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연극축제로 새봄을 연다
이홍섭 / 강원일보 문화부 기자
놀랍게도 강원도 인구는 매년 줄어가고 있다. 폐광이 늘어가고,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인구 감소를 설명할 수 없는 게 강원도다. 왜냐하면 도청 소재지인 춘천의 인구 역시 제자리걸음 중에 있기 때문이다.
춘천 인구는 전국의 도청 소재지들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이며, 전국 도시들 중 중위권을 맴돈다.
17만을 겨우 넘어서는 인구는 각종 정책을 세우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춘천의 인구가 늘지 못한 것은 춘천을 수도권의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묶어두면서, 그 범위 내에서 수도권의 '1일 관광 휴양지'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춘천시 토지 중 90% 가까운 면적이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도시는 서서히 포화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인구는 제자리걸음 중이고 도시는 발목이 잡혀 있다.
적은 인구는 그만큼 문화의 수용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고, 각종 문화단체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최신 시설을 갖춘 춘천종합문화예술관 개관공연(4월)을 앞두고 시의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1천1백 석의 저 많은 좌석들을 누가 채울 것인가. A석은 적어도 1만 5천 원은 받아야 될 텐데 ‥‥‥"
춘천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춘천의 이미지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호수, 안개, 닭갈비, 막국수, 한수산, 이외수‥‥‥‥.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 어떤 문화적 풍경'이라고 대답한다. '그 어떤 문화적 풍경'은 춘천 시민들에게도 안개처럼 축축하게 스며 있다. 1991년 한림대 사회조사연구소가 춘천문화방송의 재정적 지원 하에 펴낸 「춘천리포트」(나남 간)에 따르면 춘천 시민들은 교육도시, 관광 및 휴양도시와 더불어 문화도시에의 꿈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의 젊은 사회학 교수들이 모여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그 중요도에 비해 너무 사장돼 버린 느낌을 줄 정도로 춘천의 미래와 관련, 좋은 대안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춘천을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즉 춘천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교류의 극대화'를 꾀해 춘천을 '교류의 중심지'로 키우고 '교류의 산업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위해 '유인구조'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춘천을 '매우 매력적인 곳, 찾아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한 '유인 전략'을 짜자는 얘기다. 문화·예술분야에서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유인 전략'은 △ 연구 창작 마을 건립 △ 문화예술의 거리 설정 △ 상설 문화살롱 개장 △ 월별로 특화 된 축제 행사의 시행 등.
매우 의미 있는 제안이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은 없다. 앞으로도 한동안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왜냐하면 시 재정이 빈약하고 그나마 1996년 전국체전 유치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은 인구, 빈약한 재정, 문화정책의 추진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도시'로 나아가려는 열망은 곳곳에서 솟아나고 있다. 이 열망이 전략화, 구조화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열망을 간직하고 있는 것 또한 소중한 일일 것이다.
올해 춘천에서는 대규모 연극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4월에는 '한국 마임 페스티벌', 7월에는 '93 춘천 국제연극제', 8월에는 '춘천 인형극제'가 기다리고 있다.
매년 5월 춘천에서 열려온 한국 마임 페스티벌은 팬터마임이 활력을 되찾는데 큰 공헌을 해왔다. 한국 마임협회가 주최하고 금토예술 기획이 주관해 온 이 행사는, 피에로 분장을 한 마임 배우들이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춘천에 거주하고 있는 유진규씨를 중심으로 국내 마임 배우들이 모두 출연, 마임의 영역 확대와 인식 확장에 기여해온 마임 축제는 올해로 5회 째를 맞고 있다.
올해 '한국 마임 페스티벌'에는 유진규씨가 해외 연수차 인도에 체류 중이어서 공연에 참가하지 못하는 대신 새로운 마임 세대들이 신선한 마임 세계를 보여줄 계획이다. 특히 그 동안 춘천을 시작으로 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어졌던 방식을 지양하고, 춘천에서만 개최, 지역 축제화 할 계획으로 있어 주목을 끈다. 올해는 춘천 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 기념행사 중 하나로 포함돼 4월 24일에 공연될 예정이다.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8일간 춘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시립문화회관에서 열리는 '93춘천국제연극제'는 세계 아마추어 연극인들의 축제 한마당이다. '춘천을 국제 연극 교류의 중심지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보여주듯 이번 연극제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춘천시와 국제아마추어연극연맹(IATA) 한국 본부가 주최하고 IATA 춘천 본부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방에서 펼쳐지는 국제 규모의 문화 행사라는 점에서 시험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총 18개국 2백 30여명의 아마추어 연극인들이 참가할 계획이며, 순수 행사 진행에만 3억 원이 투입 될 예정이다. 연극제는 2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4일 길놀이, 개막식에 이은 본공연, 국제 친교 행사, 학술 세미나, 워크숍, 참가국 대표자 간담회, 국제 친교의 밤 등으로 펼쳐진다.
지금까지 신청을 끝낸 나라는 미국, 싱가포르, 독일, 필란드, 일본, 멕시코, 벨기에, 필리핀, 네덜란드, 호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아루바(남미) 등이다.(2월 15일 현재) '한국 마임 페스티벌'과 함께 5회 째를 맞는 춘천 인형극제는 8월 15일을 전후해 5일간 춘천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춘천시와 춘천 인형극제 협의회가 주최하고 (주)바른손 팬시 문화 사업부와 춘천 인형극제 집행 위원회가 주관하는 춘천 인형극제는 지난해에도 미국, 일본, 국내 18개 프로 극단 1백 1명, 16개 아마 극단 2백 92명 등 모두 39개 극단 4백여 명이 참가 춘천을 '인형의 나라'로 장식했다. 특히 공지천 의암호수 위에 특설 수상 무대를 설치, 여름 밤 호수를 환상의 무대로 만드는 등 춘천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전야제 때는 참가 극단의 가두 퍼레이드가 펼쳐지게 되고, 인형극 강좌, 축제공연, 인형의 밤, 인형극인 대회 등이 잇달아 열린다. 또한 국내외 인형극 포스터와 인형들이 전시되는 '인형극 포스터 및 인형전시'가 축제 기간 내내 열린다.
지난해 '축제 공연'에는 남사당 사물놀이, 팬터마임, 김덕수 사물놀이의 밤, 춤과 재즈의 밤, 안숙선 명창의 밤 등이 열려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올해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서있지 않으나 지난해보다 화려하고 다양한 인형극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춘천시는 EXPO 문화축제 중 하나인 '세계 꼭두놀이 행사'에 참여하는 세계적인 프로 극단을 초청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0여 개 국에서 몰려오는 이들 프로 극단을 초청, 예산 절감은 물론 인형극제를 세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각 대학의 인형극단을 초청할 예정 이어서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축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이어 펼쳐지는 연극 축제들은 춘천이 문화, 예술의 교류 중심지로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장 역할을 할 것이다. 춘천이 보내고 있는 매혹의 눈짓은 성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