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현황과 그 전망

우리나라 영상 산업은 어디에 와 있는가

-영화를 중심으로




위옥환 / 문화체육부 사무관

전반적 상황 조명

영화산업은 한국 문화 상품의 대표적 상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영화계가 처한 현실은 매우 어렵고 앞으로의 전망 또한 낙관할 수 없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그렇다면 포기할 것인가 그것은 단연코 아니다. 영화산업의 대외경쟁력 면에서는 어려워지겠지만 시장성과 영상산업적 성장 전망 측면에서는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야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현실판단으로 대응력을 확보해 나가야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영화가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영화를 최초로 상영한지 4년 후인 1899년 고종 황제시대에 미국인 여행가 버튼홈슨에 의해서이고 일반에게 소개된 것은 그로부터 또 4년 후인 1903년 국내 전차 공사 시공을 맡고 있던 미국인 기술진들이 외국의 풍물을 담은 영상물을 옥외 마당에서 상영하면서부터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 이후 1907년에는 서울 종로에 있는 황성기독교청년회관에서 환등기 대회가 열려 기독일대기, 태서풍경 등이 환등기를 통해 스크린에 비추어짐으로써 활동사진이라 명명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때의 영화는 무성활동사진으로써 설명자가 나와서 해설을 해주었는데 그 해설자 중에는 당시 공성학교 교장을 맡고 있던 월남 이상재 선생이 있었다는 점은 그만큼 당시에 영화가 신종소개물이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최초로 우리 손에 의해 영화가 제작, 상영되기 시작한 것은 1919년 단성사에서 공연중인 연극「의리적구투」에 영화 화면을 중간에 삽입 상영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으며 이어서 1923년 1월에 제작된「국경」과 동년 3월에 감독 윤백남이 배우 이월화, 권일청을 출연시켜「월하(月下)의 맹서(盟誓)」라는 영화를 제작 상영하면서 국내 영화가 제대로 틀을 갖추어 제작을 시도한 것 같다. 물론 현재 영화학자들간에는 한국의 최초 영화 시발을 놓고 1917년 제작된 바있다고 보는「과거(過去)의 죄(罪)」라고 주장하는 이와 이를 근거없다고 부정하고 1923년 제작된바 있는「국경(國境)」이라고 주장하는 이, 또 같은 해에 제작된「월하의 맹서」라는 주장 등 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이론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우리 영화상황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들의 타당성 여부는 논외로 하기로 한다.

이후 우리 영화는 일제시대 수난기를 거치면서 발전을 하지 못하다가 해방을 맞아 1946년 최인규 감독이 고려영화사를 설립하여 전창근, 황려히, 김승호를 출연시켜「자유만세」를 제작, 전국적으로 상영하여 장기흥행을 기록하면서 우리 영화산업이 본격적인 대중문화 상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1955년「춘향전」등을 시발로 국산 영화의 개화기가 시작되면서 60년대가지는 독점적 황금기를 누렸다. 당시의 영화 배우는 청소년은 물론 전 국민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전국 각 지방의 극장은 문화 향수의 유일무이한 시설로써 지역주민의 사랑을 한껏 받았었다. 그러나 70년대에 TV가 각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점차 그 위력을 잃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칼라 TV의 등장과 VTR의 개발 보급은 그때까지 안일한 상태에 머물러 있던 우리 영화산업에 치명타를 가하여 40대 이상 기성 세대의 발길을 영화관으로부터 철저하게 돌려 놓고 말았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하에서도 우리 영화산업에 있어서 발전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대 젊은 관객은 그래도 꾸준히 영화관을 찾고 있었고 VTR의 폭발적 보급은 그에 상응한 영상소프트웨어수요를 창출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자연적으로 많은 영화 프로그램공급을 필요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영화계는 이러한 영상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영화 산업적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80년대 후반 외국 영화의 국내 개방을 맞고만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냉엄한 국제 현실은 우리의 원망이나 투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적인 논리는 우리 영화사업의 생존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진다. 지금 우리 영화산업은 우기이면서 또한 기회의 상황이다.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여 직시하고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대응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국내 영화계의 취약점은 영세한 자본, 열악한 시설, 부족한 전문인력, 허술한 마케팅 등을 주된 요인으로 들 수 있고 또한 그간 정치·사회적 환경이 영화소재를 제한하고 있었던 점도 국내 영화산업 활성화 장애요인 중의 하나였음이 최근 최초로 경찰을 소재로 한 영화「투캅스」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음에서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종교 영화는 관련업계의 반발, 정치나 군관계는 관련 기관의 반발을 받는 등 영화소재 선택에서부터 그만큼 외국영화에 비해 불리한 여건하에 있었음을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영화의 소재는 관객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 첫 번째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영화 산업 취약 사항들을 빠른 시간내에 극복하고, 극장을 중심으로한 기존 영화 시장이 비디오, LD, CATV 등 홈엔터테인먼트 종합 영상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에 눈을 돌려 정부는 영상산업의 기반조성 지원에 적극 나서야되고, 영화계 등 관련업계는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독창적 아이디어개발에 모든 지혜를 쏟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관객은 자기 정서와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선택하는 것이지 애국심으로 국산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반적 상황인식에 바로미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영화산업 현실

