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광주. 전남

광주문예회관 전관개관 기념행사들




김원자 / 전남일보 문화부장

문예회관 개관

지난 7월 1일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1985년 12월부터 시작된 광주시 종합문예회관 공사는 광주시 북구 운암동 산 34-1번지 내 2만 6천여 평의 부지에 대강당을 시작으로 공사를 시작, 6년 만인 1991년 10월 대강당 완공, 1992년 7월 시립미술관 완공, 12월 국악당 완공에 이어 이번에 마지막으로 소극장을 완공함으로써, 드디어 전관 개관의 장을 맞게 된 것이다.

광주문예회관의 전관 개관은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 째 되던 1986년 11월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전라남도와 예산 때문에 떠넘기기 작전을 벌이다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지지부진 많은 시간을 끌었었다.

청공사비 2백 74억 원이 공기 연장으로 계속 늘어나면서 이의 부담 문제로 서로 미루기만 하다 시민들의 빗발치는 여론에 부딪쳐 광주시가 1백억 원의 예산을 책정함으로써 당초 목표보다 3년을 더 넘긴 1991년 10월에야 대극장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대극장의 개관도 수월하지가 않았다. 1991년 7월 1일을 목표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었을 때 인근에서 펼쳐졌던 강경대 군의 장례식 인파와 시위현장으로부터 날아온 돌멩이에 파손을 입고 또 다시 개관이 연기됐던 난항이 있었다.

그러나 문예회관은 대극장 개관과 함께 이 지역 문화예술인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대대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미술관, 국악당, 야외음악당 등을 속속 개관하고 이번에 소극장까지 완공하게 됨으로써 명실공히 8년여에 걸친 대공사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소극장은 연건평 1천 4백 62평에 지상 3층 지하 2층의 규모. 4백 석의 좌석과 연습실, 분장실 등 3개의 부속실을 갖추고 있으며 4개 국어 동시통역 시스템을 갖춰 국제회의장으로서의 기능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관행사는 7월 1일 시립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 (지휘 금노상)를 시작으로 시립 5개 예술단체 및 연극, 음악, 국악 등 예총 산하 5개 협회지부가 참여하여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개관 기념 행사를 나타내 보이면 다음과 같다.

△ 광주시향 정기 연주회 (7월 1일)

△ 시립무용단 갈라 공연 (7월 3일)

△ 시립소년소녀 합창단 '어른을 위한 동심음악회 (7월 4일)'

△ 국악협회 광주지부 공연(7월 5일)

△ 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가곡과 아리아의 밤(7월 8일)'

△ 시립국극단 '국악한마당(7월 9일)'

△ 연극협회 광주지부 뮤지컬 춤추는 돈키호테 (7월 12일∼14일)

△ 무용협회 광주전남지부 '명무전 (7월 15일)'

축하공연은 4백 석의 소극장무대가 연일 만원을 이룬 가운데 문예회관 전관개관을 자축하는 의미를 더욱 크게 해주었다.

특히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광주 전남 명무전'에는 진도북춤의 양태옥씨를 비롯하여 우도농악 상쇠꾼으로 계보를 잇고 있는 전경환, 소고놀이, 춤의 대가 안채봉씨 설장고 놀이, 춤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오채씨 등 남도지방의 춤 명인들이 출연, 그들이 평생을 바치고 익혀온 춤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번 명무전은 이 지역 명무들의 무대가 서울 등 타지 역에서 활발하게 소개되는데 반해 그들의 출신지역인 광주 전남지역에서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았던 안타까운 현실에 비쳐 보았을 때 참으로 의미 깊은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들 모두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진 뒤풀이 무대는 우리 춤이 갖는 신명과 함께 소극장이라는 인간적 공간이 연출해 낸 감흥의 시간으로서 소극장 개관의 하이라이트였다.

개관기념행사에서 또 하나 주목을 끌었던 공연은 연극협회 광주지부가 후원하고 극단 시민(대표 박윤모)이 주최한 창작뮤지컬 〈춤추는 돈키호테〉.

광주시 문예회관 운영과장인 김종진씨의 원작에다 그룹 꼬두메가 음악을 맡은 이번 〈춤추는 돈키호테〉는 6월 공연 모두 객석을 꽉 메운 대성황으로 이 지역 연극인, 음악인들의 힘만으로 만들어낸 역작무대였음은 물론 지역연극의 자립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무대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음악

7월에 있었던 광주 전남지역 음악공연 중 금호현악 4중주단의 내광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창단 이후 세 번째 멤버를 교체한 후 처음으로 7월 7일 남도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선 이들은 일단 데뷔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곡 제15번〉 등 난해한 작품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제1 바이올린 김의명, 제2 바이올린 이순익, 비올라 위찬주, 첼로 홍성은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금호현악 4중주단은 이 지역 광주에 기반을 둔 금호그룹이 '기업의 문화투자·지원'이라는 기치 아래 지난 1990년 창단 한 4중주단이다.

