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 시장에도 국제경쟁력 뒷받침 돼야
김용환 /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위원
1. 교육시장개방은 농수산물 개방과는 다른 것이다. -들어가는 말
1986년 9월에 출범되어 7년 이상을 끌어오던 '우루과이 라운드'(이하 UR)협상이 수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지난해(1993년) 12월 15일 타결되었다. 우리에게 UR협상의 타결은 무엇보다도 '쌀시장 개방'이라는 등식으로 다가와 농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국민들도 이에 심정적 동의를 하는 등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반면에, '교육시장개방'은 사회의 상대적인 무관심 속에 있으며 극소수의 관계 전문가들만이 관심을 기울이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국의 교육기관이 진출하여 국내의 교육시장을 잠식한다는 것은 농수산물이나 공산업 부문의 개방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왜냐하면 냉정한 현실판단과 이를 토대로 한 대응전략의 수립없는 교육시장 개방은, 선진외국에 비하여 모든 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우리 교육시장의 상당부문 잠식을 초래할 것이며, 그 결과 교육의 대외 종속 및 국민들의 가치관과 의식에 혼돈을 초래, 나아가서는 문화적 주체의식이 와해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우려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국내의 예술교육시장, 그 중에서도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음악교육시장을 중심으로 현황 파악 및 문제점을 진단하고,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진출형태 및 파급효과를 예상해 보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2. 교육시장의 개념, 그 파급효과와 범위
교육시장이 개방된다고 할 때, 우리는 먼저 그 개념(한준상, 「교육개방과 한국교육의 개혁과제」, 『교육개방과 우리의 교육』(포럼21), 한백연구재단편, 1994년 봄, 제9집중에서, 48쪽 이하)을 정리해 보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 파급효과의 범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시장은 '우루과이 라운드'의 서비스교역 협상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규정된 '서비스'는 공공행정과 국방영역 등의 정부활동을 제외하고 교역이 가능한 모든 활동을 지칭한다. 따라서 교육서비스 시장이라는 개념은 교육공학용 기재생산 산업시장, 교육교재교구 및 산업시장과 같은 협의의 교육산업 시장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정규 및 비정규 교육기관을 통하여 전달되는 교육서비스 산업과 그에 딸린 일련의 교육활동 모두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교수와 학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육기자재(음악의 경우 악보, 악기, 참고자료, 기기 등)의 제조 및 판매사업, 각종 직업훈련 및 기술연수, 각종 사설학원 및 강습소, 교과서나 학습교재, 참고서적 등 교육출판업 그리고 교육시청각 기기로부터 컴퓨터 보조학습(CAI), 유선 텔레비전방송(CATV) 등에 이르는 일련의 과학 교육 기재, 교사설계 및 건축 등의 생산과 판매 및 중개를 행하는 교육산업이 총망라된다. 말하자면 교육시장이란 유아교육에서 시작하여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문대학, 4년제 대학, 특수교육기관, 전문강습소와 일반 강습소 등의 활동과 관련된 교육적 서비스 활동 모두가 해당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분야를 포괄한다.
3. 1997년에 정규 및 비정규 교육기관의 대외개방은 필수불가결-국내 교육시장의 개방 일정
1993년에 체결된 「UR 서비스 협상 최종개방 계획서」에도 한국은 GATT사무국이 분류한 11개 분야 155개 업종의 서비스 중에서 '교육', '보건사회' 및 '문화', '오락', '스포츠'의 3개 분야를 제외한 8개 분야 78개 업종을 양허하였다. 그러나 예를 들어 영화부문이 UR협상과는 별도의 협상을 통하여 점진적인 개방을 해왔듯이 교육시장 개방 역시 별도의 협상으로 개방 일정이 잡혀 있다. 즉, 1993년에 개최된 미국과의 양자협정인 「한미 투자환경 개선협의」의 결과 이행을 위한 미국 측의 조기개방 요구가 주요 배경요인으로 작용하여 정부는 동년 7월, 「신 경제 외국인투자 5개년 예시계획」을 발표하였고, 1994년 6월 11일에는 이 계획을 일부 수정하여 분야별로 단계적인 개방일정을 다음과 같이 확정 공고하였다(중앙일보, 6월 11일자).
