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있는 연극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을 하겠다.
백현미 / 연극평론가
올 3월 3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이 개원했다.
그동안 있었던 연극원장 내정과 학생선발, 교수확정, 개원식에 이르는 숨가쁜 일정을 뒤로하고, 이제 연극원의 목표를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이다.
연극원은 연기(최형인 교수), 연출(김우옥 교수), 극작(김광림, 김윤철 교수), 무대미술(윤정섭 교수) 4개 과를 갖춘 연극교육 기관이다.
그리고 '실기를 위주로 연극인재 양성을 도모한다'는 연극원의 목표는 준비과정에서부터 거듭 천명된 바 있다.
본지에서는 연극원장인 김우옥 교수를 찾아보고 목표와 관련된 운영안에 대해 이모저모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백현미 : 전문연극기관이니만큼 학생선발이 중요할 텐데, 이번에는 어떻게 가려 뽑으셨는지요? 특히 연출이나 무대미술 분야가 학과로서 개설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지 않습니까?
김우옥 : 각 과마다 두 차례에 걸친 시험과 면접이 있었습니다. 연출과는 1차로 30분짜리 비디오를 본 후 소감을 쓰도록 했고, 2차에서는 40분짜리 오페라를 보여주고 연출가의 입장에서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무대미술과는 1차로 철사와 한지를 갖고 형태를 만든 후 그 형태를 소묘하는 시험과, 연극의 줄거리와 인물에 관한 유인물을 읽고 수채화를 그리는 시험을 본 후, 2차로 1시간짜리 영상물에 대한 이미지를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연기는 1차 시험에서는 2시간 전에 받은 대본으로 대사연기를 하도록 했고, 2차에서는 사흘 전에 독백 대사를 주고 연기실습을 하는 식으로 시험을 치뤘습니다. 극작과는 산문을 희곡으로, 희곡을 신문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 후 논술시험을 치뤘구요.
백현미 : 이런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의 성향은 어떻습니까?
김우옥 : 85명을 예정했었는데, 이번에는 57명만을 뽑았습니다. 평균 17:1의 경쟁률을 통과한 학생들이죠. 그중 20명만이 고3을 갓 졸업한 이른바 현역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다른 공부를 했거나 대학에서 연극과나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사람들입니다. 평균연령이 꽤 높은 셈입니다.
백현미 : 앞으로 전형방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김우옥 :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제대로 뽑고 있는가 하는 회의는 늘 따라 다닙니다.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계속 개발해야겠죠. 앞으로는 입시전형위원회를 조직, 토론을 통해 연극원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예술적인 소양을 측정하는 필기시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현미 : 졸업평가 방식과 졸업후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요?
김우옥 : 4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느냐에 따라 졸업이 결정될 것입니다. C학점 이하는 경고를 받고, 두 번 경고를 받으면 자동 퇴학입니다. 엄격한 학점관리를 통과한 학생들은 졸업의 영예를 안게 되겠죠. 대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졸업작품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자체 평가로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유입니다. 연극계에 재투자되어서 연극계의 양상을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학생에 따라 텔레비전이나 영화로도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도적으로는 연극원 소속 극단을 마련해서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백현미 : 교수님께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연극' 곧 '정체성 있는 연극'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을 하겠다고 거듭 밝히신 바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우옥 : 미국이나 구라파에 있는 연극원과 한국에 있는 연극원을 차별화하는 것이 바로 '우리 연극원으로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화 시대일수록 우리를 잃지 않고 보여주는 방식의 발견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를 의도적이고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을 토대로 교과목을 짰습니다.
예를 들어, 연극원 학생들은 공통필수과목으로 한국적 리듬감과 몸짓을 훈련하는 '박과 사위'와, 한국연희의 원류인 굿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전통연희'를 이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 과의 전공필수로 '전통의 무대적 수용'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 전통의 수용 방식에 대한 모색을 심도있게 하게 됩니다. 특히 연기과와 연출과에서는 '한국소리'라는 학과를 개설, 한국의 소리와 몸짓, 악기를 익힐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4년동안의 지속적인 교육을 바탕으로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표출하는 실습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백현미 : 실기와 이론의 조화라는 이념은 교과목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김우옥 : 실기위주의 학교이지만, 이론이 결핍된 연극인은 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론교육도 더불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연극사와 연극원론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특히 '문화와 예술'이라는 과목을 4학기에 걸쳐 수강하면서 폭넓은 교양을 쌓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교양 필수과목은 초빙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연극학도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백현미 : 연극원 개원은 연극을 아끼는 모든 이들의 바람이었지만, 특히 연극계 구성원들의 성원은 남달랐습니다. 능력있는 연극인들의 배출과 함께 기존 연극계에도 신선한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연극원과 연극계의 교류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김우옥 : 예술가에게는 활동의 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연극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를 교수로 초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6개월이나 1년에 걸친 초빙교수제를 도입, 현장의 예술가들과 학생들이 만나는 식으로 교육방식을 다양화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작품발표를 할 때 외부 연출가를 초빙하는 식의 교류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연기자 재교육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방법 정비가 필요합니다. 연기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 절간에서 수도하는 자세로 훈련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훈련기간 중 빠져나가지 않도록 어떤 장치, 예를 들어 생활비가 지급되는 식의 어떤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진정한 교류란 연극원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학생들이 연극계에 투입되는 식의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학교가 자리잡는대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겠죠.
백현미 : 극작과 안에 극작 전공과 극작이론 전공이 함께 들어가 있는데, 극작과 평론으로 분리될 가능성은 없나요? 예술행정이나 극장경영에 관한 과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우옥 : 예술행정이나 극장 경영 분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원이 다 생긴 뒤에 이를 총괄하는 과로서 생길 것입니다. 극작과 평론의 분리는 대학원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학원 과정은 지금이라도 개설할 수 있지만, 학제상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어 미루고 있습니다. 현행 대학원 학제는 2년제입니다. 우리 연극원이나 다른 연극학과에서 훈련받은 사람이 대학원에 들어와 졸업하는 건 가능한데, 그런 배경없이 다른 공부하던 사람이 와서 2년에 학위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실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제를 3년으로 바꾸어 학생에 따라 2년제와 3년제에 적용하는 식으로 보강한 다음에 학생을 모집하려 합니다.
백현미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