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한국의 박물관과 세계의 박물관




김종혁 / 문화부 서기관

박물관의 정의



박물관의 증가

최근 20∼30년 사이에 세계는 박물관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정확한 수도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19세기말까지는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지역은 박물관이 매우 적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까지도 영국·프랑스·포루투칼·벨기에·네덜란드 등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에서 일부 증가가 있었으나 세계적으로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허드슨과 니콜스(,Hudsom, K.& Nicholls, A)는 1985년 세계에는 약 3만 5천 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동물원·식물원·수족관과 주거하고 있는 역사적 농장 등 생물의 전시를 포함한 숫자이며, 선정 기준은 일반 대중에게 규칙적으로 공개하고 일정한 분야의 영구 수집품과 일관된 전시 계획을 가지며, 무엇을 전시하고 있는지를 발표하고 해설하는 열의를 가진 박물관들을 조사한 것이다. 국제박물관회의(,ICOM)의 조사 보고서(1982) 2/3가 선진국에 있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의 경우는 1876년 2백 개이던 박물관이 1919년 6백 개, 1940년 2천 5백 개, 1965년 5천 개, 1974년 7천 개로 증가하였으며, 1960년에는 한 주에 3개소의 비율로 새로운 박물관이 개관되었다. 또 매 5년마다 약 10%씩 증가한다고 하였다. 1986년 미국의 '아메리카주 및 지방역사협회'가 「박물관 명부」를 발간하였는데, 약 1만 개의 기관이 박물관이거나 박물관을 운영하는 유적지라고 하였다.

영국의 경우도 '박물관 및 미술관위원회'는 1987년 박물관 수가 1971년 비해 두 배가 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신규 박물관 중 절반은 수송·기술·사회 및 역사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수집한 사립 박물관들이라는 것이었다. '박물관 및 미술관위원회'의 188∼189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의 박물관은 약 2천 5백 개라고 하였다.

우리 나라는 현재 박물관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를 찾기가 힘들다. 1988년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한 「한국의 박물관」에는 1백여 개가 수록되어 있고, 조사자에 따라 다르나 약 1백 50∼2백 개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유는 문화부가 등록을 받는 대상에서 국립박물관과 과학기술전문박물관 그리고 학교박물관이 제외되어 일관된 파악이 어려울 뿐 아니라, 공사립 박물관의 경우도 다시 등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선정 기준에 따라 공식적인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지 분명한 것은 ICOM의 조사(1982)에 의하면 선진국은 인구 4만 명당 하나의 비율로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음으로 이것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의 경우는 인구가 1992년 약 4천 4백만 명이므로 박물관이 적어도 1천 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정부는 최근 2000년까지 1천 개 이상의 박물관을 조성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문화 향수를 위해 앞으로 많은 박물관들이 설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물관의 수적증가도 중요 하지만 현재의 박물관들이 얼마나 내실 있게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박물관이 설립되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박물관이 무엇인지 올바로 알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아주 다양화되어 있으며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① 미술 박물관(순수·현대·응용 미술과 특수 미술가를 위한 박물관) ② 고고학·인류학·민족학·민속학 박물관 ③ 역사 박물관(사회·산업·지방·전쟁 역사) ④ 과학기술 박물관(과학센터 포함) ⑤ 수송 박물관(철도·도로 차량·항공기·선박·해양) ⑥ 자연사 박물관(동물학·식물학·지질학적) ⑦ 농업·유적·생태학·야외·지역박물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한 분야로 명확히 구분되는 박물관은 많지 않고, 대부분 여러 분야가 혼합되어 있다.

이처럼 계속 증가하고 발전되고 있는 박물관이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 국제박물관회의와 미국·영국의 내용을 알아보고 우리의 정의와 비교한 후 박물관의 정의 속에 내포되어 있는 목적과 의의, 그리고 기능과 성격을 분석해 봄으로써 박물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박물관의 뜻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 사전을 참고하지 않으면 아마도 일반적인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개인에 따라 그 대답 또한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올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의 설립 형태와 수집 유물의 다양성을 생각한다면 정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박물관이란 우리가 통상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넓은 분야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박물관의 정의는 우리에게 박물관의 목적과 수행해야 할 기능을 알려 주며, 박물관의 관리 대상과 범위에 대해 말해 준다. 박물관의 정의가 명확히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박물관직이란 직업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하고 박물관간의 상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박물관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이해가 있어야 박물관 사회의 발전이 가능하다.

박물관의 정의는 박물관과 관련된 법규나 협회 등의 정관 같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박물관협회와 같은 전문 기관에서 채택할 수 있는 정의는 주로 자체의 기관 회원 자격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각국은 박물관의 공인 제도와 등록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 으로 박물관을 정의하고 있다. 이 경우 용어에 대한 해설을 붙이기도 한다. 이 정의들은 박물관의 정책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정되기도 한다.

국제박물관회의의 정의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박물관의 정의는 197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채택된 국제박물관회의 헌장이 규정하는 것으로 제3조에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박물관은 인류와 그 환경에 관한 물적 증거를 학습·교육 및 오락을 목적으로 수집·보존·연구·의사 전달·전시하여 사회와 그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학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다.'

이 정의는 1986년 승인된 '아이콤 직업 윤리 규정'을 작성하는 기본이 되었으며, 각국의 많은 박물관들이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아이콤은 박물관의 정의에 다음 다섯 가지 유형의 기관들-① 도서관 및 공문서 보관소에 의해 항구적으로 유지되는 수집품 보존 시설 및 전시실 ② 수집·보존·의사 전달 활동을 함으로써 박물관과 같은 성격을 갖는 자연과 고고학적·민족적 기념물과 유적, 역사적 기념물과 유적 ③ 식물원·동물원·수족관·생태 사육관과 같은 생물 표본을 전시하는 기관 ④ 자연 보호구역 ⑤ 과학관 및 천문관을 박물관의 범주에 포함한다고 명시하였다.