1995년: 전문 강습소의 개방-예체능계를 제외한 기술계 전문학원 40%개방, 전문학원 (산업디자인, 항공, 섬유산업 등) 350개 교습과정 중 143개에 대해 내국인과 합작하고 외국인의 지분을 49%로 제한 -외국어 학원의 개방, 외국어 학원은 각 시도에 1개소씩 시범 개방
1996년: 나머지 전문학원 및 외국어 학원의 본격 개방 대학시장 개방의 경우, 국제무역다자간회의 협상을 통해 일정 확정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당초 내년에 개방키로 한 '예체능계열'의 전문학원은 영세한 국내 학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가급적 개방의 시기를 늦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예체능계 전문학원뿐만 아니라 1996년에 국제무역다자간회의 협상을 통하여 개방검토를 약속한 고등교육 부문(대학 이상)역시 무한정 그 시기를 늦출 수는 없다. 1996년 한국의 OECD가입(「교육개방엔 질 개선 대응을」, 『세계일보』, 1994년 2월 28일자의 사설, 1994년 6월 1일자 조선일보는 정부가 금년 12월에 OECD가입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였다)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1997년에 정규 및 비정규 교육기관의 대외개방은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가 OECD에 가입할 경우 OECD의 '자본 자유화 규약'에 의하여 자본에 대한 규제가 해제가 되고 가입국들은 어느 곳에서나 설립투자를 할 수 있으며 더 이상의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규 면에서는 그 동안 제조업, 첨단 서비스업, 보험업 등 3개 업종에만 허용해 온 외국기업의 업무용 토지취득이 이미 1993년 7월부터 전 업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어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남효정, 「UR협상 타결 이후 교육시장 개방을 전망해본다」. 『피아노 음악』, 1994년 2월 호 중에서, 43쪽 이하). 아울러서 정부는 국내교육의 국제화와 교육개방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교육법 '제9장의 3'에 '국제교육 및 국제협력' 의 장을 신설한 바 있다(1993년 12월 27일).
4. 우리 교육시장의 현황은 어떠한가?
한국의 OECD의 가입으로 국내 교육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는 것은 우리의 현상황을 고려해 볼 때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이것은 현재 우리의 교육시장이 처한 상황을 진단해보면 곧바로 결론지어진다. 우리 교육시장의 현황은 어떠한가? 한국의 교육시장은 한 마디로 말해서 방대한 규모와 그 중에서 사립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이들 사립기관들의 대부분이 내실 있는 성장부재, 부채규모의 과다 비중 등의 취약한 재정구조로 인하여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언하자면, 1992년을 기준으로 볼 때, 79개 대학의 전체 부채는 총 2천1백21억7천8백만원이며, 이 액수는 한 학교당 평균 27억 원의 빚을 안고 있다는 뜻이 된다. 1992년도 사립대학의 자금운영 결산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30%가 부채 수입이고, 지출의 15%가 이자를 지급하는데 쓰여졌다. 부채에 따른 이자 지급이 80년대 초에 비하여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영세자본의 취약구조로 우리의 대학기관은 전문교수요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평균 33.3명으로 일본(9.7명), 이태리(9.8명), 독일(8.6명)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쟁 상대국인 홍콩(13.0명), 싱가폴(11.2명), 아르헨티나(12.9명)에도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에 있어서도 홍콩, 말레이시아 수준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델파이 리서치」, 같은 곳, 23쪽). 국내 대학기관의 수업율은 선진국의 대학에 비하여 40~60%이며, 도서확보율 역시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시설 및 교육여건 등에 있어서 선진 외국 교육기관에 비하여 현저한 비교 열세에 있다. 이렇듯 그동안 내실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한 채 양적 팽창만을 거듭해 온 우리의 대학기관(특히 사립기관)들이 추후 도산 내지 폐교의 지경까지 치달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예상의 근거로는 60년대 산아제한 정책의 파급효과로 인한 대학 입학학력 인력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등교육기관의 정원 확대를 들 수 있다. 즉, 1991년 90여만 명에 달하던 대학 학력인구(18세)는 1997년 64만 6천명으로 감소하고, 2001년 77만 4천명으로 약간 증가했다가 2005년에는 63만 2천명으로 급속히 감소한다는 점이다. 재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자들을 포함하더라도 대학입학 지원자는 1991년 96만 1천여 명, 1996년에는 69만여 명, 2005년에는 46만 5천여 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1992년∼1996년까지의 대학은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4년제 대학은 매해 6천명, 전문대는 1만 5천명씩 증원될 전망이며, 1996년 이후 대학 정원이 동결된다고 가정하더라도 2002년에는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입학 경쟁률이 0.9대 1이 되어 대학 지원자가 대학정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한국 대학교육협의회가 1991년에 발표한 「대학발전 10개년 계획」과 동년 통계청이 발표한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통계부문 계획」참고). 