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리뷰 / 음악

민간 기업의 음악 지원




이장직 / 음악평론가

지난 8월 1일까지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는 쌍용 그룹의 후원으로 용평 리조트에서 '용평 뮤직캠프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 5월 1일 '좋은 문화를 더 많은 이들에게-대중문화의 격조 있는 만남, 고급문화와의 친근한 교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관한 연강홀은 두산그룹에서 운영을 전적으로 맡고 있다. 음악,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과 영화 상영에 적합한 새로운 공간의 확보로 음악인들은 대관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되었다.

지난 7월 19일부터 25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무대와 대강당에서는 올해로 7회 째를 맞는 한국페스티벌앙상블 주최의 '93 여름 실내악 축제가 열렸다. 또한 지난 7월 10일과 11일 양일 간 대한항공에서는 시카고 직항노선 개설을 축하하기 위해 시카고 챔버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을 가졌다.

지원 및 지원방식의 다양화

위에서 열거한 굵직굵직한 음악계의 행사나 뉴스는 민간기업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최근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민간기업의 지원이 늘고 있으며 지원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특정공연에 대한 일회적 후원이나 팜플렛의 광고비 명목의 협찬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공연을 공동 주최하거나 특정 단체를 지정하여 조건 없이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연예술의 위기'까지도 들먹여지는 현실에서 교향악단, 오페라단, 실내악단 등의 운영은 매표 수익으로 충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 현실이다. 단발성 협찬이나 후원은 최근 불경기 탓으로 그 규모가 줄긴 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쌍용그룹은 매년 5억 5천만 원을 코리언심포니에 지원하고 있으며, 쌍방울그룹은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에 매년 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 오케스트라 지원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들이다. 한편 미원그룹은 지난 1988년부터 중앙국악관현악단에 총 8억 원을 지원했으며, 현대그룹의 아산문화재단은 지난1990년부터 베데스다 현악 4중주단의 운영비 전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예술의 전당에서는 기업체와 공동 주최하는 '기업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행사 진행비는 기업이, 기획이나 연주자 섭외, 프로그램 제작은 예술의 전당이 맡는 공동주최 형식이다. 지난 2월과 3월에 개최된 '93 교향악축제에는 쌍용그룹과 한미은행,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협찬했다.

한편 회사의 이미지 제고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기업에서 연주회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호남정유는 지난 5월 14일까지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푸른 문화예술 축제'를 열었으며, 조흥은행도 5월 15일까지 KBS 홀에서 고객 사은음악회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장기신용은행, 시티은행, 비자카드 등 금융회사에서도 고객을 위한 사은음악회를 개최해 왔다.

일부 기업에서는 아예 공연단체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예음그룹의 예음문화재단, 대농그룹의 한국페스티벌앙상블, 신동아그룹의 횃불합창단이 여기에 속한다.

외국에서는 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해 민간지원이 활발하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정부보조금 비율인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 순이다. 미국의 경우는 5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자체수입 비율은 78퍼센트이며, 민간기부금의 비율이 15퍼센트를 차지한다. 유럽의 경우 민간기부금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프랑스에서는 1988년 메시앙 80회 탄신일 기념 오페라 공연 '앗시시의 성 프란시스'를 위해 이브 생 로랑에서 재정지원을 했다. 한편 펩시콜라는 마이클 잭슨 형제의 공연과, 라이오넬 리치 순회, 밴드 에이드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노틀담 성당에서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열린 베르디의 〈레퀴엠〉 연주회에도 재정지원을 했다.

1988년 5월부터 6월까지 열린 제1회 파리 음악제를 위해서는 유럽 제1방송, 이브 생 로랑, 파리 보험연합, 모간 은행, 에어 프랑스, 필립모리스 재단, 프랑스 국철 등이 후원했다.

펩시콜라의 라이벌 회사인 코카콜라는 25개국 출신의 합창단원을 선발하여 캘거리 올림픽 개회식 개막 합창을 부르게 했다. 이때 반주녹음은 뱅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는데, 여기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코카콜라에서 부담했다. 이 올림픽 행사에서는 오는 10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현대 작곡가 크세나키스의 신작도 초연 되었는데, 이 또한 코카콜라에서 작품료, 연주료를 지불했다. 한편 지방시(Givenchy)에서는 지방시 음악상을 제정하여 프랑스 가곡에 관한 작품상을 매년 수여한다.

외국에서는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차원에서 1층 매장에 소규모 교향악단의 연주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볼보자동차 회사에서는 스웨덴 예테르보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현악 파트 연주자를 20명 증원할 수 있도록 5년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스웨덴 정부는 5년 후 그 20명에 대한 재정 지원을 국가가 떠맡게 될 것을 우려해서 이에 반대했다.

더욱 적극적인 지원방식 요구돼

더욱 흥미 있는 예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샤를 뒤트와가 일본 토요타자동차 회사와 맺은 계약인데, 토요타에서는 재정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자사에서 만든 120대의 '심포니'라는 특별 모델에 샤를 뒤트와의 사인을 사용할 것을 제시하여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음악을 이용한 기업홍보 전략, 즉 각종 콘서트를 비롯한 각종 음악행사에 대한 후원 또는 공동후원이 부쩍 늘어났다. 한 조사통계에 의하면 1990년 4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음악과 무관한 기업이 후원한 문화행사는 모두 약

4천 7백 회로 집계되었는데, 이 중 58퍼센트가 음악행사였다.(1990년 10월 18일자 오사카판 아사히신문)

1990년 10월호 「니케이 이벤트」라는 광고 잡지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음악 공연행사의 3분의 1이 음악과 무관한 기업에 의해 후원 받았으며 이에 대한 지출의 시장규모는 1990년도에 총 1조 8백 억 엔에 달했다. 물론 이 대부분은 대중음악과 외국 팝스타의 공연에 대한 후원이었다. 물론 음악관련 업체, 가령 오디오 제조회사, 음반회사 등에서 음악공연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홍보전략이다.

음악을 통한 홍보전략은 광고에서도 나타난다. 얼마 전까지 방영되었던 효성그룹 협찬의 TV 공익광고는 〈희망의 나라로〉를 연습하는 오케스트라 리허설 장면을 내보냈다. 한미은행은 금관악기인 호른이 배경으로 그려진 광고에서 '예술과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예술정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문구를 넣고 있다. 제일모직의 신사복 '카디날'은 모스크바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마르끄 에르믈레르를 모델로 한 광고를 제작했다. 삼성전자는 '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를 개최하여 '노래가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편 1991년 모차르트 서거 1백 주년을 맞이하여 에스에스패션은 뉴욕 챔버 오케스트라를 초청하여 '버킹검 콘서트'를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서 개최했다. 같은 회사에서는 1990년에도 서울과 광주에서 '로가디스 가곡의 밤'을 개최한 바 있다.

이제 음악행사에 대한 후원은 팜플렛에 싣는 광고비 명목의 협찬에서 벗어나 다변화되어야 하며 음악회 행사뿐만 아니라 음악제, 악보출판, 레코드 출반 등 음악에 대한 지원으로 다각적인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국영기업체의 모범적인 참여도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