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국악무대 가야금 산조 다양한 가락 한자리에
김은정 / 전북일보 문화부 기자
국악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의 「가야금 산조의 밤」
국악의 해를 맞은 올해 전북 지역의 첫 국악무대는 가야금 산조의 전통적인 가락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올려졌다.
국립민속국악원이 1월 21일 남원 유남문화센터에서 마련한 우륵의 달 기념「가야금 산조의 밤」은 모처럼 산조의 대표적인 장르로 꼽히는 가야금 산조의 각 바탕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송화자(전주우석대 강사), 조옥선(국립민속국악원 단원), 허지연(허지연 전통음악학원)씨 등 젊은 세대들이 출연한 이번 연주회에서는 성금련류, 최옥사류, 김죽파류 등 우리나라의 가야금산조 명인들이 개발하거나 짜놓은 가락의 멋을 통해 우리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가야금 산조는 19세기 말 고종 때 김창조(金昌祖)에 의하여 체계가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장르로 그 이후 많은 가야금 산조의 명인들이 나와 자기 나름대로 가락을 첨가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각각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아무개제(制)나 아무개류(流)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날 연주회에 올려지는 성금련, 최옥산, 김죽파류는 그 대표적인 것들로 성금련류는 성금련이 가야금 명인 안기옥과 박상근으로부터 사사 받은 뒤 자신의 가락으로 만든 것.
본래는 연주시간이 30여 분의 짧은 산조였으나 1974년 이후 많은 가락을 삽입하여 1시간 정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현재 연주되는 가야금 산조 중 가장 긴 산조로 알려져 있다. 조의 변화가 다채롭고 청을 바꾸어 새로운 맛을 내는 선율이 많으며 농현과 장식음이 많아 기교가 특별히 요구되는 산조이다.
최옥산류는 김창조-최옥산-함동정월로 이어지는 산조로 보통 '함동정월류'로 불려지기도 한다. 선율의 전개가 분명하고 섣불리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감정을 절제하는 멋과 무겁고 많지 않은 농현(떨림)에 의한 장중함이 특징이다.
김죽파류는 김창조와 한성기로부터 풍류와 산조 병창을 이어받은 김죽파에 의한 가락으로 남자에 의해 만들어진 가락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다듬어지고 짜여졌기 때문에 아기자기함과 섬세함이 특징이며 서슬 있고 박력 있게 연주해야 만이 제 맛을 낼 수 있는 산조이다.
강산제 농현을 가미하여 슬픔보다는 화사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이들 가야금 명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락이 다양하게 보여짐으로써 각각의 특징이나 맛을 비교해 감상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되었다.
이날 무대에 선 송화자씨는 「김죽파류」를, 조옥선씨는「성금련류」를, 허지연씨는「최옥산류」를 각각 연주했으며 장구 반주는 중요무형 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인 장종민씨가 맡았다.
국립민속국악원의 「가야금 산조의 밤」은 정기적으로 마련해온 제8회 국악감상회를 겸한 자리로 새해 국악의 해를 여는 이 지역의 첫 국악 무대로서도 관심을 모았다.
국악의 해인 올해 첫 무대를 의욕적으로 기획한 민속국악원은 '가야금을 만들고 노래를 지어 보급하는 등 우리 음악사에 큰 업적을 남긴 우륵을 추모하는 의미와 일반인들이 가야금 산조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던 무대'라고 소개했다.
문학
전북문인협회「전북문단」,문학인구의 양적 확대 확인
전북문학의 현주소를 한눈에 가늠케 하는 문학작업의 결실이 나왔다.
문인협회 전북지부의 기관지「전북문단(全北文壇)」 제13호와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의 두 번째 기관지 「사람의 문학」은 이 지역 문학인들의 창작 작업의 면모와 그들의 문학 세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품 모음집이다. 계간지로 발간하는 「전북문단」과 연간으로 발간하는 「사람의 문학」은 기관지로서의 공통된 성격을 갖고 있는 까닭에 문학에 대한 인식이 양분화 되어 있는 오늘의 우리문학 진영 면면을 비교적 총체적으로 넘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북문단」은 지난해 하반기 몫이 다소 늦어진 까닭에 올해 초에 선을 보인 작품집.