게다가 정부는 최근 그 동안 수도권 대학에 적용했던 인문사회계열의 대학정원 동결규제의 해제를 발표하였고 (조선일보, 1994년 6월 2일자), 따라서 추후 각 대학의 입학경쟁률은 위의 예상치 보다 훨씬 밑돌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각 대학은 이제 '학생 선발'이 아닌 '학생모집'에 발벗고 나서야 할 상황이다. 이렇듯 국내의 일반대학이 가지는 전반적 문제점에다가 예술계 대학, 특히 음악대학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은 이러한 상황을 더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음악대학 대부분이 서양음악 연주의 실기교육을 위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종합대학에 있는 음악대학은 12개, 종합대학 내 음악학부는 15개, 그리고 종합대학 내 음악과는 2개교이다. 그리고 종합대학 사범대학 내의 음악교육과, 전문대학 내의 음악학부와 음악과, 그 외 교육대학과 각종 신학교 내의 음악과까지 합하면 전국의 음악대학은 약 70개교에 육박하고 있다. 전공별로는 양악과 국악의 비율이 약 10:1이며, 학생 수 역시 약 10:1이 된다. 현재 양악 전공 재학생 수는 2만이 넘고, 지난 20년간 배출된 음악 전공자는 10만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김춘미, 「교육시장 개방과 음악교육제도 및 구조개편의 방향」,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연구소 제2회 심포지엄;『교육시장 개방과 한국의 음악교육』중에서, 1994년, 45쪽).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유명음악대학(원)이 국내에 진출하여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수진, '본토서양음악의 정수', 거대한 자본을 토대로 한 우수한 교육시설 등을 앞세울 경우, 국내외 음악교육기관들이 위기에 빠질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여기에 외국학위를 선호하는 국민의식과 교육시장 개방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반응(53.7%)(이것은 KDI부설 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연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은 국내 교육기관의 정원미달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고, 대학운영 예산의 약 80% (미국의 경우는 40%, 일본은 60%이다. 반면 국고지원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20%이고 우리는 겨우 2%에 불과해, 이 점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를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기관들은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할 것이며 이에 따른 재정결손의 심화 등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쉽게 짐작된다는 말이다.
개방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학원가를 포함한 사회교육 부문은 이보다 더한 위기 상황이다. 사회교육 부문 역시 방대한 시장규모와 교육내용의 비전문성, 시설의 영세성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학원연합회의 집계에 따르면 1993년 6월 현재, 과외교습소를 제외한 총 정규학원 수는 5만 3천여 개(각 부문별 학원 수는 다음과 같다. 음악 : 7,774, 미술 : 5,703, 컴퓨터 : 4,586, 입시 : 1,701, 외국어 : 1,695, 전자 : 289, 요리 : 94)이며, 연평균 수강생 수는 약 1,300만 명이 수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식 집계된 연간 학원수강료 총액은 약 2조 63억 원이며 학원 내부 추정자료에 의한 비공식 액수로는 4조 원에 달하고 있다(「학원교육 대외개방에 대한 국내학원의 입장 및 건의 」, 한국학원총연합회 편, 1994년, 1쪽). 이러한 방대한 시장 규모에 반하여 교육의 내적 충실지수, 즉 자본, 교육시설, 전문교수요원 및 강사인력의 자격과 확보율, 교육 프로그램의 전문성 및 효과성, 운영기술 등은 외국학원에 비해 형편없는 열세에 처해 있다. 각 학원의 평균 수강생 수는 64명이고, 평균 강사규모는 1.9명, 전체 학원의 약 65%가 3명 미만의 강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전체학원의 84%가 건물을 임차해서 운영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소형 영세학원의 열악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최운실, 「주제발표 2에 대한 토론」,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대비한 교육의 과제』, 앞의 곳, 59쪽 이하), 학원교육의 전문성과 강사의 자질도 심각한 지경이다. 현재 강사의 자격기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강사가 28%, 학력이 전문대학 이하인 강사가 약 55%나 되고 있다(「델파이 리서치」, 교육개방과 우리의 교육 (포럼 21), 한백연구재단편, 1994년 봄호(제9집), 23쪽)
이러한 상황에서도 기술인력의 수요증대와 산업구조의 개편에 따라 수요는 현재보다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규모 교육자본을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시설과 전문인력을 앞세우는 외국의 대형 전문학원들이 몰려올 경우, 수강생의 이동은 당연히 외국기관들로 몰릴 것이며, 이는 곧 국내 영세학원들의 도산과 직결되는 것이다.
