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점

국제화와 지역활성화 -일본의 경우




김문환 / 서울대 교수

이 글에서 필자는 '자치제의 국제화 정책과 지역 활성화'라는 문제를 필자가 일본에 있는 동안 객원 연구원으로 있던 종합연구개발기구(NIRA)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동명의 연구를 바탕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NIRA는 이미 1985년 6월에 「국제화와 지역사회」라는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한 바 있다. 30개의 사례 보고가 그 중심을 이루는데 앞에 언급한 책은 이 보고서의 축약의 의미도 지니지만 그보다는 체계화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로서는 이를 통해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활성화를 지향하는 국제화 정책의 전개 유형을 알아보는 것이 우리에게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국제화 정책의 기본 유형을 정리해 본 후에 그 중 문화진흥에 속하는 문제들을 좀더 자세히 살피기로 한다.

국제화 정책의 기본 유형

사례 연구를 통해 볼 때, 일본의 지방자치체에서는 자매도시 결연(일본에서는 '제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으로부터 시작해서 경제, 문화, 학술, 교육, 스포츠 등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교류 활동 외에 최근에는 국제 민박제도의 정착, 국제화에 대응한 마을 만들기, 행정 서비스의 정비, 외국 대학의 분교 유치 등 다양한 국제화 시책이 실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창의적인 시책의 전개는 이후 지역의 사회, 경제적 활력과 개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의의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체가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가지고 국제화 정책을 지역 활성화와 효율적으로 결부시켜 나가자면, 이를 시책의 의의와 함께 그 문제점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각각의 지역 실정에 입각한 시책을 전략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 활성화와 연관된 여러 가지 국제화 정책을 유형화하고 그 효과, 시책 수단, 문제점 등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위한 국제화 정책의 전체를 파악하는 작업이 시도되었던 바, 전략적 차원에서 분석, 기술된 기본 유형의 구조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산업 진흥 ② 관광 진흥 ③ 문화 진흥 ④ 학술, 교육 진흥 ⑤ 국제적 지역형성(마을 만들기) 등이다.

나아가 이 기본 분류는 다시금 ① 목적(지역 활성화의 시점에서 본 시책 효과) ② 시책내용(각종 교류 사업, 이벤트, 컨벤션 등이 여기에서 기술된다) ③ 수법(사람과 물자를 지역에 수용하는 체제의 정비를 도모하는 수용형 수법, 지역에서 유치 촉진을 주안으로 하는 유치형 수법, 서로의 교류 촉진을 주안으로 하는 교류형 수법 등) ④ 사례, 지역 예시 ⑤ 과제와 장래 방향 ⑥ 지원 제도 등으로 세분되어 설명이 가해질 수도 있다.

무릇 모든 유형화가 그러하듯이, 이러한 유형화가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국제화 시책을 모두 담아 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화 시책의 전략적 의의와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유형화는 불가피했다고 보여진다.

국제화 정책의 주요 유형

국제화는 대체로 문화 교류로부터 시작한다. 사람과 물자와 정보의 원활한 교류는 서로 독자적인 문화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문화에 대한 상대적인 관점과 일정한 수용 능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또한 개인의 내면, 생활 의식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라, 시민적 차원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현실화될 수 있다.


지역문화 재포착형

다른 문화체험 교류형

국제적 문화환경 만들기

목표

지역문화를 국제적 관점에서 재포착, 즉 지역문화를 세계 속에 자리 매김으로써 지역을 활성화시킨다.

다른 문화의 적극적인 대응과 교류로, 시민의 국제 인식과 지역문화의 국제성을 높이고 지역을 활성화하여 간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예술의 장을 지역 속에 창출하고, 새로운 문화 심벌, CI화를 통해서 지역을 활성화시킨다.

