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김일성 사후 북한의 문화예술, 그 변동의 예측
민족적 색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다
-김정일 문화예술관의 특성과 전망
이춘길 /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김정일의 문화에 대한 견해와 입장은?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북한 사회주의의 공식적 영도자로 등장하게 됨에 따라 북한에서는 이제 명실상부한 김정일 시대가 개막되고 있다. 이미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정치외교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획득한 북한의 후계자 김정일은90년대에 들어와서는 군의 최고 통수권자가 됨으로써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이전에도 국가의 주요 권력부문들을 모두 장악한 실질적인 통치자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문화예술 부문은 김정일이 북한 사회주의의 건설도정에서 제일 먼저 주도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에 걸친 소위 '문학예술혁명'을 몸소 이끌면서 김정일은「영화예술론」 등의 문예이론 저술들과 작가·예술가들에 대한 창작실천적 지도를 통하여 문화예술 부문에서, 그리고 나아가 사상생활 분야에서 자신의 주도적 지위와 역할을 확고히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김정일의 문화예술 부문에서의 활동은 다른 부문들에서의 활동과 마찬가지로 주로 김일성 주석이 행하는 유일적인 영도적 역할을 떠받들고 구체화하는 데 머물렀다면 90년대에 들어와서의 활동은 이러한 실무 담당적인 역할을 넘어서서 모든 문화예술 부문의 이론적·실천적 지침들을 전면에서 제시하는 적극적인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김정일은 90년대에 「무용예술론」(1990.11.30), 「미술론」(1991,10.16), 「음악예술론」(1991.7.17), 「건축예술론」(1991.10.23), 「주체문학론」(1992.1.20) 등 주체사상에 기초한 일련의 사회주의적 문예이론에 관한 다양한 저술들을 체계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김정일은 이미 60년대부터 당을 공간으로 하여 사회주의 문화예술 건설에 대한 총체적 지도를 해왔으며 특히 90년대에는 모든 문화예술정책이 김정일에 의해서 공개적으로 주도되어 온만큼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문화예술 부문에서 새로운 정책적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추진해온 기본정책을, 새로운 환경과 요구에 맞게 조정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의 문화에 대한 견해와 입장은 주체사상에 기초한 북한의 독자적인 혁명이론인 3대혁명론과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발간한 1985년판 「철학사전에 따르면 3대혁명이란, 사상·기술·문화 분야에서 낡은 사회의 유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주의적, 공산주의적 사상과 기술·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투쟁이며 본질에 있어서 근로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으로 정의되고 있다.
여기서 문화분야에서 낡은 사회의 유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의한 투쟁, 즉 문화혁명은 사상혁명, 기술혁명과 더불어 사회주의 사회에서 혁명과 건설의 기본내용이자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기본방도의 하나라고 하는 커다란 독자적인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김정일은 1983년의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자」라는 논문에서 문화혁명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문화혁명은 우리 근로자들을 전면적으로 발전된 인간으로 육성하며 그들의 날로 높아 가는 문화적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기 위한 중요한 혁명과업이다. '
여기서 문화혁명의 주요내용으로 언급된, 근로자들을 전면적으로 발전된 인간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을 자주성과 창조성을 가진 힘있는 사회적 존재로 키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주체사상은 사람을 자주성과 창조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 정의 내리고 있다. 이러한 자주성과 창조성의 구체적 작용태인 사람의 자주의식과 창조적 능력, 더불어 이러한 자주성과 창조성에 의해 규정되는 사람의 고유한 활동방식 그리고 이러한 고유한 활동방식의 산물인 물질적 및 정신적 재부 등이 문화의 세 가지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문화의 이러한 내용규정으로부터 문화의 사회적 기능이 도출되고 있다. 김정일에 의해 정식화되고 체계화된 주체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북한의 문화이론에 따르면, 문화의 사회적 기능이란 사람들의 자주성과 창조성을 키워 그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활동을 강화하게 함으로써 문화적 재부를 더 많이 그리고 더 훌륭하게 창조하고 향유하게 하는 고유한 기능을 의미한다고 주장된다.
