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리뷰 / 예술공학

테크놀러지 예술에 있어서의 매체와 매시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김재권 / 조형예술학박사·테크놀러지 예술가

오늘날 우리는 과학이 고도로 발달된, 이른바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정보화 시대에는 문화의 형태도 종래의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문화에서 테크놀러지 문화로 전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마저도 대상 생산-눈을 즐기기 위한 대상, 특권층을 위한 대상, 상업적인 대상-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통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위에 세워진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새로운 매체(medium)를 통해서 통합되는데 이는 하나의 물질적 변형으로서의 언어이며 대화이다.

사실 현대 예술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전통 예술에 있어서의 그것과 크게 구별된다. 즉 전통 예술에서의 수상쩍은 예술의 질(質)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현대 예술은 예술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보려는 일시성, 예술 작품을 순수한 효과 또는 이벤트로 접근하려는 익명성, 관객과의 관계 수정으로서의 개방성, 삶에 대한 리얼리티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성, 예술을 근엄한 관계로부터 떼어 내려는 유희성 등으로 그 특징이 집약된다. 그래서 오늘의 예술은 대상보다 기능에 더 중점을 두고 관객과의 직접적이고 선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재통합됨으로써 「인간 모두를 위한 예술」, 또는「대중의 예술」로 규정된다.

현대미술의 역사는 매체와 그 영역 확장사(史)

일반적으로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은 예술가인 송신자가 물질적 요소로 구성된 매체를 통해서 관객인 수신자와 매시지를 교환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인데 이를 하나의 등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예술가(송신자)=매체=관객(수신자)

이를 좀더 상세하게 설명한다면, 예술가들은 대중(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한 그들의 정신이나 이념이 담긴 예술적 개념(Concept)을 매체(Medium)인 방법(Method)을 통해서 매시지(Message)를 전달하게 되는데 여기서 매시지는 매체에 의해 그 특성이 드러난다. 즉 예술가들이 수용하고 있는 각 매체는 나름대로 독자적인 매시지를 창조하게 되며, 이를 구성하고 있는 단위들은 매체 내부의 독자적인 논리에 의해 예술적 개념을 수용하게 되는데, 현대 테크놀러지 예술에서 매체는 그 특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전기, 기계, 전자, 비디오, 레이저, 홀로그램, 컴퓨터, 버추얼리얼리티(가상 실제), ISDN(종합 정보 통신망)등 표현매체이다. 둘째, 사진, 영화, 비디오, 레이저디스크 녹음기 등과 같은 전달매체이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에 대한 예술가들의 관심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시작되어, 오늘날은 무엇이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정 속에서 현대미술의 역사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자발적인 발견과 기능적인 특성에 의해 대체되어 왔다. 특히 마르셀 듀샹, 죤 케이지, 이브 클라인, 죠셉 보이스, 백남준 등 이른바 전위예술들은 시(詩)적이거나 정책적 이념적 세계를 막론하고 그들의 예술적 표현을 위한 하나의 부착물처럼 또는 용병술처럼 새로운 매체를 개발·수용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대 테크놀러지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붓이나 물감, 종이 대신 현대 과학의 산물인 테크놀로지를 그들의 작품 속에 수용함으로써 매체 사용에 대한 영역을 확장하거나 그 경계선을 약화시켜 새로운 창조를 부추겨 왔다. 백남준의 「꼴라쥬 기법이 유화물감을 대신하듯 TV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하리라」는 말은 이러한 사실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일찍이 프랑크 포퍼(Frank Popper)는 현대미술의 창작 과정 안에서의 방법이란 테크놀러지라 했고 마샬 맥루한 (Marshall Mcluhan)은 「매체는 메시지」라고 했는데 이 두 사람의 주장은 현대미술에서의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으나, 전자는 테크놀로지에 후자는 매시지에 각각 그 중요성을 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두 사람의 주장을 하나로 묶어 정리해 보면 <테크놀러지=방법(매체)=매시지>라는 하나의 새로운 등식을 성립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방법 즉 매체는 예술가의 예술적 개념을 담기 위한 수단, 그릇, 도구, 악기 등과 같은 것으로 비유되며, 예술가들은 여기에다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변증법적으로 연출함으로써 보다 선명한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20세기 새로운 서구 예술들-키네틱 예술, 환경예술, 개념예술 등-은 마치 하나의(과학적인 쟁취 )와도 같이 과학적 테크놀러지를 수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작품 또한 산업적으로 생산 가능한 하나의 모델처럼 제시되는데 그들의 테크놀러지 사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테크놀러지의 직접적 적용 : 이 경우는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연출하기 위해 가능한 테크놀러지 시스템을 직접 적용하게 되는데 대개는 운동감과 형태를 테크놀러지에 의해 창조하게 된다.