권수로는 13권 째인 「전북문단」이번 호는 갈수록 큰 폭으로 늘고있는 문학인구의 양적 증가를 확인시켜주는 풍성한 양의 신작들이 눈길을 모은다. 시와 시조, 수필, 동화, 동시, 소설, 문학평론에 이르기까지 문학 각 부분을 아우르고 있는 「전북문단」은 기존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1백10여 명의 문인이 신작을 발표, 지역 문학 활동과 문인들의 문학적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발표의 장으로서 뚜렷한 역할을 보여준다.
회원들 각자가 문학에 대한 공동된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도 단체라는 틀로서 활동하고 있는 까닭에 주제나 소재에 대한 관심도 다양하거니와 문학적 역량도 더러는 큰 폭으로 차별성을 보여주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문학을 열망하는 문학도들에게는 또 다른 인식을 불어넣어 주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침 없는 창작열과 뚜렷한 자기 언어에 대한 모색, 건강한 문학적 힘을 지향하는 적잖은 문인들의 신작들은 문학이 획일적인 주의나 주장으로서가 아니라 자기 문학세계의 충실한 축적으로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문학작품에의 감동으로 확인시켜준다.
이번 호 특집으로는 「중국작가의 작품 모음」을 엮고 있다. 다섯 명 중국 교포작가의 시들로 엮은 이 특집은 문학세계의 이질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동포들의 삶의 애환과 민족분단의 슬픔, 통일에 대한 열망을 또 다른 감동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
원로칼럼에 「현대시의 모색을 위하여」란 주제 글을 기고한 이병훈 시인은 "이제 도시문학, 농촌문학을 넘어선 지 오래다. 따로가 하나로 소화되어야 마땅한 때다. 사회적 문화적 양상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현실에 닥쳐온 문제는 '불안'이다. 세계 어느 민족이고 공통적으로 받는 '불안'이 문학의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나 도시나 농촌이나 다같이 불안에 쌓여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창간호를 발간, 지역 문학에 참신한 자극을 주었던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의 두번째 결실「사람의 문학」은 우리 삶이 처해있는 사회적 상황과 역사 인식을 곧추세우게 하는 신작들의 모음집이다.
시와 평론 부문의 문학인들이 참여, 보다 다양한 문학 장르의 창작물들에 대한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근래 보기 드물게 비평문학의 창작을 본격적으로 시도, 비평 활성화에 기대를 안겨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이 비평문들은 근래에 쏟아져 나온 책들을 같은 분야로 따로따로 묶어 평론가들에게 의뢰하고 있는, 그래서 간략한 서평 형식의 비평에 그치고 있지만 결코 두껍지 않은 이 작품집을 통해 '창작과 비평의 두 장르가 윤택한 빛을 발휘'하는 면모를 돋보인다.
특집으로 꾸린「이광웅 시인」은 이번 호의 가치를 더해주는 기획 물이다. 민족문학의 이름에 값하는 한사람의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 지난 창간호에「박봉우 시인」을 담은 데 이어지는 이 특집은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의 치열함으로 당당하게 맞섰던 민족시인 고 이광웅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글들로 엮어져 있다.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이병천 회장은 "혼돈과 격랑의 큰 물줄기 속에서 우리 단체는 아직 공통된 목소리를 갖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내 아버지 어머니의 얘기를 적기만 하면 아쉬운 대로 시가 되곤 하던 평화롭던 이 땅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그분들의 한숨만을 원고지 위에 옮길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이번 2호를 엮는 입장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며 "회원들에게 청탁한 원고를 받으면서 우리는 낱낱이 '사회적 반영 물'이 어떻게 형상화 됐는지 관심을 가졌었다. 우리는 이 시대와 변화의 격랑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하여 함께 고산지대를 향하고 있는 판세라 할만하다"고 소개했다.