김정일은 1992년 1월의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적 교훈과 우리 당의 총노선」이라는 담화에서 문화혁명을 '사람들을 낡은 문화의 구속에서 해방하고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회주의 문화를 창조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회주의적인 문화생활을 누리도록 하기 위한 사업'으로 정식화하고 있다. 문화혁명은 여기서 근로대중들의 일반지식 수준과 기술수준을 높여 그들을 능력있는 사회적 존재로 키우고 온 사회를 인텔리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사회의 인텔리화를 실현한다는 꿈
김정일은 오늘날 북한에서 온 사회의 인텔리화를 실현하는 것을 문화혁명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 시기 문화혁명의 중심과업은 온 사회의 인텔리화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김정일,「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자」) . 온 사회를 인텔리화 한다는 것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노동계급화한 기초 위에서 그들을 대학졸업 정도의 문화기술 수준을 지닌 전면적으로 발전된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문화혁명의 중요한 과업은 또한 낡은 문화의 잔재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문화건설을 다그치는 것인데 여기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주의적 민족문화건설노선을 관철해 나가는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문화혁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사회주의적 민족문화건설노선을 철저히 관철하여야 합니다. '(「김일성 저작선집」. 제8권)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란 구체적으로 민족적 형식과 사회주의적 내용이 결합된 문화라고 규정된다.
여기서 문화의 민족적 형식이란 민족의 오랜 문화생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거기에는 민족의 심리적 특성, 민족적 전통과 관습. 민족적인 취미와 기호가 반영되고 응결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민족적 형식은 그 나라 사람들의 감정과 구미에 맞고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문화적 형식이 된다고 주장된다.
이러한 민족적 형식, 민족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주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민족문화유산을 비판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북한의 문화론은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 따르면 민족문화유산에는 오랜 역사적 기간에 걸쳐 문화를 발전시켜 온 그 나라 인민의 재능과 슬기가 담겨져 있으며 그 나라 인민의 문화전통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민족문화유산은 그 나라 인민의 사상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고 그들의 취미와 기호에 맞는 민족적 형식을 주는 풍부한 원천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문화유산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되고 과거의 문화유산 가운데서 진보적이고 인민적인 것과 낡고 반동적인 것을 옳게 갈라내어 낡고 반동적인 것은 버리고 진보적이고 인민적인 것은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민족문화유산의 비판적 계승발전의 기본원칙이라고 북한의 문화론은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이 결합된 사회주의 민족문화를 발전시킬 때 사람들이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생활의 전통을 귀중히 여기게 되고 민족의 독자적인 발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며, 또한 자기 민족의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혁명과 건설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민족적 특성에 맞게 풀어 나가게 된다고 북한의 주체적 문화관은 주장하고 있다. 즉 사회주의적 민족문화의 발전은 대중들의 민족자주정신과 창조적 능력을 고양하여 민족국가의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며, 또한 그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 나라와 민족의 단결과 통일적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회주의 민족문화 건설노선의 연장선상에서 - 특히 동구사회주의의 해체라는 변화된 정세와의 연관 속에서 -최근에는 김정일의 주도하에 문화정책에서, 특히 당문예정책에서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 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의 문학은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높이 발양시키는 데도 적극 기여하여야 한다. 