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의 문화행정
김문환 / 서울대교수·미학
이 글은 필자가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초청으로 1년간 그곳에 머물면서 객원 연구원으로 몸담고 있던 「종합연구개발기구」가 8회에 걸쳐 개최했던 전국문화행정 심포지엄들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화행정의 장점들을 정리·소개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준거틀을 마련해 보려는 의도에서 씌어진 것이다. 글의 순서대로 하자면 「종합연구개발기구」 자체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 하겠지만, 자칫 장황해 질 염려가 있으므로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서 만든 일종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경제기획청에 소속해 있지만 각 방면에 걸쳐 국가정책에 관한 중요한 연구과제들을 자체연구와 위촉연구 등의 방법을 통해 다루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해 두기로 한다. 이 글이 계속되는 중에 독자들은 은연중에 이 기관이 지니는 비중이랄까, 위치를 감지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I.
「문화행정」이라는 말이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1995년경부터이다. 그후 10년간 한편으로는 행정개혁이라는 거센 파도에 밀리면서 문화행정이라는 개념과 실천은 일종의 붐을 이루었다고 할 정도로 급속하게 전국각지의 도·도·부·현 (都·道·府· 縣)이라는 큰 규모의 지방 자치단체로부터 시·정·촌(市·町·村)이라는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어 갔다. 문화에 대한 지방행정의 대응은 고도경계성장으로부터 안정경제성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야기된 하나의 시대적 요청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이에 각 지역에서의 문화행정을 개관한다면, 초기에는 주로 시설의 건설, 정비라는 형태로 진행되다가 차츰 도시경관이나 종합적인 〈마을 만들기〉같은 분야로 초점이 옮겨가는 추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행정 자체의 자기혁신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행정의 문화화〉가 요청되기도 했는데, 이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종합연구개발기구」는 1974년에 설립된 당초부터 문화행정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예컨대 「지역사회에서의 문화행정 시스템에 관한 연구」(1975년, 위탁연구), 「도시의 문화행정」(1979년, 자체연구), 「문화시설의 경계효과」(1981년, 위탁연구) 등의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8회에 걸친 전국 문화행정심포지엄은 그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 글은 그와 같은 일련의 작업을 정리하는 의미를 지닌 「문화행정의 이제까지·이제부터」라는 제목의 자주연구(1987년 9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4×6배 판 387쪽에 이르는 이 종합요약보고서는 전국문화행정 심포지엄의 기록, 도·도·부·현에 있어서의 문화행정의 상황, 그리고 「금후의 문화행정에의 기대」라는 전문가들의 논평과 함께 종합평가 좌담회 기록을 담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에게 큰 참고가 되고있다. 이제 그 골자를 진행과정과 함께 간추려 본다.
Ⅱ.
1970년경부터 일본의 몇몇 지방자치체에서는 문화행정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만, 이는 아직 법률의 체계가 잡혀있지도 않고, 또 관례나 선례가 많이 있지도 않은 새로운 영역의 과제였다. 따라서 자치체들끼리 서로 공부한다는 취지로 1977년부터 전국문화행정연락회의가 열려왔다. 카고시마현에서 개최된 제3차 회의에서 전국적인 수준에서 연구교류심포지엄의 개최가 제안되었고, 이에 따라 「종합연구개발기구」의 주도로 1979년 카나가와현에서 제1회 전국 문화행정심포지엄이 열리게 되었다. 이것은 자치체가 자주적 그리고 임의적으로 서로간에 정책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의미에서 자치행정의 역사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된다. 그리고 그후에 문화행정이 전국자치체로 확산하게 되는 도약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전국문화행정 심포지엄은 각 도·도·부·현에서 매년 돌아가며 개최되어 1986년까지 계속되었다.
이처럼 1970년부터 일본에서는 문화의 문제가 행정이라는 관점에서 보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졌던 바, 제1회 심포지엄 개회식에서 당시의 「종합연구개발기구」 이사장은 인사를 통해 이를 다음같이 표현한 바 있다. 「인구의 연령구성이 급속하게 고령화하고 있다는 것, 인구나 산업의 지역적인 전개가 대도시 집중에서 지방분산으로 전환될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또 국민의 의식이 물질적인 풍요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 등등의 사회적 요인의 변화는 국민의 공공에 대한 수요변화를 통해 행정적 대응에서도 의식 및 제도의 양면에 걸쳐 전환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을 문화의 영역에서 본다면, 마음의 풍요와 생활의 여유와 윤택을 구해 다양한 문화활동에 대한 사회적인 요청이 높아진다는 사실로 나타난다. 이에 적합한 문화환경의 조성에 힘씀과 동시에 행정시책 전반에 걸쳐 문화창조의 관점을 가미하는 것이 중시되어야 한다.」
전후 일본의 생활기반은 전국적으로 획일화되고 균질화 되어 왔다. 그 결과 일본은 지금 새삼스럽게 지역의 특성 그리고 그것을 생활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의 창조를 생각할 여지가 생겨났고, 문화사에서 하나의 큰 혁명적인 갈림길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문화행정은 이와 같은 문화의 시대라는 흐름 속에서 있음직한 행정 시책, 운영 방식을 생각하려는 키워드가 되어갔다.
