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제주

제주 세종미술관 폐관 위기 모면




허영선 / 제민일보 문화부 차장

지역의 문화사랑방 구실을 하고있는 전시공간은 비단 미술인들만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는 문화예술적 정서를 향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세종미술관이 지난해 12월말까지 폐관 시한을 앞두고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그러나 전시공간의 소중함을 인식한 뜻 있는 미술인들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회생, 연말연시 제주미술계의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 세종 미술관은 그 동안 세무조사등의 압박과 운영난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많은 부담을 가중시켜 오자 지난해 한해 동안 아예 무료대관으로 모든 미술인들에게 개방해 왔었는데, 계속되는 적자폭을 감당해 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올해 폐관방침을 밝혔었다.

세종미술관은 지난 1988년 지역문화예술인이며 세종의원 피부과 전문의 김순택씨가 이 지역 교통요충지에 개관한 이래 연 40여 건 2백여 일이 넘는 전시회를 꾸준히 유치해옴으로써 도내 예술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지역민들의 많은 애정을 받아 온 전시공간이다. 결국 세종미술관의 시한부 공간이용방침이 밝혀지자 제주도 문예회관 전시실에 사용신청이 몰려 비중 있는 14건의 전시회가 밀려나게 되면서 사설 전시공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더구나 도 문예회관 전시실의 경우 대관심사 제도가 도입이 안되어 이번 전시실 사용신청 경합과정에서 미술인들 사이에 많은 논란거리로 주목돼 왔었다.

예술적 성취도보다는 상급기관이 주최하는 행사나 외형적 규모의 관 위주의 전시가 우선으로, 개인전의 경우는 가장 낮게 순위를 매김함으로써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관심사 속에서 오랫동안 개인전을 준비해 오던 미술인들의 창작열을 위축시킨다는 여론 아래 세종미술관의 존립은 가뜩이나 어려운 전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대한 미술인들 사이에서 세종미술관 살리기 운동이 움트기 시작했다.

서양화가 한명섭씨가 임대운영 방식을 자원했고 몇몇 미술인들이 운영기획팀을 구성, 관장과 운영자를 전문 미술인으로 구성하기로하고 미술관을 가까스로 살려냈다. 김순택 관장 역시 문화예술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폐관철회를 밝혔다.

세종미술관 운영기획팀은 앞으로 기획전 위주의 전시공간 활용을 하기로 하고 첫 기획전으로 올해 초 세종미술관 재기전을 계획, 모금을 하기로 했으며 매년 좋은 기획전 유치를 위한 모금전도 벌일 생각이다.

또 매주 월요일 휴무를 제외하고는 연중 전시회를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대관이 없을 때는 도내외 작가들의 상설전시회를 적극 유치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 놓고있다.

이 밖에도 제주에서는 올해부터 건축사 김석윤씨가 50평 규모의 사설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적체현상을 보였던 전시공간난은 완전해소될 전망이어서 도내 미술계의 부흥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평전문지 「담론」 출간

비평문화가 열악한 이 지역에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문예비평 전문지인 「담론」을 창간했다. 1992년 창립된 '제주문예비평연구회' (회장 김태희)가 내놓은 이 책은 '살아있는 비평문화를 위하여'란 이름아래 미술·영화·시·드라마 부문에 대한 비평을 엮어 창간호를 펴냈다.

"비평이 창작의 한 실천인 한 왜곡 인식되어 온 비평에 대한 불만이나 비난의 장을 창조와 조화의 새로운 영역으로 그 지평을 열어 나가야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실천적 계기로써 비평 창작은 결국 제주의 진정한 문화예술의 자유스러움에 대한 비평일 것이고 그러한 비평 실천은 항상 이론 실천의 개성을 발휘하여 보다 깊게, 보다 널리, 보다 자유롭게 민중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제주미술은 어디로 흘러들 것인가, 제주미술은 제대로 그 존재를 찾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전제로 한 김유정의 「제주미술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시론」의 논문은 지역성과 리얼리티 문제, 민족성·세계성과 연관시켜 진정한 제주의 것 찾기라는 논지의 글을 쓰고 있다.