둘째, 첨단 테크놀러지를 시각적 주도권에 적응시키는 경우 : 이 경우는 예술가들이 논리적 일관성을 지닌 인공지능을 시각적 컨트럴 시스템으로 채용하고, 빛 또는 열량적인 원천에 의해 이미지 변형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리얼리티 차원의 미학적 프로세스에 테크놀러지를 접합시키는 경우 : 대부분의 환경예술가들의 작품에서처럼 환경 제안에 관계되는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적용.

넷째,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관객 참여 : 빛, 열, 움직임, 음향 등을 이용하여 이것들이 마치 대상(object)과 주제(thema)로 동시에 작용하는 듯한 다양한 형태의 그 자체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테크놀러지화 된다.

다섯째, 공간과 운동감이 연계된 테크놀러지 : 메커니즘으로 채워진 공간 속에서 운동감을 지닌 오브제들로 채워져 마치 에너지가 밭처럼 규정된다.

테크놀러지 예술의 매체와 그 특성

그러면 여기서 현대 테크놀러지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에 사용하고 있는 매체와 그 특성에 대하여 시스템별로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비디오 : 비디오는 텔레비전이 낳은 지식으로, 20세기 전자 이미지를 총괄하여 통합할 수 있는 영상매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비디오아트는 양식(Sytle)이 아닌 방법으로서의 예술이다. 따라서 비디오 예술가들에게 비디오는 ① 새로운 예술적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로 ② 일시적이거나 특정한 행위를 담는 도구로 ③ 예술적 공간 제시를 위한 창작 요소로 ④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를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시각화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사실 비디오아트는 금세기 미술사적 흐름에서 본다면 예술적 비(非)개념을 동반한 채 강도 높은 변증법을 내포하고 있어 전통 미학으로는 그 규정이 용이하지 않을 만큼 현대 전자과학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이미지 세계를 지닌 강도 높은 커뮤니케이션 매체이다. 더욱이 컴퓨터에 의한 소프트웨어 시스템과의 새로운 결합으로 무한한 이미지 창조와 변형이 가능하다.

레이저(Laser) : 레이저는 제3산업사회가 만들어 낸 빛의 총아라고 할만큼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인공으로 된 양(量)적 에너지로서의 빛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레이저는 〈가장 오리지널한 빛의 선택이고 하나의 방법 사용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에 의한 레이저 사용을 크게 두 가지 테크놀러지로 나뉘어지는데 첫째, 레이저 빛을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미지를 생산·변형하는 레이저 빔(Beam)과 레이저 그래픽이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한 예술적 스펙터클은 그 효과가 라이트 커네티즘이라는 빛+움직임으로 전환되고 여기에 물·불·공기·대지 등의 자연 요소와 결합됨으로써 다(多)감각적 토탈환경을 형성하게 된다.

홀로그램(Hologram) : 이 역시 레이저광을 이용, 렌즈도 카메라도 없이 3차원의 정지, 또는 움직이는 입체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마치 실물처럼 입체적으로 시각화되는 점을 이용-리얼리티 차원의 다색·다감의 환경예술을 창조하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스 : 컴퓨터 그래픽스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에 일어나는 내부행위(Imter Action)에 의한 인공 지능적 테크놀러지 시스템의 다양성으로 이미지를 창조하게 되는데, 인포메이션 아트(Information Art)라고 하게도 하고 인공지능예술(Cybernetics Art)이라고도 불려지나 정확하게는 디지털 이미지(Digital Image)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테크놀러지에 위임되어진 이미지 창조에 예술가의 역할이 기술자와 기계 사이에서 얼마만큼 반영되며, 예술적 개념의 질적 수준에 따라 컴퓨터 이미지가 예술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로까지 논란이 되기도 한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스는 오늘의 예술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을 전제로 한 방법론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 바, 첫째, 창조적인 도구로서의 컴퓨터의 특성과 역할이 어떠한 것인가 ? 둘째, 인공지능이 어떠한 방법으로 예술적 창조에 적용되어져야 하는가가 그것이다.

미래 예술의 핵심은 관객의 매시지 담기

테크놀러지가 예술 속에서 매체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매체 시스템 그 자체에 한정되거나 미적 효과만을 양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 기능으로 놓여져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21세기 예술은 테크놀러지로 무장된 사회성을 띤 예술의 급속한 부상에서 그 특징을 만나게 되리라고 예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미래 사회는 개인과 사회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통합 기능을 테크놀러지 예술이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며, 여기에 그 사회가 지향하는 동질성을 작품을 통해 조화시켜야만 된다. 이렇게 될 때 예술이 사회적인 질문에 대한 선명한 답변을 제공해 줄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진정한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앞서 거론한 사회성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예술작품 속에 관객 참여 현상을 확대 시켜야만 한다. 미래의 모든 예술은 관객의 매시지가 예술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따라 예술의 사회성이 결정될 것이며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컨트럴 시스템에 의해 환경적 이미지나 매시지를 생산하는 데에 작품이 놓여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