시책

지원

체계

지역문화 뿌리의 시책화 사회 교육, 문화행정에의 부여

축제, 이벤트화

민간 활동의 지원과 P.R

자매교육, 우호도시 제휴

사회교육, 시민강좌의 활용

국제교류협회,JC 등의 지원

홈스테이 가정 자원 활동의 지원

지역 일구기, 마을 만들기 속에의 위치부여

관광진흥과의 연계

지역 내외와의 협력

민간 활동의 지원

수법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 예능의 재포착

시민의식의 결집

지역내외의 정보 수집

기념비 등의 건립

자매, 우호도시 교류의 충실

국제교류과(계)의 설치

외국인 교사 초빙, 교류

유학생과의 교류, 홈스테이

과소(過疎)를 역전시키는 발상

지역문화 자원의 재발견과 기획 및 연출

관계 자치제와의 협력 체계화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나, 지역 사회 전체에 다른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수용 능력이 침투되면 그것은 단지 다른 문화의 섭취라는 형태에 머물지 않고 지역 문화를 밖에서부터 다시 보고, 또한 국제적인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이를 활성화하는 데까지 이어진다고 요약될 수 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자매도시의 교류 등에 의해 실로 다채로운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고, 시민의 국제 인식 향상과 지역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바, 이를 도표화한다면 앞서의 그림과 같다. 앞에서 제시된 세 가지 유형을 그 목적, 수법, 효과의 측면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지역 문화 재포착형

아시카가 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카가의 공자묘를 인연으로 중국 제령시와 자매도시 교류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시의 문화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아시카가 학교의 국제성을 재인식하고, 시민의 지역문화를 밖에서 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제령 시와 교류하는 중에 아시카가 학교에 대한 자각과 자부가 시민의식 속에 정착하고 또한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이와 같은 지역 문화자원의 국제적 차원에서의 재발견, 재검증에 의한 지역의 활성화는 간라마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곳에 있는 조카마찌의 역사적 거리가 지닌 특징을 인연으로 이탈리아의 체르타르 도시와 자매도시 교류를 행하는 중에, 지역의 역사적 환경이나 전통 예능을 재포착하고 이를 지역 진흥의 핵으로 삼는다. 또 시모다 시에서는 페리 제독과 범선의 내항지라는 역사적 지리적 특성에 착안하여 미국의 뉴 포드 시와 자매도시의 결연을 맺어 범선 축제 등의 이벤트로 지역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나가사키 현의 소토메조도 '크리스천의 어머니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지역의 감동적인 역사를 세계를 향해 발언할 수 있는 문화로 간주하여 드 로 신부 기념관과 역사 민속자료관이 만들어져 있는 '테루쓰 문화촌'을 마을의 상징 지역으로 삼고 드 로 신부의 출생지인 프랑스 보스롤 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고 있다. 크리스천 박해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메이지 연간에 이곳에서 사회복지, 의료구호 등에 진력하여 천주와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을 실현한 드 로 신부의 생애는 이렇게 해서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의 모습으로 길이길이 존경을 받는다.

젠쭈지 시의 경우에는 큰스님 쿠카이를 계기로 비슷한 교류가 이루어진다. 중국 서안시 교외에 있는 원청룡사 터에 그 옛날에 두 나라를 이어 주었던 쿠카이의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지만, 시코쿠 4현의 협력으로 이 기념비를 세우기 전부터 젠쭈지 시에서는 '젠쭈지 시민 중국 참관단'을 조직하여 중국을 방문하는 등 쿠카이를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를 심화시킨 바 있다. 쿠카이에 의해 오랫동안 배양되어 온 국제적 감각이 시민들 사이에 무의식중에 싹터 하나로 결집된 것이기도 하다.

지역의 식문화에서 핵심을 이루는 '가라이모' 또는 '사쓰마이모' 곧 고구마의 전래를 오늘날에 복합시킨 남쪽 가고시마의 '고구마 교류'는 외국, 특히 아시아로부터 온 유학생들이라는 거울을 통해 향토의 역사, 전통, 문화를 대발견하여 향토에 대한 자랑을 회복하고 독자적인 국제교류, 마을 일으켜 세우기를 진행하는 사례가 된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은 중앙으로 향하기 쉬운 눈길을 지역의 발 밑으로 향하게 하고, 고유한 문화에 내재하는 세계적 보편성이나 국제성을 재발견하여 빛을 보게 함으로써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시민 주도가 바람직하며,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돕는 것이 좋다는 제안을 유념해야한다. 여러 가지 인연으로 묶여질 자매도시 교류로 시민, 민간 차원의 교류가 정착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지역의 문화 진흥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문화체험 교류형