가. 제작측면

□ 영화 제작 자본

현재 국내 110여개 극영화제작사 중 자기 자본만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10여개사 이내이며 대부분의 영화업자는 자기자본 40%, 대기업 또는 비디오 업계로부터 40%, 지방배급업자로부터 20%정도의 자금조달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흥행업자 또는 비디오업계로부터 자금조달형태는 현금 제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2개월∼3개월 기간의 어음형태로 제공받고 있는데 이러한 어음을 제공받은 영화사는 자금(현금)마련을 위해 제공받은 어음을 어음만기일 이전에 사채업자에게 할인하여 유통하고 있으며 할인율은 어음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10%∼30%의 할인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영화계의 내부사정이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이러한 기존‘충무로식’자금 조달방법에 한계를 노정시키고 있다.

우리 영화 1편을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일반적으로 평균 5∼6억원이고 대작일 경우는 10∼15억원 정도 소요되며 여기에다 광고비 등까지 계산하면 추가로 1∼2억원이 더 투입되게 된다. 만화 영화의 경우에 있어서는 작화 수준은 세계 영화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나 자본력 부족으로 국내 만화영화제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외국 만화영화 제작사로부터 작화수주를 받아 제공된 캐릭터와 스토리보드에 의해 작화작업을 한 후 수출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작화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만화업체는 500여 업체에 이르고 있고 년간 수출 물량은 1억불(약 800억원)에 달함으로써 대만과 더불어 세계 만화작화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력이 없어 우리 스스로 만화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고 외국에서의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음은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물론 현재의 국내 시장성만을 놓고 볼 때는 만화 영화 1편을 국내에서 제작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10분의 1정도로 절감되기 때문에「닌자거북이」이 같은 경우처럼 미국의 만화영화제 작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국내에서 작화와 애니메이션작업을 마친 후 수출하였다가 동영화가 완성된 후 다시 국내에 수입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1995년도 국내 CATV가 본격가동이 시작되면 어린이용 만화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많은 양이 소요되게 될 것이고 그에 필요한 모든 물량을 전적으로 외국의 수입에 의존한다 함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만화 영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장성이 매우 밝다는 점과 우리는 이미 우수한 국내작화인력을 확보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국내 대기업 자본은 이러한면에 투자의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또한 외국과의 합작도 만화 영화부터 시도해 봄이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리 국내에는 영화 제작이 필요한 돈(자본)이 없는 게 아니라 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비젼제시와 아이디어가 없음을 냉정하게 숙고해 봐야 될 것이다.

□ 기획력과 영화 산업적 기반 구축

우리 영화산업이 최근 침체되고 있는 것은 관객 감소로 인한 잇단 흥행 부진으로 영화사의 제작 능력 감소에서 그 직접적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무제한으로 들어오고 있는 외국 영화와의 시장 경쟁력 상실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경쟁력은 어떻게 해서 확보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시설·기술적인 측면에서 경쟁을 한다함은 무모한 노릇이다. 우리 국민의 정서와 취향에 맞는 영화를 먼저 찾아내어 적시에 관객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관객 취향, 사회적 동향, 홍보전략 등 치밀한 분석과 전략하에 제작에 임해야 한다.