참고로 아이콤이 과거에 사용하였던 정의들을 알아본다.

아이콤은 1946년 11월 유네스코의 산하 기구로 창설되면서 다음의 박물관 정의를 사용하였다. '박물관은 미술·공예·과학·역사 및 고고학적 자료를 비롯하여 동물원과 식물원을 포함한 각종 수집품을 보유하고 일반에게 공개하는 장소'라고 하였다. 당시의 정의는 수집 대상과 공개를 중시한 것이다.

아이콤은 1951년 7월 런던회의에서 이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하였다. '박물관은 예술·역사·미술·과학 및 기술 관계의 수집품 이외에 식물원·동물원·수족관 등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와 표본들을 각종 방법으로 보존하고 연구하여 그 가치를 높이고, 공중의 오락과 교육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공개함을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항구적인 시설을 말한다. 공공 도서관·공문서 보관소 등의 사얼 전시실을 갖춘 곳도 역시 박물관으로 간주된다'고 하였다. 이 정의는 박물관의 기능과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아이콤은 1962년 7월 오란다 회의에서 '박물관이란 연구·교육 및 오락을 목적으로 문화적 과학적 의의가 있는 수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상설 기관들은 모두 박물관으로 볼 뿐 아니라 다음의 기관도 포함한다'고 하였다. 다음의 기관이란 ① 공공 도서관 및 공문서 보관소의 상설 기념관 ②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역사적 기념물 및 사찰·사원의 보물, 종교적 건물 등 그 부속 건물·사적·유적 및 자연 경관 지역 ③ 생물을 전시한 식물원·동물원·수족관·생태 사육관 및 기타의 기관 ④ 자연 보호 구역 ⑤ 과학센터 및 천문관이다.

이것은 유사한 기관이 박물관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기관들을 박물관의 범주 속에 구체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영국에서의 정의


영국 박물관의 실무적인 발전은 박물관협회가 1백 년 이상을 주도 해 왔으며, 영국의 박물관협회는 1984년 다음과 같은 박물관의 정의를 규정하였다. '박물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물적 증거 및 관련 정보를 수집·문서화·보호·전시·해설하는 기관이다'고 하였다. 이 정의는 상세한 용어 해설이 붙어 있는데, 영국 '박물관 및 미술관위원회'의 '박물관 및 미술관의 등록 계획'에서도 이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협회가 규정한 박물관 정의의 해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관'이라 함은 공식적인 운영 기구와 장기적인 목적을 가진 시설을 말한다.

'수집'이란 모든 방법의 취득을 포함한다. 수집은 정의된 박물관의 목적과 관련 있는 실질적이고 영구적인 수집품으로서 박물관의 소유 또는 취득하려는 의도를 뜻한다.

'문서화'란 유물의 기록들을 유지하는 의무를 강조한다.

'전시'란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에서도 적어도 대표적인 유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람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따라서 전시는 적절한 시간과 기간동안에 일반 대중에게 공개함을 의미한다.

'물적'이라 함은 유형의 물건을 뜻하며, '증거'란 진품으로서 공인을 의미한다.

'관련 정보'라 함은 박물관의 수집품이 단지 하나의 골동품이 되지 않도록 하는 지식을 나타내며, 유물의 유래, 취득 및 지속적인 활용에 관한 모든 기록들을 포함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란 신중히 공개하고 박물관 직업의 내외에 박물관이 사회의 봉사 기관이다라는 현대적 사고를 반영하려는 의지를 뜻한다.

특히 이것은 박물관이 이익을 분배하는 기관, 즉 주주들이게 이익을 배당하는 기관이 아님을 박물관의 정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미국에서의 정의

미국박물관협회는 1962년 이후 다음과 같은 박물관의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은 일시적인 전시를 주요 목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연방 및 주의 소득세가 면제되고, 역사·기술 자료를 포함하여 교육적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과 표본들을 일반 대중의 교육과 오락을 위하여 보존·.보호·연구·해설 ·수집·전시하는 항구적인 비영리 시설이다. 따라서 박물관의 정의는 앞에 기술된 조건에 부합되는 식물원·동물원·수족관·천문관·역사학회, 그리고 역사적인 건물과 유적을 포함한다'고 하였다.

미국박물관협회는 또한 1970년 '박물관 공인 계획'을 수립하여 공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위 정의와 약간 다른 정의를 준비하여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은 목적상 필히 교육적 또는 미적이고, 전문 분야의 직원을 가지며, 유형(有形)의 유물을 소장하고 이를 이용하고 보호하며 정기적인 계획에 따라 일반에게 전시하는 조직적이고 항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다'라고 하였다. 미국의 정의는 박물관의 목적과 기본 요건 및 성격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정의

우리는 1984년 최초로 제정된 '박물관 법' 제2조에서 박물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박물관이라 함은 인류·역사·고고·민속·예술·자연과학·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하고 이들을 조사·연구하여 일반 대중의 사회 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라고 규정하였다. 이 정의는 아이콤이 1951년에 작성한 내용과 유사하다. '박물관 법'에 의하면 박물관은 지방자치단체, 민법에 의한 법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타 법인이 설치하는 기관에 한하여 등록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박물관에 대한 정책이 바뀜에 따라 '박물관 법'은 폐지되고, 1991년 11월 30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으로 바뀌었다. 이 법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각각 따로 정의하였고, 미술관의 관리 대상을 보다 구체화하였다.

'박물관이라 함은 인류·역사·고고·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하고 이들을 조사·연구하여 문화·예술 및 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사회 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말한다.'

