수도 있고 훤히 뚫린 공간은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염려가 다분히 많다. 음향상태나 조명·무대 등도 극장 공간의 그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악조건이 있긴 하지만 야외공연은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한다든지, 아니면 연주자나 관객들을 작품에 참여시킬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에서 공연된 30개가 넘는 작품 중에는 야외공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도 더러 있었다.
공연작품의 길이나, 음악의 선곡, 주변의 자연경관을 고려한 의상의 선택, 소재의 선택이나 무대의 크기를 고려한 출연자 숫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안무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는 야외무대에서의 무용 창작작업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에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는 무엇보다 「춤의 해」를 통해 전국에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인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따라서 지역간의 무용교류와 소통성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있었던 「춤의 해」행사가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데 비해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는 지역을 순회할 때마다 현지의 무용단체들이 함께 출연해 「춤의 해」를 내건 공식행사에 동참함으로써 더욱 무용계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고 현지의 무용계 활성화에도 적지않은 도움을 주었다.
곽객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의 무용팀들에게 더많은 박수를 보낸 예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입증이 된다.
물론, 이번 「여름 야외이벤트」의 전일정을 통해 줄잡아 3만여 명의 일반대중들이 무용공연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들의 대부분이 다양한 장르의 무용예술이 갖는 특성을 음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용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것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관객들의 대부분이 무용공연을 처음 대한 사람들이었던 것도 「온 누리를 춤의 꽃밭으로」란 슬로건에 걸맞는 「관객을 찾아가는」행사였던 셈이다.
전국무용제 9월 23일 개막, 14개 각 시·도 대표팀 확정
「춤의 해」행사중 가장 관심을 모을 제1회 전국무용제에 참가할 각 시도를 대표하는 무용단체들이 최종 확정됐다.
시·도 예선을 거쳤거나 시 자체에서 추천한 형태로 최종 확정된 무용단체들은 각 시·도로부터 1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게 된다.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부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될 「전국무용제」는 「전국 지방연극제」가 지방 연극계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었듯이 지역무용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가가 확정된 14개 팀 중에는 한국 무용 부문이 8개, 현대무용이 4개, 발레가 2개 팀으로 한국무용 파트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각 지방에서는 아직도 한국무용 전공의 무용인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가 확정된 각 시도 대표 그룹은 제주의 김정희무용단, 부산의 김은희무용단, 대전의 류미경무용단, 경기의 정금란무용단, 인천의 이은주무용단, 대구의 주연희무용단, 강원의 유옥재무용단, 충남의 박경숙무용단, 충북의 시음무용단, 전북의 금파무용단, 광주의 임지형무용단, 전남의 정영례무용단, 경북의 김정림무용단, 경남의 이척무용단 등이다.
부산지역에서는 6개 팀이, 경기지역에서는 3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예선을 치렀으며, 나머지 팀들은 자체내에서 추천하는 형식으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안무지의 나이가 많이 고려됐다는 것이 뒷얘기로 전해졌다.
「젊은 춤꾼들의 가을잔치」와 「통일맞이 춤판」도 계획 확정
당초 비공식 사업으로 추진되다 중소기업은행의 「춤의 해」지원으로 성사된 ’92춤의 해 「세계로 향한 젊은 춤꾼들의 가을잔치」경연 부문에 참가할 12개의 단체들이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한국무용 16개, 현대무용 9개, 발레 4개 등 모두 29개의 무용단이 참가신청을 했고, 7월 17일 심사를 거쳐 이중 12개의 무용그룹이 선발된 것이다.
확정된 안무자는 한국무용 부문에 김수현·김용철·박경리·백현순·이순 등 5명, 현대무용 부문에 김희진·이순 등 5명, 현대무용 부문에 김희진·박해준·박화경·장애숙·최상철 등 5명, 발레에 백연옥·황규자 등 2명이다.
이들 12개 팀은 오는 10월 11일부터 24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2개팀씩 짝을 이루어 이틀간에 걸쳐 모두 3회씩 공연을 하게 된다. 마지막날인 10월 24일에는 안무자 전원의 갈라 공연이 솔로로 펼쳐진다.
12개팀 중 선정된 3개팀은 미국의 쌩 마크 플레이스에서 공연(11월 12일∼15일)을 갖게 되며 이에 예일대학에서도 공연을 갖는다. 여기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춤의 해 운영위원회에서 지원한다.