1990년 5월 제주문예회관에서의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대전, 대구, 서울, 부산 등지의 전국순회연주와 함께 미국, 일본 연주회도 가진바 있어 음악계의 주목을 끌고있다.

이번에 예산증액과 함께 멤버를 전원 교체함으로써 연주회 수준을 높였을 뿐 아니라 앞으로 중국, 미국 등지의 해외연주회를 비롯하여 연20회 정도의 전국순회공연을 가질 계획이어서 기업 문화지원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다만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 창단 초기부터 지역출신 음악인들을 외면하고 타 지역 출신으로 연주자들을 구성, 말썽이 있었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은 어느 땐가 지역음악인들의 분발과 기량 향상으로 자연스레 극복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미술

미술계에서는 6월에 있었던 제6회 광주시 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수상작에 대한 모작시비로 뜨거운 논란이 일어 7월까지 계속되었다.

모작 시비의 발단은 한 미술인이 대상작품인 김성배(전남대 미술학과 4년)씨의 〈울영〉이 미국 수채화화가 앤드류 와이어스의 화집 「크리스티나의 세계」에서 양철통 그림과 옥수수 그림을 모작했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 계기였다.

제보자는 양철통과 시골의 농가 옥수수 묶음 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앤드류 와이어스의 작품과 대상작품이 구도가 같고 빛의 도입 등에서 절묘하게 합성한 작품이라고 지적했고 언론이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증폭되었다.

그러나 표절시비에 휘말린 작가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베끼거나 이미지를 표절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에스키스, 사진 등을 제시했다. 주최측인 예총 측이 "현대미술에서 모든 시각적 대상이 참고물로 차용될 수 있으며 전문적 시각으로 보아 모사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지음으로써 일단락 되긴 했으나, 이번 모사 시비는 장르와 매체의 한계가 무너져 버린 현대미술에 있어서 창작과 모방의 한계 범주를 생각케 해보는 기회였다.

7월 중 돋보인 전시회로는 전남대예술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의 회원으로 있는 여성작가 서미라의 첫 번째 개인전이었다.

7일부터 13일까지 인재갤러리에서 있었던 서미라 개인전은 잔잔하면서도 밀도 높은 작업성과를 보여주어 척박한 화단에 뿌리내려야할 신진여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감정주의, 정신주의에 치우치지 않은 탄탄한 구도와 사실을 바탕으로 주변의 스산한 풍경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순결한 전시회"라는 평이었다.

또한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있었던 '장현우 한국화전'도 주목을 끌었다.

문명과 자연, 박제된 도회 삶과 순수생명의 갈등구조를 대비적 수법으로 구성하면서 현대인의 고뇌를 신조형 어법으로 표현, 전통산수화나 수묵화에 익숙해 있는 광주화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종래의 이미지에 변화를 가져온 작품 30여 점을 보인 '김익모 판화전', 광주 '현대판화 13인전'도 눈길을 끌었다.

폭발하는 감성을 화면에 담은 '김운호 작품전', '주재현 채색화전'이 있었으며 평면, 입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 점을 전시한 '광주청년미술작가회전(7월 23일∼29일 인재갤러리)' 등이 열렸다.

문학

출판·문학 쪽에서는 전남 함평 출신 작가 박호재씨가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공간에 이르기까지 신안군 하의도 농민들의 지난한 삶과 투쟁을 담아낸 장편소설 「눈뜨는 섬(상하 2권 풀빛)」을 펴내 화제가 되었다.

토지를 둘러싼 하의도 농민투쟁이 오랜 저항 싸움의 역사와 기막힌 수난의 사연들에도 불구하고 그간 역사나 문학 쪽에서 제대로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현실을 상기해볼 때 「눈뜨는 섬」은 묻혀져 있던 삶과 역사를 수면 위로 떠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었다.

작가 박호재씨는 "하의도 농민투쟁이야말로 이 땅 농민들, 민초들의 사람살이와 저항운동의 전형"이라고 피력, 섬의 역사, 모순의 틀이 오늘의 사회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암시해 준다.

척박하고 열악한 출판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고장 문인들의 꾸준한 창작 출판활동이 이어져 이 달에만도 월간 「한국 시」로 등단한 이태건(광주 숭실고 교사)씨가 첫 시집 「비오는 날에도 새들은」을 냈고 정용채(해남문화원 문화학교장)씨가 신작 시집 「목화 꽃송이」를 출간했다.

또 광주민족청년회 문학모임 창작마을에서는 제1회 창작교실 기념작품집 「4월의 코스모스」를 발간했으며, 영광 향토문화연구회 (회장 이기열)에서 「영광의 노래와 글모음」 제3호를 펴냈다.

함평 지역에서 펴내는 계간문예지 「크리스천 문학」 여름호가 발간되었으며 제1회 크리스천 문학 신인상도 발표.

다엽문학동인, 어머니 시 사랑 광주지회 등에서 활동해 온 모영순(45세)씨가 월간 「문학공간」 7월호의 시 부문 추천과 함께, 지난 10여 년간 동화창작에 정진해 온 정대연씨가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하는 등 크고 작은 문학 출판 행사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