'미술관이라 함은 박물관으로서 서화·조각·공예·건축·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하고 이들을 조사·연구하여 문화·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교육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술관'은 미술에 관한 자료만을 관리 대상으로 하며,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이 없고, 사회 교육 대신 일반 공중의 문화 교육에 이바지하는 목적이 '박물관'의 정의와 차이점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이전의 '박물관 법'에 비해 등록 범위가 개인까지 확대되었고, 등록 기준 또한 완화됨으로써 박물관과 미술관의 설립을 촉진시키는 진일보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아이콤과 몇 나라의 정의들을 분석해 보면 박물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박물관은 인류와 자연에 관한 모든 유형의 물적 증거 자료로써 교육적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과 표본들을 '관리 대상'으로 한다. 상세히 말하면 인류·역사·고고·미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 모든 분야의 자료가 박물관의 설립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박물관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함으로 학습·교육과 오락을 위하는 교육적이고 미적인 면에 '목적'을 둔다. 즉 박물관은 사회와 그 발전을 위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리고 문화·예술 및 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사회 교육에 기여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귀중한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잘 보존·보호하며 조사·연구를 통하여 관련 기록과 자료를 문서화하고, 전시·공개를 통해 교육하고 해설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의 '성격'은 기업체나 상업 회사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시설이 아니라, 수집품과 전문 직원을 두고 장기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전시하는 자기적인 목적을 가진 조직적이고 항구적인 비영리 기관이어야 한다.

오늘날의 늘어나는 박물관의 관리자들은 스스로 박물관의 정의를 분석하고 박물관의 목적·기능·성격 등을 파악하여 자신이 소속한 박물관의 운영 현실과 비교 점검하면 박물관의 진로와 정책 방향 설정에 참고가 될 것이다.

박물관의 윤리



박물관은 역사적·문화적·예술적·자연적으로 가치가 높은 유산들을 보호·관리·전시 및 해설(interpretation)하는 기관이다. 우리 나라에도 최근 많은 박물관들이 설립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박물관들의 유물 관리와 업무 수행은 박물관 직원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들의 높은 도덕적·윤리적인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러면 박물관의 책임감은 무엇인가 ? 박물관은 어떻게 관리되고 박물관 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구의 일부 국가들은 일찍부터 박물관 관리의 기본 원칙과 박물관 직원들의 행동 원칙을 규정한 기준들을 만들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1970년 유네스코의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에서 문화재의 유통 거래에 관한 윤리적인 사항을 일부 규정하였으며, 종합적으로는 국제박물관회의가 직업 윤리의 일반 사항과 박물관 직원들이 지켜야 할 행동 원칙을 만들어 박물관과 직원들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윤리와 근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박물관 행정의 원칙

약시적으로 보면 구드(G. Brown Goode)는 1895년 박물관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박물관 행정의 원칙'을 만들어 박물관 관리직들의 책임 사항을 설명하였다. 그는 이 자료에서 '사회와 박물관간의 관계', '사회와 박물관의 공동 책임', '박물관의 고유 책임' 그리고 '박물관 상호간의 책임'으로 나누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박물관은 지성 사회가 중요성을 느끼면서도 다른 기관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들을 사회에 공급하여야 하고, 대학이나 지성 사회보다는 일반 대중과 더욱 가깝게 접촉함으로서 공공 도서관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박물관 직원들은 사회적으로 신용을 얻을 수 있도록 가능한 최대한의 능률성을 유지하고, 사회는 박물관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

셋째, 박물관의 고유 책임은 특별 봉사하는 것으로 학문의 향상과 자료의 기록 정리를 위해, 교육과 강의실의 보조 자료로서, 유물에 대한 특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일반 대중의 문화적 향상을 위해 봉사할 책임이 있으며, 박물관의 발전을 위해 교육하고 조사하고 계속적인 수집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하였다.

박물관 상호간의 책임

오늘날은 박물관간에 협조적인 관계 유지가 강조되는 입장이고, 특히 '박물관 상호간의 책임'은 다른 기준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O 박물관들이 같은 도시나 인접 지역에 있더라도 서로 경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박물관은 서로 인접한 이웃 박물관을 발전시키고, 한 편의 성공은 다른 편의 대중성과 공공 지원을 돕게 된다.

O 박물관간의 긴밀한 협조 체제는 여러 가지 중복된 업무와 이중적인 비용의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박물관이 서로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계획의 분담이다. 만일 박물관들이 같은 지역 내에 있다면 업무 분야를 나누어 서로 하나 이상의 전문 분야에서 우선권을 인정하고, 경쟁심은 우호적인 협력 관계로 전환해야 하며, 학문과 교육적인 면에서 더욱 가치를 높여야 한다.

O 이러한 협력 체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의 하나는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특정 분야와 유물 전체를 다른 박물관에 주는 것 일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민속 자료는 민속 박물관에 인계하여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한 박물관의 전 문성을 높이게 되며, 동시에 각 박물관의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소장 유물에 대한 관리 책임을 줄이게 된다. 이 같은 상호 협력 원칙을 적용할 때 이익을 보지 않는 박물관이 거의 없다. 만약 지역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박물관의 매력이나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서로 협력한 결과는 절대 유리하다.

O 비슷한 박물관들끼리 라벨(label)이나 목록 작성 등에 노력과 경비를 공동으로 들이고 소모품과 재료를 경제적으로 구입하는 것도 협력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전문직과 디자이너 등을 공동으로 채용함으로서 이들에게 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할 수 있고 보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박물관 직원을 위한 윤리

미국 박물관협회는 1925년 '박물관 직원을 위한 윤리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박물관 직원의 세 가지 윤리적 행동 기준을 명시하였다. 박물관 직원은 첫째 자신이 근무하는 이유에 충실하고, 둘째 이기심이 없는 동료 직원이 제시한 의견에 대한 동기를 신뢰해야 하며, 셋째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고도의 정의감에 입각한 명예심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대중자의 관계에 있어서는 방문객에 대한 친절하고 정중한 예절, 공공에 대한 최대와 봉사, 청렴한 업무 관계, 사업의 독립성 등을 규정하였다.

