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청주·千葉현대미술 신세대전
이현숙 / 충청일보 문화부 기자
한·일 현대미술 실행위원호회 에스펙트 현대미술 동인회가 주최한 「'92 청주·千葉 현대미술 신세대전」이 8월 24일부터 9월 2일가지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과 야외전시실에서 열렸다.
이번 교류전은 충북에서 처음 개최되는 국제전인 만큼 지역적 특수성과 국제적 동시성을 동시에 제고했다. 특히 충북에서 처음 열린 한·일 현대 미술 교류전은 작품전이 갖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이들이 작품에서 추구하고 있는「새로움」이 무엇이며 그 「새로움」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무엇인가를 모색해 보는데 큰 의미가 주어졌다.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의 개최 배경과 의의
「'92 청주·千葉 현대미술 신세대전」이란 타이틀로 개최된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은 청주지역 현대미술의 대표적 단체인 에스펙트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직을 맡아온 서양화가 김재관 교수(현 충북예총회장)가 지방 화단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충북지역의 대규모 국제교류전.
격년제로 개최되온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은 제1회전은 '91년 일본에서 가졌으며 이어 제2회전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 한국측에서는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 실행위원회와 에스펙트 현대미술 동인회를 주축으로 25명의 작가, 일본측에서는 야마기시노브오씨(山岸信郞)가 이끄는 일·한 현대미술 교류전 실행위원회와 엑스타시 그룹을 중심으로 25명 등 총 5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교류전은 충북에서 처음 이뤄지는 대규모 국제전이라는 점과 아울러 일본의 현대미술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충북지역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 작품전이다. 이는 최근 충북 미술문화가 활성화되고 작품전이 빈번해지는 추세와 더불어 중북내륙권 미술이 보다 현대적인 면모로 활착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모아졌다.
또한 지역문화예술이 자립, 자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고시켰다는 점으로 볼 때 충북현대미술의 방향설정과 성격형성을 위해서 이웃나라 일본의 신세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미술창조와 이지역 젊은작가들의 활동무대를 확장시킨다는 점에 교류전의 의의를 둘 수 있다.
국제교류전의 참의미를 일깨우며 한·일 양국의 젊은 작가의 의식의 지향성을 점검, 충북미술의 21세기를 모색하는 초석이 된 이번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을 통해 앞으로는 향후 국제비엔날레, 드리엔날레 또흔 환태평양전등 국제전을 기획, 주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본작가 작품세계 공예적인 세련미가 주류
일본작가들의 작품은 개념미술, 장식적 추상에서 메시지가 강한 작품 등 형식들을 보다 완성도 있게 혹은 세련되게 다듬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형식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소재로 탐구하고 새로운 표현, 새로운 미학을 개척해보려는 것이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들 작품은 수공예적인 모현성을 표출하고 있다.
참가작가들은 스스로를 발언하며 작품의 장르적 소박에서 벗어나 조형언어의 표현으로 영역간의 엄격한 구분을 고집하는 것에 대항하고 있다. 특히 환경과 인스탈레이션 현대미술은 이전의 평면성을 통한 장식적 기능성을 뛰어넘어 환경미술에 참여하여 보다 적극적인 형식적 기능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형식은 캔버스에다 유화물감으로 그린 것에서부터 나무에 물감을 칠한 것, 나무와 합판으로 짠 구조물, 끈과 돌을 이용한 조각 등 실로 다양하며 거기에 사용된 재료도 유채에서부터 아크릴물감, 나무, 비닐, 합성수지, 유리 등 각종 물질이다. 작품내용에서도 매우 다양성을 보여주었는데, 색채의 시각성을 표현했는가 하면 색채에 대한 의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혹은 색채의 불확실성을 추구하기도 했다.
출품작가는 아베다카시(阿部隆), 이시히로야스(石井博康), 우노가즈유끼(宇野和辛), 오시오히로미(大鹽博美), 가쯔다노리노(勝田德朗), 가나이요시코(金井良子), 구시다오사므(串田治), 사카이세이찌(酒井淸一), 사사끼히로아끼(佐佐木宏明), 스즈끼요꼬(鈐木洋子), 다게우찌가즈노리(武內かズンリ) , 다께우찌히로시(竹內博), 다께다모리히로(武田守弘), 최은경(崔恩景), 쯔으노모또코(律野元子), 즈가모토토시오(촉木반夫), 니시야미마미(西山眞實), 히야시토오두(林亨), 리에쯔보이케(坪池理惠), 후르가와히로유끼(古川泰之), 호소가와다카시(細川貴可), 미야야마히로아키(宮山廣明), 야마모토나오끼(山本直木), 야마모또노부끼(山本伸樹), 요시나가유타카(吉永裕).
