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컴퓨터 음악 센터
황성호 / 추계예술학교 교수, 작곡가
전자 기술의 발달은 음악과 영상분야에서 가상실제(virtual reality), 인공지능예술(cybernetic art)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가능케하여, 결국 이전에는 없었던 예술의 새로운 장르까지도 탄생시켰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음악을 비롯한 제반 예술교육은 많은 실험과 시도를 통해 꾸준히 변화해 오고 있다.
1991년도 문예진흥원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실험음악연구소(EMS), U.C.L.A, U.C Berkeley,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의 iEAR Studio, 피바디 음악원 등, 미국내 여러 대학의 컴퓨터 음악 센터와 더불어 엔소닉(Ensoniq Inc.), 스펙트럴 시스템(Spectral System Inc.)과 같은 전자악기 및 디지틀 레코딩 시스템 개발사 등을 방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실로 많은 것들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었다. 이 난을 통해 필자가 방문했던 미국의 컴퓨터 음악센터의 실태 및 그 활동을 간략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대부분 이들 센터의 설립 목적은 전자 및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 작곡 및 연주를 위한 환경을 작곡가 및 음악가들에게 제공하며 또한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있다. 자연 그 성격상 예술가와 기술자가 공존하는 체제임을 말할 나위 없다. 끊임없는 전자공학의 발달에 따라 이들의 활동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응용 없이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에는 필수적으로 예산의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점이 현 미국의 많은 대학 스튜디오들의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었다. 미국대학의 예산난은 이러한 부설기관에 제일 먼저 파급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존스 홉킨스 대학과 합병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피바디 음악원과 같이 과감한 예산투자로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그럼 U.C 버클리의 CNMAT, 일리노이 대학의 EMS, 피바디 음악원의 컴퓨터 음악 연구소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CNMAT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조그만 도시,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 소속의 CNMAT는 1987년, 음악과 기술공학과의 상호 협력을 위해 설립되었다.
물론 이러한 목적의 연구소는 여러 대학마다 흔히 있다. 그러나 이 연구소의 독특한 목적은 연주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된 연구의 관점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미디어와 상업적인 신디사이저가 연주자에게 제공하는 것보다 더욱 융통성있게, 또 다루기 쉽게 하는, 실시간 컴퓨터 합성(real-time computer synthesis)에 있다. 결국 이들의 목적은, 전통악기로 이야기한다면 대가적 기교의 비루투오소라고나 할까, 이들의 기술에 숙달된 일단의 연주자들을 통해 성취되는 듯 싶다. 연주를 위한 기술 말고도 이들의 관심은 멀티-, 하이퍼-미디어, 작곡 및 연주 소프트웨어의 개발, 오디오의 분석 및 합성을 위한 디지틀 시그널프로세싱(DSP), 음악 인식의 연구,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에도 미치고 있다.
이 센터의 녹음실에는 야마하 디스클라비어 그랜드 피아노를 비롯, 최신 스튜디오 장비들로 꾸며져 있다. 멕킨토시, NeXT, 실리콘 그래픽스 컴퓨터 등 십여대 이상의 워크스테이션이 교수, 연구원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음악과 오디오 실험을 위해 여러 종류의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기판과 미디 신디사이저, 미디/넌 미디 콘트롤러 등이 구비되어 있다.
또한 인근 스탠포드 대학의 CCR-MA, 그리고 프랑스의 IRCAM과의 공동 연구 역시 이 센터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공동의 작업을 위해서는 공동의 소프트웨어 등의 사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센터에서의 다양한 연구에는 cmusic, csound, cmix와 같은 표준 소프트웨어 합성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필터 설계, 신호 분석, 실시간 인스트루멘테이션과 제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DSP 스포트웨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또 여러 프로그래밍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C, C++, Common Lisp, Smalltalk, Max, Mathematica 등등이 사용되고 있다. 미디와 DSP를 이용한 음악 합성용 실시간 제어에는 Max를 사용하고 있다. CNMAT는 1990년, 이 Max를 개선시킨, MaxDSP를 개발하여 떼코드사를 통해 상품화하기도 했다. 이는 다양한 DSP 장치를 처리하는, 실시간 디지틀 시그널 프로세싱 인터페이스다. 또한 네트워크를 위한 MaxNet도 1991년 개발되었다.