음악관련 산업의 경우에도 그 부정적 영향 또한 대단히 심각하다. 세계 정상급의 연주자 군단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국내에서 음악을 비롯한 예술공연의 기획과 관리 및 경영을 시작할 경우, 영세한 국내 기업들의 초토화는 눈으로 보듯 환하게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음반시장(3,700억 원 규모)에 외국기업의 음반제작이나 첨단의 Audio/Video상품의 제작 및 보급이 본격화되면 외국 음악문화에의 식민지는 시간문제이며, 1995년 이후에는 베른협약에 따라 예술저작권에 의한 선진국에의 로열티 지불이 가동될 것이므로 우리의 국제경쟁력 제고가 따르지 못할 경우 저작권 지불의 엄청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5. 외국(음악)교육기관의 진출형태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진출 형태로는 우루과이 라운드의 교육서비스 부문 협상에서 규정하는 개방형식과 관련시켜 다음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외국인이 직접 투자를 하여 국내에 교육기관(대학 또는 학원)을 설립하고 경영진과 교수진의 일부를 파견하는 경우이다.
2. 외국대학의 분교(원)를 설치하되 분교(원)의 설립과 경영은 내국인이 담당 또는 내국인과의 공동출자를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3. 외국대학이 국내의 기존대학과 계약을 하여 본교에서 교수요원 및 교육과정 등의 학사조직을 파견하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4. 외국의 교육기관이 국내에 교육과정, 운영방식, 교육방법만 제공하고 외국교육기관의 명칭을 사용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로열티를 받게 되는 이른바 '후렌차이즈 franchise' 시스템의 운영형태이다.
5. 그 외, 위성통신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교육이 있다.
위의 형태는 모두 우루과이 라운드의 협상의 '국경간 이동', '상업적 주재의 자유화'와 '인력이동의 자유화'의 원칙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논문 「UR협상타결과 국내교육시장 개방」, 『교육시장 개방과 한국의 음악교육』중에서, 한국예술연구소편, 1994, 12쪽 이하 참고). 이러한 유형을 음악대학 부문과 연관시켜 본다면, 다음과 같은 진출형태(위의 곳, 7쪽 이하)를 예상할 수 있다.
1. 국내 자본이나 국내 기존대학과의 합작 아래 공동으로 운영하는 음악학교 및 음악원의 신설이다. 또는 외국의 투자자가 국내 대학(또는 학원)을 인수하여 외국의 음악교육기관으로 변경하여 신설, 운영할 수 있다.