영화는 제작자의 자본과 감독의 창의력에 의해 만들어내지만 흥행성공은 상품으로서의 산업적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기획을 중시한 영화인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과거 우리 영화를 만들므로해서 흥행 성공률이 전체 제작작품 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감에 의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있고 충분한 기획을 갖춘 영화가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해 볼 때는 철저하고도 치밀한 기획에 의한 작품은 그만큼 성공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획은 영화 제작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마케팅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되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우리 영화제작사들은 영세한 자기 자본과 제작후 관객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을 쉽게 해결하고자 지방 흥행업자, 비디오 판매업자에게 자기 영화에 대한 시장성 평가도 받지 않은 제작 완료 전단계에서 미리입도 선매함으로써 판권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영화 산업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충분한 기획에 의한 마케팅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며 이런 식으로 되풀이되는 한 우리 영화산업은 언제나 산업적 규모를 갖추지 못한 채 영세 군소업체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영화업계가 이렇듯 영화 산업적 기반이 극도로 취약한 것은 물론 전적으로 기획력 부재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80년대 이전에는 외국 영화와의 무한 경쟁 상태가 아닌 그야말로 독과점 시대였기 때문에 특별한 기획력 없이도 흥행 성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비경쟁 독점적 상태에서 얻어진 수익들을 국내 영화산업에 재투자를 하지 않음으로해서 당시의 여타 국내기업들중에서 가장 빈약한 중소기업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이제 21세기 영상 산업은 단순한 창의력만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기획, 자본, 창의력, 광고, 마케팅 등 산업적 전략이 과학적이고도 치밀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문적 기획을 위해서 기존 많은 영화사들이 한꺼번에 많은 인력을 확보함은 대단히 비경제적이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 하리라고 본다. 따라서 필요시에 원하는 전문기획을 제공받을 수 있는 영화 제작 기획 컨설팅 전문업체의 등장과 이의 활용도 적극 모색해 볼 만하다고 하겠다.

나. 영화시장 측면

□ 영화관

우리나라 영화 상영관은 1993년도 현재 전국적으로 669개소이고 그 중 170개소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고 규모별로 보면 대극장이 242개소, 300석이하 소극장이 427개소이다.

1961년 전국 극장이 302개소이었던 점에 비한다면 양적인 면에서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지만 국가 전체적인 성장 정도에 비추어볼 때 실질적으로는 늘어난 상태라고 볼 수 없고 더군다나 1982년 소극장(300석이하)설립을 신고제로 하면서 대극장은 줄어들고 소극장이 전체 영화관의 60%정도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히 증가됐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장들은 대부분이 건물을 일시 임대하여 극장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영세 극장주들로서 시설투자에 소홀히 함으로 인해 기성세대 성인 관객들의 외면을 초래해 극장 경영이 날로 어려워져 극장을 폐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 우리 영화관은 바뀌어져야 된다고 본다. 단순한 영화 상영관의 기능에서 현대인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발생되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쉬면서 즐길수 있는 안락한 문화 시설로 탈바꿈되어질 때에 관객들의 발길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일부 대기업들이 극장업에 직접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한 건물 내에 여러 형태의 영화관을 동시에 운영하는 새로운 복합 극장 형태가 시도되고 있다.

또한 영화, 연극, 무용 등 다목적용 공연장도 서울을 중심으로 대도시 등에서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등은 좋은 현상이라고 보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러한 다목적 공연장에서의 영화상영시 국산 영화 의무상영제 적용 문제이다. 현행 영화법 제26조 및 동법시행령 제20조의 3에 의하면 공연장의 경영자는 국산 영화를 연간상영일수의 5분의 2 이상 의무 상영토록 규정함으로써 영화를 상영하는 모든 공연장을 스크린쿼타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무대공연을 할 수 있는 소설 소극장을 설치할 수 없었던 80년대 이전에는 영화관에서 연극, 쇼 등 대부분의 무대 공연물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음에 따라 이들 영화관에서의 무대 공연 일수를 국산 영화 상영일수에 산입하여 왔다.

