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의 큰 잔치 전국고수대회 판소리의 독자적 영역 확보에 큰 역할
김은정 / 전북일보 문화부차장
국악
명고수의 유일한 등용문이자 판소리 잔치의 진수로 꼽히는 전국고수대회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주 전국예술회관에서 열렸다.
국악의 해를 맞아 각종 국악행사가 뒤를 잇고 있는 가운데 판소리의 고장에서는 펼쳐지는 소리 잔치로 격을 더해온 고수대회는 금년으로 14회를 맞았다.
근래 들어 판소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수의 인구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듯 참가자들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수준 면에서도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대회는 특히 학생부와 신인부의 참가자들이 예년보다 많이 늘어난데다가 기량을 돋보이는 유망주들이 판소리 발전에 큰 기대를 안겨 주었다.
이번 대회는 전국 유일한 고수들의 북잔치라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오늘의 국악무대를 지켜가는 내로라하는 명창들이 대거 출연하는 소리 잔치 마당으로서의 정착과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였다.
주최측인 국악협회 전북지부에서는 고수들의 폭넓은 참여를 이어내고 자칫 이 대회가 경연의 성격만 크게 부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 올해부터 징수부를 신설, 취미로 북을 가까이 하고 있는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문을 확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고수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학술적 연구가 더해지지 못하고 있지만 판소리 부문의 독자적인 영역으로서 예술적 위치를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학술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정립에 새로운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이 고수대회는 해를 더해갈수록 명실공히 명고수의 권위있는 명성으로서 성격을 다져 이제는 이 분야의 전공자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어버렸다. 특히 이미 국악무대에서 명고수의 인정을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는 국악인들이 국고부나 명고부에 참가, 기량을 평가받으면서 이대회에 격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금년에도 국고부 대상을 수상한 주봉신씨를 비롯, 국악계의 내로라하는 명고수들이 국고부에 출전,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해내면서 실력을 평가받았는가 하면 명고부에도 경력이 단단한 국악인들이 참가, 이 대회의 격을 높여 주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국고부의 경우 기존의 북장단만 겨루던 형태에서 기악 장단(정고)까지 경연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명실공히 장단의 일인자를 가리는 자리로서 관심을 더해 주었다.
국악협회 전북지부 김종학 지부장은 "이제 고수대회는 국악 발전의 중요한 바탕을 다져가는 연륜 있는 잔치마당이 되었다"면서 "경연대회로서 기량을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리와 북이 하나되는 진정한 판소리 한마당의 흥취가 살아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대회의 폭과 깊이를 함께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국악의 해와 맞물려 국악 애호인들의 더욱 큰 관심을 모아내기에 족했지만 여전히 청중들의 대부분이 노인층으로 채워져 관객들의 대중적 확산과 젊은 세대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모아내는 작업이 절실한 측면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번 제14회 전국고수대회의 영예의 국고부 대상은 전주 출신의 주봉신씨(62, 전주시 동산도 579-4)에게로 돌아갔다.
학생부 13명, 신인청년부 12명, 신인장년부 46명, 일반청년부 8명, 일반장년부 27명, 명고부 17명, 국고부 5명 등 113명이 참가해 13일과 14일의 예선을 거친 각 부문 21명의 입상자들이 겨룬 15일 본선날에는 청중들의 열기와 참가자들의 높은 기량으로 소리 잔치의 흥겨운 마당을 돋우어냈으며, 특히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비롯한 전국 규모의 판소리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창들이 참여, 판소리의 진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연 무대로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날 각 부문 대상은 국고부의 주봉신씨(62, 전주), 명고부의 이낙춘씨(52, 순천), 일반장년부의 김재근씨(35, 서울)를 비롯, 일반청년부의 진경춘씨(전주), 신인청년부의 최백렬씨(47, 전주), 신인청년부의 박종호군(16, 순창), 학생부의 최은경양(15, 전주 숭실상고 3년)이 차지했다.