영국·캐나다·뉴질랜드의 박물관협회는 1977년 각각 자체적으로 박물관 윤리 규정을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미술관 및 박물관 직원들을 위한 윤리 규정'은 정책의 일반 고려 사항, 행동의 원칙, 직무 태도(박물관 유물에 대한 의무와 직장에 대한 책임), 동료와 직무와의 관계, 공공에 대한 의무로 구분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콤 위원회는 1979년 '박물관 종사자를 위한 직업 윤리 규정'을 만들었다. 이는 주로 박물관 유물 및 직무와 관련한 직원의 청렴성을 강조하였는데 이중에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O 박물관 직원은 박물관을 대신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박물관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유물을 사거나 팔지 않는다. 또한 어떤 선물이나 소개료를 받을 목적으로 박물관이 원하지 않는 유물을 매매하기 위해 제3자를 대신하여 중재인으로서 행동하지 않는다.

O 박물관 직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부서를 위한 경우가 아니면 관련 분야의 유물을 수집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어떤 직원이 박물관에 채용되기 전부터 그런 유물을 가졌다면 그는 박물관에 자신의 유물 목록을 맡겨야 한다. 이런 경우 직원은 자신이 소유한 유물을 소속 박물관이나 다른 박물관에 양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O 박물관 직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박물관의 관심 분야에 관한 외부의 문의에 금품이나 수수료 또는 다른 어떠한 이익을 목적으로 자문하지 않아야 한다.

O 박물관 직원은 공공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보험회사 등을 제외하고 박물관의 관련 분야에 관한 외부 문의에 자문하지 않아야 한다.

O 외부의 문의에 자문을 하는 경우에도 소속 박물관에 책임을 지우는 글 또는 서식으로 자문하지 않아야 한다.

O 박물관 직원은 박물관이 계획하는 전시 또는 사업과 관련하여 소속 박물관이 관련된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어떠한 이익도 얻어서는 안 된다.

박물관의 직업 윤리 규정

각국이 개별적으로 제정한 윤리규정에 비해 1986년 11월 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제 박물관회의 제15차 총회에서 채택된 '직업 윤리 규정'은 박물관이라는 기관으로서의 윤리와 박물관 직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준칙을 규정하였다.

3장으로 된 미 규정은 제1장에 아이콤·박물관·박물관직·이사회의 개념을 정의하였고, 제2장은 박물관 관리의 기본 원칙과 수집품의 취득과 처분 사항, 그리고 제3장은 박물관 직원의 행동 원칙과 수집품과 일반 대중, 아울러 동료 및 직업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였다.

박물관 관리의 기본 원칙

O 박물관의 최소한의 기준에 의하면 박물관은 수집품과 그에 관한 봉사 업무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며 수집품들이 적절히 보관·보존·문서화가 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법률·정부 규정 또는 등록 규정으로 정한다. 우리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법적 근거이다.

O 박물관은 법규나 정관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독립기념관의 경우는 독립기념관 법이 있고, 국립박물관은 정부 조직법과 직제가 있으며, 사립박물관의 경우는 정관 등이 있다(법적 근거).

O 박물관은 수집품 및 각종 재산의 보호 관리와 직원을 위한 필요한 재원이 있어야 한다(재정).

O 박물관은 물리적인 안전과 수집품 보존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시설이 있어야 한다(건물). O 박물관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직원).

O 박물관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일반에게 공개하는 기관이다(교육적, 공동체적 역할).

O 박물관은 적절한 시간과 정기적인 기간에 전시를 일반이 관람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일반 대중의 접근).

O 박물관은 미래를 위해 수집품을 보존해야 할 의무뿐 아니라 연구·교육·전시 및 기타 활동을 통해 지식의 창조와 보급을 위해 수집품을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진열·전시· 특별 활동).

O 박물관이 정책상 사업자나 산업체 등 외부로부터 재정이나 기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박물관과 후원자간의 합의 사항을 확실히 하여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박물관의 기준과 목표 달성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상업적 지원과 후원)

O 박물관의 매점 운영과 상업 활동 및 홍보 활동은 박물관 정책뿐 만 아니라 수집품과 기본적인 교육 목적에 부합되어야 하고 수집품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박물관 매점과 상업 활동).

O 박물관은 국내법이나 지방조례와 국제법 또는 조약의 의무 사항 등 관련된 법규를 준수하여야 한다 (법적 의무).

수집품의 취득과 처분

박물관 수집품의 취득에 있어 각 박물관은 자체의 수집 정책을 채택하고 서면으로 발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물관은 불법적인 물건의 취득을 금하고 현지 조사와 수집 활동은 국내법과 국제법 등 관계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박물관 직원의 현지 조사와 수집을 위한 발굴은 윤리적인 문제가 강조되고 있다. 또한 수집 정책이 유사한 박물관들은 상호 수집 영역을 존중하고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 특히 조건부 취득은 유의해야 하며, 그 외 에 박물관 수집품의 대여 전시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수집품의 처분에 관한 문제는 박물관의 주기능이 수집품을 수집하여 후세를 위해 영구히 보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분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득이 수집품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에도 법규나 다른 요건과 절차를 따라야 하며, 우선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다른 박물관들에 주어야 한다. 그리고 처분에 관한 모든 결정 사항과 관련된 물건들은 기록이 상세히 유지되어야 하며, 박물관 직원이나 가족에게 처분되는 것을 금한다. 유네스코 협약(1970)에 의하면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원산지 국가에 반환을 위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으며, 수집품의 처분으로 생긴 수입금을 다른 수집품의 추가 구입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 직원의 직업적 행동

