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광주

수준 높은 문화 이벤트의 즐거운 예향(藝響)




박진현 / 광주일보·문화부기자

올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의 광주지역 공연 활동은 14대 대선을 앞둔 탓인지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다소 부진함을 보였다. 그러나 11월에는 체코 국립오페라단의 광주 공연을 비롯하여 헝가리 방송교향악단 연주회, 박인수·이동원의 「팝과 클래식의 만남」,「신의 아그네스」는 지방에서는 자주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무대가 잇따라 마련돼 송년을 앞둔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미술

최상호(崔相浩)·남선용(南先勇) 2인전 : 12월 2일∼8일까지 인재 미술관.

조대부고 미술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온 두 작가가 지난 '74년 첫 번째 2인전을 가진 이후 18년만에 마련한 두 번째 개인전.

풍경·정물·인물·누드 등의 다양한 부문을 독특한 화법으로 소개한 서양화가 최상호(崔相浩)씨는 「교육 현장전」,「일하는 사람들전」,「5월전」 등을 통해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선운산, 남해 등 이 지역의 풍광을 형태의 변형과 강조를 통한 화법으로 따스하게 묘사하고 있는 남선용(南先勇)씨는 「무등회」,「이형회」 등의 그룹전을 통해 활발한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제5회 선묵회전 : 12월 1일∼7까지 남도 예술회관.

조선대(朝鮮大) 미국 한국화 전공 출신으로 구성된 「선묵회」의 다섯 번째 전시회. 지난 87년 창립, 88년 창립전을 가진 이래 해마다 정기전을 가져온 「선묵회」는 선후배들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신경호(申炅浩) 광주전 : 12월 10일∼19일까지 광주 시립 미술관.

지난 10월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가진 서울전에 이은 이번 광주전은 화업 24년만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68년 대학 시절부터 올해까지 제작된 작품 1백 10점을 한데 모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무덤, 고인돌, 초승달, 장검과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음악

금호 현악 4중주단 제8회 정기 연주회 : 12월 7일 오후7시 남도 예술회관.

그 동안 서울·부산·대구 등지에서 줄곧 공연해 오다 오래간 만에 광주 무대에 서는 금호 현악 4중주단은 서울대 음대 출신들로 지난 90년 결성된 탄탄한 실내악팀.

이번 광주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중견 클라리넷 주자인 김동진씨(서울시향수석 경원대 교수)가 협연, 모차르트의 「클라리넷과 현을 위한 5중주 가장조」, 하이든의 「현악4중주 라장조」,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 라장조 작품 11번」 등을 연주. 갈채를 받았다.

광주악회(光州樂會) 작품발표회 : 12월 7일 오후 7시 금호 문화예술회관

올해 마지막 행사로 마련한 이번 회원 작품 발표회는 이용일(李鎔一)씨(전남대 교수)가 이강재씨 시(詩)에 곡을 붙인 「탄튜라」를 메조소프라노 명지선(明知宣)씨가 열창했으며 이광범씨(담양여중 교사) 작곡의 피아노 곡 「모자이크」가 연주됐다.

또한 최재윤(崔在倫)씨(전남대 교수)가 국악과 성악의 접목을 시도한「진달래꽃」을 성애순 씨의 가야금, 선명선씨의 대금 및 바리톤 임해철씨 노래도 소개.

제50회 광주 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 12월 4일 오후 7시 광주 문화예술회관

오르간과 쳄발로의 성스러운 선율이 벅찬 감동을 주는 헨델 작 「메시아」 전곡이 연주된 이번 정기 연주회는 광주 시립합창단과 대구 시립합창단의 합동 공연으로 합창을 통한 지역간 문화 교류의 장으로 눈길을 모았다.

체코 국립오페라 「라보엠」 : 11월 7∼8일 오후 7시 광주 문화회관

체코 국립오페라단과 이탈리아 정상급 성악가들이 함께 펼친 이번 공연은 보헤미안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푸치니의 대서사시 「라보엠」을 완벽하게 표현, 이 지역 음악팬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체코 국립오페라단은 체코의 민족음악가인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의 「팔려간 신부」,「루살카」 등을 통해 보헤미안 특유의 자유분방한 정서를 감동적으로 표현해 오고 있는 세계적인 오페라단이다.

광주 플루트 앙상블 : 11월 17일 오후7시 광주 문화회관.

김연주씨가 지휘를 맡은 광주 플루트 앙상블 아카데미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이번 정기 연주회에는 김대원씨의 플루트 무대를 비롯하여 강숙자, 정영기씨의 오페라 아리아 무대 등의 협연 무대가 특별 순서로 마련됐다.

김연준(金連俊) 가곡의 밤 : 11월 18실 오후 7시 광주 문예회관.

광주 오페라단 주최로 열린 이번 무대는 한양대를 설립한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가곡 작곡 및 성악가로 우리나라 양악의 기초를 다진 김연준(金連俊) 박사의 작곡 발표회로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 「미련」,「돌아오라 그대여」,「가을의 편지」,「시인의 죽음」등 한국가곡 10여 곡을 선사했다.

헝가리 방송교향악단 초청 연주회 : 11월 20일 오후 7시 광주 문예회관.