전북도립국악원 흥겨운 창무극으로 봄무대 열어
전북도립국악원이 의욕적으로 제작한 창무극이 전주 공연 무대에 올려졌다. 지난 3월 29일과 30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창무극「시집가는 날」은 이미 여러 차례 공연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지만 이번 전주에서의 공연무대는 기존의 작품을 보완하고 새롭게 구성해 그 예술적 역량을 더해낸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올려진 무대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대전 엑스포 공연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을 우리 정서에 맞게 더욱 새롭게 각색한 이번 작품은 이 지역 국악 예술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역량을 가늠하는 자리가 되었던 점에서 이 지역 국악 발전의 새로운 형식을 창출해 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북도립국악단의 각 부문 단원들이 총 출연하는 합동 무대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 이번 작품은 창극과 무용극, 관현악단의 연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총체적인 국악 한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시곡 「봄노래」로 시작돼 군무로 선보인「방아타령」,「갑돌이 팔자 좋아」,「지신밟기 - 부채춤 성주풀이」등의 전통춤과 창작춤 그리고 현대적으로 창작한 창작춤 그리고 현대적으로 작창한「소리잔치 」들과 여기에 관현악단의 연주가 흥취와 신명을 더 해준 이번 무대는 창극과 국악관현악 반주의 현장감이 어우러지는 조화와 신명으로 창무극 무대의 예술성을 더해주기도 했다.
돈으로 양반을 사고 또 신분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딸을 거짓 결혼시키려다가 오히려 당하는「맹진사」를 통해 당시의 사회를 풍자한 이 작품은 이미 영화와 춤공연 등 각 장르의 형식으로 담아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창과 춤, 국악관현악의 현장 연주 등의 창무총체극으로 제작된 것은 도립국악단의 이 무대가 처음이다.
특히 국악의 해를 맞은 올해 도립국악단이 그 역량을 집약해내는 무대로 의욕을 갖고 도전하는 작업을 통해 얻어낸 이번 무대는 창극의 현대화가 오늘의 관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인을 받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작품은 도립국악단 국악장인 박병도씨가 구성과 연출을 맡았으며 지휘는 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인 박상진씨, 음악은 도립국악원연구원인 류장영씨가, 그리고 안무는 상임 안무자 문정근씨가 맡았다.
특히 이 무대에는 이번에 새로 도립국악단 식구가 된 신입 단원들도 첫 선을 보여 눈길을 모았으며 기존 단원들의 보다 다듬어진 기량을 상상할 수 있는 사례가 되었다.
상쇠춤의 독보적인 나금추씨(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특별 출연, 그의 기량을 펼쳐 보여 공연 무대에 흥취를 더해주기도 했다.
미술
하반영, 박민평, 유휴열 삼인전
늘상 대해도 새롭고 친근한 그림들이 있다.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전주 갤러리 고을에서 열린 하반영, 박민평, 유휴열 삼인전은 그 대표적인 전시회로 내세워질 수 있는 자리다.
서양화가 하반영, 박민평, 유휴열씨가 1979년 첫 전시회를 연 이후 줄곧 이어온 삼인전은 전북지역 화단의 구체적인 흔적을 각인해 가는 자리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전시회다.
올해로 17회 째, 중간에 한두 해를 거른 것 말고는 해마다 꾸준히 전시회를 열어온 이들 세 작가들은 개인적으로도 뚜렷한 자기 세계를 통해 사상과 의식을 투영시키면서 회화성을 높여온 원로, 중견작가들이지만 삼인전을 통해 이어내는 미술적 교감의 성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로 작가 하반영씨의 자유분방한 주제의식과 표현 영역의 확장, 박민평씨와 유휴열씨의 일관된 주제를 통한 삶의 깊이를 천착해 들어가는 힘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이 전시회는 해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전해준다.
올해 전시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왕성한 창작열을 견지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 세 명 작가들은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주제나 형식적인 측면의 차별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작품들로 전시회의 의미를 더해준다.
하반영씨가 보여주는 다양한 주제의식의 다양한 표현, 박민평씨의 '산'이 가져다주는 느낌, 유휴열씨가 형식적 변화와 함께 신선한 이미지로 담아낸 '생-놀이' 연작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번 전시실 공간 역시 이들 세 명 작가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교분관계 위에 친밀한 대화의 언어로 관객들을 맞았다.
이미 형식적 자유로움이나 자기표현의 언어를 획득한 작가들인 만큼 적잖은 단체전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성이나 회화적인 맞댐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각자의 독특한 세계를 통해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이 삼인전의 특징이 라고 미술인들은 평가한다.
그림과는 별개로 이 지역 문화의 한복판을 장식해온 세 명 화가들이 한자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는 것이 적잖은 예술인들에게 지난 세월에의 낭만과 일상적 삶에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도 이 「삼인전」만이 갖고 있는 특성으로 꼽힌다.
전주에서 해마다 열리는 이 삼인전은 또 한편으로는 미술인들의 끈끈한 교류와 그 의미를 늘상 새롭게 전해주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유독 문화예술인들뿐 아니라 그 주변의 사람들까지 관객이 되어 이 전시실을 찾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