한국은 스케일 큰 적극적 표현이 강세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에 나타난 일본미술은 다양한 미술양식의 폭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적인 차이가 더 큰 것을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일본작품에서 보여지는 공예적 측면, 양식적 일관성이나 만듦새의 힘같은 것은 상당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비쳐지고 있으나 그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적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도 정작 작품이 주는 인상은 공허함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예적이고 세련된 특성을 가진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작가들과 비교해서 리얼리즘적 접근은 약했다. 가령 도시화된 전형적인 일그러진 형상들을 그리고 있는 반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미술가들의 관심과 인식과 고민이 한국작가의 그것과 반드시 같을 수는 없으나 이번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에서 한국작품은 오밀조밀한 맛보다는 스케일이 크고 거칠면서 직접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전 평면작업에서 탈피, 입체작품으로서의 많은 변모를 보이고 있어 활력이 있고 무언가 살아움직이는 힘이 내재되기도 했지만 주류양식이나 일정한 문법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더 여유있고 다양한 표현방식의 필요성이 제고되었다.
출품작가는 강재원, 김동조, 손부남, 김영배, 신중덕, 신중신, 김재관, 안영나, 김택상, 양태근, 박기원, 엄기홍, 복종순, 이상범, 이용성, 정광호, 이용택, 정창훈, 이승희, 채명숙, 이종국, 최익규, 이종목, 홍명섭, 장혜용, 홍민표.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의 성과와 반성
국제전이란 말할나위도 없이 다양한 지역의 미술이 갖는 특수한 사정과 성격, 그리고 동시대 미술이 지향하는 국제보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이런 국제전이 갖는 기본적인 성격으로 볼 때 「'92 청주·千葉 현대미술 신세대전」은 지역간의 문화교류와 인류공통의 염원에 대한 문화적 상상력을 배양시킨 터전으로서 확고한 이미지를 다진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은 청년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젊은 미술의 지향부터 실험의 열기를 예상케했으며 동시에 충북지역 현대미술의 보편적인 국제화를 이루는 초석이 된다는 사실로 확인케 해주었다.
충북현대미술관은 국제적인 입장에서 자기 미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현대미술이 밖으로 진출하므로 인해서 자신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우리것」을 내보인다는 목적이 전제되어있는 한 항상 정체성의 문제가 중요성을 띠고 나타남은 물질이며 여기에 언제나 지역적인 특수성과 국제적인 동질성이 활발한 논의의 초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은 오늘날 일본미술가들의 전체의 시각과 사고와 작업을 골고루 보여준게 아니고 「현대미술」에 중점을 두고 보여진 작품전이며 그것이 비록 다양한 형식의 것이긴 하난 넓은 시각에서 보면 그역시 하나의 특정한 경향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미술은 형식과 방법, 그리고 내용은 전통적인 미술의 그것에서 떠나 자연과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상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서구와 미국의 미술의 동향에 대응하면서도 일본인의 시각과 사고와 감성을 투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물론 한국작가들도 그러한 미술을 알고 있으며 우리 작가들도 이 국제적인 동향에 대응하여 그들과 같은 형식과 재료, 같은 차원의 시각과 사고를 가지고 제작하며 탐구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현대미술은 우리의 작품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세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우리보다 더 현대적인 생활과 사회적 조건에서 더 적극적으로 국제적 미술동향에 대응한 때문이 아닌가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교류전은 일본과 한국의 현대미술가들이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작가들의 사고와 작업을 어떻게 보며 우리와 어떤 관계에서 물어야할 것인가에 있다.
한국작가작품 가운데 몇몇 인상적인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투박하고 거칠었으며 그저 충격 효과만을 노린 것이라든지 일시적 아이디어의 덧없는 작품 등 일본 작가들과 비슷한 발상을 하고 있는 작가는 없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전체적으로 회화보다는 조각, 설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꾸며진 형태, 강한 시각적 충격을 주는 설치 작품도 아닌 어정쩡한 성격을 내세운 작품, 과장되고 혹은 허풍스런 제스처와 같은 연극성을 띤 작품 등은 호소력과 긴장의 밀도를 상실하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의 현대미술을 일본과 같이 전시할 때 그들과 같은 특정의 현대미술만을 시도할게 아니라 그들과 다른 시각과 체험과 고민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함께 보여져야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국제 교류전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우리 문화미술의 신뢰를 높일 수 있고 그들과 대등한 정신적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작가들의 의식구조는 진정 무엇이고 작품 개념의 본질은 무엇이며 또 여기에서 이야기되는 「현실의 진의」는 무엇일까. 이것은 앞으로 우리의 젊은 작가들이 짊어져야 할 최대의 과제인 것이다.
결국 한국 작가들은 충북 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틀」에 관련된 문제와 다양한 시각의 추구 끝에 가져오게 될 「내용」의 문제가 상호 연결될 때, 그리고 우리 작가들이 펼치는 설치 미술이 보다 성숙된 의식 속에 펼쳐질 때 우리 미술의 다원화, 국제무대로의 길이 찾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