2. 외국교육기관의 단독 출자에 의한 음악학교의 설립 및 운영의 경우가 있다. 이때, 정규 음악대학(음악학교, 음악원)의 설립의 경우는 1993년도에 예고된 '대학설립인가 기준 예고제'에 의하여 설립요건(정부는 고등교육기관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대학설립인가 기준 예고제'를 1993년 고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일반대학(25개 학과 1천250명의 입학정원) 설립의 경우, 시설 대치를 제외한 교육시설 및 설비의 투자 규모를 1천202억 원 이상, 개방대학(10개학과, 800명의 입학정원) 설립의 경우 335억 원 이상, 그리고 전문대학(8개학과, 640명 입학정원) 설립의 경우 203억 원 이상으로 그 기준을 예시하였다. 이 기준은 본교와 분교의 설립에 차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편, 학원설립운영에 관해서도 현재 관계 법률 및 동시행령의 개정을 추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1994년 상반기에 외국인 투자에 관한 규정중에 학원 개방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 대한 인가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라 한다(김성동, 같은 글, 28쪽 참고). 이것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된다
3. 외국의 유명 음악대학이나 음악원이 단독으로 분교를 설치하거나 국내의 특정 음악대학(원)을 분교(원)로 지정하여 합작 운영하는 형태이다.
4. 대학의 캠퍼스가 없이 집중적인 수업(레슨 형태) 및 교과과정을 운영을 통한 교외학위제도off campus program의 운영 또는 국내 음악교육 기관과의 공동학위 인정 프로그램 운영 및 일정기간 국내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본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수료하여 학위를 받는 운영형태이다. 이러한 유형의 외국교육기관의 진출은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아의 국립 소피아 음악원, 폴란드의 쇼팽 음악원이 '마스터 클래스'라는 명칭 아래 수년 전부터 이미 운영하고 있다.
6. 교육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우리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
교육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우리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부정적인 면으로는 각기 자국의 역사와 문화, 국민의식 및 사회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외국의 교육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그들의 교육기관이 우리 나라에 진출하여 비판과정을 거쳐 수용되지 않고 오로지 기능적인 효율만을 부각시켜 국민을 교육시킴으로써 우리의 교육전통, 문화적 가치관 및 도덕적 관념에 이르기까지 국민 정신세계에 편협한 교육의 단편을 심어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국내교육시장 진출 목적이 한국 국민을 위한 훌륭한 교육의 실시가 아니라 철저한 비즈니스 차원에서의 이윤추구와 자국의 문화전파에 있고, 이러한 교육의 수혜자가 어린아이부터 청소년층을 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그 동안의 입시위주의 교육정책과 문화정책의 빈곤으로 인한 결과로 민족혼과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문화 및 교육의 식민화, 의식의 식민화 그리고 대외 종속화를 비롯하여 국내교육기관의 자생력이 위축되고 외국교육기관의 교육서비스를 향유하지 못하는 계층의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 등 (김성동,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교육체제의 대응방향과 과제」,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대비한 교육의 과제』(제7차 교육정책포럼)중에서, 한국교육개발원편, 1994년 4월 호 24쪽)이 초래될 수 있다. 반면,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외국의 유수 교육기관을 통하여 그들의 우수한 최신 교육프로그램이 국내에 유입되고, 국내 그리고 외국 교육기관과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자유경쟁체제가 구축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내교육의 국제경쟁력이 강화 및 촉진된다는 점이다. 즉, 외국교육기관의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 교수진들의 우수한 실기, 뿐만 아니라 최첨단 현대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컴퓨터음악, Audio/Video테크닉, 오페라 분야에서 연출을 비롯한 무대장치, 소품, 장식 등의 무대기술, 방송음악, 대중음악, 광고음악 등등의 음악실기 부문의 다양한 분야에서 질 높은 음악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음악교육의 취약부문으로 되어 있는 음악관련 비실기 전문인력, 예를 들어 기자, PD, 비평가, 음악학자, 음악행정가, 음악매니지먼트, 사운드 엔지니어링 등의 부문 역시도 외국교육기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되어 있고, 이 부문의 고급인력을 보다 전문화 된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교육기관의 진출이 예상되며 국민들은 이 부문에서의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기회가 다양화되고 국내 학문 및 기술의 국제화와 다원적 국제 관계망의 형성을 통한 지식정보 기술의 교류가능성이 신속해지며 국내 교육의 해외진출 촉진을 통한 한국문화의 국제적 보급 및 확산 등도 긍정적인 면으로 생각될 수 있다(최운실, 「교육분야 대외개방정책에 따른 외국학원 국내 진출의 대응전략」, 『외국학원 설립개방에 관한 세미나 및 대책회의 』중에서, 한국학원총연합회 편찬, 서울 1993년, 11쪽, 박거용「UR과 한국의 교육·문화, 『민교협월보』, 제19쪽(1994년 4월 호)중에서, 36쪽). 그밖에 외국대학의 국내 분교 신설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동시에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1)지방대학의 활성화의 돌파구가 마련되며, 2)현재 사회문제로 되어 있는 박사실업자군의 고용 및 취업에 기여, 3)교수 및 사무직원의 신규채용을 통한 투자효과에 대한 지적도 있다(한준상, 같은글, 58쪽 이하)