물론, 문화의 시대, 문화의 대중화 시대의 도래로 인해 변혁을 요청 받은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제까지의 행정시책이나 운영방식에는 반성할 만한 것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행정심포지엄은 말하자면, 이러한 시대배경에서 문화행정이라는 변혁 요구에 대응하고자 자치체가 서로 지혜나 창의적 연구성과를 교환하는 동시에 행정외부로부터도 지혜를 빌리고자 한 시도였다. 제 1회 심포지엄의 폐회사에서 당시 카나가와현 지사(長洲一二)가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소집한 것도 아닌데 여기에 모두 도시락을 싸들고 모였다는 것은 자치체의 금후 존재양식으로서도 매우 획기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술회한 바도 있지만, 문화행정이라는 공통과제를 주제로 삼아 전국의 자치체 대표가 자주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방시대」를 상징하는 획기적 사건으로 손꼽힐 만하다.
일본의 자치체에서 이루어진 문화행정은 대체로 3단계로 나누어질 수 있다. 제1기는 문화행정의 파종기(1971년∼1975년)라 할 만한데, 종합적인 문화행정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제기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오사카부(大板府)가 설치한 오사카 문화진흥연구회의 업적과 「종합연구개발기구」가 위탁한「지역사회에서의 문화행정시스템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이룩한 공적이 크게 평가된다.
이 두 성과에 의해 문화행정이 자치체의 중요한 정책과제라는 것이 지극히 선명하고 매력적으로 전국의 자치체에 제시되었던 것이다. 이 보고서는 문화 의 담당자는 시민이고 문화행정은 당연히 시민생활의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가 그 기초가 되지 않으면 안되며, 나아가 지역사회의 핵으로서 문화시설이 만들어질 때 그 관리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한 바 있다. 문화를 행정의 중심에 자리잡게 하는 이러한 요구는 종래의 문화행정 개념을 타파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제2기는 이렇게 제기된 문화행정이라는 씨앗이 자치체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새 눈을 싹 티우는 시기이다(1976년∼1977년). 이 시기의 성과로는 카나가와현의 제창으로 7부 ·현 1시가 모인 전국 부·현 문화행정연락회의, 「종합연구개발기구」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문화행정 공동연구프로젝트, 사이타마현 문화간담회에 의한 제언 등이 손꼽힌다. 아직 미개척의 분야인지라 뚜렷한 방향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기는 해도 전국 부·현 문화행정연락회의는 해마다 참가 자치체가 늘어나서 1980년부터는 전국문화정회의로 발전된 바 있지만, 적어도 초기에는 사아타마현 문화간담회가 제언한 〈행정의 문화화〉라는 개념이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지역주민을 문화형성의 주체로 간주한다면, 그 활동을 뒷받침하는 행정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자문하면서, 행정이 문화를 말하기 전에 행정 자체의 기구나 활동 등 일체를 문화의 관점에서 조정코자 하는 의지가 읽혀진다.
제3기는 부·현뿐만 아니라 시·정·촌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문화행정을 중요정책으로 내지는 자치체가 점차 증가하여 시책에도 점차 특색 있는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것이 나타나게 된 시기인데, 1978년 이후가 이에 속한다. 이 시기에 도·도·부·현이나 시·정 촌에서 많은 제언이나 보고, 「문화 어쎄스멘트」,「문화를 위한 1% 시스템」,「문화의 지붕」,「문화광장」 등 많은 시책이 등장하고 있다. 문화행정 심포지엄도 바로 이 시기의 산물로서 등장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문화란 일상의 생활문화, 지역문화로 이해되고 행정의 역할은 주민의 수요에 따라 문화전체를 고양하는데 있다는 인식이 정착된다.
