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YMCA




조은희 / 시인

좋은 영화, 좋은 비디오, 이것의 판단기준은 무엇인가.

후기 산업사회 이후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정보화 되면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바뀌었다.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해야만 했던 일들이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은 한 사람에 의해 완성될 수 있으며, 그렇듯 타인과 차단된 채 살고 있는 사람의 감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메마르고, 또 황폐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우수한 예술작품을 갈망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위기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영화라는 영상예술 속에는 우리 인간의 복합적인 삶이 담겨져 있다. 영화를 통해 만나는 온갖 종류의 군상들, 이를테면 고뇌하고, 소외당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이 처한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내는, 말하자면 성숙한 삶을 꾸려 가는 영화속 주인공의 모습 역시 우리들의 모습이 될 수 있으며, 그들의 삶은 우리들이 모방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서울 YMCA의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건비연). 「건비연」은 그 명칭대로 우리 삶의 중요성을 영화라는 영상매체와 연결시키고 있는 시민의 모임이다.

부정적인 비디오 문화 장점 개발은 활용하기 나름

영화의 제작자나 수입자들은 지나치게 상업성·홍보성을 중시한 나머지 독자들에게 영화의 올바른 안내 역할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1989년 9월에 조직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건비연」은, 자신들의 모임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자산업의 발달은 가정용 VTR의 보급을 빠르게 확산시켰지만, 정작 비디오 문화는 기기의 빠른 발전을 따르지 못하고, 전체 문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데 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비디오는 사용하기에 따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매체이다. TV가 갖는 획일화된 영상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매우 유용한 미디어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껏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저 비디오의 부정적인 면만을 매도함으로써 비디오를 문화권으로부터 매도시켰고, 나아가 상업적 구조에 맡김으로써 현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에 비디오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비디오 문화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통한 저질 비디오 추방과 아울러 비디오 기능 원상회복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건강한 비디오 문화의 정착을 이루고자 한다.」

사실, 「건비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들(특히 사고나 판단 능력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텔레비전 드라마나 코미디 쇼, 외설 만화, 폭력 영상물의 홍수 속에서 좋은 영상문화에의 정확한 감식안을 갖기란 어렵다. 때문에 이러한 지속한 영상문화의 홍수 속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많을수록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 동안 「건비연」에서 한 주된 직업이 좋은 비디오를 선정하고 분류하는 차원의 것이었다면, 앞으로 「건비연」에서 할 일은 그 동안 「건비연」이 해 온 활동을 전국을 대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건비연」에서는 각종 문화예술단체와 학교 도서관, 노동 노합, 지역문화센터, 청소년·여성단체 등에 영상자료실을 만드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비디오 영상자료실」을 만들자는 「건비연」의 당위성을 곳곳에 알리고, 영상자료실을 만들고자 하는 단체들의 상담에 응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노력들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좋은 영화를 골라보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 전시 및 특별 판매」 역시 「건비연」의 여러 가지 계획들을 앞당기기 위한 행사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7일부터 11월 16일까지 10일 동안 예정되었던 이 행사는, 판매 기간을 대폭 연장해서 1993년 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그것은 영상 자료실을 만들 수 있는 공공단체들이 1993년도 예산으로 비디오를 구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앞으로는 3백여 개의 단체가 「건비연」과의 협력을 통해 영상자료실을 만들 계획이다. 「건비연」에서는 이들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YMCA 회지를 통해 비디오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효과적인 안내를 통해 영상문화를 체계화시키는 작업 또한 「건비연」에서 앞장서 추진할 계획이다.

영상정보 체계화로 영상문화의 방향 제시

좋은 비디오 전시 및 특별 판매 행사를 주관해 온 「건비연」의 이승정 간사는 「이번 행사가 끝난 후에 나오는 좋은 비디오들을 소개하는 회보도 계속해서 각 영상자료실에 보내 줄 예정」이며 「또한 그들의 모임을 이끌어 갈 강사를 파견하는 등 영상자료실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비디오 제(23개 사)와의 협력 하에 시중 가격의 3분의 1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비디오를 판매하는 「건비연」의 이번 행사에는, 모두 만 권(『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1, 2집에 실린 200편과 『청소년을 위한 좋은 비디오』에 실린 120편, 『영화 텍스트로 토론하는 여성의 삶』의 40편 등 총 3백60편)이 보급된다.

이제까지의 비디오 매체가 일회성 오락물로 전락했던 부정적 현상을 극복하고, 변화시킬「좋은 비디오 판매」장소는 서울 YMCA 강당 및 친교실이다. 이곳에서는 건비연이 제시한「비디오 영상자료실」모델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모임이 결성된 후 3년 동안 해 온 「건비연」의 활동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비디오 모니터 활동」이다. 비디오의 시정 부분을 모니터링해서 제작자들에게 그 부분의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시민들의 감시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디오의 질적 개선을 유도해 낼 수 있었다.

둘째, 「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를 선정해 왔다. 가장 올바른 문화란 백해무익한 것을 생산해 놓고 나서, 그것을 사람들로부터 차단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저속한 것들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할 때는 좋은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하도록 돕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건비연」에서는 좋은 비디오를 선정하여 목록화 시키고, 이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건전한 비디오 문화 운동을 확산시켜 왔다.

셋째, 비디오 감상 및 읽기 교육 등의 「비디오 매체 교육」이다. 계층 및 대상 별로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줌으로써 각 개인이 좋은 비디오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 교육을 통해서는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넷째, 「조사 연구 활동」이다. 현재 비디오 문화의 체계적인 연구 활동은 비디오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매우 미진하다. 때문에 비디오의 대사회적인 영향력이나, 현실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섯째, 「홍보 출판 활동」이다. 건비연에서는 회지 및 『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 등의 단행본을 발간함으로써 좋은 비디오 보기 운동의 성과를 높이고 있다.

