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강원

각종 경축행사 겹쳐 한껏 고조된 축제열기




이홍섭 / 강원일보 문화부 기자

6월은 축제의 달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강릉 단오제가 무려 1백만명 참여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고 비슷한 시기에 열린 삼척 죽서제가 시·군 통합 열기속에 신명하는 한마당 축제판을 벌였다.

삼척은 규모면에서 도내 최고인 삼척문예회관 개관 경축행사가 겹쳐 축제열기가 한껏 고조됐다.

이외에도 도민체육대회가 열리는 속초에서 속초종합예술제가 열렸고, 춘천·강릉에서 좋은 음악무대가 마련돼 눈길을 좋았다.

강릉 단오제

경건한 신앙과 질펀한 놀이, 그리고 난장이 어우러지는 국내 최대의 민속축제인 강릉 단오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단오날을 전후한 6월 11∼15일 강릉 남대천 단오장에서 펼쳐졌다.

할머니들이 점거(?)한 굿판, 풍자와 해학의 관노가면극 연희장, 서커스단의 흘러간 옛노래와 원숭이, 초능력(?)을 지닌 약장수들. . . . . 올해 단오제의 풍경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일상에서의 해방감과 일탈감을 만끽하게 해주는 숱한 자산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8가지에 이르는 지정문화재 행사를 비롯, 민속·예술·체육·경축 부문의 총 45개 행사가 마련된 이번 단오제는 전통·현대 행사의 구분없이 대부분의 행사장이 발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루었다.

'94 한국방문의 해 10대 민속축제로 선정된 올해 강릉 단오제 참여 인원은 1백만명, 강원도 인구가 1백 70만 명 선을 오락가락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벌어진 입을 다물기 어려운 숫자임에 틀림없다.

남대천 제방둑을 계단으로 변조, 3백 50개의 관람석을 마련한점, 올해 처음으로 청소년들의 단오장 출입을 자유화한 점, 관광통역요원을 구성, 국제적 축제로의 비상을 시도함 점 등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희소식이 많았던 것도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 했다.

삼척문예회관 개관

강릉·춘천·원주에 이어 삼척에서 최신 설비를 갖춘 삼척문예회관이 개관했다.

지난 1991년 착공, 4년여의 공정 끝에 완공해 지난 6월 4일 개관 테이프를 끊은 삼척문예회관은 규모면에서 도내 최대를 자랑한다. 부지 6천8백여평, 연건평 1천6백여평에 8백64석의 대공연장과 2백48석의 소공연장, 1천2백석의 야외공연장, 2백98평의 전시관을 갖춘 매며드급 예술공간이다.

삼척시는 삼척출신 춤꾼 홍웅기씨의 전통춤 공연을 비롯, 공연 13건, 전시 6건 등 총 19건의 다채로운 경축행사를 마련,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외국 단체로 러시아국립뮤지컬 아동극장의 인형극「백조와 소녀」가 초청공연됐고 나머지 행사는 모두 국내 예술인들의 무대로 꾸며졌다.

공연으로는 '94 국악의 해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국악대공연, 오현명, 박성원, 신동호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꾸민 가곡의 밤, 삼척극단 척주의「봄·봄」공연 등이, 전시회로는 삼척문화원이 주관한 한국화전, 삼척미술협회가 주관한 서양화전 등이 눈길을 모았다.

한편 경축행사 기간 중 열린 죽서문화제(9∼13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삼척 고유의 무속굿 오금잠제가 재현돼 주목을 끌었다.

음 악

6월 9일과 10일 춘천종합문예회관에서는 김자경 오페라단의「세빌리아의 이발사」공연이 성황리에 열렸다.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올려진 이번 춘천무대는 춘천시가 문예회관 개관 1주년을 기념, 5천만원을 들여 초청한 무대였다.

김자경 이사장은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이라는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며 오케스트라 풀 가동 등 공연에 최선을 다했다.

부천시립교향악단의 반주와 독일의 요하네스 헤겔 도르프 연출로 펼쳐진 이번 무대에는 익살스러운 이발사 피가로 역을 바리톤 김범진, 김관동씨, 곡마다 기교가 넘치는 로지나 역을 소프라노 신애경·이연화씨가 맡아 열연했다.