제2회 심포지엄에서 당시 카나가와현 지사가 말한 다음과 같은 발언은 이러한 문화행정의 각 단계들에 앞서 심포지엄의 기본적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좀처럼 단번에는 나아가지 못하겠지만, 전국의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조금씩 나아가 10년쯤 지나간다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 서로가 같이 배우고 지혜를 모아나갔으면 합니다. 당분간은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분간은 지혜 겨루기지요. 그것을 이런 기회를 통해, 또 일상적으로도 전국 문화행정 연락회의 같은 곳에서, 교류하고, 배우고 하는 노력을 5년이든 10년이든 계속해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결의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이상의 사항들은 일본의 전국 문화행정 연락회의라는 조직의 선언문에 있는 다음과 같은 표현에서 요약적으로 천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문화의 공유는 커뮤니티의 기반이고, 자치의 확립은 개성적인 문화를 키운다. 자치와 문화는 상호보완관계에 있다.
주민의 다양한 문화수요에 대응하는 제1선 현장이야말로 자치체이며, 동시에 자치체야말로 전후 35년 동안이나 잃어왔던 개성적인 지역문화를 창조하는 기반이다.
문화행정의 중요한 의미는 행정이 문화의 관점을 가짐으로써, 즉 인간생활의 전체성이라는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정부주도에 의한 종적 계열의 개별행정을 재검토하고 자치체 행정을 주체적인 종합행정으로 재구축하려는 데 있다.」
Ⅲ.
모두 8회에 걸쳐 개최된 이 심포지엄들의 개요를 이제 곧 적어 보겠거니와, 문화행정이란 무엇이며, 문화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을 통해 논의가 끊임없이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다소간 추상적인 토의가 되풀이되기도 한 상황도 벌어졌지만, 그런 중에서도 많은 항의들이 도출되기도 했다. 그것들을 총괄적으로 묶어보기 전에 각각의 개요를 적어본다면 대강 다음과 같다.
제1회 자치와 문화 : 지방시대를 지향하며 (가나가와현, 1979. 11. 8∼9)
문화라는 것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문화관계 모임에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들게 하고 있다. 1976년 종합연구개발기구에서 행한 「지역사회에서의 문화행정 시스템에 관한 연구」의 보고회를 겸하여 효고현에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을 때에는 참가자가 태평양연안지대의 7개 부·현과 효고현 내 시·정·촌뿐이었던 데 반해, 이 심포지엄에는 43개 도·도·부· 현과 33개 시·정·촌에서 대표를 파견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토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사회를 넘어서면서 사람들이 이 새로운 가치체계를 구하기 시작함으로써, 문화시대가 시작된 것이 분명해 진다. 이로 인해 문화행정의 중요성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둘째, 문화행정의 대상이 확대되어 가는 중에, 행정이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해서는 안될 것이 끊임없이 질문되면서 이에 대응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문화시대의 움직임이 시민이나 기업차원에서 서서히 정착되기 시작하는 바, 지역의 행정은 이러한 요구들에 대응해 간다는 자치의 관점을 빼놓을 수 없다. 즉, 이제까지 법률체계나 선례에 의해 종적으로 행해지던 행정이 「문화화」라는 변혁의 요구로 인해 자치체 상호간의 횡적 연대를 계속하면서 서로 배워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제2회 생활과 문화 : 새로운 풍요를 향한 출발, (효고현, 1980. 11. 17∼18).
문화행정의 제창은 종래의 물질 우선적 의식이나 가치관을 인간의 의의, 인간의 삶을 중시하는 질문에 의해 바꾸어 놓는 것이다. 즉, 그것은 물질과 마음 사이에 균형이 잡힌 생활, 새로운 풍요를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분리 될 수 없다. 풍요로운 생활문화를 지향하면서 행정에게 과연 무엇을 바랄 것인가를 묻는 제2회 심포지엄의 주된 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의 대상이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생활전반에 걸친 것인 이상, 그 궁극적 해결은 주민이나 가정 자신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정이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원조하고 관여할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문화는 매우 넓은 개념으로서 정신문화로부터 물질문화, 전통문화로부터 현대문화, 생활문화로부터 세계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갖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행정은 고정된 틀을 만들지 않고 이것들을 공존상태에서 부드럽게 감싸는 입장에서 넓은 의미의 마을 만들기, 종합적인 지역형성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풍요로운 인간관계의 창조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주민 또는 민간의 다양한 에네르기가 발현되도록 유의해야 하는데, 행정은 그와 같은 에네르기를 이끌어 내는 경험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제3회 풍토와 문화 : 보다 나은 지역문화 (아까다현, 1981. 10. 13∼14)
제3회에서는 풍토를 키워드로 삼아 보다 나은 지역사회 지역문화 창조를 정면에서 겨냥하는 토의가 전재되었다. 즉, 전국에 획일적인 생활양식이나 도시화의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자칫하면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지역의 풍토에서 육성된 개성 있는 문화를 다시 포착하고 이내 새로운 창조를 더함으로써 풍요롭고 살기 좋은, 그리고 활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해결해 가야 할 과제를 다룬 것인데, 주요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들의 지역이나 풍토에 애착이나 자신을 갖는다는 것은 행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자기들의 풍토를 제대로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문화란 각각의 지역에서 계속 축적되지 않으면 안 된다. 풍토에는 전통을 보존한다는 측면과 창조한다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 양면을 조화시키면서 지역문화를 창조해나가는 것이 과제이다.
