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무용공연장 현황과 실태
장광열 / 「객석」기자
Ⅰ. 머리글
무용공연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남산 중턱에 1973년 10월에 세워진 이 극장에는 객석수 1.518석의 대극장 공연 횟수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무용단체의 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춤의 해」를 치른 92년도 무용공연의 횟수도 전년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 같은 무용공연의 수적인 증가는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춤의 해」를 결산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는 그 동안은 우리가 한국의 무용문화를 논하면서 서울중심의 잣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춤의 해」를 계기로 지방 무용계의 소통성이 확대되고 지방과 중앙과의 수평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인 개념에서 우리나라 무용문화를 인식하기 시작한 점이다.
그만큼 우리 무용계에서 지방 무용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서울의 무용 공연 횟수가 결코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 공연 건수에서는 증가폭이 둔하나 공연 횟수의 면에서는 증가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공연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개인발표회나 단체의 정기 공연, 페스티벌 형태의 공연 형태를 취하더라도 공연을 엮어나가는 방식에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한 극장에서 보름 동안 장기공연을 한다든지, 출연자에게 일정한 출연료를 지급하며 공개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를 선발한 공연무대를 마련한다든지,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기 다른 안무가가 공연을 한다든지, 솔로 춤만으로 또는 남성무용수들 만으로 공연을 갖는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전통춤의 공연 유형도 대개 하루만에 끝내던 데서 벗어나 유사한 춤들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서로 다른 유의 춤을 연속으로 공연해 춤의 색다른 맛을 전해주는 공연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기획공연의 형태도 보다 다채로워지고 있다. 레퍼토리 공연이 활기를 띠는 것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무용 공연의 형태가 다변화되면서 기획의도에 맞는 공연장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증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연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공연장을 대관 받기도 그리 쉽지가 않다. 무용인들의 경우 문예회관 등 인기 있는 공연장의 대관을 받기 위해서는 입사시험을 치르는 졸업생들처럼 경쟁을 해야 한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수요에 비해 확실히 공급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서울 지역에서 무용인들이 공연을 위해 대관을 받기란 수월치가 않다. 서울에서 무용공연이 자주 열리는 공연장은 어디인지 알아본다. 글의 배열은
-대극장을 중심으로 중극장·소극장의 순서로 구성했으며, 기본적인 극장의 특성을 먼저 소개한 후 무용공연과 관련된 특성들을 기술한다.
-해당 공연장에서 있었던 주요한 무용공연들을 언급, 무용 발전에 기여한 점과 무용예술과의 관련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대관료는 92년을 기준으로 했다.
Ⅱ. 서울시내 주요 무용 공연장
1. 중앙 국립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중앙국립극장은 국립무용단 및 발레단의 전용극장인 만큼 이들 직업무용단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하는 공연장이다.
과 372석의 소극장, 그리고 약 6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놀이마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극장에는 420평의 무대에 직경 20미터의 회전무대와 대·소형의 승강무대 2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무대 전면에는 80명의 수용이 가능한 오케스트라 피트가 설치되어 있다.
국립무용단의 대형 무용극 공연이 가능한 것도 이 같은 국립극장대극장의 회전무대 등 다양한 시설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공연 때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오케스트라 박스가 있기에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국립무용단의 경우도 대형 무용극공연에서 중앙국악현악단이나 합창단과의 현장 반주를 시도하면서 국립극장의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곤 했다.
국립극장이 자체 기획한 행사 중에 「전국 시립무용단 무용제」가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립무용단들이 국립극장 대극장에 모여 1년에 한차례씩 창작 춤잔치를 벌이는 무대다.
이「전국 시립무용단 무용제」가 열릴 때 지방 시립무용단의 단원들에게는 국립극장 무대에 서보는 것이 동경의 대상이 된다. 중앙으로 불리는 서울에서의 공연기회가 적은 지방의 젊은 무용인들에게는 국립극장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훌륭한 무대 시설을 갖추고 있고, 뛰어난 무대 스텝들이 일하는 국립극장 같은 공연장이 우리 시에도 있다면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텐데…」하는 것이 열악한 환경에서 무용활동을 펼치는 지방 무용인들의 바램인 것이다.