이밖에 김태희의 「롤랑조페 영화의 비극과 비극미」 오연숙의 시평「꿈의 소설과 이상의 결집」 임정희의 「시와 독자와의 대화」 장혜련의 드라마 <서른한 살의 반란>을 예로 든 「과장된 위기의식과 빗나간 방향」등 드라마에 나타난 의존적 여성상과 비현실적인 관계설정 등을 지적한 글을 실었다.

제주문예비평연구회는 앞으로 민중지향적인 창작비평 지역 내에서 창작되는 작품의 왜곡된 부분들을 비평적 시각에서 접근 타당성과 객관성을 함축한 논리를 가지고 비평문화를 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연극협회 소극장 축제

제주도내 연극인들의 제3회 소극장 축제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결산무대이기도한 이번 공연에서는 극단 가람(대표 송윤규)의 <마술가게>와 극단 이어도(대표 강용준)의 <사생화>, 극단 무(대표 김중효)의 <쌍곡선>등 3편의 신작들이 선보였다.

4일부터 6일까지 올려진 극단 가람의 <마술가게>(이동훈 연출·김석범 기획)는 의상실에 침입한 두 도둑이 우연히 만나 한밤의 유희와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인데 작은 도둑들이 큰 도둑을 향한, 못가진 자들이 가진 자들을 향해 꾸짖는 한바탕의 분풀이다. 이동훈·이상용을 비롯, 이광후·김숙희·박희가 출연했다.

16일부터 18일까지 올린 극단 이어도의 <사생화>(노웰코워드 작)는 인간이 어떤 돌발적이고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지나친 감정을 내세움으로써 일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버리는 과오를 저지른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김광홉 연출 이덕희 기획으로, 고명완·오미라·김옥희·강문호·부재호·문봉찬 등 6명이 출연. 극단 무가 21일부터 24일까지 올린 <쌍곡선>(정우숙 작·송영곤연출)은 가족의 울타리를 지켜 나가려는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허물어져 가는 가정을 자조적인 행동과 말투로 자신의 역할마저도 포기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무력함 속에서 빚어지는 딸의 심리적 갈등을 그린 가정극으로 이 무대에는 송영선 정희석 김윤희가 출연했다.

제주 무속 전상놀이 무대화

제주도 무속의 맞이굿 가운데 하나로 '삼공맞이' 혹은 '삼공본풀이' 라 불리우는 '전상놀이' 를 마당극화하여 무용으로 선보이는 무대가 마련되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14일 제주도립민속예술단의 제7회 정기공연작으로 올린 민속무용 <설운아기의 배꼽덕>은 춤과 사설, 민요가 어우러진 신명의 한마당이었다.

'전상놀이' 란 제주방언으로 전상을 차지한 신을 맞아들여 집안의 나쁜 기를 내쫓고 풀어나가는 굿인데, 예술단에서 처음으로 민속극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졌다. 줄거리는 옛날 거지 부부가 딸 셋을 낳아 첫 딸은 은장아기, 둘째는 놋장아기, 셋째는 가믄장아기라 했는데 부자가 된 부모가 딸들의 효심을 시험한다. 큰딸과 둘째는 부모 덕이라고 하고 막내는부모 덕도 있지만 배꼽 밑의 선그믓 덕분에 잘 산다고 대답, 결국 가믄장아기는 쫓겨난다. 가믄장 아기는 마퉁이와 혼례를 올려 마를 파서 먹고 사는데, 마를 파던 구멍에서 금·은덩이가 쏟아져 나와 큰 부자가 되고 가믄장아기를 내쫓은 부모는 갑자기 장님이 되고 재산을 탕진, 거지가 된다. 이를 안 가믄장아기는 장님잔치를 열어 부모를 상봉, 이 순간 눈을 뜨게 되고 가믄장아기가 전상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구성 작곡 고영일, 연출 한재준, 안무 김희숙, 안무보 고춘식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