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여름밤, 깊어 가는 시정
임병호 / 경기일보 문화체육부장
문학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회(지회장 김진식)가 마련한 '독서교양강좌 및 경기도 시인 페스티벌'이 7월 2일 오후 6시부터 수원시 서둔동의 마로니에 광장에서 있었다.
서울대학교 농업과학생명대학 캠퍼스 뒤의 세칭 푸른 지대에 있는 마로니에는 7월의 저녁 바람과 삼림의 싱그러움이 가득했고 삼림욕의 휴식공간에서 시인과 만나기 위해 참석한 청소년들과 주부들이 한가족처럼 삼삼오오 의자에 또는 풀밭에 앉았다.
'나는 왜 시를 쓰는가'를 말한 김광림 시인, '나의 독서 편력'을 이야기한 이재인 소설가, 그리고 '문학독서의 문제-시 읽기의 방법 및 전략'을 설명한 홍신선 시인 등 주제 발표자 외에 정공채, 김춘배 등이 자작시를 낭송했다.
행사가 열린 수원의 문인들을 비롯하여 안산, 광명, 성남, 평택, 구리, 파주, 오산, 화성, 과천, 안양 등 도내 각지에서 모인 40여명의 문인들과 문학 애호인 1백여 명은 푸른 지대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을 식히며 문학의 향기에 취했다.
숲 속 여기저기에 놓인 파라솔과 평상, 직접 가져온 돗자리에 앉은 청중들은 주최측이 마련한 다과와 음료수, 술을 마시며 시인의 육성에 귀를 기울였다.
'갈매기야 자꾸 울기냐/울음이사 나에게도 있는 것을/배가 떠나도 울고/배가 닿아도 울고/어찌된 건가/울음이사 울 때 우는건데/그래 너는 한 묻은 혼의 조각들/가도 울고 와도 울고/울며 날며 날며 울며 하는/한스런 바다 손수건/갈매기야 자꾸 우는구나/울어라 울어/빈배로 떠날 때 울었으면/만선으로 닿을 배도 울 줄 알자꾸나/갈매기야 우리 갈매기야'
최근 건강을 다시 찾은 서울의 정공채 시인이 「갈매기야 우는구나」를 유정하게 읊었고, 오산의 조석구 시인은, 「그대여 칠월에는」을 잔잔하게 노래 불렀다.
'풀꽃으로 만나자//불빛 잠자리 칠월이 오면/그대여 젊은 고향에서/날개옷을 입고/감자 꽃 피는 밭머리에서/미나리 꽃 피는 논두덕에서/우리들의 한낮이 저물기 전에/아름다운 옛날을 노래부르자//칠월이 오면/그대여 젊은 고향에서/풀꽃으로 만나자//장수하늘소가 쌩쌩 나는/그리움의 눈물 속 하늘을 보면/가슴속에 소중히 키워온 반짝이는 절망하나 우리들의 본적지를 묻고 있다'
'시는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위해 쓴다'고 김광림 시인이 고백한 이날 문학의 밤이 열린 밤하늘에는 열 사흘 달이 떠올랐고 변호사이기도 한 김동현 시인이 대금 산조를 연주, 무르익어 가는 정담을 활짝 꽃피우게 하였다.
미술
안산시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진취적인 미술인들의 단원미술작가회가 7월 3일부터 11일까지 고잔동 안산올림픽 기념관에서 '안산미술 열림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안산은 근대화 정책에 의하여 급부상한 신흥도시로 최근 인구의 유입이 크게 늘었으나 이에 반해 문화적 토양의 비옥도는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원래 안산은 예로부터 훌륭한 문화 예술의 뿌리를 지닌 고장이다. 학문면에서는 실학의 거봉 이익 선생이 저 유명한 「성호사설」을 저술한 곳이며 미술면에서는 단원 김홍도, 강세환, 김명국 등이 예술 혼을 불사른 예향이다. 단원미술작가회는 우리나라 미술의 영원한 표상인 단원 김홍도의 예술정신을 계승하여 지역미술을 꽃피우겠다는 취지로 올 봄에 결성됐다.
과거에 교사 중심의 안산 미술인협의회가 안산미술의 명맥을 이어 왔었으나 해체되어 단원미술작가회가 의욕적으로 나선 것이다.
백승돈, 안예환, 전혜은, 주옥자, 최종진, 최차란, 김정화, 마윤길, 문모식, 박경숙, 박종식, 백수정, 성하영, 신유미, 이달훈, 이성삼, 이추노, 조완형, 조태근, 하진용, 황기선, 이희선씨가 출품한 '안산 미술 열림전'은 앞으로 안산미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것은 안산이 또 하나의 서울일 수 없듯이 그 미술도 또한 서울의 미술일 수 없다는 점이다.