일본에서 이 보고 연구가 나온 1986년만 해도 2백 50여의 시를 비롯하여 4백에 가까운 자치체가 해외 40개국 이상의 도시나 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고 있었다. 여기에다 33개의 도, 부, 현의 자매 결연 60건을 더하면, 자매도시 교류는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었다고 해도 좋다. 중·고등 학생의 민박 등도 자진 신청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일본은 섬나라 사회이고, 따라서 다른 문화, 다른 민족에 대해 폐쇄적, 비관용적이라는 지적이 자주 있어 왔다. 또 근대 이후 '아시아를 벗어나서 유럽으로 들어선다(脫亞入歐)'는 전통이 생겨나면서 국제화가 구미에 편중되는 한편, 아시아로부터 온 유학생들은 하숙조차 힘든 아시아 경시 풍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에 대한 편견도 많이 시정되고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과도 친숙해지려는 운동이 번져 가고 있다.

앞에서 말한 '가라이모(고구마)'의 참가 유학생 중 6할이 아시아 출신이고 쓰루오카 시의 '쇼나이 국제 청년제'도 유학생 중 아시아, 오세아니아 출신이 많다. 중국과의 자매도시 결연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있다.

학생 교류(일본인들은 '교환'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중심을 이루는데 이 시기의 다른 문화 체험은 본인의 국제 인식의 함양뿐만 아니라, 본인의 주변을 포함한 지역 사회에도 기여함이 많다. 쓰루오카 시에서도 젊은이를 중심으로 한 교류의 결과 외국인 알레르기가 거의 사라지고, 같은 인간으로서 '우리 지구 가족'의 의식이 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히 침투되었다고 보고되어 있다. 또 외국인을 그 출신 국가와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고 독립된 개인으로 포착하려는 경향도 강해졌다.

시모노세키 시에서는 좀더 이른 나이에 즉, 국민(소)학교 때부터 다른 문화 체험과 국제 교류를 시킴으로써 장래의 지역 국제화에 대응하고자 JC가 중심이 되어 '일·한 어린이 홈스테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1986년을 기준 한 최근 4년간 2백 명 가까운 어린이가 문화, 언어, 습관의 차이를 피부로 체험하면서, 상대주의적인 생각을 몸에 익힌 바 있는데, 이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 쓴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어린이와의 상호 교류를 행하고 있는 야마가타 현 오구니조도 비슷한 사례다.

어린이의 체험은 어른 사회에 반영된다. 이바라기 현의 다까하기 시에서는 과거 12년간에 46개국으로부터 유학생이 찾아와 민박 가정만 해도 연 2백 95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말보다 마음으로 대접하고, 시민들이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국제교류를 실행함으로써 지역을 다시 보는 관점이 생겨나고 사회적 연대가 강화된다고 일러진다. 이와테 현 타노하타무라에서는 미국의 아람 대학 졸업생을 사회교육 스텝이나 기숙사 사감 또는 중학교 영어 교사 보조로 초청, 지역사회와 연대할 수 있는 일상적 접촉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외국인 콤플렉스'를 불식시키고, 어린이들의 국제 감각을 키워 준다.

이 밖에도 자매도시에서 이야기되는 언어 강습이나 풍속, 문화 학습 또는 상호 교류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오쓰 시와 같이 자매도시인 중국 목단강 시와 독일 뷔르츠부르크 시로부터 요리 강사를 초청, '중국, 독일 가정 요리 강좌'를 시민 센터에서 실시하여 호평을 받은 일 등은 식생활이라는 지극히 몸 가까이에서 실천하는 국제 교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조금 규모가 큰 자치체에서는 삿포로 시에서 하는 것 같이 영문 해외용 홍보지를 발행하여 지역을 해외 각지에 소개하고 정치, 경제, 문화, 기술, 스포츠 등 광범한 분야에서 상호 이해와 교류를 심화하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삿포로 시는 편집인 6명 중 반수를 시내 거주의 외국인에서 기용하고, 이들의 참신한 감각으로 기사를 준비하여 2천 5백 부를 발행했는데, 각국의 대학 및 연구소, 북방권의 여러 도시, 재일, 재삿포로 외국 공관 등 10개 국, 1백 30개 도시에 송부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밖에도 많은 사례가 있겠는데, '피플 투 피플' 교류에 의욕적인 사가미하라 시 국제교류협회의 취지문에서 보듯이 그들은 '자진하여 다양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또 스스로의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시민끼리의 새로운 만남과 연대의 고리가 퍼져 나갈 것을 기대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제 교류 활동에서 그 자체가 새로운 지역 만들기가 된다는 인식이 하나의 원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본다.