직업적 행동의 일반 원칙은 박물관 직원의 윤리적인 의무, 개인적인 행동 그리고 사적인 이해 관계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 직원은 엄격한 윤리 원칙과 고도의 객관성에 따라 정직하게 행동하여야 하며, 다음 두 가지 지도 원칙을 명심하여야 한다. 첫째, 박물관은 일반 대중이 신뢰하는 대상으로서 사회적인 가치는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정비례한다. 둘째, 박물관 직원의 지적 능력과 전문성은 그 자체로서 충분한 것이 아니고, 수준 높은 윤리적 행동에 의해 고양되어야 한다. 박물관 직원은 박물관의 업무에 전문적이고 학문적으로 성실해야 하며, 항상 박물관의 정책에 따라 행동하여야 한다. 이 규정은 여기에 추가하여 박물관 직원의 충성심, 비밀 유지, 겸직 금지, 그리고 부정 행위의 금지 등을 언급하고 있다. 수집품에 대한 직원의 책임에 있어 박물관 직원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집품을 취득하고, 수집품의 유래·고증·상태·처리 내용 등을 알 수 있도록 완전히 문서화해야 하며, 모든 수집품을 적절히 보존·보호·유지하여야 한다. 수집품은 과학적으로 보존하여야 하며, 현재의 지식과 재료를 감안하여 할 수 있는 한 가장 훌륭하고 안전한 상태로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 수집품을 적절한 기준과 박물관의 내부 규정 및 관례에 따라 정확히 기록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박물관 직원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에 하나이다.

이 밖의 개인적 책임으로 수집품의 처분, 살아있는 동물의 보호, 인간의 유해(遺骸)와 의례적인 주요 자료, 그리고 개인의 수집품에 관한 사항들이 있다. 특히 박물관 직원이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수집 과정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박물관과 경쟁하거나 이해 관계가 상반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일반 대중에 대한 직원의 책임으로 박물관 직원은 박물관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해 공인된 기준과 법규를 준수하고 직업의 존엄성과 명예를 고양하며, 직업이 스스로 부여한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반 대중의 문의에 대해서는 신속히 답해 주고 전문 지식을 나누며, 자료와 문서 등에 일반 대중의 접근을 완전히 허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박물관 직원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자료나 안전 장치 등의 정보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하여야 한다.

동료와 직업에 대한 박물관 직원의 책임 사항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동료와의 관계에 있어 직원은 공사간에 언제나 서로 정중히 대하여야 한다. 그러나 박물관과 직업에 영향을 주는 동료의 제의나 행위에 대해서는 거절하여야 한다. 직원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동료 직원, 관련 분야의 학자,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박물관 직원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때문에 자문·상담·교육·원고 작성과 방송 출연 등의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박물관의 근무 수칙에 따르고, 이해관계가 상충된다고 판단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유물에 대한 감정이나 가치평가를 서면으로 발급해서는 안되며, 다른 박물관이나 정당한 권한을 가진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제시하여야 한다.

박물관 직원은 불법적인 물품이라는 것을 알면서 감정 평가하거나 직접 간접으로 불법 거래에 개입하여 이익이 된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권한을 가진 당국에 통보하여야 한다.

끝으로 박물관 직원은 부정 행위에 대한 관련 법규를 상세히 알아야 하며,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는 언제나 피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박물관의 실무 및 행동 기준들은 귀중한 유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공적 책임을 가진 박물관과 박물관 직원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로서 박물관의 명심보감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기준들은 국가별로 특정한 요구에 맞도록 발전시키고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박물관협회의 경우 1977년 이후 1987년까지 세 차례 개정하였으며, 현재는 '박물관 학예연구직을 위한 행동 규정'과 '박물관 당국을 위한 실무 규정'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박물관들은 이러한 윤리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박물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박물관의 관리 철학이나 직원의 마음가짐은 가슴 깊이 새기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박물관과 학교 교육



최근 박물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박물관은 국민의 높아진 의식 수준에 맞추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특히 박물관의 교육적 활동에 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박물관마다 특성에 맞는 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박물관이 유물을 수집 보관하는 장소만이 아니고 일반에게 공개함으로써 학습과 오락을 제공해야 하는 교육적이고 미적인 장소가 된 것이다.

박물관은 지역 사회와 그 발전을 위하고 문화예술 및 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이익과 사회 교육을 위해 존립 목적이 있다. 박물관이 관리하는 수집품은 인류와 자연에 관한 유형의 물적 증거로써 교육적 문화적 가치가 있는 물건과 표본들이다. 즉 박물관은 모든 학문에 걸친 자료들을 수집하여 이를 잘 보존하고, 조사 연구를 통해 관련된 기록과 정보를 문서화해야 하며, 전시 공개를 통해 교육하고 해설하여야 한다. 따라서 박물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시설이 아니며, 수집품과 전문 직원을 두고 일반에게 봉사하는 장기적인 목적을 가진 조직적이고 항구적인 비영리 기관의 성격을 갖고, 궁극적으로 교육적인 목적으로 존재하여야 한다.

박물관의 교육은 일반 교육과 학생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교육은 전시나 일반적인 교육 활동으로 가능하나, 학생 교육은 보다 체계적이고 세심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시계에서 자녀에게 대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국민이지만 우리는 외국에 비해 학생들을 위한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을 잘 알지 못하고 교육 준비와 활동 면에서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문화부와 교육부가 박물관과 학교 기관을 따로 관장하기 때문에 교육과의 연계성도 모호해졌다. 앞으로도 박물관과 학교기관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는 한 학생들의 교육적 활용 문제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으므로 이 분야에 보다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박물관과 학교 교육과의 협력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박물관과 학교는 모두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지만 교육 내용과 방법의 차이가 있다. 학교는 교과서의 글로서 교육하고 박물관은 수집품과 전시물로서 교육한다.

박물관의 구체적인 유물을 통한 경험 학습은 추상적인 교과서의 글이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백 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평범한 사실이 그 대답이 될 것이다.