「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 제1집은 13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제1회 주제는「세계관의 확대」로서 「자유의 절규」,「로메로」,「대통령의 음모」 등 6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회의 주제는 「현대사회와 가족」(「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외 5편), 제3회 주제는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개 같은 내 인생」,「금지된 장난」외 5편이다.

제4회의 주제는 「어린이를 위한 비디오」이며 제5회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달라스의 음모」 등의 제6회 주제는 「추리물의 재미(1)」이며, 「버디」와 「레인 맨」 등의 제7회 주제는 「20세기의 이미지-인간」이다.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비디오」,「사랑 이야기」,「범죄자와 진짜 전쟁」 등은 8, 9, 10회의 주제이며, 「죽은 시인의 사회」 등으로 엄선된 제11회의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상상력 키우기」이다.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등의 작품으로 묶인 제12회의 주제는「여성의 현실(1)」이며, 「붉은 수수밭」,「남부군」 등으로 이루어진 제13회의 주제는 「20세기 이미지-사건」이다.

또한 곧 발간 예정인『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 제2집의 주제도 모두 12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산업사회와 인간 소외의 주제 속에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와 「핑크플로이드의 벽」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디어의 세계」편에는 「브로드 캐스트 뉴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밖의 주제로는 법과 현실의 정의(「저스티스」 외), 정치와 진실(「비정성시」 외), 삶의 선택-몰입과 도전(「닥터 베튠」 외), 삶의 일상 들여다보기(「중년의 위기」 외), 종교와 세속의 고리(「만다라」 외), 여성의 현실·2(「우묵배미의 사랑」 외), 노년의 삶(「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외), 유럽 영화의 이해 (「1900년」 외), 코미디 읽기(「황금광 시대」 외), 추리물의 재미 2(「붉은 10월」 외), 문학과 영화(「에쿠우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외) 등이 있다.

청소년용 좋은 비디오 16가지 주제 아래 일목요연

『청소년을 위한 좋은 비디오』 120선은 모두 16가지의 주제별로 묶여져 있다. 「정복자 펠레」,「뮤직 박스」 등은 「가족의 기쁨과 슬픔」의 주제 속에, 「죽은 시인의 사회」 등은「자유로운 배움」의 주제 속에 「우상의 눈물」 등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주제 속에 묶여 있다. 또한「간디」,「마틴 루터킹」,「마더 테레사의 사랑」 등의 영화는 「사람이 사는 여러 길」에, 「율」,「부용 진」 등은 「세계의 역사와 그 의미」속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주제 속에 각각 묶여 있다.

이 밖의 주제로는 「민주주의의 용기와 좌절」(「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대통령의 음모」 외),「인간과 자연, 그리고 환경」(「지구가 준 선물-지구의 신비」,「지구 대기행 」외), 상상력을 키우자(「갈매기의 꿈」,「환타지아」 외), 예술가의 인생(「토스카니니」,「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 윤동주」 외) 등이 있다. 또한 스필버그의 영화세계 (「태양의 제국」 외), 뮤지컬 영화(「지붕 위의 바이올린」,「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외), 영화로 보는 명작소설(「고요한 돈강」,「백경」,「레미제라블」 외), 만화의 재미(「월리를 찾아라」,「공룡시대」,「용감한 아스트릭스」 외), 우리 청소년 작품(「우울한 종례시간」) 등의 주제별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되어 있다.

「비디오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우리 문화가 달라집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는 건비연은, 좋은 비디오를 일반인과 단체에게 직접 보급해 주는 실효까지 거두게 되었다. 이는, 지나치게 편파적인 우리 나라의 비디오 유통구조 속에서는 좋은 작품들을 구해 보기가 힘들다는 영화 애호가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또한 좋은 영상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맥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발판이 될 만도 하다.

보는 눈이 달라지면 우리 문화가 달라진다.

건비연의 자료 회원은 크게 네 가지의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건비연의 자료 회원이 되면, 첫째, 체계적인 영상 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건비연이 선정한 좋은 비디오 목록을 제공받게 되며, 주제별·감독별·연대별·제작극별 비디오 목록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밖의 교육용 비디오 목록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비디오 상담과 관련 여성자료의 대여도 가능하다.

둘째, 폭넓고 다양한 영상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흥미 위주의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왜곡된 문화 감수성을 바로잡아 주는 비디오 및 영화 특강과 영화 제작진과의 간담회, 영화 만들기 캠프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정기 영화시사회와 비디오 감상 모임에 초청된다.

셋째, 영화 선별 능력을 향상시키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영화의 수용자가 될 수 있다. 관객의 영화 비디오 감상평을 모집, 시상함으로써 영상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를 할 수도 있다. 아울러 다양한 토론의 비평활동을 통하여 영화의 주체적인 수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넷째, 회원 활동을 통하여 우리 나라 영상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건비연에서는 영화제 개최나 회지 발간 등의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모든 회원들은 이러한 활동에 직접·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아울러 회원 조직운영(어린이 영상 모임, 청소년 영상 모임, 대학생 영상 모임, 주부 영상 모임, 직장인 영상모임)을 통해 타 단체 영상 모임과의 연대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영화와 관련된 각종 캠페인이나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영상 문화에 관심이 있는 모든 계층의 개인이나 단체는 모두 건비연의 자료 회원이 될 수 있다. 「건비연」회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건비연 소정의 신청서와 연3만원의 참가비만 내면 된다.

서울 YMCA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종로구 종로2가 9번지 406호)의 전화번호는 735-161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