일반 무용인들에게는 대극장보다는 소극장이 더 애용된다.
소극장은 총 72평의 무대 면적을 갖고 있다. 소극장에서는 주로 전통 공연과 개인발표회 형식의 창작 춤 및 현대 무용인들의 개인발표회 장소로 활용된다. 국립무용단 및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중견단원 창작발표회도 이곳에서 치러지며, 하반기에는 대학 무용과의 발표회도 자주 열린다.
국립극장의 놀이마당도 야외 무용공연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특히 92년 「춤의 해」인 경우 춤의 해 운영위원회에서 국립극장 놀이마당에서 「가족 춤 자랑 대회」,「젊은이들의 춤 자랑 대회」를 가졌고, 「상설 야외무대」를 설치해 무용인구의 대중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었다.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설치한 놀이방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딸린 주부 관객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만든 이곳은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면 전담하는 직원이 공연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아주는 제도이다. 6살 미만의 어린이는 공연장출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 때문에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무척 필요한 일들을 국립극장 측에서 해주고 있는 셈이다.
무용 공연 때도 이 같은 놀이방 코너가 인기가 있음은 물론이다.
국립극장이 최근에 무용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주차 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문예회관과 세종문화회관에 비해 주차장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주차장의 이용도 간편해 관객들의 입장을 고려한 무용가들이 차츰 이곳을 선호하고 있다.
2.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과 소강당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과 소강당은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했다는 지리적인 이점에다가 대강당의 경우 국내 공연장으로서는 가장 많은 객석을 갖고 있어 대형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자들에게는 가장 치열하게 대관 경쟁이 벌어지는 공연장이다.
서울시 산하에 있는 이곳은 시립 전속 예술단체들의 정기 및 특별 공연들이 연중 벌어지는 데다 외국에서 내한하는 예술단체의 공연도 거의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개인자격으로 대관 받기에는 여간 힘들지 않다. 외국 내한단체의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객석의 확보가 필수인 만큼 대관 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무용단의 정기 및 특별공연들이 주로 이곳에서 행해지며 90년대 들어 발레의 경우 유니버설발레단과 서차영·조승미 등 개인 무용가들의 대작 공연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볼쇼이발레단·키로프 발레단·스코티시 발레단 등 외국 무용단체의 내한공연도 어김없이 이곳에서 행해진다.
530석의 객석을 갖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의 경우는 100여 평의 무대와 스타디움 형식의 2층으로 된 소규모의 홀로, 문화영화나 국제회의 및 학술 발표회에 활용되고 있으나 거의가 음악 독주회나 실내악 그룹들의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용의 경우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 서울」의 레퍼토리 공연들이 이곳에 치러졌으며, 가끔씩 전통춤 공연이나 동아무용콩쿠르 등 무용콩쿠르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서울시립무용단 단원들의 창작발표 무대도 이곳에서 치러진다.
이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뒤에는 분수대가 있는 녹지공간도 갖추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야외 공연 무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분수대 축제」란 이름의 이 야외 공연에는 대중가요와 춤의 만남, 팝송과 춤의 만남, 시와 춤의 만남 등 다채로운 춤 공연이 펼쳐진다.
3. 호암아트홀
도심에 위치한 호암아트홀도 무용인들의 이용이 빈번해지고 있다.
1층(7백 18석)과 2층(2백 82석)을 합쳐 모두 1천 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관객이 무대 위의 공연자와 일체감을 이루어 함께 호흡하고 그 예술의 향연을 만끽하는데 적합한 공연장임을 특색으로 내세운다.