박물관 유물의 교육적 사용

박물관은 무한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유물은 학술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연구될 수 있고, 또 한편 특정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자유 학습이 가능하다. 유물은 과거 어느 시대와 지역에 관한 문화와 기술을 알려주며 학습에 촉매 역할을 한다. 유물의 물질적 현실감은 교과서의 문장을 읽을 때 생기는 주의력과는 질적으로 다른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한다. 유물 교육은 두뇌 활동과 관련 있는 여러 가지 감각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박물관 교육은 주로 수집품과 전시물이 관계되지만 박물관이라는 기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 어떤 사람들이 관람하며 방문하는가 ? 박물관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 누가 무엇을 하고 왜 하는가 ? 등에 관한 설명은 유익한 공부가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유물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유물이나 자연 표본들은 그 자체로서 관심의 초점이 되며, 처음부터 많은 질문과 의문을 갖게 함으로서 배우게 된다. 유물을 관람할 때는 유물 그 자체, 즉 물질의 성질·역사와 유래 등에 관심이 집중된다. 예를 들어 그림 의 경우는 그 속에 포함된 예술성이나 주제 내용도 중요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캔버스·기초칠 ·물감·유약·액자 등 여러 층의 다른 물질들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화석(化石)과 같은 일부 지질학적 표본들로 한 때는 살아 있었던 동물로서, 당시 어떻게 움직였고,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먹이를 구하였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서 학습이 가능하다.

역사적 유물들은 과거부터 수없이 옮겨진 복잡한 이동의 역사와 함께 피해를 당해 수리되기도 하고, 중대한 사건의 증거가 되기도 하며 시대를 초월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 유물과 미술품은 그림 속에 하나의 줄거리를 나타내며 어떤 관점을 제시하고 하나의 현상에 답하거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유물은 구체적으로 사실을 표현하고 의사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유물은 제작 당시의 시대와 지역의 산물이고, 그 재질이나 모양 또는 장식 등은 기술적인 능력과 문화적 가치를 나타내며, 당초 유물의 제작 의도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았던 취지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유물에 관한 해설은 대부분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시간·장소·배경에 따라, 관람자의 느낌과 해설자의 지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어떤 유물이 전시되어 있을 경우, 그것이 종류가 다른 수집품과 함께 전시되거나 포함된다면 다르게 보일 수 있고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즉 같은 유물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시대의 유물, 동일한 제작자가 만든 유물, 동일한 인물이 사용하던 유물 등 그것과 함께 전시되는 유물들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게 된다.

유물 사용의 교육적 가치

유물을 통한 학습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하거나 이미 알려진 사실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누구나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똑같은 기회를 준다. 개인의 성숙도, 인생 경험, 지식 수준에 따라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유물은 관련된 모든 지식과 개발 단계에서 이론적으로 개념을 증명하는 데 필요하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확인시키는 능력과 함께 지식을 간직하고 기록한 문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유물은 우리의 의미 부여에 끝없이 응답하고 특히 만져봄으로써 다시 느끼고 심신의 반응을 나타내는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 유물 대신에 사진과 슬라이드를 사용할 수 있으나 이것은 어느 한 쪽만을 경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평면의 복사물은 유물의 규모와 입체감에 대한 느낌을 빼앗아 버린다. 실물을 경험하는 것은 종합 학습이 가능하다. 관련된 물건들을 알면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게 된다. 이것은 설명하는 유사한 예는 코끼리 주위에 눈을 가린 사람들이 한 부분씩 붙들고 느낄 때와 눈가리개를 벗고 전체를 보는 것과 같다. 유물 연구는 과거의 문화·기술 ·사람·사회 구조·과거 현대와 미래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혀준다.

유물 학습에서 가장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사고 자체의 개발이다. 실물을 통해 갖가지 생각을 유도하게 되는데 비교하고, 기억하고, 연관 짓고, 분류하고, 질문하고, 정확한 관찰로부터 이론적 개념을 정립하고, 알려진 것에서 미지의 것으로, 그리고 특수한 관찰을 통해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을 확대하게 된다. 박물관의 유물 학습은 깊이 생각하거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다 즐길 수 있고 진정으로 탐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감각을 사용한 유물 학습

유물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최초의 반응은 보고, 만지고, 느끼고, 듣고, 냄새 맡고, 맛 보는 방법이 전부이다. 감각을 사용함으로서 유물의 형태·부품·구조·물질·색상·모양 ·장식·상표·제작 표시·연대·상태·소음·냄새·중량·감촉·온도 등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유물에 대한 이러한 모든 감각을 사용하는 것이 아무 유물에나 가능하거나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대부분의 유물은 보는 것만이 유일한 접근 수단이 된다. 가능하면 유물을 만지며 다루는 것이 학습에 흥미를 줄 수 있고, 유물에 대한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다. 아주 오래되고 생소한 물건을 취급해 보는 스릴은 아무 데서나 얻을 수 없는 박물관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만약 유물에 대해 다른 감각들을 함께 사용할 경우, 경험 자체와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진다. 예를 들어 악기나 전시된 기계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향나무로 만든 목기 유물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박하와 같은 식물 표본이나 가죽과 같은 재료의 물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외국의 일부 박물관에서는 가끔 전통적 방법으로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맛보게 한다. 독일 스트라스브르그의 현대미술박물관은 미술 실습 시 배와 사과 등 정물을 그린 다음, 어린이들에게 수업 후 과일 향기를 맡도록 하고 맛보게 한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란 유물을 직접 취급함으로써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며, 현장 학습시 한 가지 이상의 감각을 사용할 수 있게 구성하는 것이다.