셋째, 새로운 행정으로서의 문화행정은 행정당국과 시민의 공동작업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는바, 행정과 주민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이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 경우, 역시 시·정·촌이 주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데, 현 단계에서는 특히 시·정·촌장의 인식이 중요하다.
제4회 자연과 문화 : 윤택한 생활풍경들 추구하며 (시가현, 1982. 9. 2∼3)
전후 일본은 경제지표상 굉장한 실적을 올린 반면, 그 경제대국 일본이 과연 아름다운 나라, 건전한 나라라고 불릴 수 있을까 ? 이런 뜻에서 지역사회를 좀더 건전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행정이 그 과제 중 하나로 풍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토의 된 주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이 취급하는 풍경이란 특수한 장소가 아니라, 일상 우리들이 생활하는 장면, 즉 우리들과 친근한 생활풍경이다. 따라서 지극히 구체적, 개별적, 지역적인 문제로서 자치체 행정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단지 이와 같은 풍경에 대해서는 인간의 감각과 집단의 합의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가치관밖에는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계량화 할 수 있는 것만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근대적인 관료행정이론을 넘어선 이론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이 풍경문제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종적인 문제를 종합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자연과 전통적인 환경의 문제 이외에 새로운 생활에 알맞은 새로운 풍경 만들기라는 관점도 필요하다.
제5회 역사와 문화 : (카고시마현, 1982. 11. 17∼18)
품위 있고 개성이 충만한 마을이란 결국 역사적인 소산인 바, 역사가 문화를 만들고 또한 문화가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전후의 잘못된 풍조로서 스스로의 역사를 경시하고 과거 역사와의 단절 속에서 전후 일본의 재생을 찾는 견해가 생겨났는데, 이제부터는 역사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품위 있는 마을 만들기를 시도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전통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둘러싼 주요 토의내용 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를 통해 그려진 미래야말로 진정 구체적인 미래이다. 따라서 역사를 배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는 미래에 이어진다.
둘째, 전통을 살린다는 자세와 함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국제화의 진전 속에서, 지방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지방의 특색을 살려낸다는 것이 동시에 국제화에 이어진다.
제6회 지역과 문화 : 새로운 행정을 추구(사이따마현, 1984. 5.31∼6.1)
향기 높은 지방문화의 진흥을 지향하면서 다양한 시책이나 지역운동이 전개되는 중에 행정당국 자체의 혁신운동이 〈행정의 문화화〉라는 주제아래 질문된다. 그 행정의 문화화를 정면에서 겨눈 주요 토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의 문화화는 이제까지의 유착관계, 비판관계, 무관계와 같은 시민과 행정의 상호관계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
둘째, 프로젝트팀의 활용 등, 종적 행정을 초월하는 지혜를 가지고 이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국가적 기준이나 관례, 선례에만 매어 달리는 체질은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행정은 좀더 알몸을 드러내어야 한다.
셋째, 제도나 조직의 관계는 물론 직원들이 행정의 현장에서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맞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생활현장의 소리를 듣고, 마을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제7회 산업·문화 그리고 미래 : (시즈오카현, 1985. 10. 24∼25)
사람들의 문화적 지향이 높아짐에 따라 산업도 문화개발을 겨누지 않으면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문화적인 행동이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 자치체에 있어서 지역산업의 진흥이나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 산업이 번창해지려면 문화적인 요구에 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오늘날은 문화를 빼놓고는 산업기반정비, 기업유치 등의 의논이 무리한 것이 되어버린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요 토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 중에는 산업과 결부되지 않는 것도 있는데, 행정은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산업은 이윤추구가 근본이다. 그러나 자치체는 산업과 문화의 융화에 대해 어느 정도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사람을 부르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으로는 산업과 문화의 결합은 실패하고 만다,
셋째, 자연이나 역사·전통 같은 지역의 소산을 종합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키울 것은 키운다는 과정 속에서만 산업은 정착해 간다. 따라서 지역에 사는 인간의 지혜나 연구가 대단히 중요한 시대이다. 지역은 인재육성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제8회 소프트화 사회의 문화전략 : 이벤트는 마을 만들기에 소용되는가 ?