작가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에 바탕을 두면서도 지역의 환경적 특성과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미술로 정착되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미술문화의 토대와 환경이 열악하다고는 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단원의 예술정신을 유산으로 받았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것만으로도 안산은 예향의 서광을 받은 것이며, 안산 미술의 미래상은 단원미술작가 회원들에게 달려 있음을 전시회를 통해 자각한 것이다.
수원출신으로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고향 수원을 지키며 맹활약중인 조각가 이윤숙씨(33세)의 네 번째 개인전 '참아라 ! 참나무-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가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수원 장안 갤러리에서 성황리에 끝난 후 다시 전시장을 서울 바탕골 예술관으로 옮겨 7월 2일부터 9일까지 서울전을 가졌다.
작가 이윤숙의 '참아라 ! 참나무전'의 창작의 산실은 수원 외곽의 숙지산이었다. 그 산에 있는 수십 년 이상 된 참나무들은 모두가 산 정상을 향해 깊은 상처를 지닌 모습들이었는데 상처들은 한결같이 여성의 음부와 같은 형상이었다.
이는 사람들이 도토리를 따기 위해 해마다 가혹하게 두들기고 흔들어 댄 끝에 생긴 상처를 나무가 커감에 따라 상처 부위도 커져 기묘한 형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처투성이인 채로 벌목돼 산기슭에 나뒹굴고 있는 참나무는 이후 장수하늘소, 개미, 바퀴벌레 등 벌레들의 서식처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도토리를 인간에게 주고 빈 껍데기조차도 끝까지 남을 위해 내주는 참나무와 희생으로 일관된 삶을 사는 한국여성.
'참나무는 여성이다.' 이윤숙씨는 참나무의 삶과 여성의 삶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껴 이 참나무 기둥을 전시장으로 옮겨 작품화한 것이다.
"두 해 전에 아이를 출산했는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쁨과 함께 빈집만 남은 것 같은 육체와 영혼의 공복을 체험했습니다. 바로 그런 여성존재의 리얼리티를 숙지산 참나무에서 찾게 됐고, 그 나무가 소통의 욕구를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윤숙씨의 전시장 전체엔 숙지산의 상처 입은 나무기둥들이 육중하게 서 있었다. 작가의 손에 의해 약간의 조각적 손질을 거친 그 나무기둥들은 겉 표면이 분칠된 여성의 얼굴이며, 속의 거칠고 흉하게 방치된 모습은 새로운 생명의 출산으로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바로 그 모습이었다.
작가 이윤숙은 이 나무기둥 간간이 브론즈로 된 여성상의 미니어치들을 삽입시켜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작품의 연출을 새로이 시도했다.
또 한편으로는 커다란 날개 짓을 하고 있는 역동적인 나무기둥과 브론즈의 결합물 구조로 여성의 이상과 꿈을 상징했다.
그러나 그 속도 '허기'만이 감돌고 있으면 그 주위로는 무수한 삶의 편린들이 널려있는 장면들로 여성이 겪는 삶의 역사적 파노라마를 엄숙하게 표현했다.
다분히 자조적이고도 관조적인 의식의 단면을 숨김없이 노출시킨 '참아라 ! 참나무전'에서 이윤숙씨는 여성의 존재와 아픔을 형상화하여 한국 화단의 찬사와 관심을 한데 모았다.
이윤숙씨는 현재 한국미술청년작가회, 한국미술협회,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성신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경기도의 조각예술성을 빛내주고 있다.
수원 컴아트 그룹(공동대표 김석환·김중)의 회원종합예술제인 '지금, 동(東)의 몽(夢)전'이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과 전시실에서 있었다.
'지금, 동의몽전'은 올해 초 정회원을 대폭 늘리고 평면 입체, 행위분과로 조직을 개편해 새로운 도약을 꾀한 컴아트 그룹이 오는 10월 개최할 '93 교감 예술제에 앞서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새롭게 다져진 그룹의 면모를 선보이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다변화 현상 속에서 미술사의 제 현상을 비교 검토하여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동양 정신의 세계성 표방'을 내건 '지금, 동의몽전'에는 컴아트 그룹의 회원 15명이 모두 참여해 평면, 입체, 행위예술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대전시장에서 펼친 평면미술전에는 30대의 젊고 의욕적인 서양화가 김중, 정도균, 하진용, 오시수, 최호원, 안영준씨 등이 참여, 1백호 크기의 대작 30여 점을 출품했다.
유동일, 조성철, 이영섭, 박근용씨 등의 조각가 및 설치미술가들이 참여한 입체미술은 테라코타, 나무금속, 돌 등과 이질적인 미디어를 이용해서 전시장 내외에 설치,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행위예술은 21일 오후 6시부터 3시간동안 도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쳐졌다.
