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예 / 한국교사국악회

전통문화 중흥을 위한 밑거름을 넣는 작업




조은희 / 시인

우리나라만큼 독창력이 뛰어난 민속음악이나 전통음악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음악을 포함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민족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지각있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잇달았지만 전통, 특히 우리 음악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이 「서편제」라는 대중성을 획득한 한편의 영화에서 얻어졌다는 점은 한편 허탈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백만 관객을 동원한「서편제」덕분에 일반인들의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국악 프로그램의 시청률 역시 높아졌으며, 음반의 판매량도 대폭 늘었다.

끊임없이 '우리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관찰시키지 못한 일부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한 편의 영화가 불러온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이미 작년 12월에 결성된 국악의 해 조직위원회가 '국악의 해' 선포식(1월 20일)을 갖고 공식적인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등의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문화에 대한 이러한 열기가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영원히 우리의 정서와 밀착되려면 국악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주장도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다.

국악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음악 교사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을 인식한 교육부에서는 교육 과정에 국악 부분을 삽입하는 등 전통음악 요소를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는 음악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들은 자신들이 전통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악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사명감 있는 몇몇 교육자만의 몫이 아니다. 배움을 통한 전통음악의 응용과 발전이라는 중요성과 이 점을 연관시킬 때 가르치는 사람의 국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더욱 절실하고 시급해진다. 다행스럽게도 교육의 위대함을 믿는 일선의 음악 교사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정확하게 인식,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오늘의 현실에 대처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가시적인 한 단체가 바로 한국교사국악회이다.

전통음악의 발전을 위한 진취적인 모임

지금까지 우리 음악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서양음악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준 잘못된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모순점을 거시적으로 또는 미시적으로 응시하는 시선 역시 드물다. 이러한 현상의 근원은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의 소위 개화기 시대로 일컬어지는 근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문화, 특히 음악은 그 시대의 역사 및 주변 문화와 응집되어서 탄생한다. 때문에 참된 이해를 통해 우리의 음악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뿌리를 통해 자양분을 흡수하며 성숙하기 위해서는 우리 음악이 오늘로 이어진 과정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교사국악회는 1988년 9월 9일에 건대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출범하였다. 그후 왕십리로 사무실을 옮겼다. 지금 양재동에 있는 25평의 공간에 자리를 잡은 것은 작년 3월이다. 현재 서울 및 경기도의 음악 교사 4, 50명의 회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교사국악회는 '우리 음악의 발전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의 세월은 투자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는 단체이다. 우리나라 음악 교육의 제도적인 모순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선의 음악 교사들이 주축이 된 이러한 모임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또한 이들의 활동은 교육의 가장 골격이 되는 국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채살처럼 퍼지는 효과로 파급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값어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들이 우리 음악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통해 음악성을 획득하는 것이리라.

한국교사국악회에서는 회원들을 위하여 장르별, 요일별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모두 세 파트로 나누어서 운영되고 있는데, 첫째 우리 춤, 둘째 전통 타악기, 셋째 관현악 부분 등이다. 회원들은 요일별로 자신이 연수하고자 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으며 여건이 허락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이들을 지도하는 강사들은 대부분 국립극장이나 국립국악원 등에 재직하고 있으며 지명도가 높다. 지금까지 한국교사국악회의 활동에 관여해온 분들은 이성천(서울대 교수, 한국국악교육학회장), 이승렬(국립국악원장), 최종민(한국 정신문화연구원 교수), 박병춘(서울잠신국민학교장), 윤미용(국립 국악중고등학교장), 이동남(서울교육대학 교수), 강덕수(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김종해(국립무용단), 김한승(국립국악원), 노붕래(한국정악원), 왕기석(국립창극단), 이철이(국립국악원), 이춘식(국립국악원), 최익환(마당 풍물놀이)씨 등이다.

수원이 중심이 된 경기도 지회도 있는 한국교사국악회는 한국교육음악협회 산하의 사단법회로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국악을 연수, 연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국악교육 이론을 연구, 발표하는 등의 활동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는 이들 단체는 1994년부터 3개월 코스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각 파트 10명(단 판소리는 20명) 정원이며, 월 5만원의 연수비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음악 교사를 위한 연수 계획이 세워져 있는데, 교사를 위한 기초 과정인 이 기간 동안에는 단소나 민요, 국악동요 등을 배울 수 있다.

현재 한국교사국악회의 강좌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교사들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서 특히 여교사가 주류를 이룬다. 젊은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국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한 모티브가 될 만하다. 단지 여교사들이 결혼을 하면 활동이 뜸해지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교사국악회의 회장인 박주화(서울효제국민학교) 교사가 주축이 된 춤 강좌는 연륜이 높은 교사들이 많이 참여해 우리 가락에 율동을 싣는 배움의 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꾸미는 정기공연「국악교육 한마당」

한국교사국악회는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의 정기공연을 치렀다.

"항상 부족한 실력에 앞선 마음만 내세우는 것 같아 무척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국악 교육을 왜 해야 하며 국악 교육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어설픈 모습이라도 보이는 일련의 노력이나마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한 회원의 말대로 일선 교육자들의 소명감에 의해서 계속되어 온 한국교사국악회의 정기공연은 지금까지 1부와 2부로 나눠서 공연되었다. 참고로 비교적 근래에 있었던 제4회 정기공연(1993년 11월 13일 서초구민회관)을 개괄해 보면, 제1부에서는 세악(세령산, 가락덜이), 단소 제주-계면가락도드리, 장구놀이, 살풀이, 창작무용「숨바꼭질」등이 공연되었으며 제2부에서는 거문고산조, 봉산탈춤, 단가(춘향전 중에서「쑥대머리」), 창작무용「달무리」, 풍물굿「우도굿」등이 공연되었다.