문학이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높이 발양시키는데 이바지하게 하는 것은 그 사상교양적 기능을 높이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문학은 조선민족의 위대성을 실감있게 형상하여 우리 인민으로 하여금 조선사람으로 태어난 긍지와 자부심, 자기민족의 훌륭한 창조물과 자기민족의 힘과 지혜에 대한 긍지와 믿음, 민족의 장래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가지고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을 더 잘해 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으로 교양하는 것은 오늘 제국주의자들이 사회주의제도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고 더욱 악랄하게 책동하며 사회주의를 건설하던 일부 나라들에서 혁명에 대한신심을 잃고 사회주의를 자본주의로 되돌려 세우고 있는 조건에서 더욱 절실하게 제기된다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이 없이는 제 정신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없고 혁명의 전취물을 지켜낼 수 없으며 주체혁명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끝까지 싸워나갈 수 없다. '(김정일, 「주체문학론)
'음악예술부문에서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구현한다는 것은 조선사람에게는 조선음악이 제일이라는 높은 민족적 자부심을 깊이 간직하고 우리 인민의 지향과 요구에 맞고 조선혁명에 복무하는 음악, 조선사람의 민족적 특성과 풍습, 생활감정과 정서를 담은 조선음악을 내세우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정일, 음악예술론)
이러한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은 앞으로 김정일이 전면에서 영도하는, 문예정책을 포괄하는 북한의 당문화정책에 보다 철저하게 관철될 것이라 전망된다. 특히 문학예술부문과 관련하여 김정일은, 1992년 5월의 문학예술부문 일꾼 및 창작가, 예술인들과의 담화 다부작예술 영화 「민족과 운명」의 창작성과에 토대하여 문학예술건설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에서 '문학예술혁명'을 힘있게 추진하여 주체문학예술 건설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고 주장하면서, 문학예술작품이 조국통일 등과 같은 민족의 운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이바지하는 것이 현 시기 '문학예술혁명'의 가장 중심적인 과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문학예술혁명'이란 6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서 김정일의 주도로 전개된 새로운 주체적인 문학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투쟁이다. 문학예술혁명은 문예분야에서 착취사회가 남겨놓은 낡은 사상과 고루한 틀을 청산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나라의 전통과 문화예술 유산을 선망하는 사대주의를 척결하고 새로운 주체적 문학예술을 건설하는 문화혁명적 과업으로 규정되었다. 이것은 문학예술의 내용과 형식의 변혁은 물론 창조체계와 창조방법에 이르기까지 문학예술 전반에 걸친 개조를 함께 수행하는 일이었다.
김정일이 주도한 이 당시의 문학예술혁명의 요체는 문학예술을 소위 '우리 식으로' 발전시키자는 요구였다. 문학예술을 자기나라 인민의 사상감정에 맞게, 즉 조선인민의 이익과 사상감정에 맞고 조선혁명에 철저히 복무하는 문학예술을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자신이 주도한 60년대 후반과 70년대에 걸친 문학예술혁명을 결산하는 「영화예술론」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문학예술혁명은 내용과 형식. 창조체계와 창조방법의 모든 영역에서 낡은 것을 뒤집어엎고 새로운 주체의 문학예술을 건설하기 위한 사상문화분야에서 심각한 계급투쟁이다. '
민족의 운명문제를 예술적으로 해명하는 김정일
90년대에 들어와서 김정일은 최근의 북한 문학예술계의 침체와 답보, 창작적 성과의 부진 등을 이상과 같은 과거의 문학예술혁명이 중단된 데서 그 기본적 이유를 찾으면서, 문학예술혁명을 문학예술의 모든 부문이 주체사상의 요구에 맞게 완전히 개조될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 수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여기서 김정일은 90년대의 새로운 문학예술혁명을 힘있게 추동 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운명문제를 예술적으로 해명하고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깊이 있게 형상화한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의 창작적 성과들을 문학, 영화, 가극, 연극, 음악, 무용, 미술, 교예 등을 비롯한 문학예술과 모든 부문과 장르에 일반화하여 주체문학예술 건설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전환과 앙양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일성 사망 이후 90년대 김정일 시대 북한의 문화예술정책은 문화와 예술의 모든 부문에서 종래보다 민족적 색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며 내용과 형식에서도 민족적인 것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남북문화예술교류에 있어서도 북한의 정책은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구현하고 있거나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을 일정하게 답지하고 있는 민족적 문화프로그램과 예술적 성과물들(가령 최근에 창작된 춘향전과 같은 민족가극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하게 되리라 전망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