황민수, 김석환, 신종택, 유도화, 이경근씨 등이 연출한 행위예술은 〈신화 만들기〉, 〈터〉, 〈환생〉,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 〈일상기록〉, 〈음향〉 등의 다양한 주제로 대중들과의 교감을 모색하였다. 이번 행위예술제에서는 작가들의 퍼포먼스 이외에 작가와 관객간의 시간도 마련, 현대의 실험미술인 행위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는데, 공동대표 김중씨(37세)는 "이번 행사는 교감 예술제와는 별도로 운영해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상호간 작품성향을 교환, 각 파트별로 전문성을 살리고 그룹의 내실을 더욱 기했다"면서 앞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연례행사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1990년 1월 1일 '민족정서의 대중소통을 통한 진정한 예술의 기능을 회복'하고자 이경근, 김석환, 홍오봉, 황민수, 허종수, 최병기씨 등 젊은 화가, 연극인, 무용인, 문인들이 창립한 컴아트 그룹은 그 동안 '다섯 칸전', '나무 뿌리전', 제1회 교감예술제 '자연과 생명전', '작업 일지전', '성곽 환경전'을 개최했다.
또 1991년 5월에는 이승택(초대), 이경근, 홍오봉, 김석환, 황민수, 박승순, 김문애, 황순임, 조현재, 김성렬, 육경란, 이불, 천야수일, 최병기씨 등이 참가한 제2회 교감예술제를 수원 장안공원에서 열었으며 '금강에서의 국제자연 미술제', '재활용설치미술전', 한·일 작가교류 '지금, 동의 예감전', '92 국제교감예술제'를 개최했다.
특히 수원 장안미술관, 장안공원,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뉴코아수원백화점에서 열린 '92국제교감예술제에는 국내외 작가 5백 명이 참가했으며 올해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중국 북경시 중국미술관에서 있었던 '장안문(수원)에서 천안문(북경)까지'는 중화인민공화국 문화부 초청 '북경·한국현대미술의 육성전'으로 평면, 입체, 설치, 포토아트, 컴퓨터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을 선보였다. 이승택(서울), 김병식(광주), 유동일(수원), 이경원(부천), 서길호(수원), 나길수(부천), 최승일(수원), 최효원(부천), 김석환(수원), 금영보(안양), 신묘숙(부천), 김성로(수원), 박용국(수원), 박정연(부산), 정재영(수원), 김중(수원), 안영준(서울), 김무범(부산), 김나라(인천), 황민수(수원), 홍오봉(부천), 이상진(부산), 주윤균(안양), 박병욱(청주), 이경근(수원)씨가 참가했었다.
30여 년간 나라꽃 무궁화를 그려온 조남기(趙南箕·56세) 화백의 무궁화 그림전시회가 7월 8일부터 14일까지 수원 하이웨이 백화점 전시장에서 열렸다.
무궁화 박물관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 이번 작품전에서는 무궁화 그림(한국화·서양화)과 도예품, 부채, 무궁화, 판화 등 1백 20여 점, 그리고 난 그림과 서각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남기 화백은 일찍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화백으로부터 그림을, 갈물 이철경씨로부터 한글서예를 사사 받았으며 30여 년 전부터 주로 무궁화 그림을 그려온 화가로 널리 알려져 왔다.
조 화백은 그 동안 무궁화 그림전을 국회의사당, 정부종합청사,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가진 바 있으며 'KBS 무궁화 초대전', '한국일보 후원 무궁화 그림전', '영국 옥스퍼드 시립미술관 초대전(2회)', '88올림픽무궁화 초대전', '세계장애자 올림픽초대전'을 비롯하여, '8·15 기념전', '3·1절 기념전' 등 모두 42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 호응을 받은 작가다.
특히 조 화백은 대통령이 외국 순방 시 각국 원수에게 선물할 작품을 비롯하여 미국 레이건 대통령, 일본 나카소네 수상과 일본국왕, 구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 외국방문 정부사절단에게 준 무궁화 작품을 제작, 우리나라 꽃 무궁화의 아름다움과 참뜻을 세계만방에 심었다.
"나라 사랑 나라꽃 사랑 정신을 후세에 물려주고 무궁화에 대한 모든 것을 한곳에서 배울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을 위해 무궁화전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조남기 화백은 뜻 있는 인사들의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용정 1리 254, 255번지 3천여 평에 무궁화 박물관 부지를 확보해 놓은 조 화백은 15년 전부터 이곳에 3천여 그루의 각종 무궁화 나무를 심고 가꾸는 등 조경은 거의 완료한 상태인데 박물관 건립에는 3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년∼4년 뒤면 완공할 수 있다는 무궁화박물관 건립을 위해 앞으로 과천, 인천, 서울, 성남 등지를 순회하면서 무궁화 그림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소신을 밝히는 조남기 화백의 예술 혼과 집념이 무궁화처럼 아름답고 강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