유물 학습은 감각뿐 아니라 게임·의상 입기·미술 작품 또는 물건 만들기·연극·크기나 무게 측정 등 신체적 활동도 포함될 수 있다. 유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감각을 무디게 한다. 보는 것은 다른 감각들보다 직접적이거나 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진열장의 유리를 통해서 유물을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만지면서 보는 것은 아주 감이 다르다. 물건을 만지는 것은 무의식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신체 활동의 하나로서 보고 느끼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박물관 학습 시 최초의 감각을 사용한 관찰을 통해 유물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유물과의 관계를 도출할 수 있다. 특히 이것은 관람 사항의 토의와 조사분석을 통해 많은 의문점이 해소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 결정된다.

유물 학습 시 주의할 점을 주제에 대한 빠른 결론을 피하는 것이다. 유물의 명칭을 바로 알려주는 것은 시작하기도 전에 질문 과정을 끝내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최초관람 단계에서 가능한 많은 사항을 제시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한번 더 관찰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전에 유물에 관한 자료를 나누어주고 해답을 찾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박물관의 학교 단체 교육

박물관은 각급 학교에서 많은 학생 단체들이 방문한다. 박물관을 찾는 학교마다 교육 형태와 접근 방법이 다르고, 학생들 또한 각기 다른 능력과 신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통상 학교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지만, 가능한 한 학교의 요구에 맞는 접근 방법을 택한다. 모든 학교가 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교사는 아무런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경우에는 도움 받을 수 있는 자문만을 구한다. 일부 학교 단체는 박물관이 마련한 교육 활동에 참가하고, 일부는 박물관 교사와 접촉하여 자문과 도움을 받는다.

박물관은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 보조 자료를 제공하며 지원 방법은 박물관에 따라 다르다. 박물관은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일부 박물관은 교사용 교육 보조 자료를 자체 제작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단체의 방문이 증가하면서 박물관이 직접 교육하는 것보다,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박물관 자료를 만들어 활용함으로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물관이 학생 교육을 위해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학교와 공동으로 선사 주거지와 같은 학습장을 복원하거나, 어린이들이 학습 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단기간의 전시를 준비한다. 이러한 전시는 역사와 자연과학 분야에서 종종 사용된다. 외국에는 학교 교육 지원만을 위해 설립된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이 제공하는 유물 교육은 학교 교육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실시한다. 교육은 통상적인 교실의 환경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과 기술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대하며 새로운 정보를 얻는 방법을 경험하고, 직접 실제 유물을 대하는 것은 학생들을 크게 고무시키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게 되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다. 박물관 교육은 실물 경험을 통한 학습과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므로 학생 교육 발전의 차원에서 더욱 활용되어야 한다.

박물관에서 지원 가능한 사항 중 하나는 학생들이 단기간 실시할 수 있는 행사를 계획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는 교과 내용과 밀접히 관련지어 계획되어야 한다. 때때로 흥미를 끌 수 있는 옛 성곽이나 사적지 건물을 활용하여 역사의 한 순간을 재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원 광한루 진주성·행주산성 등 학생들이 참가하는 행사이다. 여러 박물관이 공동으로 하나의 주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부각시켜 주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린이 박물관, 미술관, 역사 박물관이 '주거'라는 주제로 세 가지 관점에서 학교 교육을 도울 수 있다. 어린이 박물관은 '선사 주거지'를 다루고, 미술관은 현대와 전통 주거 생활에 관한 그림을 함께 전시하고, 역사 박물관은 주거 생활에 필요한 유물과 가구들을 보여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박물관에서 유물 학습이 가능하며 공동의 주제 용지를 만들어 여러 박물관이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박물관 학습은 자체 시설을 이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학교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도자기, 의상 및 목공예품 제작 등 특별 활동과 시범에 참가하거나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학교 교사를 위한 지원 활동

대부분의 박물관은 학교 교사들의 출입과 학생 단체 방문을 위한 사전 준비를 돕는다. 예약된 학교 단체는 박물관이 만원인 경우에도 관람을 보장하게 된다. 박물관은 교사들에게 전시 내용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보여 주고, 학생 단체 방문 준비 사항을 설명하는 안내 강좌도 마련한다. 비디오와 교사용 보조 자료는 전시 내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비디오, 슬라이드와 해설 자료는 방문 전에 빌릴 수 있고, 교사용 보조 자료는 학생 실습 지 작성을 위한 사전 준비 및 사후 학습용으로, 학생 참고용으로, 드라마 실습용으로, 그리고 미술 실기의 주제 등 여러 형태로 이용된다.

교사를 위한 박물관 강좌는 학교 교육 지원 사업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학생들을 박물관이 직접 교육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에 박물관 이용의 막대한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교사 연수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통상 박물관과 유물 학습 방법을 교육하고, 앞으로 학생 단체 방문에 대한 박물관 직원과 협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사 연수는 학교와 박물관 직원의 지속적인 긴밀한 유대 관계에서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가능하면 이 기회를 통해 박물관이 제공할 수 있는 학교 지원 내용을 전달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학교 교육을 위한 유물 대여 활동

박물관은 대외 프로그램의 하나로 유물 등 교육 자료를 학교에 대여하여 교육을 돕기도 한다. 물론 박물관 교사가 학교에 나가 직접 활동할 여유가 많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박물관들은 이러한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예를 들어본다. 미국의 경우는 규격 상자화된 전시물, 차트, 설명 자료를 포함하여 학교 교육 지원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어 있다. 버팔로 과학 박물관의 예를 들면, 슬라이드 7만 9천 점, 마이크로 슬라이드 2천 점, 그림과 차트 1만 2천 점, 상자화된 유물과 표본을 포함 8천 점의 교보재를 준비하여 학교에 대여해 준다. 캐나다 토론토 미술관은 그림 2만 점, 인쇄물과 흑백 및 칼라 복제품을 보유하고 대여 활동을 한다. 영국의 경우도 지방 자치 단체 박물관들의 대여 활동은 역사가 오래 되었다. 영국은 주로 역사, 고고학 및 자연 사적 유물을 대여하여 왔으나, 미술품은 가치가 상승하면서 중단되었고, 일반적으로 지방 박물관들이 그 지역 학교에 대여 활동을 하고 있다.