CNMAT는 쟝 끌로드 리세(Jean Claude Risset)의 작품을 위주로한 여러 차례의 음악회를 열었다. 이 음악회에서 선보인 곡 중에는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를 위한 이중주(1989)」도 있었다.
작곡가에 의해 연주된 이 작품은 Max와 디스클라비어를 사용한 것으로 피아니스트와 컴퓨터가 연주하는 그랜드 피아노와의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플롯, 즉흥연주, 심지어는 우리 나라의 거문고(김진희 연주) 등과의 공동작업도 연주회를 통해 선보였다. 비교적 전통적인 연주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음악회와는 달리 최근들어 흔히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음악행위인 「상호작용 작곡/연주(interactive composition/performance)」, 다양한 리듬의 분석 조합 및 미분음향, 음색 하이어라키 실험 등에 의한 작품들도 선보였다. 상호 작용 작곡/연주를 위한 프로그램은 주로 Max에 의한 것이었다. 이 센터의 학생인 G. 하쥬크는 Max를 이용하여 17평균률로 처리한 음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10월 중순 샌호세, U.C 샌 호세에서 있었던 ICMA(International Computer Music Association)의 정기총회 기간 중 여러 행사에 스탠포드 대학의 CCRMA와 더불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2. 일리노이 대학교, 실험음악 스튜디오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과 더불어 미국 전자음악 및 컴퓨터 음악의 산실인 일리노이 대학의 실험음악 스튜디오는 여러가지로 이번 연수에 뜻깊은 곳이었다. 전자음악사상 초창기랄 수 있는 1953년에 개설된 EMS는 르쟈랜 힐러 (Lejaren Hiller)의 주도로 초기부터 컴퓨터에 의한 음악작업에 관심을 기울였었다. 그리하여 음악사상 최초로 1956년, 컴퓨터가 작곡한 작품, 현악사중주를 위한 「일리악 모음곡(Illiac Suite)」을 탄생시켰다. 일리악은 당시 힐러가 사용한 컴퓨터의 이름이다.
이는 오늘날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자동작곡의 효시랄 수 있다. 지금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일종의 작곡에 관계된 기본 설계자료와 더불어 스타일 파라미터들이 입력된 후 컴퓨터가 선택 조합한 것이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글로만 전해 듣던 이 작품을 실지 듣고 DAT로 녹음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경험이었다.
1991년도 6월, KBS에서 있었던 컴퓨터음악 연주회 준비를 통해 구면인 살바토레 마르티라노(Salvatore Martirano)교수 역시 EMS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 Sal-Mar Construction이라는 생연주용 이동형 컴퓨터를 만들어 연주여행을 다녔던 분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행을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는 컴퓨터란 거의 불가능하던 때였다. 지금도 그의 홈 스튜디오 한편에 수많은 배선들을 뽐내듯 서 있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당시 이 기기는 컴퓨터와 신디사이저의 결합을 예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 마르티라노 교수는 Sound and Logic이란 Realtime Controlled MIDI System Program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의 개념은 일종의 지능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제어와 더불어 자동제어가 어울어지는,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 음악 운용법이다.
이곳의 중요한 작곡가로는 존 멜비(John Melby), 허버트 부퓐(Herbert Brün), 카를라 스카레티(Carla Scaletti)등이 있다. 여성 작곡가인 스카레티는 맥킨토시를 이용한 키마(KYMA)시스템을 개발한 뛰어난 능력의 인물이다.
