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예술참여 유도에 주력하겠습니다"
최문선 / 예술행정가·연극 기획
최문선-제20대 예총회장으로 선임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1981년 제15대 예총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10여 년만에 다시 회장직을 맡게 되셨는데요, 우선 재취임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신영균-예총은 본래, 광복 후 정치 이념에 예술을 예속화시키려는 집단에 맞서 예술의 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총(전국 문화단체 총연합회)이 6·25와 4·19, 5·16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환경 속에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함에 따라, 전국 예술인의 재규합을 통해 문화예술인 상호간의 친목 도모와 권익 옹호에 앞장서는 한편 우리나라 예술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로 1962년 창립되었습니다. 창립 이래로 예총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총 본산으로 순수 예술 활동을 적극 유도하고, 전국에 총 39개 지부를 건립하여 예술문화의 지방화 시대를 개척했고, 청소년 예술캠프와 전국 순회 문학강연 등을 통해 전통문화예술의 현대적인 계승 발전에 앞장 서 왔습니다.
한편 예술인 사이의 유대를 긴밀히 하고, 그들의 사회적인 권위를 옹호하기 위한 단결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든 국내외의 예술 문제와 예술인 스스로의 문제에 단체 차원의 활동을 보일 수 있는 국가적인 민간 단체로 발전해 온 것은 예총의 중요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지요. 제가 15대 예총회장으로 당선된 1981년 당시 상황은 70년대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의 의식구조가 물질 위주로 치닫기 시작했던 때로 국민들의 정서 함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고 사회가 예술인의 활발한 예술활동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지요.
이에 부응해서 예총은 「예총신보」를 발간하고 각 10개 산하 협회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는 한편 예술인을 위한 적극적인 사업을 펴게 되었습니다. 예총 역사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회원간의 결속을 강하게 집약시켰고 다양한 후원 사업을 벌였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물질 문명 말기의 병폐가 곳곳에서 머리를 드는 이 시기에 우리 나라의 문화 발전을 주도하는 예총의 입지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는 저로서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회장직을 맡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최문선-향후 3년의 임기 동안 어떠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실 계획인지요.
신영균-첫째, 예술가의 활동을 활성화해서 그들이 예술 제작에 전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예술 정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문민시대에 발맞춰 상의하달식 운영을 지양하고 예술가 개인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둘째로는, 협소한 현재의 예총회관을 이전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자 합니다. 1964년 당시 박대통령의 희사금으로 세종로에 예총회관이 신축된 이래 종로1가 '의사회관'에서 구 종로구청 청사 시대를 거쳐 1985년 현재의 동숭동에 자체회관을 갖긴 했지만, 날로 다양화되는 문화 및 예술 현상을 수용하고 이에 따른 제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산하 10개 단체가 움직이기에는 현재의 5층 건물이 협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셋째로, 재정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현재 예총의 1년 예산은 7억 원 정도로 각 산하 단체에 배분되는 지원금은 사업 진행비는커녕 단체 유지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예술인들이 소극적으로 정부 예산을 소모한다는 혹자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일도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최문선-그렇습니다. '예술도 대가를 지불한다'는 예술경영학의 이론에 입각해서 우선적으로 기업의 예술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문화 선진국이라고 할 서구 여러 나라의 경우 예술품을 통한 관광 수익 및 이에 수반하는 부대 노동력의 창출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으며, 기업 이미지 향상 및 사회적인 병리현상 해결에도 예술 활동이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익히 들어온 바입니다.
신영균-따라서 기업의 참여를 지속화시키고 이를 통해 자립의 기반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장기간에 걸친 재원 마련 정책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기업과 예술인과의 접목을 위한 세미나 및 토론회를 마련하는 한편, 전경련 등과의 대화를 적극 유도하며 세제 혜택 등 법적 제도의 마련, 또 능동적인 진흥 방안을 유도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원로 예술인에 대한 복지 대책을 마련하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문화 발전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최문선-SBS 프로덕션 사장직도 겸임 중이시라고 들었는데요.
신영균-현대는 영상 매체의 기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 매체를 통해 예술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들 위해 '문학관' 등의 프로그램을 고려하는 중입니다. 영화 관련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십분 활용해서 대중의 취향을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최문선-예술이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에 관여한다는 본래의 순수한 예술적 역할을 원만히 수행해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하겠는데, 그 동안 예총도 문화보호법 개정안 반대 성명, 문화부 독립에 관한 건의서 제출, 문화예술인 의료보험조합 설립, 예술인 소득세 부과 문제 협의를 위한 국세청 간담회, 영화법 개정 촉구 성명서 발표 등 문화 발전의 환경 조성을 위한 대정부 및 대국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영균-네, 그렇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총의 설립 초기 목적이기도 하지요. 예술문화 단체를 예술 창작인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권익 옹호에 힘쓰는 쪽으로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현대와 같은 조직 사회 시대에서는 예술 창작인들 처럼 독자성을 지켜가야 하는 사람들이 조직 구조 사회에서 자칫 소외되거나 고립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현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권익 옹호를 위한 능동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한 것입니다.
최문선-지난 제15대 회장으로 재직하실 당시 마련된 문화예술인 의료보험조합 설립은 그 두드러진 예로 꼽겠습니다.
신영균-1981년 통과된 이 안건은 문화예술인에 대한 국가적 복지 시책의 일환으로서 정부의 배려와 보사부, 문공부 등 관계 당국의 협조로 직종 의료보험조합 법규가 공포된 후 가장 먼저 발족을 보게 되었지요. 그러나 예술인에 대한 조세 제도 개편 및 보다 적극적인 예술인 후원을 위해 문예진흥법안을 개정하는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실정입니다.
최문선-문화계 일각에서는 예총의 활동 및 위상과 관련해 '예총무용론'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이는 현재 예총이 문예진흥원을 통해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고, 이를 사업 예산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차원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위해 기본적으로 예술인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사항들이 예총 소속 회원들에게만 국한되어 적용됨으로써 비회원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으며, 날로 다양해지는 사회 변화의 현상에 부응하는 다양한 예술문화의 흐름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영균-그 동안 예총은 모든 예술인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작 활동에 임할 때 비로소 진정한 문예진흥이 이루어짐을 절감하고 이의 실현을 의해 적극 힘써왔으며, 그로 인해 오랜 멍에가 해금되고 규제가 완화되는 결실을 보기에 이르렀지요. 또 80년대 들어서는 예술문화의 중앙 집중 현상을 탈피해서 지역간 균형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온 국민이 균등하게 예술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예총은 이러한 작업을 성실히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최문선-끝으로 올 한 해 예총의 특별한 사업 계획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영균-중국예술 단체의 초청으로 중국과의 예술 교류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책정된 지원금의 규모가 넉넉지 못하기 때문에 예산상의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문선-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신영균-감사합니다. 문화 예술인과 관계인들의 많은 지도와 도움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