박물관의 대여 활동은 대체로 진품과 똑같은 모형과 복제품을 사용한다. 어떤 유물의 축소 및 확대 모형을 활용하는 것이 교육에 효과적이다고 인정되거나 요청이 있는 경우에 모형을 제작한다. 복제품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완전한 하나의 세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실물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통상 수량이 많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제공한다. 따라서 기록 정보가 부족한 유물은 비교적 한정될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고, 유래가 확실치 않음을 의미한다.

실물을 대여하는 것은 질이 낮은 자료를 지원하는 것보다 문제가 적고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겠지만 귀중한 유물이 손상을 입기 쉽다. 그렇더라도 박물관이 학생 교육에 제공하는 자료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유물 대여의 문제점은 박물관의 교사들을 위해 유익한 반면 운영에 필요한 건물·직원·장비 및 물자가 방대하여, 유물과 모형과 복제품 중 어느 것을 대여할지 결정하기 어렵고, 교육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여 지원은 아주 노동집약적인 업무이며 유지비가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어 문제가 된다.

학교에서 하는 박물관 교육

최근 우리 나라에도 박람회·도서관·박물관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이동 박물관을 운영하여 유물을 전시하고 교육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학교에서 활동하는 경우 이동 박물관은 한 학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교육 활동을 벌인다. 교육은 대개 학급을 둘로 나누어 한 그룹은 차량에서, 나머지는 교실에서 주제에 따라 학습한다. 차량의 전시는 간단하면서도 눈을 사로잡는 도표, 그림, 사진과 유물을 통해 주제 내용을 소개한다. 학생들은 잠시 전시를 관람한 후 보충 설명용 비디오를 시청하고 토의에 참가한다. 경우에 따라 흥미 있게 노래와 음악도 함께 사용하여 교육한다. 한편 교실에서는 다른 교사의 지도하에 미술 실기나 제작할 수 있는 유물을 가져와 주의 깊게 유물 공부를 하는 등 교육한다. 어떤 이동 박물관은 연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있다.

현재 한국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 등이 이동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동 박물관 제도가 아주 보편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1974년의 경우 40개 이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애틀 이동 박물관은 2명의 교사, 15개의 컴퓨터와 각종 학교 프로그램을 가지고 비용은 사용자로부터 받거나 재단이나 협회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한다. 이동 박물관의 문제점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기부금에 의존해야 하고, 불편한 시설, 임시 직원의 채용과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는 데 있다.

이 밖에 박물관의 학교 지원 활동으로 박물관이 학교에 미술 실습장을 마련하여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박물관의 전문 요원을 학교에 파견하여 실습을 직접 지도하고 학생들의 작품 활동과 자체 전시 준비를 돕는다. 박물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새롭고 값진 경험을 제공한다. 박물관 교사가 사용하는 재료와 실습 방법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준다. 박물관 교사들은 토의를 통해 학교 교과 내용을 바르게 알게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신중히 계획하고 박물관 교사와 학교가 공동 보조를 맞춤으로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물관과 학교의 교육 환경 진단

솔직히 말해 우리의 국·공·사립 박물관의 현실이나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환경은 박물관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원칙론의 이상(理想)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박물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박물관이 수적으로 절대 부족하고 대도시에 편중되어 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국립박물관이나 몇몇 공사립 박물관을 제외하면 가볼 만한 박물관이나 사회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많지 않고, 대학 박물관 역시 대학 교육에 국한하여 학교 교육 지원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박물관의 제반 여건이 교육 활동에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수집품의 질량면이나, 교육 담당 직원의 확보면에서, 그리고 재정적인 면에서 적극적으로 학교 교육을 지원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박물관이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면 교과서의 내용과 수집품을 연관시켜 학생 교육을 위한 연구와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 기관에서 박물관의 교육적 활용에 관심이 적을 때, 박물관의 다른 시급한 기능에 주선하는 적극적인 학교 교육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둘째, 학교측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교육 환경이 시험과 암기 위주의 경쟁심을 키우는 교육이고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박물관의 현장 학습은 관심이나 중요도에서 떨어진다고 본다. 설령 박물관 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한다 하여도 과밀 학급의 엄청난 학생들을 소화하여 교육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교통 관계도 문제가 되어 먼 거리에 위치한 학교는 박물관 현장 학습이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학교는 주로 수학여행 시 서울, 경주, 부여 등 국립박물관을 답사한다. 그러나 하루에도 여러 장소를 돌면서 하는 현장 학습은 어떤 특정한 보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한 학생들에게 무리일 것이고 교사들도 지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학습 지도 대신 학생들의 자율적인 관람과 견학에 맡기고 있다.

셋째, 제도적으로도, 문화부와 교육부가 분리되어 학교 교육과 박물관간의 연결 노력이 부족하고, 박물관의 교육적 활용에 관해 연구하는 자도 드문 실정이다.

아직 학생 교육을 위한 박물관 교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은 박물관 학자의 부족과 박물관학 교육의 빈곤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박물관과 학교 교육 현실과 환경이 미흡하더라도 첫째, 학교 당국은 학생 교육을 위해 각종 박물관을 어떻게 학습장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교육에 적극 반영하여 박물관이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부나 교육청을 통해 협조를 구하고, 교육청은 박물관에 학교 교사들을 파견하여 박물관 교사를 양성하고 직접 학생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박물관은 소장 유물을 학교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 교육 지원을 늘리는 적극적인 노력을 강구하여야 한다.

셋째, 학교 교사들은 박물관과 유물의 교육적 가치와 활용 방법을 이해하고 교과서와 연계하여 교육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박물관에서는 교사들이 박물관과 유물을 교육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늘려야 하겠다. 이렇게 함으로써 박물관 교육 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박물관 유물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사용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