(오사카부, 1986. 11. 7∼8)
일본에서는 지금 「이벤트의 시대」,「이벤트열도」라는 말이 있듯이 사치경제가 소프트화 하는 중에 박람회, 페스티벌, 심포지엄 등의 이벤트가 효과적인 문화전략이라는 인식이 높아져가고, 이에 따라 행정과 주민이 협력하여 창의와 연구를 축적한 이벤트 만들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붐에 대해 유사기획이 많다든지, 일과성이라든지 하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이벤트를 효과적인 문화개발 수단으로 가능케 할 것인가가 의논 될 만하다. 그 중요 토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의 이벤트가 참으로 지역 개발에 소용되고 장래를 위한 것이 되려면 우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개념설정이 철저하게 의논되어야 한다. 이때 이벤트가 정보발신 기능에 충실하면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림으로써 지역의 이미지 메이킹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이라는 유기체 속에서 행정과 주민과 산업의 이해와 신뢰에 의해 지탱된 협력체계의 확립이 중요하다.
셋째, 뉴 미디어 시대인 만큼 아이디어나 노하우 등의 데이터 베이스 축적을 도모해야 한다.
1박 2일에 걸친 모임에서 개·폐회인사, 특별강연, 패널토의 그리고 자치체로부터의 보고와 전체토의 등을 통해 다루어진 여러 내용들을 획일적으로 원고지 3매 정도의 분량으로 요약을 하다보니 너무나 피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이 되고 말아 필자 자신이 무척 불만스럽다. 이러한 불만을 다소라도 완화하려는 뜻에서 8회에 걸친 심포지엄의 내용들을 개념·전략·성과라는 관점에서 다시 한번 개괄해 보고자 한다. 다소간 중복이 불가피하리라 보아 읽는 이들의 양해를 구해 마지않는다.
첫째, 문화의 정의와 문화행정의 정당성 문제.
문화의 정의란 실로 애매해서, 어떤 조사에 따른다면, 실로 161가지나 된다. 일본에서 문화행정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매도충부(梅棹忠夫) 국립민족학 박물관 관장은 제1회 심포지엄에서 행한 『문화 행정이 지향하는 것』이라는 특별강연에서 『문화란 무엇인가와 같은 정의론은 대체로 불모의 의논으로 빠져들기 쉽게 되기 때문에. 이에 깊이 빠져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요컨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요청되는 마음의 여유」 즉, 「직업이나 경제활동에서 거리를 취하는 마음의 놀이」를 문화와 결부시킨다. 즉, 「재산의 획득이나 그밖에 실리적인 목적」에서 거리를 취하는 생활활동의 일체,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가 일반적으로 「문화행정」이 뜻하는 「문화」로 받아들여져서 제2회 심포지엄의 주제가 「생활과 문화」로 정해진 듯하다. 여기에서는 일본인들이 근대화를 시작한 1세기동안 은연중에 생활과 문화가 별개의 차원인 듯 여겨 왔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즉, 문화가 생활과 밀착되어 있지 못하고 예컨대 미술관, 대학, 공원, 극장 등에만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문화행정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사상사적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문화를 비교적 넓은 뜻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여기에서는 지배적이었다.
문화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문화행정은 문화에다 무엇인가 전통적인 것, 특수한 것,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놓았다는 비판이 은연중에 함축되어 있는 이러한 논의는 문화재 보호나 예술문화에 관한 행정과 〈새로운 문화행정〉을 차별화 한다.
1975년 전후를 경계로 급속하게 각 도·도·부·현이나 시·정·촌에 퍼져나간 이 〈새로운 문화행정〉 개념은 그것대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화행정의 정당성 문제가 대두된다. 즉, 문화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창출해내야 하는 것이며, 행정이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의 도전이다. 아울러, 매일매일 행정개혁, 감량경영을 요청 받는 한편 행정의 수비 범위가 의문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종래의 기초적 서비스의 틀을 벗어나는 동시에 본질적으로 다양한 범위를 갖는 문화시책을 과연 행정체가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도 던져진다. 이에 대해 문화는 이제 사사(私事)가 아니라 공사(公事)라고 하면서, 문화를 행정이 개입할 바가 아니라는 느릿한 태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주장이 심포지엄의 벽두부터 제기된 바 있다. 「문화는 국민의 건강생활에서 곁다리도 아니고, 또 여분의 것도 아니라 바로 필수품이 되고 있다」(매도충부 : 梅棹忠夫)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문화행정 담당자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문화행정이 많은 자치체에서 받아들여져 간다. 즉,「본래 문화의 창조모체는 국민이지만, 그것은 행정이 무위무책이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작위는 오히려 문화를 죽이는 무의식의 작위이다」(대평(大平)총리의 정책연구회 보고서. 『문화의 시대』, 1980년)라는 생각과 「문화의 문제는 개인의 취미문제이며 사사로운 일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복지는 사적인 자선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같이 이미 과거의 것이 되었다」(『전원도시 국가의 구상』, 1980년)라는 사고가 이제 확고한 인식이 되었다. 말하자면, 국민의 문화욕구는 삶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의 중요한 일부로서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피할 수 없는 본래적인 문제라는 사고가 중앙과 지방의 문화적 환경면의 격차에서 유래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문화격차를 시설면에서나 기회 충족면에서나 해소하지 못하면 다핵분산형 국토 만들기가 진척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의 시대」나 「문화행정」의 제창은 「지방시대」의 제창과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전후의 일본이 경제적인 지표로 볼 때 굉장한 실적을 올리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대국 일본이 아름다운 나라, 건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에는 긍정적인 대답을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문화 또는 문화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게된 배경이 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좀더 건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간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화가 아닌가 ? 문화적인 발상이 아닌가 ? 그것을 추진하는 것이 문화행정의 역할이 아닌가 ?(제4회 시가현 지사)」
단지 문화행정의 기본방향이 행정이 지역문화의 존재방식을 제시하거나 문화의 좋고 나쁨을 선별·지도한다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오히려 주민의 문화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내부의 질을 물어야 한다는 관점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즉, 행정이 문화에 대해 깊은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인식이 재삼 요청된다.