호암아트홀의 무대는 객석 규모에 비해 가장 넓은 편으로 160여 평의 무대에 최대 2백여 명의 공연자가 동시에 출연할 수 있다. 여러 세트의 리프트 웨곤에 의해 전, 후, 좌, 우의 입체적인 변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70여 명의 연주자를 수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박스가 원격 조정에 의해 오르내린다. 이 같은 무대 특성을 활용한 대표적인 공연이 지난해 현대무용가 박일규가 공연한 「어미」와 윤이상의 음악을 사용한 「무악」이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호리존트 근처의 승강식 무대를 사용해 무용수들이 등·퇴장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호암아트홀만이 가진 무대 전체의 승강식 시설을 십분 활용했다.
호암아트홀에서는 그러나 객석과 무대와의 거리감이 없어 무용 공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무용인들도 있다. 이 공연장에는 전통무용 외에도 개인 발레공연과 현대무용 등이 두루 무대에 오르나 그리 많은 편은 아니며 대관 과정에 있어서 경력을 참조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한국무용제전」이 페스티벌 형식으로 치러졌으며, 호암아트홀 자체 기획 행사였던 「발레 그랜드 페스티벌」도 국내 유일의 페스티벌로 시행되었으나 90년부터 중단되고 있다.
넓은 주차장 시설을 갖추었고, 극장 앞 로비에 스낵코너가 있어 관객들의 편의를 도모해주고 있으며, 앞에 호암 갤러리도 위치해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격조 있게 해주고 있다.
4. 리틀엔젤스 예술회관
성동구 능동 어린이회관 후문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전용 공연장이다. 오페라 하우스 풍의 공연장으로 설계되어 있고, 모든 벽면 처리가 석고로 조각(몰딩)을 해 장식되어 있다. 2백여 평의 무대는 장치를 달 수 있는 바톤이 국내 극장에서 가장 많은 25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무대 막은 모두 7개를 갖추고 있다.
동시주차 능력 1천여 대의 주차장을 완비했으며, 위치적으로 대공원과 인접되어 있어 공연장과 공원의 경치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교통편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전속공연장이란 이유 때문인지 무용인들이 이곳을 대관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지난해의 경우 MBC 창작무용콩쿠르가 이곳에서 열린 것을 제외하면 외부 대관공연은 거의 드물다.
그러나 이곳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전용 공연장이란 이점을 살리면서 우리나라 발레계에서 수준급의 작품을 상연하는 장소로 명성을 굳혀하고 있다. 92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최장기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92년도에 3만여 명의 관객 동원으로 최다 관객 신기록을 수립한 「호두까기인형」등이 모두 이곳에서 공연됐다.
5. 서울교육문화회관
양재동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교육문화회관은 도심의 공연장을 대관 받지 못한 예술가들에게는 공연장소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는 극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새로운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고 있는 서초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어 앞으로 극장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면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의 전당과 국립국악원 및 서초구민회관, 양재시민의 숲 등과 인접해 있어 새롭게 중요한 공연장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바로 앞에 위치한 양재 시민의 숲에 야외 공연장이 들어서면 이곳은 공연장으로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서초동 및 대치동 개포동·도곡동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거의 중산층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지리적인 이점을 살린다면 극장 운영에 있어서도 밝은 전망을 안겨주고 있는 공연장이다.
125평의 무대공간과 20평의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고, 세로 7미터, 가로 15미터, 깊이 17미터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갖추고 있다. 무대장비는 음향 반사판과 150명 이상의 합창을 위한 합창대와 10개의 바톤을 갖추고 있다.
주연 및 조연 분장실 4개와 출연자 대기실이 별도로 있고, 객석 1,085석(1층 577석, 2층 508석)과 50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으며, 무료 셔틀버스가 지하철3호선 양재역에서 극장까지 매 20분 간격으로 순환 운행하고 있다.
이 극장은 1천 석의 적당한 공연장으로 영화·무용·연극·음악회 등에 골고루 사용되고 있다. 무용의 경우 개인발표회나 무용학원 발표회 외에 각 대학교무용과의 발표회 장소로도 자주 애용되고 있다.
이 극장은 장기 대관을 할 수 있는 이점도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 그곳 주민들을 위한 무료 초청공연도 자주 열고 있다. 93년 1월 한달 동안에는 뮤지컬 「코러스 라인」이 장기 상연되며, 구 소련의 레닌그라드 국립발레단의 내한 공연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6.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동숭동에 자리잡고 있는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은 무용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공연장이다.
