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 / 제민일보 교육부 차장
어디 피서도 하고 공연도 볼 수 있는 시원한 광장은 없을까. 여름 공연장으로는 아마 탁트인 야외광장만한 곳이 드물 것이다. 찜통 같은 더위를 식혀주는 해변공연장이 제주도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 탑동해변의 야외광장은 바닷바람을 쐬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로 붐빈다. 어스름만 되면 아예 열을 식히는 고정 코스로 가족동반하고 나오는 모습들이 쉽게 눈에 띈다. 실내 공연장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오며가며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광장은 이제 시내 복판에 자리잡은 한여름밤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7월부터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8주간 순번제로 해변축제가 벌어진다. 해변축제한마당은 7월 7일 제주시립교향악단이 첫 장을 열었는데 이신문씨의 지휘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제주시향은 「마이웨이」,「늑대와 춤을」,「라데츠키행진곡」등 주로 청중들의 귀에 친숙한 10여 곡을 골라 들려 주었는데 1천여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16일에는 제주도립민속예술단이 제주의 무속을 소재로 한 풍물모음놀이 산신춤 등 8종류의 소품을 선보여 관객들을 오랜만에 이색적인 춤의 세계로 이끌었다. 23일에는 제주시립합창단이 출연, 자진방아타령 등을 들려주고 30일에는 제주대 칼리오페 합창단이 고향의 노래 등을 들려 주었다.
이밖에 8월 6일에는 청주일신여고 관악대가 관악연주 및 퍼레이드를 펼친다.
음악
피아니스트 김희경씨의 첫 번째 피아노 독주회가 7월 7일 저녁 7시 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이화여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희경씨는 이날 연주회에서 바하의 「파르티타 2번」을 비롯, 힌데미트의 「소나타 2번」, 브라암스의 「클라비어스튀케작품 76」, 베토벤의 환상곡「소나타 13」과 쇼팽의 대표적 피아노 소품 「발라드 1번」을 들려 주었다.
제주민간 실내악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제주실내악단의 열네번째 연주회 「모차르트 협주곡의 밤」이 8일 오후 7시 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김인규씨 (제주대 교수)가 음악감독을 맡은 이날 연주회에서 제주실내악단은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17」,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4」,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5] 등 5곡을 들려 주었다.
불라리아 챔버 오케스트라가 제주에서 선을 보였다. 스튜디오 콘체르탄테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은 제주신라호텔이 초청한 것으로, 7월10일 이 호텔 대연회장에서 펼쳐졌다. 바씰 카잔지예프의 지휘로 열린 이날 제주공연에서 이들은 코넬리의 「사라방다」,「지가」,「바디네리」를 비롯 하이든의 디베르디맨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9번」등을 선사했다.
피아니스트 양은영이 협연했다.
미술
제주미술인들이 동학농민혁명 1백주년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탐라미술인협의회가 마련한 4번째 기획적인 「물마루 넘어 황토재」가 그것. 이 전시회는 동학농민혁명과 제주민중봉기의 연계성을 조명해 보고 상투적인 기존의 역사화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줌은 물론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관을 심어준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동학과 1994년 오늘의 상황을 대비시켜 당시의 상황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문화풍토를 사진을 이용해 표현하거나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요소를 대중잡지를 이용, 문화의 식민지화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도 보이고 사발통문 형식으로 형상화한 작품 등 각각의 시각들이 드러났다. 강요배, 강태봉, 고길천, 박경훈 등 회원 19명이 작품 30여 점을 출품, 서양화, 동양화, 사진, 설치미술, 만화 등 다야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은 오늘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조성윤 교수 (제주대)의 초청 세미나도 있었다.
휴가문화를 정착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1년부터 제주 신라호텔이 개최하고 있는 미술전이 올해 4회째 열리고 있다. 7월 9일부터 오는 8월 15일까지 이 호텔 3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서양화에 박영남, 이호철, 한만영, 한운성, 한국화에 김병종, 김호석, 이일종, 조각에는 김경옥, 이영학, 한애규, 한진섭 등 11명의 작품 5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무용
제주의 젊은 춤꾼 김정희의 창작춤발표회가 7월 20일과 21일 세 차례에 걸쳐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서 김정희는 1부 「그건 바람이 아니지」와 2부 「영혼연습」을 선보였다. 「그건 바람이 아니지」에서 김정희는 스쳐지나간 섬의 역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주도 본질적인 섬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그 섬은 곧 여성의 모습이라고 인식하고 그는 의상도 제주의 현무암, 바다, 노을빛 등 색감을 통해 느낌으로 보여주면서 강하나 나풀거리며 바람같은, 파도같은 자기 색깔을 미화시키지 않고 보여주려는 흔적이 강했다.
「그건......」은 프랑스 여류시인으로 현재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인 까띠 라랭의 제주도 시편들을 모은 시집에서 착상한 것이다.
둥근 원의 이미지들로 가득차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작품구도들로 짜여진 까띠의 시들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느꼈다는 김정희는 우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구성, 이번 작품을 통해 문화의 뿌리와 역사를 좀더 진실되게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여기서의 바람의 이미지는 원초적 내면의 아름다운 섬에 들어닥친 외세를 의미한다.
2부 「영혼연습」은 영혼의 구원자인 신에게 의탁하기보다는 인간 스스로 늘 맑은 영혼을 지니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작품. 모두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김정희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즉 세속적인 인습과 일상 생활에 매몰되고 파괴되고 잊어버리는 자신의 순수한 모습과 현존재의 가치는 죽음을 통해 강렬하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1986년 한성대 무용과를 졸업한 김정희는 1994년 세종대 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했고 현재 제주도 무용협회 부지부장, 한울무용단원, 제주교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 「해꼬지」, 1992년 「바람곶 바람떼」를 서울과 제주무대에서 공연했다.
연극
제주의 극단 가람은 뮤지컬 아동극 「머털도사와 또매」를 7월 10일 제주도문예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17일 서귀포 푸른 학생의 집, 24일 오후 길녕농협 등에서 공연했다. 가람의 제61회 공연작으로 올려진 이 작품은 동네 어른들을 골탕먹이고 마을 아이를 괴롭히던 아이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성실한 사람이 된다는 내용이다.
극단 가람 공동창작, 송윤석 연출로 무대에 오른 이 극은 이기주의와 힘의 논리가 팽배한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힘의 수용이란 어떤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어린이들의 정서를 잘 표출해낸다는 점에서 10명의 출연진 가운데 10대 청소년들을 8명이나 기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연은 주로 이러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제주시 외곽 지역과 도서 지역까지 무대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