둘째, 행정이 문화에 관여하는 경우에 바람직한 전략, 이 문제는 곧 행정이 구체적으로 문화의 어떤 영역에 관여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이어진다. 제2회 심포지엄에서는 학술·학문·예술·예능·커뮤니케이션·스포츠 등 네 분야와 정신문화/물질문화를 양극으로 하는 축, 전통문화/현대문화를 양극으로 하는 축, 생활문화/세계문화를 양극으로 하는 축 등 세 개의 축에 의하여 문화개발의 대상이 도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상전독(上田篤) 오사카 대학 교수). 문제는 이들을 통합하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인데, 이는 또한 궁극적으로 볼 때 하드웨어인가, 소프트웨어인가 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자치체의 문화행정은 시민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시민들로 하여금 그 자발성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동기유발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문화행정의 전개를 위해서는 비교적 간과되어온 소프트웨어가 중시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각종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활기 있게 한다는 전제 아래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향토자료관, 극장, 음악당, 문화회관, 공민관, 스포츠 시설 등의 문화시설이 지역사회에 미치고있는 유형·무형의 효과로서는 사람들의 지식이나 교양을 높이고, 후대의 문화수준을 높여 가는 효과, 사업의 기획력이나 신규개발을 전진시키는 효과, 또는 문화시설이 만들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전체의 품격을 상승시키는 효과, 환경이 미화되는 효과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 「종합개발기구」가 위탁한 연구 「문화시설의 경제효과」(1981)에 따르자면, 문화시설투자는 산업간 파급에 있어서나, 사회적 편익에 있어서나 지역경제에 공헌한다는 것이 모델로 삼아 산업 연관 분석과 내관자 앙케트 결과분석을 이용한 이 연구에서는 〈민박〉의 건설과 운영에 투하된 총비용의 경제효과를, 일반도로, 공원, 주택건설에 투자한 경우의 파급효과와 비교했다. 또한 입관료 평가, 인상평가, 문화시설에의 조세부담 의식이라는 각도에서 사회적 이익의 경제평가도 시도했다. 그 결과 〈민박〉이라는 문화적 투자의 경계효과는 같은 규모의 도로, 공원, 주택에의 투자가 갖는 경계효과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 연구는 문화란 돈만 집어삼킨다는 오해와 편견을 불식하는 데 필요한 반증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문화시설의 충실은 그 나름대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시대 속에서 도·도·부·현 이나 시·정·촌은 미술관이나 문화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문화시설을 각각의 행정구역 수준에서 경쟁적으로 건설·정비해왔다. 그것은 어느 정도 문화시설의 충실을 가져다 준 반면, 지역적 편견을 낳거나 별로 이용되지 못한다는 사태로 부분적으로는 발생하였다. 또 공공의 문화시설에 대해 시설의 운영을 유지 관리면에서 이용자로부터 여러 가지 불만이 나오게 되면서, 효율적인 이용과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의 개선과 같은 과제도 생겨난다.
이로 인해 오늘날 같이 재정난의 위협이 있게 되면 시설 불필요론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임시 행정개혁추진 심의회가 제출한 「금후 행·재정 개혁의 기본방향」(1985년 6일)은 「회관 등 공공시설의 신설 억제·복합화의 추진」에 대해 「회관 등의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정비수준에 도달했음으로 기존시설의 다각적 유효이용을 촉진하는 대신, 그 신설은 엄격히 억제한다. 시설의 신설에 있어서는 유사 관련시설의 복합화를 기본으로 한다. 또한 시설의 관리운영의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한다.