「왜 연극 공연은 1주일, 2주일씩 대관을 해주면서 무용은 길어야 3일이 고작이냐」고 푸념을 하는 대상도 바로 문예회관이다. 그만큼 무용인들에게 문예회관은 꿈(?)의 대상이다. 그런 만큼 문예회관의 대관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평균 3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보인다.
무용인들이 문예회관 대극장을 선호하는 데는 우선 무용공연에 알맞은 중극장 규모의 객석(709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용공연에 적합한 무대 조건과 공연장의 여건도 한몫을 한다. 무용 공연이 갖는 특수성을 가장 잘 전달해 주는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다른 공연장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싼 대관료 탓도 있다. 그리고 비교적 무용공연을 많이 하면서 쌓인 조명·음향 등 무대 스텝들의 축적된 노하우도 무용인들에겐 편안한 공연장의 이미지를 주는 요인이다.
편리한 교통편과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북적대는 곳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주 들르는 공연장이다 보니 자연 무용인들에게는 친근감을 주고 있는 것도 선호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문예회관 소극장 역시 비슷한 이유로 무용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비슷한 무대여건을 갖고 있는 바탕골극장이나 기타 다른 극장에 비해 무대 크기가 우선 제일 넓고 천정도 높아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문예회관 대극장은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한민국무용제」나 「서울무용제」 등 무용계의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연례적으로 치러진다. 서울에서 행해지는 공연의 3분의 1정도를 이곳에서 소화하고 있는 것만 봐도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의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다.
7. 소극장 THE POST
92년 10월 31일에 개관한 창무예술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복합 무용 공간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소극장「더 포스트(THE POST)」는 바로 이곳 창무예술원의 지하 1, 2층에 자리잡고 있다.
250석의 이 극장은 가변 좌석식으로, 기계작동에 의해 객석의 변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연희자들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극장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극장은 창무 예술원의 다른 관련 기관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어 단순한 극장 공간의 기능 외에 다른 역할을 담당 할 수도 있다.
창무예술원은 한국 창작무용에 전념해 온 창무회를 모체로 설립된 일종의 문화사업기관, 무용을 비롯한 각 분야 공연예술의 창작과 발표 및 교육을 실시해 우리 문화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며, 순수 창작사업의 산실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근본 목표이다.
이 창무예술원에는 한국무용 전공인들로 구성, 우리 춤의 작업과 아울러 국내공연은 물론이고 해외단체 초청공연, 또 해외공연 등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우리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 는 것을 목적으로, 전문 무용단체인 창무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소극장 더 포스트는 바로 이 창무회의 전용극장이기도 하다.
최신형 기자재를 설비, 공연장이 갖추어야 할 모든 시설을 짜임새 있게 갖추어 놓은 소극장 더 포스트는 무용·연극·음악·행위예술 등 모든 공연물을 연회 할 수 있는 작지만 다목적 공간의 특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음을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특성을 시험이라도 하듯 이 극장은 개관 기념공연으로 우리나라 전통춤과 창작춤 공연은 물론이고, 일본의 부토 댄스, 중국의 전통무용, 일본의 재즈 발레 등 외국 단체의 초청 공연을 성황리에 끝냈다.
창무회 정선 레퍼토리로 명명된 한국 창작무용, 발레, 현대무용 단체의 초청 공연에 이어 야만과 즉흥춤의 만남, 프리 재즈, 뮤직 퍼포먼스 등 이색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극단 문화의 연극이 장기적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또 디스 플레이 아트 쇼도 벌어져 극장 공간이 단순히 공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93년도에 이 극장은 「92년도 베스트 초대전」,「시와 춤, 그리고 미술의 만남」 등 장기 기획공연으로 소극장을 통한 무용계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지속적인 해외 무용단체의 초청공연과 외국 안무가들의 워크숍 등도 계획하고 있어 국내 무용계의 국제 교류에도 톡톡히 한몫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8. 두리 춤터
1990년에 개관한 두리 춤터는 우리나라 유일의 무용 전용 소극장이다. 창무 춤터 폐관 이후 새로운 춤 전용극장으로 떠오른 이곳은 방배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연장으로 개관 당시에 화제를 모았었다.