그러나 1981년 공연법 개정과 함께 상설 소극장이 급격히 증가한 80년대 후반부터는 실제 영화관에서의 무대공연이 거의 없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종합 공영장에서의 무대 공연 일수를 국산 영화 상영일수에 산입하여 인정해 주는 현재의 시책은 사실상 무대 공연물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에 실익을 주지 못하면서 편법 이용소지만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됨에 따라 향후 종합 공연장에 대한 국산 영화 의무 상영일수 적용에 있어서는 무대 공연물 등 기타 공연물을 제외한 영화만을 대상으로 적용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관에 대한 보다 근본적 지원은 한 해의 국산영화 의무 상영일수 조정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극장을 문화 시설로 올바르게 인식하여 시설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정책적 지원이 있어야만 된다고 본다.

□ 관객

〈표 1 연도별 영화관객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관객은 60년대를 시발로 매년 증가하여 1969년에는 국민 1인당 평균 영화관람 회수가 연평균 6회에 달할 정도였다.

물론 현재 중국의 연평균 14회(인구 11억에 년 150억명 관람:무료관객 포함)에 견준다면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현재 일본 연평균 1. 1회(인구 123백만에 년 138백만 관람), 프랑스 연평균 2. 1회(인구 56백만에 년 117백만 관람), 독일 연평균 4. 4회(인구 226백만에 년 10억명 관람)을 놓고 비교해 볼 때 60년대 말 70년대의 우리나라 극장 영화산업이 호황기 였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여타의 문화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인 터라 영화 상영극장에서 무대 공연물까지도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지방소재 극장은 그곳 주민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쇼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임에 따라 극장 한 번 안 가본 사람은 어린아이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 불과할 정도로 극장은 애용되었기 때문에 자연 관객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 칼라 텔레비전 시대 개막과 더불어 VTR의 대중적 보급은 극장 관객에 크게 영향을 미쳐 옛날의 유명 극장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지방에는 창고가, 중소도시에는 예식장이, 대도시에는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종종 보게 되어 세상변화의 무상함과 극장에 얽힌 그 옛날의 추억들이 사라져 가는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주의깊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점은 이러한 관객감소가 70년대 들어서 급격하게 이루어지다가 정작 TV, VTR 보급의 대중화가 거의 다 이루어지고 난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오히려 영화관 관객의 감소가 완만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거의 일정수의 관객이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엇을 나타내느냐 하면 아무리 TV, 비디오 등 대체 영상물이 각 가정에 보급되더라도 영화관에서의 대형 화면과 입체 음향이 주는 특성적 만족감을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일정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관객은 얼마든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표 1〉연도별 영화관객 현황



구분

연도별

전국

인구수

(천명)

극장

입장객수

(천명)

국민1인당

평균

관람 횟수

입장

매상액

(백만원)

전국평균

관람요금

(원)

비고

1961

1965

1969

1970

1973

1974

1975

1980

1985

1990

1991

1992

1993

25,498

28,327

30,738

31,435

32,905

33,786

34,688

38,197

40,466

43,520

43,862

53,801

44,056

58,608

121,697

173,043

166,349

114,625

97,375

75,597

53,770

48,098

53,459

52,196

47,110

48,230

2.3회

4.3회

5.6회

5.3회

3.5회

2.9회

2.2회

1.4회

1.2회

1.2회

1.2회

1.1회

1.1회

678

2,746

10,936

12,210

10,130

10,191

12,696

51,473

68,898

139,098

158,359

163,510

178,971

12원

23

64

73

88

104

168

957

1,432

2,602

3,034

3,471

3,711


최고관객

동원의해









다만 옛날에는 관객이 스스로 영화관을 찾았지만 지금은 다른 여타의 대체 영상물보다 더 좋은 화면, 음향, 편의 시설로 관객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부단한 노력, 다시 말해 관객 개발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때에, 한 번 만족을 경험한 관객은 자기 자신은 물론 또 다른 관객까지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표 2 최근 국산 영화 대 외국 영화의 관객 비교)