문화시설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내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도시 등에서는 확실히 관·민을 불문하고 문화시설의 건설을 긴급한 과제로 떠올리지 않아도 좋을 만큼 문화시설이 충실히 진행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러한 지역에서는 문화활동에 종사하는 인재의 육성과 적정한 배치, 각종 정보의 망체제 정비 등의 문제를 포함하여 문화시설의 규모 ·운영·이용에 대해 좀더 검토해보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소개하고 있는 문화행정심포지엄들 중에서는 제8회가 대표적으로 소프트면을 취급하고 있는데, 그 주제가 바로 이미 말한 대로 「소프트화 사회의 문화전략」이였다.
이 심포지엄은 부제였던 「이벤트와 마을 만들기」에서 보이듯이 이른바 이벤트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한 것인데, 이벤트가 지역경제에 가져다주는 경제효과가 비교적 크고, 내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 은연중에 전재되어 있다. 나아가 지역 연대감의 고양, 문화의 향상, 이미지·업 등의 사회적 효과도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일본 각지에서는 이벤트·붐이라는 현상마저 일고 있다. 그러나 유사기획이 많고, 지역적 특성이 발휘되지 않은 채, 일과성이 높고 영속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등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본 바 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하드냐, 소프트냐 하는 관점 중 어느 하나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이제부터는 좀더 유기적, 시스템적인 지역형성, 마을 만들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안이 있어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즉, 시간적·공간적인 확대, 시민참여, 대중성을 생각하면서 전체를 통합해 가는 마을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미 오히라 총리의 정책연구보고서에서 이 문제가 언급된 바 있다. 거기에서는 「문화의 시대에는 여가 즉 시간적 여유와 함께 공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 있는 안전한 주거, 생활환경의 정비, 자연의 푸르름과 인공미가 조화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여러 정책이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문화의 시대』1980)고 되어 있다. 시대적 인식이라고 할 이러한 요청이 제3회 심포지엄 「풍토와 문화」, 제4회 심포지엄 「자연과 문화」, 제5회 심포지엄 「역사와 문화」인 주제들에서도 읽혀진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셋째, 문화행정의 성과
이와 같은 전략 토의 속에서 문화행정은 다양한 것을 낳기 마련인데, 우리는 이를 문화활동을 위한 환경·조건 정비의 충실, 종합적인 지역형성의 전개, 행정스타일의 전환 등의 제 항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 문화활동을 위한 환경·조건 정비의 충실.
제8회 심포지엄에서는 「문화행정이란 우리가 특별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행정관청이 그럴만한 책임을 가지고 그 지역의 주민,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 전체의 아주 내밀한 곳에 잠재 의식적으로 숨어 있는 필요를 끌어올려 그것을 사회 속에서 실현시키면서 이를 영속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을 가능케 할 시설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라는 정의가 제시된 바 있는데, 이는 음미해 볼 만한 해석이다.
자유와 경제적 풍요는 물질문명이나 근대 합리주의 아래 간과되기 쉬웠던, 인간의 정신적 ·문화적 측면에서 반성을 촉구하고, 삶의 질 향상, 인간과 자연의 조화, 삶의 의의, 접촉 등 좀더 높은 인간적 필요에 눈뜨게 한다. 이와 같은 시대를 배경 삼아 행정도 측면적으로 문화수준을 고양해 가는 문화영역을 지원할 필요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음악이나 미술, 또는 연극에 빠져든 다든지, 자연의 품에 안긴다든지, 스스로의 주제를 찾아내어 생애작업으로 삼는 다든지, 스포츠로 땀을 흘린다든지 하는 문화적 필요 내지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행정당국이 문화회관을 비롯하여,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정비·건설한다든지 하여 현민(縣民)에게 활동장소를 제공하는 시책을 비롯하여 그 시설에서 고도의 예술문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든지 문화정보지를 발행하거나, 간행물을 출판하여 문화정보를 활발하게 제공하는 것을 이제쯤은 상식적인 임무로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종합적인 지역형성의 전개
제6회 심포지엄에서는 지금까지의 일본의 행정이 점과 선을 중심으로 해서 행해져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시스템화되고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면의 정책이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는 지역 형성, 또는 일본인들이 쓰는 표현대로 하자면, 마을 만들기의 방향도 따라서 면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고도성장아래 손댄 마을 만들기는 안전한 지역을 만든 다든지, 공해·교통사고·범죄 등 어두운 면을 제거한다든지 하는 단계에서, 도로를 정비한다든지, 쓰레기를 처리한다든지 시설을 만든 다든지 하여 불편을 제거하는 단계를 거쳐, 주인의식이 높아지고 관심이 다양화·고도화하는 등 지역정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요망에 부응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즉, 지금으로서는 개성이랄까, 아무튼 지역교육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주민의 다양화 관심을 채워갈 수 있는 마을 만들기가 요청되고 있다.
