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김일성 사후 북한의 문화예술, 그 변동의 예측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해야 한다

-북한무용의 이념 및 무용표기법과 앞으로의 과제




이병옥 / 용인대학 교수

무용언어 생활과 밀접해야‥‥‥

제한적이었기는 하나 최근까지 간접적으로 몇 차례 북한 무용에 대해 알려지게 되면서 남북문화예술의 이질화 현상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으며,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 노력과 동질성 회복의 중요성이 이때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김일성 사후에 북한 사회의 변화와 예술활동의 변화에 대한 정보부재로 말미암아 그들의 변화 추이를 감지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문화예술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이 김정일이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먼저 북한의 김정일이 지적한 주체시대의 요구와 인민 대중의 감정·정서에 맞게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무용창작의 이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무용에서 민족적인 특성을 옳게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무용창작에서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나가기 위한 중요한 방도는 무엇보다도 민족 고유의 춤가락을 가지고 무용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민속무용의 춤가락을 살려 쓰면서 낡고 뒤떨어진 요소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복고주의에 빠지게 되며, 반대로 새로운 춤가락들을 탐구 개척하는데 민족적인 율동에 기초하지 않으면 인민의 민족적 특성에 맞지 않는 이색적인 춤가락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무용예술을 창조 발전시키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무용을 생활과 밀착시켜 생활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무용작품이 생활적인 이야기로 엮어져야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으며 그들을 사상 정서적으로 교양하며 혁명과 투쟁에로 이끌어 주어야 할 생활의 교과서, 투쟁의 무기로서의 기능을 더 잘 살려 나갈 수 있게 된다.

셋째. 무용창작에 있어서 중요한 또 하나는 무용을 소품화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들은 약동하는 새 시대의 현실과 그 속에서 발현되는 사람들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상 감정과 정서를 다채롭고 특색있는 율동에 담아 생동하게 반영한 다양한 무용작품들을 더 많이, 더 빨리 창조해낼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무용예술을 인민시대의 감정 ·정서에 맞게 창조·발전시키기 위하여서는 무용극과 같은 큰 규모의 작품 창작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소품 창작을 기본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넷째, 김정일이 지시한 무용 창작의 원칙은 당 정책을 제때에 반영하고 무용의 예술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술적 율동을 기본 수단으로 하여 인간과 생활을 반영하는 무용 예술에서는 사람들의 미적 감흥과 정서적 공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형상 창조에서 예술성을 높이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무용창작의 원칙은 무용의 종합예술적 성격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용창작에서 그 기본 형상 수단인 춤가락을 비롯한 무용 언어들의 형상적 기능을 최대한으로 높이 발양시키면서 거기에 반주 음악, 방창 등 음악적인 형상 수단과 무대의상, 소도구, 무대장치, 환등, 조명 등 무대 미술적인 형상 수단들을 유기적으로 배합하여 잘 살려 씀으로써 무용의 종합적 성격을 옳게 살려 나가는 것은 무용의 인식 교양적 기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동작의 표현방법과 김정일의 지시는?

1987년 북한의 평양음악무용대학. 음악무용연구소, 무용표기연구실에서는 김정일의 지도를 받아 새로운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을 완성하여 발표하였다.

그들의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은 새롭고 독창적인 무용문자로서 그 결합 원리와 방법이 통속적이며 과학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은 무용문자와 함께 보표와 형상표, 시표, 부위표와 줄임표, 변음표와 상대관계, 표기 방법을 이용한다.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은 무용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형상 요소를 34개의 기본부호로 설정하고 그것을 통하여 모든 무용 작품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부호의 수를 줄이면서도 그 모양새를 표음문자의 특성과 상용문자의 우수성을 다 살려 문자화함으로써 그 누구나 몸 움직임의 표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에서는 무용작품의 양상과정서·감정, 그리고 소도구의 이름이나 생활적인 동작 같은 것은 글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또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은 무용 동작과 구도에서 흔히 있게되는 상대관계들인 나란히, 마주. 엇바꾸기, 곱, 잇따르기 등은 줄임표를 이용하여 생략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자모결합식 무용표기법에서는 사람의 몸 움직임의 형태와 놀림. 무용 형상이 이루어지는 입체적 공간에서의 몸과 구도의 자리와 방향, 크기와 모양새, 무용수 또는 구도의 상대관계, 소도구의 이용 ,무용의 음악적 길이 등을 표기 대상으로 하고 그를 부호 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무용구도는 무용가들이 무대에 배열된 상태와 그들이 춤추며 다닐 때 그려지는 길 모양으로 나타난다. 북한 무용의 기틀은 무대에 배열된 무용가들의 상태를 나타내는 길 모양의 길구도로 분류하고 그 모양과 크기, 무대에 위치한 자리와 방향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쌍으로 이루어져 움직이는 사람의 팔·다리운동과, 무용가 상호간, 무용구도 상호간, 소도구 이용 등의 특성을 이용하여 상대관계 표기원리를 밝혀냈다고 한다. 상대관계의 표기는 나란히, 마주, 반사의 관계로 구분하였다.

무용의 길이 표기는 춤동작과 무용구도가 이루어지거나 멎어 있는 시간적 길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무용표기법에서는 무용의 길이를 음악의 길이와 일치시키는 원칙에서 박자로 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표기 부호는 몸부위들의 모양새와 무용율동적 표상을 강하게 주면서도 기호 제정학적 원칙에 맞게 문자적으로 제정하였다.