〈표 2〉최근 국산 영화 대 외국 영화의 관객 비교

구분

1990

1991

1992

1993

국산영화 관객

외국영화 관객

10,811,019명

42,648,261명

11,060,848명

41,135,806명

8,721,345명

38,389,130명

7,689,345명

40,541,443명

53,459,280명

52,196,654명

47,110,475명

48,230,788명



□ 배급구조

현재 국내 영화 유통 구조, 즉 배급망은 비공식적 관행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1973년도에‘사단법인 영화배급협회’를 공식적으로 설립하여 영화업자와 극장주 사이에 공정거래를 원할히 하여 공동이익을 추구한다는 목적하에 운영한 바 있으나 영화 제작업자들이 동 협회에 위탁하여 영화배급을 하는 방식을 기피하고 극장주 또한 협회 배정의 영화보다는 자기들이 선호하는 영화를 자기 극장에 상영하기를 원하는 등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협회의 배급 업무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1985년 해산되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는 전국을 6개 배급망으로 구분하여 영화제작사가 서울 및 부산의 개봉관에 직접 배급하고 여타 지역은 지역 영화배급사(지방흥행사)에게 쌍방 계약에 따른 일정 금액을 받고 배급 판권을 양도하는 간접 배급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서울 지역(개봉관 제외:개봉관은 제작사가 직접 배급)

·경강 지역(경기도와 강원도를 포함한 지역)

·호남 지역(제주도를 포함한 전남. 북 지역)

·경북 지역(대구직할시를 포함한 경상북도 지역)

·충청 지역(대전직할시를 포함한 충청남. 북도 지역)

·경남 지역(부산을 포함한 경상남도 지역)

우리 영화에 대한 체계적 유통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함에 따라 영화로부터 발생되는 각종 판권 권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음도 영화의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요인 중에 하나로 들 수 있다.

영화의 기업적 자산은 영화로부터 발생되는 각종 판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음에도 현재 국내 영화사들은 이에 대한 조직적 관리 체계가 미흡한 상태이다.

영화로 인한 판권은 극장 상영판권, 홈비디오 판권, 비디오 소극장용 판권, TV방영 판권, CATV방영판권, 해외수출 판권, 재상영판권 등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외에도 관련음반, 출판물, 캐릭터 상품 등 부수 판권까지를 더한다면 한 편의 영화가 지닌 재산적 가치는 실로 막대하다 하겠다.

영화산업에 대한 유통 체계(배급구조)의 합리적 현대화는 영화 이윤을 더욱더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화 제작전문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배급 등 마케팅 전무가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겠다.

다. 시설·기자재 측면

영화는 여타 공연물과는 달리 인간의 창의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촬영, 조명, 녹음, 현상 등 기계를 이용한 기술적 처리가 필수적으로 합성되어져야 한다.

더군다나 오늘날 현대 영화에 있어서는 특수 영상 처리가 매우 긴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이에 필요한 시설·기자재의 구비 여부는 전쟁터에서 탄약 구비 여부와 같다고 하겠다.

국내 영화 제작사가 자체 촬영시설 및 기자재를 보유한 영화사는 거의 없다.

일부 영화사가 촬영 카메라와 특수 컴퓨터 그래픽 시설을 미미 하나마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영화진흥공사의 촬영기, 음향, 효과기, 녹음기, 조명기, 강우기, 송풍기, 편집기, 자막기, 현상 시설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영화사의 촬영스케줄이 겹칠 때에는 촬영 기자재를 사용하기 위한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해외 촬영시에는 활영기자재를 현지에서 비싼 가격으로 임대하여야 되는 등 시간과 비용면에서 비효율적 제작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러한 실정은 기자재뿐만이 아니라 촬영 세트장, 특수 촬영 세트장, 특수 촬영스튜디오 등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세트장 설치를 위해 원거리 지방에 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점들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경기도 남양주군 소재에 종합촬영소를 건립중에 있다. 동 촬영소는 총 620억원이 공사비로 소요되는 대규모 종합 촬영소로서 40만평의 부지에 야외 촬영장, 수중촬영이 가능한 특수 촬영 스튜디오, 녹음편집 스튜디오, 대형 스튜디오, TV. 비디오용 스튜디오, 촬영 지원 시설, 전통 한옥 세트, 세트 보관 시설, 자료 시설 등이 건립됨으로 해서 비용과 시간, 질적인 면에서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젊은 영화 제작진들 중에서 의욕적으로 특수 촬영 카메라를 자체 구입하기도 하고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연구팀과 공동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특수 영상물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우리가 미국 영화「쥬라기 공원」에서 보았듯이 이제 영화산업은 모든 첨단 영상 기술이 동원된 차단 영상산업으로 변해가고 잇다. 「쥬라기 공원」제작시 6분 30초의 특수 영상물 제작을 위해 동영화의 총 제작비 6천만달러의 절반이 넘는 3천5백만달러(한화 약 300여억원)를 투입했다면은 쉽게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쥬라기 영화 제작팀은 미국의 SFA영화 특수효과를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는 조지루카스의 ILM회사(산업적인 빛과 마술추구)에 도박이라 할 정도의 거액을 투자하여 공룡을 특수영상 처리 하도록 의뢰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만든 영화는 세계 영화 1백년 사상 가장 최고의 흥행을 기록함으로써 그것이 결코 도박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의한 기획이었음을 입증시켜주고 있다.