7. 교육계 전반에 대한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게 한다-우리의 대처방안
위에서 살펴본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이러한 양면적 파급효과는 우리로 하여금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이 극대화되도록, 우리 교육계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은 하나둘의 시정과 보완이 아닌 총체적이고 획기적인 개혁을 바탕으로 수정이 가능하며, 이로써 바야흐로 돌입하게 될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국내 교육시장의 대외적 개방은 이점에 있어서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기회에 우리는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구조, 교과과정의 재편성 및 신설, 교육시장의 질 관리 그리고 우리 교육의 해외 수출 가능성까지 모색하는, 즉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경쟁력을 갖춘 교육체계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각 교육기관들은 기존의 무조건적인 양적 팽창을 지양하고 대학의 규모를 적정화해야 하며 외부 감사에 의한 회계공개를 통한 합리적인 운영체계를 갖추는 등의 경영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그 동안의 방만한 운영체계를 수정하고 예산 절감을 위하여 학과를 대대적으로 통폐합하거나 대학간의 협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분교를 폐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각 대학기관은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각기 나름대로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리고 이를 위한 교과과정의 대폭적인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교과과정의 내용은 당연히 현사회에서 어떠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회의 여러 부문은 급속한 속도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인력양성을 해야 하는 대학기관들은 수십년 전의, 그리고 획일화된 커리큘럼을 고집하는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우리 교육계의 실정이다. 음악대학의 경우 어정쩡한 연주가 양성만을 위한 현재의 커리큘럼을 과감히 수정하여 현재 및 미래의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문을 음악대학별로 특성화 및 전문화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교육시장 개방에 즈음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각 음악대학들은 그 동안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하되, 냉철한 현실판단을 하여 분야별로 각 대학의 특성, 그 동안의 축적된 노하우, 교수인력 등을 고려하여 장기계획을 세우고 학문중심 또는 연주중심의 대학, 그 중에서도 어느 세부 분야나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 발전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혁신의 실행을 위해서는 관계법령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고 각 대학에 대폭적인 자율권을 주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3. 국제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음악교육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인식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수출용 교육상품으로는 따라서 한국의 전통음악 부문에서 연주 및 작곡을 비롯하여 음악의 제반 분과(이론, 철학, 교수법 등)를 우선적으로 들 수 있다. 이 분야에서 보다 효율적인 체계를 확립하고, 컴퓨터 CD ROM Title, Audio/Video Tape, Laser Disk 등의 최첨단 영상 매체를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공연기획사'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즉, 눈앞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외국의 유명단체 및 연주자만 거액의 외화를 지불하며 국내로 불러들이지 말고 우리의 전통음악단체의 세계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 및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등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4. 사회교육 부문의 학원의 경우에도 학원교육의 질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 강사진의 확보와 경쟁력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교육시설 및 기자재 등의 교육여건이 충실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전문강사진 확보에 있어서는 외국(특히 독일)의 경우처럼 사설학원 강사 육성을 위한 과정이 대학 내에 마련되어야 하고, 기존의 학원은 지금과 같은 소규모 영세성을 탈피하고 각 학원의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
5. 다가오는 2000년대는 국가간에 '경제전쟁' 이 아닌 '문화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대비하여 자국농산물 보호를 위한 특별법 및 특별세금 신설 등의 방안이 현재 정부 차원에서 준비중에 있는 것처럼 음악관련산업에서도 외국기업에 비하여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국내 음반관련 기업 및 음악단체 보호 및 육성을 위한 세제혜택 등의 과감한 정책적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서 신문, 방송 등의 언론매체도 국내의 연주단체, 음악산업의 육성에 우선적인 지원 및 홍보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