한국무용가 임학선·임현선 자매가 운영하는 이곳은 무용인에 의해 만들어 진 무용전용극장이란 점 때문에도 주목 을 받았었다.
두리 춤터는 아담한 5층 건물 지하 1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70평 규모에 무대 음향기기 조명장치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객석은 수동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2백 석 규모로 이동이 가능하다.
두리 춤터의 대표인 임학선은 개관 당시 「무용인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고, 대중들의 무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좋은 춤을 마음껏 출 수 있는 공연장의 기능을 해나갈 것과 신인 무용가 발굴에 초점을 두고 춤의 전문성과 예술성 및 이론적 정착을 위해 장기공연 시대를 열어 춤계의 숙원이던 춤 레퍼토리화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곳에는 춤 전용 극장이란 특성에 걸맞게 주로 무용 공연이 이루어진다. 개관하던 해와 이듬해에도 기획 공연도 자주 가졌으나 최근에는 대관 위주로 운영되며, 연습실 및 무용 워크숍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지난 92년 11월과 12월에는 두리 레퍼토리 공연으로 임학선·임현선·김기화 등 3명 안무자들의 공연 무대가 8일 동안 펼쳐졌었다.
9. 국립국악당 소극장
서초동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국악당 소극장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주 활동 무대이다.
최소 324석, 최대 606석의 가변 객석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 극장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최소화시키는 계단식 객석 구조와 각종 유형의 국악공연에 알맞게 무대를 3종류로 변화시킬 수 있는 리프트 장치가 되어 있다.
또한 연기자의 표정 관찰 및 연주자와 관객과의 일체감을 조성할 수 있는 무대인 돌출무대가 마련되어 있어 살풀이나 판소리 공연 등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공연장에서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정재 및 창작무용 공연이 주로 행해지며, 개인 무용가 및 무용단체에 의한 전통 춤 공연이 자주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전통무용 공연의 반 정도는 이곳 국악 소극장에서 열리는 셈이다. 시내에서 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라는 단점이 있지만 무용계에서는 전통무용 발표회장으로서의 성격을 굳혀가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창작무용 「비손」이 공연됐으며, 원로무용가 김천홍의 무악 70년 기념공연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 종목의 발표 무대도 이곳에서 마련되었다.
10. 공간사랑 소극장
공간 소극장은 비록 120석의 작은 공간이지만 무용계와는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가변형 무대와 박스형의 객석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이곳은 미술관 등 인접 문화공간과 연계된 특성을 갖고 있다.
이 극장이 무용계에 기여한 점은 소극장 무용의 활성화이다. 개관 이후 「공간 무용의 밤」 등을 개최해 소극장 춤을 활성화시켰으며, 이를 통해 유망한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활용되어 왔다. 「공간무용의 밤」 등을 통해서는 한국의 창작춤꾼들이, 「공간 현대무용의 밤」 등을 통해서는 현대무용의 신인들이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다져왔으며, 이는 우리나라 무용계의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공간 소극장은 마땅한 발표의 장이 없던 무용인들에게 창작의 터를 제공했으며, 소극장 춤 양식의 발전에도 공헌 바가 지대했다. 최근 들어서는 다소 뜸하지만 「공간무용의 밤」은 1년에 한차례씩 기획공연 형태로 계속되고 있으나, 옛날만큼 무용공연이 그리 활발한 편은 못된다.
11. 바탕골소극장
1986년에 개관한 바탕골 예술관도 무용인들에게는 꽤 친숙한 공간이다.