다. 행정 스타일의 전환
마을 전체를 아름답고 품위 있는 것으로 만들고 지역사회 수준을 바탕으로 지역 산업정책까지 내다보면서 지역 전체의 시민생활이 풍요롭도록 만들려면 아무래도 행정 스타일의 혁신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사람들이 사람다운 생활을 영유할 수 있게되기 위해서는 행정자체가 종래처럼 효율성이나 획일성 등을 중시하던 방식을 개혁하고, 여유롭고 편안한, 또는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행정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한마디로 해서 〈행정의 문화화〉라고 하지만, 결국 행정의 전 분야를 문화적 관점에서 다시 보고 개개의 시책 속에 문화성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간다는 개념은 문화행정을 행정 당국 전체의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과제로 자리잡게 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1977년에 카나가와현이 중심이 되어 행정 속에서의 문화적 관점의 변화가 추구되었던 바, 이 관점의 변화란 인간성(친절·친근 등 인간적 감정에 뿌리내린 것), 시대감각(사회변동에의 감각과 시대인식·사회가치관의 변화대응·자연이나 문명과 인간의 조화), 개방성(열린 행정, 즉 행정정보의 공개·시민참가·시설개방 등), 개성(지역성·독자성·창조성·유연성 등 모든 획일성으로부터의 탈락), 미관성(미적 감각·조화) 등을 강조하여, 이 관점을 통해 시책·집무태도·집무환경·커뮤니케이션·영상조형물 등에 반성과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문화행정이 일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어 온 것은 이른바 「지방시대」의 도래와 밀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우리로서는 극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방시대」가 제창되면서 그 대표적인 실천방안의 하나로서 문화행정이 논의되었던 것이다. 이제 문화를 계승·발전·창조하고 생활 속에 안정시키며, 자율적인 마을 만들기 또는 지역 진흥을 지향하는 것이 자치체 정책의 큰 흐름이 되었다. 이 때 문화적 가치의 확실한 실현은 경제적으로도 사회 환경적으로도 풍요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식의 전환이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문화가 지역활성화의 유효한 전략이라는 인식이 매우 높아졌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구조적 불황, 재정난, 원고(엔高)문제, 농업의 자유화 등등을 이유로 「문화」같은데 더 이상 쓸 돈이 없다는 발상이 아주 불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종합연구개발기구」가 펴낸 『현대일본의 과제』(1978)라는 연구에서 밝히고 있듯이, 「대중의 자발성, 능동성을 살려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활기찬 사회를 유지해 가는 필수조건이다.」 사람들이 회사나 지역뿐 아니라 문화로 연결되는 사회야말로 새로운 사회의 존재방식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형성이나 마을 만들기도 윤택함이나 평안함 등의 문화적 관점을 갖추어야 하며, 문화를 축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일본의 문화행정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좀더 반성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 문화행정이 좀더 확고하게 정책영역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문화행정을 추진함에 있어 생활문화, 지역문화의 고양을 지향하면서 모든 면에서 행정이 다양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문화행정 담당 부서를 만들어 독특한 시설을 만든 다든지, 이벤트를 행하는 것만이 문화행정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생행정, 위생행정, 소비행정, 상공행정, 농림행정, 토목행정, 건축행정, 교육행정 등의 각 분야에서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에 응하여 지역의 문화수준을 제고해 가는 것이 문화행정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둘째, 지역이 문화창조에 적합한 체질로 전환되려면 중앙집권주의에서 탈피하여 다극분산, 백화제방(齊放)주의의 흐름에 따라야 하는데, 현실은 별로 변화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행정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거의 모든 기능이 도쿄에 일극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방 역시 정보발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문화행정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에 성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각 지역의 문화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문화에 대한 행정적 대처에서 보이는 차이다.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풍요로움을 좌우한다.
끝으로 각 지역에서 지역 전체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광범한 시민층의 형성이 촉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망조직의 형성도 촉구되어야 한다. 다극분산형의 국토구조란 망조직의 형성 없이는 아무런 의미를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내용을 너무 소략하게 다룬 듯한 느낌을 면할 수 없지만, 일본에서 행해진 이와 같은 기본적인 논의들은 특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 자치가 본격화 될 단계에 있는 우리로서도 적지 않게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이와 같은 논의들이 어떤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지만, 이는 다음 기회를 미루도록 하겠거니와, 우리는 그와 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도 유익한 아이디어를 많이 촉발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