무용문자는 언어학에서처럼 모음적 기능을 수행하는 15개의 형태와 놀림문자로 되어 있다. 또한 자율적 기능을 수행하는 19개의 자리와 방향문자를 기본 부호로 하고 15개의 기타 형상표식표를 활용하여 그 어떤 무용작품의 형상적 요구도 표기할 수 있게 하였다.

무용보표는 춤동작 보표와 무용구도 보표로 되어있다. 춤동작 보표는 크게 가로 3선으로 하고 선 과선 사이에는 춤동작을 이루는 부위들의 움직임을 부호로 나누어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무용구도 보표는 하나의 가름선으로 하고 선 위에는 대형구도와 길구도, 또는 무대자리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 선 아래에는 배열된 인원수와 그들의 상호관계, 순서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중 무대와 뒷무대에서 무용 동작이 진행될 때에는 그 수만큼 구도선과 덧선을 더 그어 표기하도록 하였다. 춤 동작에 대한 표기 방법은 팔과 다리, 몸통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는 무용예술의 특성을 반영하였다. 또한 자기 부호를 중심에 놓고 형태 부호를 좌우에 붙여 사람의 몸통에 따라 팔과 다리가 붙어 움직이는 것과 같이 되어 있다.

춤동작 표기에서는 특히 손가락 놀림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합된 부호들은 무용 보표에 해당하는 위치에 기록될 때 표현하려는 부위들이 수행하는 동작이 원만히 나타나게 되어 있다. 몸부위들의 놀림에 대한 표기는 놀림부호에 방향부호, 그리고 기타 형상 표식들을 결합하는 방법으로 기록하게 되어 있다. 부호의 결합은 춤동작이 진행되는 순서대로 하며 놀림길 부호는 왼쪽에, 놀림의 방향부호는 오른쪽 윗부분에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다. 또한 기본 놀림에 성격을 부여할 때에는 여러가지 성격놀림을 반영하며 겹놀림으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무용구도의 표기는 부호를 따로 정하지 않고 춤동작 표기에 쓰이는 가짐부호를 직선구도와 각 구도부호로 돌기부호를 곡선구도부호로 쓰게 되어 있다. 대형구도와 길구도는 구도부호에 형태부호를 좌우에 붙여 표기하도록 하였다. 인물들의 수는 숫자로 표기하였으며 배열 순서는 방향을 밝혀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무용표기법에 의하면 비단 무용뿐만이 아니라 체육무용과 빙상, 피겨와 집단체조, 교예까지도 모두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무용문자를 활자화하여 무용표기 타자기로 만들고, 광선식자에 의한 무용총보 인쇄와 무용 표기를 위한 전자계산기의 프로그램도 개발하였다.

남 북 문화교류 후 약간의 변화 있어‥‥‥

북한의 무용은 순수한 민속무용을 개조하여 서양식 포크댄스적인 형식으로 꾸민 집단무용으로 획일화시켰으며 예술적인 무용도 우리 춤과는 달리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하여 서양의 발레처럼 기본동작을 활용하여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따라서 남한 무용과 북한 무용을 놓고 볼 때 예술 철학적인 면에서는 한국 무용이 개개인의 창작성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예술로써 예술 자체에만 그 가치를 두고 있는 데 비하여, 북한 무용은 국가주의적 통제 예술정책을 쓰고 있으므로 대부분이 이념적인 무용인 것이다.

이와 같이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40년간의 분단과 이데올로기와 국가체제의 차이 때문에 무용이 이질화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북한 무용의 대부분이 김일성 우상화나 혁명 수행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춤이지만 때로는 인민들을 즐겁게 해주는 민속무용도 있고 이념적인 춤이라 하더라도 예술적인 표현인 춤동작은 우리 춤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북한 무용을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을 가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이념적인 주제이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춤동작과 공연 형식. 그리고 무용표기법과 같은 과학적인 연구부분이라 생각된다.

춤동작에 .있어서는 민속무용인 경우 춤사위가 기계적이고 각이 많은 춤이기는 하지만 근원적으로 기후 풍토나 고구려적 북한사람들의 기질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한반도에 있어서 북부지역의 향토춤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물론 거시적으로는 남북이 다 같은 단일민족으로서의 동질적인 춤동작의 요소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북한 무용의 주제와 내용을 보면 역사성, 주체사상과 김일성 우상화, 민속적인 것,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혁명적인 것. 조국 찬미적인 것, 단합을 이루는 주제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이같은 이념적 것을 제외하면 같은 민족의 입장에서 공존무용의제나 소재도 얼마든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본다.

북한의 무용학자들이 만든 무용표기법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그것을 기록하는 타자기와 전자계산기가 정확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연구 분석해 보아야 일이지만. 일단은 이러한 연구결과에 우리가 관심을 표명하면 북한은 굉장히 호감을 가지고 대화에 임할 것으로 보이며, 또한 다같이 공동으로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미온적이기는 하지만 그간 남북문화교류를 하나서부터 북한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북한이 전통무용을 복고주의적이고 퇴폐적인 것이라고 해서 배격했던 것을 남한에서는 훌륭히 발전시키고 민족문화의 전통으로 간직하고 있데 비해 북한에서는 전통문화가 파괴되고 소멸되어 없어지게 되니까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반성의식 싹트게 되었으며, 남한 무용을 통해서 이러한 모습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볼 때 앞으로도 계속적인 남북화교류가 이루어지면 수용과 대응을 통하여 점차로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언젠가는 남북이 통일한다는 것이 기정 사실이기 때문에 남북 무용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나 국가 체계를 넘어서 순수한 우리 춤의 참모습을 밝혀내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