80평 크기에, 240석 정도의 객석 설치가 가능한 이곳은 86년부터 「바탕골 현대무용의 밤」이란 기획과 「바탕골 무용제」, 그리고 「바탕 흐름전」 등의 기획 프로그램들을 통해 무용계의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특히 바탕골소극장은 「바탕골 현대무용제」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현대무용의 신인 안무가 발굴에 노력해 오고 있다. 더구나 지방에서 활동하는 무용인들에게도 과감히 문호를 개방해 지방 무용인들의 서울 진출 공연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바탕골소극장이 무용과 인접 분야 예술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기록될 만하다. 「바탕 흐름전」을 통해 전위적인 형태의 무용작품이 만들어지는 계기를 만들었고, 현상근의 「적색경보」, 김기인의「바퀴 속으로」 등 일련의 과감한 실험작업들이 이곳에서 행해졌다. 지난해 '92 바탕 흐름전에서도 박화경·김은희·김수현 등 젊은 무용인들이 참여해 설치섬유와 춤의 만남전을 비롯해 컴퓨터와 춤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12. 학전소극장
동숭동에 90년에 개관한 학전소극장은 주로 연극공연이 행해지거나 대중 가수들이 라이브 콘서트로 이용되나 1년에 한번 정도 기획 공연 형식을 통해 무용공연이 마련된다.
젊은 춤꾼들 위주로 기획되는 무용공연은 천장이 높은 극장의 특성을 살린 작품들이 공연된다. 문예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소극장 기획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제도의 실시로 학전소극장이나 충돌 소극장·성좌 소극장 등 연극 전용 소극장에서 기획 형태의 무용공연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3. 기타
이밖에도 동숭동에 자리잡고 있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이나 잠실 롯데월드, 삼성동의 현대 토아트홀, 그리고 백화점에 딸린 작은 소극장에서도 무용공연이 열리기는 하나 전문 공연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Ⅳ. 맺는 글
전국적으로 많은 문화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괜찮은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늘어나면서 지방 무용인들의 창작 열기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문예진흥원의 지역 순회공연에 대한 지원제도에 대해 무용인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역 무용단끼리의 교류 공연도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이처럼 지방에 공연장이 생기는 현상은 시립무용단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 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문화예술회관이 설립된 몇몇 중소도시에서는 시립무용단 창단에 관한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공연장의 신설 내지 증설은 예술 공연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들의 문화 향수권 신장에도 기여하는 일이 된다.
기자가 지방이나 서울의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 무용인들은 대극장 보다는 6백 석 내지 1천 석 정도의 중극장을 더 원하고 있었다. 문예회관 대극장의 경쟁이 치열한 것도 알맞은 규모의 공연장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화정책은 대극장 보다는 중극장을 더 늘려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무용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만 하더라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예술의 전당·국립극장 대극장 등의 대형 극장과 객석 5백 석 미만의 소극장은 많지만 실제로 제대로 시설을 갖춘 중극장은 거의 없지 않은가.
실적 위주의 과시용에서 벗어나 문화 공간의 설치도 우리 예술계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관표 |
중앙 국립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소극장 THE POST
평 일 |
공 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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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일 |
공 휴 일 |
38만 4천원 |
11만 2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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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 |
50만원 |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과 소강당 두리춤터
대 극 장 |
소 극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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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일 |
공 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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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
공휴일 |
평일 |
공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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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 |
30만원 |
134만원 |
150만원 |
30만원 |
33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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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아트홀 국립국악단 소극장
음악연주 |
13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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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일 |
연극무용 |
13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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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 |
리틀엔젤스 예술회관 공간사랑 소극장
평 일 |
토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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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일 |
공 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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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110만원 |
음악 |
125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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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9천원 |
9만 9천원 |
연극무용 |
120만원 |
연극무용 |
135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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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씩 추가
서울 교육문화회관 바탕골소극장
오 후 |
385,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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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일 |
공 휴 일 |
야 간 |
495,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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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5천원 |
16만 5천원 |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대 극 장 |
소 극 장 |
25만 9천원 |
5만 9천원 |
※ 공휴일은 20% 가산
중극장이 필요하다 : 앞으로의 문화정책은 대극장보다는 중극장을 늘려가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