특히 이번 참가작품 중 발레와 현대무용 파트는 외국의 무용음악 작곡가들과 연계시켜 공동작업을 갖도록 시도하고 있다.
8월말까지 안무된 비디오를 미국에 보내 그곳의 무용음악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어 보내준다는 것이다.
이번 「세계로 향한 젊은 춤꾼들의 가을잔치」는 유능한 젊은 안무자를 발굴해 본격적인 공연예술 시장인 뉴욕에 데뷔시키고, 외국 작곡가들과의 작업을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일단은 의욕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지나 준비기간이 짧아 그 성과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최종 경연에 참가할 작품과 공연일정은 다음과 같다.
■10월 12∼13일
⼘「더 이상 나는 것이 인간의 꿈이 아니다」(김수현 안무) ⼘「해야해야 나오너라」(박경리 안무) ⼘「삶에 들다」(에로스에 의한), (이순 안무)
■10월 15∼16일
⼘「심심한 여자」(최상철 안무) ⼘「금지된 장난」(박해준 안무) ⼘「서투른 여행자」(김용철 안무)
■10월 18∼19일
⼘「어느 여인」(박화경 안무)⼘「또 하나의 백지 위에서」(백연옥 안무)⼘「세 개의 연못」(황규자 안무)
■10월 21∼22일
⼘「조감」(김희진 안무) ⼘「밥」(백현순 안무) ⼘「향수」(장애숙 안무)
「남북통일이란 국민적 염원을 춤에 담아 분단의 현장에서 화합의 춤판을 벌임으로써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새로운 방법으로 고취시킨다」는 취지로 마련된 ’92춤의 해 「추석맞이 임진각 통일춤판」이 오는 9월 11일 임진각에서 펼쳐진다.
통일경모회의 추석 성묘의식과 결합해 펼쳐질 이번 춤판의 주제는 「통일염원」으로 운영위원회는 1,2부로 나누어 의식과 공연을 분리해 진행, 의식이 주는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와 공연이 자아내는 「뒤풀이 의식」의 성격을 보다 명료하게 함으로써 단순한 춤공연이 아니라 의식무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공연내용은 모두 3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첫 순서인 「통일기원 비나리」에서는 동랑댄스앙상블의 「내가 설 땅은 어디냐」, 「통일의 노래Ⅰ」(소리 박윤초), 「통일 기원무Ⅰ」(인천시립무용단)로 짜여졌고, 두 번째 순서인 「하나된 기쁨」에서는 국립국악원무용단의 「화평지무」, 국립무용단 또는 서울시립무용단의 「통일 기원무Ⅱ」와 테너 박인수의 「통일의 노래Ⅱ」,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꽃의 왈츠」로 이어진다.
「그리고 미래」란 타이틀이 붙은 세 번째 마무리는 김현옥의 비디오 댄스 「밤이여 나누라」가 선보일 예정이다.
춤의 해 운영위, 본격 사업준비로 분주해져
「춤의 해」의 여러 가지 사업은 여름시즌의 야외이벤트를 끝으로 이제 본격적인 추진사업으로 접어들 예정이다.
9월 23일 제1회 전국무용제의 개막과 함께 「서울무용제」, 「외국 단체 초청공연」「한민족 춤제전」을 한데 묶는 「춤의 해, 국제무용제」가 9월 20일부터 11월 중순까지 장장 60일에 걸쳐 펼쳐진다. 이 국제무용제에는 사랑의 무용티켓을 발행, 일반 대중들을 무용공연의 현장으로 초대할 예정이어서 춤의 해는 가을 시즌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춤의 해 운영위원회도 한달에 한번 꼴로 열던 회의를 보다 빈번하게 가질 예정이며 「폐막제」행사를 비롯해 「한민족 춤제전」등 각 독립된 사업별로 이미 선정된 준비위원들이 만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홍보분과위원회도 춤의 해의 본격행사가 9∼11월에 걸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 홍보자료의 제작과 함께 별도의 뉴스 레터를 만들어 무용계 및 전국민들의 동참을 유도할 예정이다.
해외 무용단체의 초청과 관련, 기획 추진실의 업무도 바빠지고 있는데 지난해 내한해 호평을 받았던 필보볼러스무용단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현재 유럽무용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리킬리안의 네덜란드 댄스 컴퍼니Ⅱ의 첫 내한 무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내한 공연은 9월 19일부터 27일 사이에 서울의 호암아트홀과 부산의 문화회관에서 번갈아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