다른 문화 체험과 교류에 관해 자치체를 비롯하여 여러 차원에서 여러 사업이나 시책이 전개되고 있지만, 겉보기에 멀어 보이는 문화적 영향이 결국 지역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 문화환경 만들기형

지역의 연출이라는 말이 있다. 예컨대 고베 시의 신종합기본계획의 원안에는 '도시를 연출한다'라는 항목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는 이제부터 도시를 활성화 할 결정적인 존재는 사람들의 교류에 의해 가능해질 정보와 문화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다. 즉 '도시 전체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조직과 장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도시 자체를 연출하여 이로써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인상을 남겨 준다'는 필요성이 강조된다.

고베 시의 경우 포트피아 박람회나 유니버시아드 등의 이벤트를 포함한 패션 도시, 컨벤션 도시, 국제 관광도시 만들기가 이에 해당되는데, 좀더 소박한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문화, 예술의 자리나 환경을 창조함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예도 적지 않다.

우선 쿠사쓰의 국제 음악제, 아카데미 및 페스티벌을 들 수 있다. 세계 일류의 음악가를 초청하는 이 음악제로 인해 온천지로만 알려졌던 쿠사쓰는 이미지 변화에 성공하는 동시에 관광객 유치에도 효과를 올리고 있다. 쿠사쓰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일본 로맨틱 가도(街道)도 하나의 연출로 손꼽힐 수 있지만, 이 국제음악제가 세계적 수준의 음악 이벤트로 평가받게된 것이 성공의 비결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 환경 만들기에 성공하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창성과 힘이 요청된다. 밭 한가운데 세워진 바하 홀로 유명한 미야기 현 나까싱덴도 좋은 예가 된다. 이 바하 홀은 농촌으로 세계 일류의 음악(가)을 불러들이고 있다. 합창단이나 합창 무용팀의 멤버들은 민박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교류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고 지역을 재발견하고 음악이나 문화의 진흥과 함께 지역의 산업진흥을 꾀하려고 한다.

나가노현 기소후쿠시마마찌의 국제음악제도 나까싱덴과 흡사하지만 시설면에서나 음악제에 쏟는 정열면에서나 세계에서 일류 가는 예술가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인구가 겨우 60명에 불과한 별 볼 것 없던 미국 버몬트 주의 말보로가 예술가들이 그 곳에 출연하면 일류로 인정받게 되는 유명한 국제음악제를 열고 있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인구의 과소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던 기소후쿠시마가 국제음악제로 인해 소생한 듯이 도야마 현 도카무라도 국제 연극촌 만들기에 의해 마을을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하였다. 도카무라도 풍부한 자연 환경과 전통양식의 민가라는 과소화의 추세 속에 거들떠보지 않던 지역의 '재산'을 재발견하고 다양한 인간 관계의 고리를 확대함으로써 멀리 그리스의 델피와 자매결연을 맺는 등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스즈키 다다시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출가의 존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마쓰모토 시의 경우, 바이올린 영재 교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스즈키 신이찌의 레슨을 받기 위해서 시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매년 하기학교에 모이는 외국인이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문화 환경은 곧 도시의 재산으로써 마쓰모토 시는 40여 년에 이르는 이 축적에 힘입어 미국 졸스트레이크 시와 자매결연, 신주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학술 교류, 유학생 받아들이기 등으로 독자적인 문화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 수신 능력과 발신 능력

이제까지 우리는 모두 19개의 사례를 통해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화 정책 중 문화진흥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이 밖에도 산업, 관광, 학술 및 교육 등의 진흥을 도모하는 국제화 정책들이 참고 대상이 될 만 하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 교류라 할 때 일본에서는 주로 문화적 정보의 교류가 일컬어진다는 입장에서 우리는 문화진흥 유형을 거론한 것이다.

