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랑을 표방한 두 개의 사설화랑 문열어
임병호 /경기일보 문화체육부장
미술
줄타기하는 광대의 모습 담은 심일란씨 두번째 작품전
서양화가 심일란씨의 두번째 작품전이 서울 서경갤러리에 이어 3월 2일부터 6일까지 수원 선화랑에서 열렸다.
[외줄 위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 심씨는 한국 민속촌에서 줄타기 하는 한 광대의 모습과 이미지들을 화폭에 담았다.
심씨의 화폭 속의 줄광대는 실존인물인 김대균씨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조교)로 우리나라의 마지막 남은 줄꾼이다.
거의 사라져가는 줄타기와 줄광대에 미묘한 매력을 느꼈다는 심이란씨의 작품은 줄광대를 중심주제로 하면서 그 배경을 원색으로 소용돌이 치는 삼태극과 이글거리는 불길 등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삼태극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우주 또는 자연을 상징했으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줄과 줄광대는 우리의 삶을 의미한 것이다.
심일란씨는 이 작품을 위해 자주 만난 줄광대 김대균씨와 2월 26일 서경갤러리에서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었다.
수원지역에 상업화랑을 표방한 2개소의 사설화랑이 문을 열었다.
권선구 매산로 2가의 '갤러리 울'과 장안구 신풍동 신풍국교 옆의 '성원갤러리'는 앞으로 기획전시나 대관보다는 미술인들의 작품판매에 치중할 계획이다.
실내장식을 하는 김문겸씨가 개관한 '갤러리 울'은 현재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구상작가인 남부희, 김영섭, 김철규, 이석기씨의 작품들이 상설전시돼 있는데 4월중 초대작가전과 함께 작가와의 대화, 미술강좌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성원갤러리는 석화 공예가인 이치주씨가 2년간의 준비 끝에 마련했는데 2월 28일부터 3월 15일까지 개관기념 8인 초대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이 8인 초대전에는 한국화가 이길범, 박요아, 이선열씨, 서양화가 김주영, 권용택, 박영복, 성하영, 이종관씨가 출품했다.
한편 미술애호가인 의사가 또 전시공간을 마련, 화제를 모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김주일씨가 권선구 권선동 대흥빌딩 3층에 '갤러리 그림시'를 개관한 것.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우울한 일 아닙니까.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정신적인 위안과 문화예술 향수의 기회를 주기 위해 갤러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
김주일 이비인후과 원장인 김씨는 서양화가인 친구 최문호씨와 친교를 맺은 후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서 그가 소장한 김산하, 민화병, 김재일, 최문호, 황영성, 임수란, 원종진씨 등의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수원문화원(원장 심재덕)이 매년 개최한 수원문화원 초대작가전이 올해는 「30대 정예작가 20인 초대전」이란 이름으로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렸다.
예년에는 문화원이 발행하는 월간「수원사랑」에 게재된 작가들을 선정,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지역미술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30대 정예작가를 초대했다.
한국화 강병찬, 고학윤, 박영일, 서양화 류옥희, 박유찬, 박종현, 이석기, 이혜경, 전원길, 조진식, 차진환, 최희정, 황은화, 조소 구자영, 곽동기, 우무길, 이윤숙, 공예 장혜홍, 서예 윤춘수, 채순홍씨의 근작들이 출품됐다.
연극
전국연극제 경기도예선대회 극단 광명의「산불」최우수상
경기도와 한국예총경기도지회가 주최하고 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회가 주관한 제12회 전국연극제 경기도 예선대회가 3월 3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있었다.
이번 예선대회에서는 극단 '광명'이「산불」(차범석 작, 유문종 연출)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우수상은 극협 안산지부의 「마로니에 길」(정하연 작 김혜춘 연출)이, 장려상은 수원극단 '성'의「길떠나는 가족」(김의경 작, 김성열 연출)이 각각 차지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극단 '광명'은 오는 5월 26일부터 6월 10일까지 수원 소재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전국연극제 본선에 진출, 전국 14개 시·도 대표팀들과 대상인 대통령상을 놓고 실력을 겨루게 된다.
안양과 극단 '버팀목', 극협 안산지부, 부천 '원미동 사람들' , 극단 '광명' , 수원 '성', 성남 '동선' 등 6개 팀이 경연한 경기도 예선대회는 〈전국연극제 경기도개최〉라는 대대적인 행사를 앞두고 치러진 연극답게 여느 해에 비해 열의와 성의가 돋보인 치열한 경합의 장이었다.
한편 이번 대회의 연출상은 '성'의 김성열씨가, 연기상은 이기석(원미동 사람들), 배진화씨(극협 안산지부), 미술상은 황철씨(동선)가 각각 차지했다.
문학
원로 수필가 안익승씨 수필집 「겨울 보리밭」출간
원로 수필가 안익승씨가 수필집「겨울 보리밭」을 출간, 향토문단을 살지우게 하였다.
「찔레꽃 머리」,「기다리는 마음」등 91편의 수필이 실린「겨울 보리밭」에는 공무원, 극장 경영, 정당생활 등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들이 사랑방 정담처럼 담겨 있다.
"무엇 때문에 살아왔고 무엇을 얻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진실도 허무도 아닌 흘러간 옛일처럼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
1910년 경기도 화성군 마도면 해문리에서 태어난 안씨는 60년대에 수원시 사회과장, 수원 시민관장을 지냈으며 한국문인협회 초대지부장, 예총 수원지부장, 수원문화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향토문예발전에 기여했다.
칠순에 고향을 그리는 사향가(思鄕歌)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겨울 보리밭」의 저자 안익승씨는 현재 경기도문화재위원,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등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사무실에서 '일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함께 불태우고 있다.
수원문인협회 사무국장인 김현탁씨의 장편소설「우리는 모두 공범자였다」가 신춘 서점가의 화제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모두 공범자였다」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 특히 악인들을 뱀으로 생각하는 한 젊은 지성인의 기행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심리소설.
주인공 궐협은 쓰레기통이나 거리, 심지어 하수도에 있는 동전까지 찾아내는 '돈 줍는 일을 직업으로 여기고' 실행하는가 하면, 강가에서 야영을 하며 사금을 채취하기도 한다.
궐협의 애인 혜나는 그러한 주인공이 행위를 증오하면서도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때로는 침식을 같이 하면서 동행한다고 뱀 잡는 현장까지 따라가 수발을 든다.
"뱀을 좀 팔려고 합니다. "
뱀집 주인은 궐협의 자루를 열고 들여다 보았다.
"전부 좋은 뱀들입니까?
"그럼요, 죽여서 말린 뱀들이죠."
"잘 죽였군요……."
"내가 받은 돈으로 다시 생(生)뱀을 사겠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내가 잡아온 뱀을 팔고 그돈으로 다시 다른 생(生) 뱀을 산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만, 왜 그러시는지?
"그래야 세상에 있는 뱀을 한 마리라도 더 잡아 없앨 것 아닙니까. 뱀을 죽이는 건 곧 인간성 회복을 가져올 테니까요."
뱀을 모두 없애야 이 사회가 밝아진다고 믿고 있는 주인공은 그러나 결국은 야산에서 초겨울 뱀에게 물려 죽는다. 작가 김현탁씨는 주인공의 죽음에 우리 모두가 공범자라고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