또한 제3회 정기공연(1992년 11월 8일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는 대금산조와 민요합창(경기민요 놀양가, 남도민요, 진도아리랑, 사랑가, 청산별곡 등), 가야금 대금제주「수연장지곡」, 창극(홍보가 중에서「화초장」대목)과 거문고산조, 가야금독주, 창작무용「첫눈」, 대금 이중주, 사물놀이「남도 연신굿」등을 공연함으로써 교사들의 자질 향상과 우리 국악 교육의 흐름을 고찰하였다.

한국국악교육회 소속 교사들과 이들이 맡아 지도한 학생들의 무대로 꾸며진 정기공연은 아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혼선을 빚고 있는 국악의 교육 현실을 자각할 만한 계기가 되었다. 1988년 창립 이래 꾸준히 연구, 연수, 연주 등을 해온 한국교사국악회의 활동에 초기와는 달리 국악계와 교육계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바로 한국교사국악회의 활동이 그동안 방치되어 왔던 국악 분야의 '거의 유일한 교육행사'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국악회 교사들의 활동은 학생들을 통해 가시화된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음악교사인 회원들 스스로가 국악에 성숙도를 높일 수 있으나,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활동에 교육계와 국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현장을 살펴보면 우려의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재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 우리의 현악기나 관현악기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란 거의 없다. 진정한 국악의 발전은 학교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직시할 때 우선 이러한 일차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이들이 지금까지 공연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구민회관 등에서의 공연은 공연자의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집중해서 관람을 하기도 힘이 든다. 이것은 결국 단체의 재원과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 가락을 우리의 율동에 실으며

한국교사국악회의 회장인 박주화 교사는 춤반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서울교대에서 무용을 부전공한 박주화 교사는 한국아동무용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국립극장의 문화학교를 수료(한국무용)했다. 그는 우리 음악과 춤에 대한 애착이 남달리 강해서 전통성악창법 연수(국립국악원)를 하기도 했으며 지난 1993년에는 국제적인 문화 교류에도 참여한 바 있다. 현재 국립극장에서 판소리를 배우면서 서울 교사 에듀까레 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주화 교사는 누구보다도 '우리 것의 생활화'에 앞장서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면 우리 음악도 대중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창법을 익히는 등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라 고작 우리 것을 흉내내보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우리 악기를 구비하는 등 간단하고 작은 일에서부터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게 작으나마 국악을 우리 춤으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어 무용을 지도하다 보니, 그나마 춤을 추면서 우리 가락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지 무용을 한 아이들이 훨씬 더 우리 음에 익숙하고, 빨리 적응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특정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가락에 익숙해지는 여건을 만들어야겠지요."

잘 만들어진 현대무용의 안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작품의 다양성, 통일성, 지속성, 전환성-을 우리 춤에서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 춤에서는 우리 춤에 맞는 형식으로 그러한 요소들이 녹아 있어야 할뿐이다. 안무가는 작품마다 형태를 줌으로써 춤이 하나의 완성된 전체로서의 감각으로 살아있게 해야 한다.

안무하는 능력은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고 홉킨스가 말했던가. 무용의 형식을 선정하는 것은 안무가의 몫인 만큼 우리 것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오늘 이 시점에서는 안무가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때문에 자신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박주화 교사와 같은 경우는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국악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국악 선생님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그들의 출현을 학수고대한다. 또한 한 학기에 한두 곡 정도로 우리 음악을 삽입하는 현재의 학교 교육을 과감하게 변경하여 우리 음악과 서양음악의 비율을 오십 대 오십은 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어떤 커다란 변화를 통해 현실의 왜곡된 교육제도를 한꺼번에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주화 교사와 같은 작은 실천 역시 중요하다.

박주화 교사는 매일 아침 등교시간부터 입교시간까지 스피커를 통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우리 음악을 중심으로(요일별로 곡을 선정해서) 들려주고 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지금은 등교시간에 아리랑행진곡이나 민요가 흘러나오는 어색함은 어느 정도 극복된 상태이다. 이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 것을 찾아내서 그것을 현실 속으로 옮기는 작업은 다른 누구의 몫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몫이라는 자각이 전체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리라.

의욕을 뒷받침하는 장기적인 여건 필요

대부분 우리 음악은 5음 음계로 되어 있고 3음과 4음으로 되어 있는 것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점이 우리 음악을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다. 작고 섬세한 음들이 이어가는 가락에서 느끼는 곡선미, 진성(마치 곡예를 부리는 듯 뒤집는 소리), 추성(밀어올리는 듯한 소리), 요성(음악에 따라 흔들어대는 듯한 소리) 등은 따뜻함과 부드러움, 솔직함과 담백함의 극치를 이룬다. 이쯤에서 우리는 신대철 씨의 글을 음미해 볼만하다.

"우리는 우리 음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철저히 모르면서 모른다는 사실 자체까지도 모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음악을 싫어한다. 잘못된 인식 속에 잠겨 있다. 그 속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 음악 그 맛과 소리깔」)

우리 음악의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지반(地盤)을 다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 하나하나가 주체인 것이다.

국악의 수난기를 거치면서 서양적 음악 정서에 익숙해진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악의 해' 한 해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여건의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는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때문에 스스로 길을 개척해 가는 한국교사 국악회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