상품 교류도 국제무역이라고 불리면서 주목을 받을 만하지만, 일본의 경우 이제 무역 마찰이 일어날 정도로 상품 교류가 증대하고 특히 수출 규모가 거대화되면서, 국제 무역과 국제 교류 사이에 발생하는 격차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 자유화가 문제되자 언론은 '제2의 범선 오하' 등의 제목으로 호들갑을 떨어 국민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1971년의 닉슨 성명에 대해 '달러 쇼크'라는 말로 대응하면서 주식 시장이 충격적으로 폭락하는가 하면, '오일 쇼크' 때에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주지하듯이 메이지유신이래 일본의 장기 국가 목표는 구미 선진제국에 따라붙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것을 좀더 많은 사람에게 빨리, 더구나 싼 비용으로 깨닫게 만드는가 하는 '속성교육'이 요청되었고, 전후에도 낙후 부문을 없애는 평등화 지향이 가해지면서 교육 내용도 획일적이 되기 쉬웠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개성이나 창조력을 키우는데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고, 이와 같이 선진국으로부터 배운다는 점에서는 일본은 지금까지도 자신을 가지고 있다.

완성된 것을 효율적으로 외우고, 최단 거리의 극대화를 실현코자 하는 이러한 시험 공부형의 노력을 그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우리로서는 더구나 비난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러나 해외 정보의 수신에 대해서는 과민증이라고 할만큼 신경질적이면서도 정보의 발신기능에 대해서는 무능력에 가깝다는 일본의 지식인들의 자기 비판 역시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 문화 행정 분야에서도 개척자적 인물인 국립민속박물관장 우메사오 타다오 교수는 이를 수신 과민증, 발신 불능증이라고 이름짓고, 수신 기능 우월증의 일본 문명을 비판하기도 했다.(우메사오 타다오, 「국제교류와 일본문명」, 국제교류, 1984년 봄호)

이처럼 국제 무역면에서는 수출 초과이지만 정보 교류를 중심으로 한 국제 교류면에서는 수입 초과를 보이는 일본으로서는 지금 강력한 발신기를 개발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으로부터 수동적으로 배워 완성된 지식을 터득하는 데는 그만 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인 스스로가 이제 그런 정보나 지식을 응용한다든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든지, 또는 모든 문제에 의문을 품고 타인에 대해서나 자신에 대해 물어 보는 데에는 서툴다고, 또 자기 사상이나 문화를 다른 국민에게 전달한다든지 이해시키는 데에는 서툴다고 생각하면서 국제 교류에 착안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자치체의 국제화 정책과 지역 활성화」라는 책은 이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선진국으로부터 배우는 데는 탐욕스럽지만, 발전도상국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든지, 대등하게 외국인과 교제한다든지 하는 데에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제부터는 물건의 교류를 통해 국제 이해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는 만큼, 일방 통행 시대에서 상호 통행 시대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국제 교류를 진행할 때 우선 상대와의 차이, 즉 문화의 척도, 평가의 기준, 생활 가치관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자신의 이제까지의 인식이나 이해방식을 바꿔야 하는 사태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국제 교류'란 공명한다든지 공감한다든지 하는 즐거움과 함께 자기 마음속에 기존하는 이미지의 수정과 고통이라는 양면적 체험을 제공하는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발언의 진실을 될 수 있는 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지면 관계로 다른 기회로 미루겠거니와, 필자 자신이 경험해 본 홋카이도 국제 교류 센터가 주관한 삿포로 눈 축제 및 하겟다데 탐방 프로그램이나, '가라이모(고구마)교류 재단'이 주관한 가고시마에서의 민박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볼 때 적어도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에서는 확실히 편견으로부터의 해방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일본이 전개하고 있는 국제화 정책이 위장된 문화 침략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구심은 이른바 문화 상품의 범람으로 인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섣부른 경계에 앞서 일단 실상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지역이 아니라 중앙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국제화 정책도 마저 참조해야 할 듯 싶다. 이때 우리는 일본의 국제 교류기금과 문부성에서 실행하는 사업들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