현재 EMS의 책임자는 스코드 와이어트(Scott Wyatt) 교수로 그는 「미국 전자/어커스틱 음악협회(SEAMUS: The Society for Electro-Acoustic Music in the U.S.A)」의 회장이기도 한 중요한 인물이다. EMS는 5개의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튜디오 A는 지난날의 아날로그 기기들을 설치한, 역사적인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 지난날의 명기였던 브클러 시스템(Buchla System), 무그 시스템 (Moog System) 50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스튜디오 B는 테이프 조작을 위한, 구체음악 제작용 스튜디오로 자그마한 곳이었다. 스튜디오 C는 맥킨토시를 사용한 MIDI 스튜디오로 초보학습을 위한 방식이었다. 스튜디오 C는 맥킨토시를 사용한 MIDI 스튜디오로 초보학습을 위한 방이었다. 본격적인 스튜디오랄 수 있는 스튜디오 D는 전문적인 전자음악 제작을 위한 MIDI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는 미디를 통한 사운드 합성 및 분석을 실시하고 있었다. 또한 소리 편집을 위한 Studer Dyaxis Digital Editing System도 인상적이었다. 스튜디오 E는 믹싱, 복사 등을 위한 작업실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일리노이 대학의 전자 음악 시설은 그 명성에 비해 덜 현대적이었다. (처음엔 아주 실망했지만 후에 여러 대학을 방문한 후에는 그래도 일리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는 현재 미국 대학의 문제점이랄 수 있는 예산부족의 결과로 생각되었다. 새로운 투자가 없으므로 이들은 지난날과 같이 전자음악 및 컴퓨터음악을 전적으로 주도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오랜 전통에 의한 전자음악을 위한 교수법 및 시설은 기억할만 했다. 컴퓨터 음악 교육을 위한 교실을 모두 LAN으로 엮어져 있었으며 학생들 하나하나가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또한 교수가 감독할 수 있도록 설비되었다.
또한 큰 대학답게 음악외적인 컴퓨터 기관과의 연계도 부러운 것 중 하나였다. 「미 국립 수퍼컴퓨터 응용센터(NCSA)」와 같은 기관과의 연계로 컴퓨터 그래픽, 멀티 미디어 개발에 많은 음악도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1985년 2월, 미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 의해 설립된 NCSA (National Center for Supercomputing Applications)는 1986년 1월부터 공식적인 일을 시작했다.
이 기관의 목적은 재능있는 과학자 및 컴퓨터 응용 예술가들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현재 200개 이상의 대학과 또 3,000명 이상에게 High Performance Computing(HPC)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곳에서의 연구는 컴퓨터를 이용한 시뮤레이트, 기상과 같은 자연현상의 분석, 의료용 그래픽 처리에서 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또한 일리노이 대학과 샌 호세의 실리콘 그래픽스 사와 같은 큼 컴퓨터 회사와의 산학합동 작업도 든든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이러한 작업의 핵심적 인물로 박사과정의 로져 바거(Roger Bagger)는 주목할만 했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을 위한 음악 및 음향들에 관심이 있는 젊은 음악가였다.
3. 피바디 음악원
의과대학으로 유명한 존스 홉킨스 대학과 합병한, 볼티모아의 명문 음악학교, 피바디 음악원은 최근들어 과감한 투자로 전자음악 및 컴퓨터 음악 분야에 놀랄만한 신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음악교육을 위주로 하는 줄리아드 및 커티스 등의 음악원과 비교할 때 이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또한 수많은 미국 대학 중에서도 앞서, 전자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두고 있다. 피바디 음악원의 전자음악 시설은 모든 음악회의 녹음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한 곳의 녹음 스튜디오와 전문적으로 전자음악을 제작하기 위한 두 곳의 전자/컴퓨터 음악 스튜디오, 교육을 위한 교수 스튜디오(Teaching Studio)로 이루어진다. 또 NeXT과 멕킨토시 IIci를 통한 두 개의 워크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각 스튜디오 및 연구실들이 미디, 모뎀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물론 존스 홉킨스 대학의 DEC VAX, Gould Computer, CRAY II, CRAY xmp등도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디지틀/아날로그, 아날로그/디지틀 컨버트를 위한 MTU Digisound-16도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미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음악 센터로는 스텐포드 대학의 CCRMA, 자동작곡 시스템 개발로 유명한 필 윈져(Phil Winsor)교수가 있는 북부 택사스대학의 CEMT(center for Experimental Music and Intermedia), 음악만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 비디오 아트에도 관심이 높은 PRI(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의 iEAR Studio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