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드라마의 입체적 형상화로 뛰어난 연출력 과시
서재환 / 영남일보 문화부기자
연극
대구 연극인들의 올해 가장 큰잔치인 제11회 대구연극제가 10일 막을 내렸다.
대구연극제 사상 가장 많은 극단인 7개 극단이 참여, 지난 3일 시작된 이번 행사는 축제 형식으로 6개팀이 2회 공연, 1개 팀이 4회 공연을 했다.
여드레간의 축제 결과, 극단 원각사의 「박덩이 로맨스」(최학 원작, 강월도 각색) 가 대상을 차지, 오는 6월 수원에서 열리는 제12회 전국연극제에 대구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개인상 부문에서는 극단 원가사의 이필동씨가 연출상을, 여자연기상은 「박덩이 로맨스」에서 큰형수 역을 잘 소화해낸 이신애씨가 받았다. 또 남자연기상을 극단 처용의「아리랑」에서 열연한 이동학씨가 받아 1987, 199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연기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여자신인연기상은 극단 넝쿨의 「북어 대가리」에서 미스 다링 역을 맡은 김정화씨가, 남자신인연기상은 극단 우리무대의「바람과 함께 어둠 속으로」에서 다니엘 역을 맡은 최주환씨가 수상했으며 특별상은 대상자가 없었다.
이번 연극제의 출품작은 유명작가의 작품이 적은 대신 초연작이 많아 전반적으로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준비기간 부족으로 많은 참가작들이 작품 분석과 연기자들의 역할 분석이 미흡한 상태에서 무대에 올려졌으며 발성·발음이 불명확한 것 등 대구 연극계의 갖가지 병폐를 드러내기도 했다.
심사위원들(강유정, 김삼일, 이구학)은 "전체적으로 배우들간의 교감, 배우와 관객간의 교감이 적어 관객의 호기심을 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극단 우리무대의「바람과 함께 어둠 속으로」는 희곡 분석이 덜 되고 연기의 디테일이 부족해 작품주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으며, 극단 집시의 「살어리 살어리랏다」는 배우들의 대사가 천편일률적이어서 관객의 호감을 사는 데 실패했다. 극단 넝쿨의「북어대가리」는 소극장용을 대극장화 하는데 무리가 있어 무대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극히 핵심을 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상작인 원각사의「박덩이 로맨스」는 단순한 레제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으며, 등장인물의 적절한 배치로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잘 이뤄졌다는 평을 받았다.
객석과 무대의 「이상한 너」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연극으로 표현되는 데 무리가 있었지만 실험성이 돋보였으며, 황지우의 시를 극화한 극단 HMC의 「새들은 세상을 뜨는구나」는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이번 연극제에서 연출상을 받은 극단 원각사 대표 이필동씨는 "창작 초연작으로 다소 지루하게 읽는 형식의 레제드라마를 극화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작품을 형상화는 과정에서 연출력이 많이 삽입된 것이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울러 "전국연극제에 참가하기 위해 앞으로 두 달여 동안 작품을 새로 손봐 극적으로 짜임새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1964년 「복날」(임희재 원작)을 연출한 이래 지금까지 1백여 작품을 연출한 대구 연극계의 베테랑이다.
문학
올 들어 민예총 대구지부 창립을 전후해 대구지역 진보적 문학모임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분단시대' 동인의 활동재개 선언으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배창환, 김종인, 정대호씨등의 신작시집 발표, 진보문예지를 표방한 계간 「사람의 문학」창간, '김남주 추모 문학의 밤' 행사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에 대구지역 진보문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구민족문학회가 4월 12일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민족문학회는 지난 1987년 창립돼 2년간 지속되다 중단된 대구·경북 민족문학회의 회원들 중 대구 지역 문인들이 다시 모인 것이다.
즉 민족문학회가 대구와 경북으로 분리되면서 새로운 모습을 갖춘 셈이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예술마당 '솔'에서 열린 창립총회는 임원 선출과 회칙 제정, 향후 민족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의 순으로 진행됐다.
대표에는 시인 이하석씨가, 부회장에는 시인 김용락씨가 각각 선출됐다.
신임 대표 이씨는 "민족문학회는 뜻을 같이 하는 글쓰는 이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외적인 풍성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립총회가 끝나고 열린 세미나에서 문학평론가 박원식씨는 「민족문학의 앞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4·19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민족문학과 관련된 논쟁을 되짚고, 향후 민족문학은 노동해방문학뿐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문학가지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90년대 대두된 민족문학의 위기론은 노동해방문학론의 퇴조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논쟁의 부재 때문에 생긴 현상일 뿐"이라며 "분단상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우루과이라운드(UR)로 대표되는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여전히 민족문학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조기현씨는 「아나키즘에 대한 관심, 새로운 시정신의 가능성」이란 주제 발표에서 "아나키즘은 외부의 권위와 강제에 따르지 않고 정당한 사회질서의 실현을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아나키즘을 정의하고, "민족현실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 등 오늘의 현실을 다루는 민족문학에도 아나키즘이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민족문학회는 창립을 계기로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 작업에 들어가 회보 발간, 문학기행, 정기적인 세미나, 문학의 밤, 시화전, 시낭송회 등을 추진중이다.
무용
대구 무용인들의 큰 잔치인 대구무용제가 비디오 심사 때문에 참가율이 저조해지고 전국무용제 대구예선과 행사 일정이 겹쳐지면서 운영방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5일 마감된 제4회 대구무용제 참가신청 접수 결과 모두 6개 팀으로 이제까지 가장 적은 숫자였다.
참가 접수 팀은 한국무용에 대구의 다움무용단(이인화)과 대구무용단(백현순), 충남 공주의 최선무용단, 발레에 전북의 손정자무용단, 손윤숙무용단, 현대무용에 부산의 이연경무용단으로 대구 팀은 2개뿐이다.
대구 무용계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대구무용제에 정작 대구팀의 참가가 적은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참가율이 저조한 것은 보다 많은 팀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도한 비디오 예심에서 비롯됐다.
주연희 무용협회 대구시지부장은 "예선 실연을 위해 타 지역에서 대구까지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시작한 비디오 심사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처음으로 분리된 대구 무용제와 전국무용제 예선의 일정이 겹치고 있으며 예산의 편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무용제의 참가보고 시한은 6월말이어서 그 안에 한국무용제 대구예선을 치러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무용협회 대구지부는 아직까지 대구예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 오는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대구무용제와 겹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2천만 원의 예산으로 실시되는 대구무용제는 예선 통과 팀에게 2백만 원의 제작비와 지원금, 대상에 3백만 원, 안무상에 1백만 원, 음악 ·미술상에 각 70만원 등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에 비해 전국무용제 예선에서는 무용단에 대한 예산지원이 전혀 없다.
따라서 대구 무용제와 전국무용제 대구 예선의 분리로 올해는 대구 무용계의 발전을 위한 예산이 대부분 다른 지역 무용단에게 돌아가는 셈이 되고 말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대구무용계의 관계자들은 "대구 무용제가 대구연극제와 같이 대구지역 무용단을 대폭 지원해 대구지역 무용단만 참가하는 무용제로 축소하고 전국적인 행사는 페스티벌 형식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