특히 강원대 음대 조교수로 재직중인 이연화씨는 제자들을 배출하는 춘천에서 처음 갖는 무대여서 돋보였다. 이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74년 모차르트의「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이후 김자경오페라단에서 활동해 왔다. 이번 공연은 김자경오페라단의 창단 26주년 기념 및 46회 정기공연 무대였다.

춘천과 강릉의 시립교향악단이 6월 16일과 17일 지역문예회관에서 각각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제33회 정기연주회를 펼친 춘천 시립교향악단은 전임지휘자인 이한돈 강원대 교수의 지휘로「한국 작품의 밤」이란 주제하에 다채로운 곡을 선보였다.

한양대 양연섭 교수(가야금)와 강원대 이강순 교수(피아노)가 협연으로 나서 김희조 곡 박상근류 가야금과 관현악 산조를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굿모리, 자진모리, 휘모리가락으로 연주했으며 김현옥 곡 피아노 협주곡 1번 아랑의 정조와 러시아 교포 정추씨가 작곡한 한국 주제에 의한 교향조곡이 초연돼 눈길을 모았다.

특히 김현옥 강원대 교수가 작곡한 아랑의 종조는 백제 미인 아랑의 아름다운 사랑과 정조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으로 이번 연주회를 위해 특별히 작곡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춘천시향은 지난 3월 28일 정기 연주회로「모차르트의 밤」을 각각 마련하는 등 주제별 연주회로 내실을 다져왔다.

특히 올해 들어 음악 감독에 오동일 강원대 교수, 상임 지휘에 이한돈 강원대 교수가 자리잡으면서 안정감을 얻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제4회 정기연주회를 펼친 강릉 시향은 관동대 유석원 교수의 지휘로 베버의「마탄의 사수」를 비롯 브루흐의「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사단조 작품 26」, 멘델스존의「교향곡 4번, 가장조 작품 90번 이탈리아」등을 연주했고, 선화예중 2학년에 재학중인 박시령 양의 바이올린 협연 무대도 꾸몄다. 박시령 양은 강릉 남강국민학교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지난 1992년 YMCA 어린이 음악경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고 같은 해 강릉페스티벌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을 가진 재원이다.

춘천시향은 오는 7월, 강릉시향은 오는 9월 각각 연주회를 계획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연극

원주 연극사상 처음으로 한 작품이 한달간 지속적으로 공연돼 주목을 끌었다.

지역극단‘산야’가 중견 연극인 이일섭씨를 초청, 함께 꾸민 이번 무대는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원주 밝음신협극장, 밝은마당 무대에 올려진다. 작품은 테네시 윌리엄스 작「유리 동물원」.

그동안 10일간 올려졌던「철수와 만수」가 최고 기록인 원주에서 느닷없이 장기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전문연극인 발굴과 연극의 저변확대, 문화공간에의 활력 부여등 애틋한 꿈이 담겨 있다.

장기공연에는 연출을 담당한 이일섭씨와 김미화, 이상미, 박범규씨등 산야 단원들, 상지대 김기준군이 각각 출연한다.

사진

'한국어 중국어 영어 표기의 책들과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미국신문’

속초출신의 사진작가 백남숙씨가 한국인 부인, 중국인 남편, 미국인 자녀로 이뤄진‘다국적’가정의 생활사를 담은 이색 사진전「나, 我&I」전을 6월 7일∼11일 속초문화원 전시실에서 열었다.

서가의 풍경을 담은 사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백씨의 카메라렌즈에 포착된 가정은 다국적의 모자이크 가정이다.

백씨는 총 22장의 사진을 통해 한국여성이 화교청년과 결혼 후 도미, 미국국적의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 미국이민생활사의 고달픔을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 전시회 제목은 이 이민가정의 세 가지 다른 자아를 표현한 것으로 모델은 백씨가 지난해 샌트란시스코 유학중 세들었던 집주인 왕씨 부부였다.

한국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해 침대 대신 전기장판에 담요를 덮고 한국 비디오를 시청하는 왕씨 부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백씨는 신구전문데 졸업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칼리지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부문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