미술
「전북화랑미술제」첫자리 봄에 열린다
전주 지역의 화랑들이 하나가 되어 지역미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미술제를 연다. 80년대 중반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민간화랑들이 모임 체를 갖고 그 중심사업으로 기획한 전북화랑 연합전.
전주 지역의 「얼 화랑(관장 한춘희)」,「대성 화랑(대표 박재승)」,「정 갤러리(관장 정병표)」,「예루 갤러리(관장 김광순)」등 전문화랑들이 뜻을 모은 전북화랑연합회가 정식 발족하면서 그 첫 사업으로 꾸리는 「전북화랑연합전」은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10일부터 3월 22일까지 전주의 얼 화랑, 대성 화랑, 정 갤러리, 예루 갤러리 등 4개 사설 화랑에서 열리는 전북화랑 연합제는 전주의 4개 전문화랑들이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교환과 교류를 위해 지난해부터 모임을 준비, 단체 단위의 미술사업을 벌이자는 데 뜻을 모으고 그 방법을 모색해온 끝의 결실이다.
화랑연합회가 가장 중심적으로 추진해나가게 될 연례 사업인 화랑연합전은 작가와 관객들을 이어내는 역할을 활성화하고 미술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미술인 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는 바탕으로서 적잖은 역할을 담당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북미술 발전의 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번 화랑연합제의 올해 첫 자리에는 각 화랑이 추천하는 두 명씩의 작가가 참여하게 된다.
참가 화랑들은 이미 수 차례의 모임을 갖고 화랑의 특성에 맞는 작가를 선정 대상 작가들도 이미 작품 준비에 들어가 있는 단계다. 4개 화랑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전시회는 여덟 명의 작가가 화랑마다 두 점씩의 작품을 내 어는 곳에서나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전시회를 기획했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전시회 중의 하나로 꼽히는 서울화랑제의 경우 각 화랑마다 전속작가 성격의 작가를 추천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경향이자만 전북의 경우는 아직 전속작가제가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랑마다 작품성을 중심으로 의미를 부여,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정된 작가는<얼 화랑>이 서양화의 권영술씨와 조래장씨, <대성 화랑>이 김세견씨와 이성재씨, <정 갤러리>가 한국화의 이철량씨와 서양화의 조영철씨, 그리고<예루 갤러리>가 서양화가 이상조씨와 한국화의 김학곤씨이다.
얼 화랑이 추천한 권영술씨는 발표 활동은 활발하지 않았지만 얼 화랑이 그 동안 몇 차례의 기획전을 통해 발표 자리를 마련, 깊이 있는 작품세계로 관록을 보여온 이 지역 서양화의 맥을 이어온 원로작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또 정 갤러리는 중견작가와 함께 신인 발굴이라는 의미에서 젊은 작가를 선정, 의미를 더해준다.
지역사회의 화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작가 선정에 있어 각 화랑들의 추천작가가 중복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선정 과정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화랑 대표들의 이야기이다.
전북화랑연합회는 이번 연합전을 마련하기 전 '지역미술의 향상을 발전을 도모하고 대외적 미술문화 교류를 통해 화랑 가의 지위 향상과 권익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전북화랑연합회를 정식 발족, 대표에 대성 화랑 대표 박재승씨를 선임하고 이 지역의 건강한 화랑문화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활동을 해나가기로 했다.
현재 전북화랑연합회에는 이들 4개 화랑만이 가입되어 있으나 앞으로 도내 각 지역 단위의 전문화랑을 회원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를 추진한 화랑 대표들은 "미술의 대중화와 함께 작가들에게는 창작에 대한 의욕을 북돋는 관객들에게는 작품성과 예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화랑의 이름을 걸고 추천한 작가들인 만큼 모처럼 기획 의미를 더해주는 자리로 내놓을 수 있다"면서 화랑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화랑연합회는 앞으로 연례 사업으로 꾸려가면서 장르를 확대,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는 권위 있고 정통성 있는 자리로 발전시켜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