「쥬라기 공원」이전까지는 역시 SFX영화「ET」가 세운 7억1백40만달러가 최고 흥행 기록이었으나 쥬라기 공원은 10억달러에 육박함으로써 영화 한 편의 수익이 1조원에 달하는 놀라운 일이 지금 세계 영상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특수 영상 처리라는 기술과 시설이 인간의 창의력과 어울어져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우리는 그저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도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끊임없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 제작 기획시에는 이러한 각종 시설 기자재를 초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도 영화 흥행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라. 전문인력 측면

영화 전문인력이라 한다면 기획자, 시나리오작가, 연출가, 연기인, 촬영, 녹음 관련 기술인 등 매우 다양하고 많다. 이외에도 제작자, 배급자, 영화관 운영 관계자, 홍보 담당자, 음악, 미술인들도 넓게 보면 영화 관계 전문인력이다.

국내 영화 관계 종사자는 5천명내외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연기, 연출, 기술 등 영화인이 약 1, 500명 정도, 극영화, 비극영화 합해서 영화 제작자가 200명 정도, 영화관 운영자가 700명 정도, 영사기사 등 필름관계 자격증 소지자가 약1, 400명 정도, 이외에 광고, 미술, 무대 장치, 마케팅, 기타 관련 업무 종사자가 약 1, 000명 정도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우리 영화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영화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고도의 전문인력은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촬영, 녹음, 특수촬영, 애니메이션, 컴퓨터 그래픽 분야 등에서 누구를 거명하기 조차 힘들정도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려면 우선 국내에 몇 명 안되는 이들을 먼저 확보해야 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화 제작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도 연출 분야에는 최근 젊고 유능한 감독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본다.

그리고 한 가지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최근 각 대학 영화과 지망생이 수학 능력 시험 상위그룹의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영화진흥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영화아카데미 지망생도 국내 최고 명문대 출신의 우수인력들이 평균 15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우리 영상 분야의 폭넓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앞으로 우리 영상 발전에 희망을 가져도 될 것이다.

마. 우리 영화 수출 측면

지금의 우리 영화 수출 산업은 수출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 규모가 아주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외화 수입에 비해 0. 5%정도이니 수입과 수출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겠다.

우리 영화 수출도 한때는(1971년도)201편이나 수출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인 적도 있었다. 그때의 편당 평균 수출 가격은 4, 500달러이고 연간 수출 총액은 1백만달러 정도였다. 지금과의 물가 수준에 비교한다면 대단한 액수라 할 수 있다.

그때의 주요 수출 대상 국가는 필리핀, 홍콩, 대만 등 동남아 지역과 일본, 미국 등 교포 거주 지역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3년도에 14편 수출에 총 149천달러가 우리 영화 연간 수출 실적이니 유구무언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몇 편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저급한 성애물로써 대부분 일본 소극장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원인이 있다. 전 세계가 미국 허리우드영화에 길들여져 있어 우리 영화가 세계 시장에 발붙이기기 그만큼 어려워졌고 동남아 시장에서도 오락성 홍콩영화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어정쩡한 우리 영화로서 진출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영화 수출은 특징있는 작품성 영화, 만화 영화, 확실한 오락 영화, 다국적 합작을 통한 합작 영화 등을 통한 수출 시도와 제작시부터 해외 전문 배급사와의 사전 마케팅전략 구축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