1943년 부다페스트에서 창단 된 이래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치고 헝가리 방송교항악단 광주 공연은 보헤미안의 음악적 감수성과 수준 높은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20세기 신세대 지휘자그룹의 선두 주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안드라 스리게티(39)의 지휘로 베토벤 「영웅」 등 친근한 레퍼토리가 연주돼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박인수·이동원 초청 「팝과 클래식의 만남」: 11월 24일 오후7시 광주 문예회관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폭넓은 접목을 시도, 자신의 음악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있는 테너 박인수씨(서울대 교수)와 「가을을 닮은 목소리」의 가수 이동원씨가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환상의 무대를 마련 광주 음악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특히 「향수」를 듀엣으로 불러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이들은 이날 광주 무대에서 「떠나가는 배」,「아름다운 나라」,「헤이」,「가을편지」 등 주옥같은 가곡과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요 등을 선보여 많은 갈채를 받았다.

연극

뮤지컬 스크루지 : 12월 19일 오후 3시·7시 광주 문예회관

찰스 디킨즈의 대표작 「크리스마스 캐럴」을 광주 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이 뮤지컬로 꾸몄다.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옛친구 마알리의 유령을 만난 뒤 인생관에 변화를 일으켜 남을 돕게 된다는 내용으로 작품 중간에 「징글벨」,「북 치는 소년」,「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크리스마스 캐럴 합창이 소개.

도적들의 무도회 : 12월 18일 오후 7시 광주 남도예술회관.

연극협회 광주지부가 광주 문예회관 개관1주년 기념 작품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작품.

장 아누이 원작 「도적들의‥‥」는 두 젊은 도둑과 권태로움을 느끼는 부자의 조카딸의 사랑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는 현대인의 심상을 대변, 즐거움을 전해 준 코미디물,

에쿠우스 : 12월 12일∼13일 오후4·7 시 남도예술회관.

극단 「드라마 스튜디오」의 제65회 정기 공연 작품.

실험극장에서 국내 초연(75년)된 이래 많은 연극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어 모은 피터 쉐퍼의 문제작 「에쿠우스」는 현대인의 근원적인 실존 문제를 탐구하는데 역점을 두는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사상적 기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역작이다.

중견 연극인 강남진씨가 직접 연출을 맡고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배우 윤희철씨가 정신과의사 마틴 다이사트로 분하며 알런역은 윤명배가 캐스팅 됐다.

이밖에 이진숙, 윤상호가 출현 극단 「드라마 스튜디오」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무대를 꾸몄다.

M·나비 : 11월 8∼9일 오후4·7시 남도예술회관.

민중극단이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M·나비」는 198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되어 미국 연극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토니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은 화제작이다.

신예작가 중국계 미국인 데이빗 헨리 황이 쓴 「M·나비」는 1986년 전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적 실화를 소재로 한 희극.

「동양에 대한 서양의 편견」을 고발해 보이고 있는 이 작품은 북경의 프랑스 외교관 갈지마르와 중국 배우 솔릴링의 25년의 동거 생활 끝에 프랑스 첩보부에 의해 간첩죄로 체포, 법정에 선 실화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

줄거리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M·나비」에는 민중극단의 간판급 연기자들이 주역으로 캐스팅 되어 있으며 연출은 김혁수씨가 맡았다.

신의 아그네스 : 12월 21∼22일 오후4·7시 광주 문예회관대극장.

극단 「실험극장」이 83년 국내 초연하여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존 필미어 작)는 이 시대에 필요한 「죽음의 매시지」를 던져 주고 있어 그 반향이 큰 작품이다.

한 수녀가 아이를 낳아 탯줄로 목을 감아 죽여 버린 그야말로 세속적인 호기심을 한껏 부풀릴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전개되는 이 작품은 그러나 일차적인 반응인 호기심이나 충격에 머무르지 않고 신의 어린양 「아그네스」를 통해 구원과 믿음의 메시지를 끌어내고 있다.

이번 무대에는 「온몸의 연기」를 보여 주는 중견 연극인 박정자씨가 수녀 원장으로 분하며 개성 있는 연기의 손숙씨가 닥터 리빙스턴역을 아그네스역에는 탤런트 신애라씨가 캐스팅 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무용

하야로비 초청 공연 : 12월 1일 오후 7 시 남도예술회관.

영·호남 화합을 위한 무대로 마련된 부산 현대무용단 「하야로비 초청」공연은 「공존의 바다」,「예감」,「여인들의 분노」등이 선보인 화합의 춤판이었다.

특히 이현주 안무의 「공존의 바다」는 바다를 통해 죽음과 삶 가운데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사물놀이가 곁들여져 이채를 띠었다.

제6회 김옥희 창작 춤 공연 : 11월 6일 오후7시 광주 문예회관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에 열과 성을 아끼지 않는 김옥희씨가 2년여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제1부 「미사」와 제2부 「문밖에서」로 구성, 역사적 소용돌이를 춤사위로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 눈길을 모았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 11월 13∼14일 오후5·7시

지난 37년 유럽 유학파인 고(故) 호무라고치, 도모이 유키코에 의해 오사카에서 창단 된 일본 도모이레단의 광주 공연작품.

1890년 러시아 레닌그라드의 마틴 스키장에서 초연 된 이래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발레곡은 3막 5장으로 구성, 호화롭고 화려한 무용과 음악·미술이 한데 어우러져 클래식 발레의 진수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