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국악의 고장 새롭게 잇는다
김은정 / 전북일보 문화부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각 분야마다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현대에 올바르게 접목시켜 건강하게 발전시켜 내는 일은 여전히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어 있다.
국악의 맥이 튼튼하게 이어지고 있는 전북은 이즈음 국악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을 위한 가능성을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작업이 활발해 지면서 이른바 전통문화의 고장으로서 그 면모를 세워 나가는 분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월 30일과 31일에 열린 이 지역 농악 큰잔치인 제11회 전라북도 시군 농악대회,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전국 규모로 신설된 제1회 정읍사 전국 판소리 명창대회, 동리 신재효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2회 동리대상 수상자 선정, 그리고 9월 30일 정기공연을 갖는 전북도립국악단의 「토속민요를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공연이 이어지면서 국악의 올바른 현대적 계승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농악대회 운영방향 모색 계기 마련한 농악대회
전라북도내 19개 시군의 농악단이 모두 참여, 신명난 잔치 마당을 풀어냈던 제11회 전국 시군농악경영대회는 종래의 대회에서와는 달리 지역마다의 독특한 정서를 바탕으로한 가락이 다채롭게 선보인 자리로 놀이 마당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경연의식의 심화로 급조농악단과 규격화된 가락의 성행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더욱 큰 관심이 모아졌던 이번 대회에서는 호남우도농악의 제가락을 고스란히 지켜온 고창농악단(대표 이기화)이 대상을 차지, 창단 12년만에 기쁨을 안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실내경연이 안고 있는 한계와 좌도 농악과 우도 농악의 가락이 섞이어 각각의 특성을 살려내지 못한 점, 농악인구의 부족으로 학생들까지 동원시켜 농악단을 구성한 점 등 예년에 문제가 되었던 상황을 크게 벗지는 못했지만 농촌지도소 부녀회나 국악원 수강생들로 구성된 단체가 참여함으로써 농악이 이제는 더 이상 특수한 계층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뿌리내려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대회를 앞두고 열린 참가단체 대표자 회의에서는 이 대회가 지나치게 경연의식만을 심화시켜 각 지역의 순수한 가락을 변질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축제 형식으로 이 대회를 꾸리기 위한 운영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농악인들의 큰 호응이 모아지기도 했다.
바로 그런점에서 이번 고창농악단의 대상 수상은 적잖은 의미를 부각시켰다. 고창농악단은 고창 무장면 각 마을의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그동안 우도 농악을 고집스럽게 이어온 단체. 단원 대부분이 50∼60대의 순수한 아마추어 농악인으로 상쇠 황귀언 옹(72)을 비롯, 수십년동안 풍물가락을 이어온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농악단은 이날 대회에서 순수한 가락과 신명을 고스란히 이어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으며 「이 시대에 우리 가락의 원형을 간직한 보고」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곰삭은 가락과 사위로 신명을 돋우어 냈다.
명창의 권위 찾아야 하는 판소리 대회 위상 부각시켜
판소리명창을 발굴하는 전국 규모의 명창대회가 또 하나 신설됐다.
지난 9월 18, 19일 정주 정읍사 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정읍사 전국판소리 대상 명창대회는 이 지역에서만 세번째 마련된 판소리 대회인데다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규모의 자리로 국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전주대사습놀이, 남원 춘향제에 이어진 이 자리는 대통령상과 함께 1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판소리만의 단일 종목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회. 한국전통예술진흥회와 정주시, 정읍군, KBS전주방송총국이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일반부 15명, 대명창부 12명 등 그동안 소리를 닦아온 소리꾼들이 기량을 겨루어 명창부 장원에 서울에서 활동중인 박방금 씨를 비롯한 10명이 수상했다.
정읍사 예술회관 개관 이후 첫행사로 열려 이 지역주민의 더욱 큰 관심을 모았던 이 대회는 그러나 대통령상과 상금의 규모에 비견되는 면모를 갖추기에는 아쉬움이 있었고, 더우기 대회 운영상의 문제점이 적잖게 노출되면서 앞으로 이 대회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운영방법의 모색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회를 계기로 국악인들이나 관계자들은 판소리 분야에 또 하나의 대회가 마련된 것은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이미 명창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같은 규모의 대회 신설은 자칫 명창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릴 수 있는, 더우기 1년에 3명씩의 명창이 선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은 돌아가면서 상을 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 제기돼, 판소리대회에 대한 위상 정립이 과제로 부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이날 대회의 일반부 장원은 박선미 씨(서울 중구 황학동 280)가 차지했다.
국악인들의 권위있는 상으로 정착, 동리대상
동리 신재효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동리 대상의 두번째 수상자는 남원에 살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인 명창 강도근 씨가 선정됐다. 지난 90년에 창립한 동리연구회는 판소리의 이론적 체계를 수립하여 판소리 중흥의 발판을 마련한 동리 신재효 선생의 문화적 업적을 연구하고 이를 전승, 한국 전통문화의 의의를 정립하기 위하여 판소리 연창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온 단체.
지난 첫해 수상자로 김소희 씨를 선정했던 동리 연구회는 올해 수상자로 그동안 남원을 중심으로 판소리의 진흥과 후진 양성에 큰 역할을 해온 강도근씨를 선정한데 이어, 오는 10월 6일 고창 동리 국악당에서 시상식과 함께 판소리 기악 무용 등 각 부문의 중요무형문화재들이 대거 참여하는 기념공연을 갖는다.
동리 대상은 국악인들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정착되어 간다는 평가와 함께 그 의미도 뜻깊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앞으로 국악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이루어 나가는 역할을 기대하게 해주고 있다.
토속민요의 현대적 접목 작업 도립국악단 공연
민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는 문화의 뿌리이다. 고단한 노동의 현장에서 삶의 한가운데서 저절로 나온 노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던 민요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정서를 다스려온 바탕에 다름아니다.
그 민요를 오늘의 시점에서 접목시켜 낼 방법을 없는가.
전북도립국악단이 9월 30일에 갖는 가을 정기 공연무대는 바로 이 「토속민요」를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으로 마련, 그 방향을 모색한다.
「전북 토속민요를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전라도의 흥과 소리」로 올리는 이번 무대는 그동안 도립국악단이 국악 대중화와 전통의 현대화 작업을 위해 꾸준히 이어온 작업의 결실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토속민요는 「익산민요-만물산야」, 「임실민요-임실 구월 들노래와 관현악」, 「옥구 민요」등이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초연곡 3곡과 기왕에 작곡돼 발표됐던 「임실지방민요-밧삭」등 4곡이다.
이중 「민물산야」는 도립국악단 지휘자인 박상진 씨가 채보와 작곡을 했고 임실 옥구지방의 민요는 도립국악단 연구원인 류장영 씨가 채보, 이상규(한양대 교수), 김희조(전 서울예전국악과장)에게 작곡을 의뢰해 주었다. 이미 합창과 국악관혁악의 만남, 「굿」을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을 시도 국악 대중화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온 도립국악단은 이번 기획으로 토속민요의 현대적 접목의 가능성을 제시해 보이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국악 분야의 각종 행사가 예년보다 더욱 풍성하게 이어지고 있는 전북국악계는 활발해진 작업 못지 않게 종래에 제기됐던 문제점을 들추어내고 그 올바른 방향 모색을 새롭게 이끌어 내는 방향 모색을 새롭게 이끌어 내는 계기를 맞고 있어 국악의 고장으로서 국악 발전의 신선한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