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요정' 세계의 줄리엣으로 탄생
- 강수진의 고국무대 「로미오와 줄리엣」
노정용 /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
세계 발레 계의 떠오르는 샛별 강수진씨(27)가 프리마 발레리나(주역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드디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강씨가 한국을 떠난 지 12년만에 금의환향해 처음으로 고국무대에 서는 것이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전설적인'안무가 존 크랑코에 의해 단시일 내에 러시아의 괴로프-볼쇼이발레단. 영국의 로얄발레단, 미국의 뉴욕시티발레단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최정상의 도약한 무용단. 현재는 나인 마르시아 하이데가 예술감독을 맞고 있으며, 모리스 베자르, 이지킬리언, 존 노이마이어 등이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5일부터 7일까지(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789-3722)에서 공연될 레퍼토리는 세익스피어 원작 존 크랑코 안무「로미오와 줄리엣」,'황색 요정'으로 불리우는 강수진씨는 이번 공연에서 주역인 줄리엣 역을 '아 한국의 줄리엣이 아닌 세계의 줄리엣으로 탄생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황색요정'으로 불리우는 강수진씨는 이번 공연에서 주역인 줄리엣 역을 맞아 한국의 줄리엣이 아닌 세계의 줄리엣으로 탄생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강씨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입단 7년만에 주역무용수로 데뷔한 작품이기도 하다. 박수갈채의 환호 속에 공연이 끝난 후 예술감독 마르시아 하이데는 '줄리엣은 인류의 연인이다. 1막에서 여러분이 그녀를 불러줄 차례다"라며 발레리나 강수진씨를 '세계의 줄리엣'으로 극찬한 바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의 상대역인 로미오 역에는 역시 주역 데뷔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이탈리아 출신의 발레리노 이반 카발라리가 다시 나선다. 라스칼라극장의 발레학교에서 처음발레를 시작한 그는 볼쇼이발레학교에 유학,1986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했다. 카발라리는 「백조의 호수」, 「코펠리아」,「호두까기 인형」, 「카드놀이」,「아폴로」 등의 고전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섭렵했으며 특히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왕자 역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일약 스타덤이 뛰어올랐다.
한국이 낳은 발레리나 강수진씨와 이탈리아의 남자무용수 이반 카발라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연기는 이미 국제 발레계에 정평이 나 있다. 개인의 성격묘사가 빼어나면서도 무도회 등에 등장하는 잇따른 군무는 러시아발레단이 지닌 강한 테크닉과 결합해 생동감 있는 연기로 살아난다.
이 때문에 3막12장으로 구성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러시아의 볼쇼이발레단이나 영국의 로얄발레단과는 다른 양식을 보여준다. 특히 2막 베로나 광장에서의 디베르티스망적인 구성에서 볼쇼이발레단이'춤' 위주의 구성을 보여준다면,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소와 돼지 등의 각종 동물을 등장시켜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발레단 특유의 드라마틱한 무용수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컬러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강수진씨의 주역 데뷔무대였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대적인 성공은 그녀의 뛰어난 연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랑의 두 가지 표현인 기쁨과 슬픔의 두 세계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사랑의 지고지순함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안무자 존 크랑코도 그 동안의 줄거리 나열방식에서 벗어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수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작품의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20세기의 고전으로 불리우는「로미오와 줄리엣」은 불행한 연인들 사이의 이야기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초연됐다. 이후 1940년 레닌그라드에서 공연됐으며,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1962년 12월 2일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과 존 크랑코의 안무·연출로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초연당시 무대장치를 맡았던 유럽의 저명한 무대디자이너 유르겐로제가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무대와 의상을 맡아 무대장치도 볼만하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의 공연은 다보르 크리냑(슈투트가르트극장 지휘자)의 지휘와 부천시립교향악단의 협연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3일 동안 주역무용수가 번갈아 가며 출연해 각기 다른 세 쌍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 주목되는 이반 괴발라리는 6일 무대에 나서고, 프랑스의 아니 마예와 미국의 타마스 디트리히는 5일, 재일교포 이정숙과 독일의 롤란드포겔은 7일에 각각 출연한다. 강수진씨와 교대로 줄리엣 역을 맡은 재일교포 이정숙씨(일본명 기무라 기요꼬)도 이번 무대에서 눈여겨 볼만한 발레리나. 그는 일본에서 처음 발레교육을 받은 후 몬테 카를로에서 마리카 베소브라소바의 지도를 받았다. 프랑크푸르트발레단에 반년간 속해있던 그는 1984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동하다 1992년 주역무용수로 발탁됐다.
이정숙씨의 대표작품은 마르시아 하이데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의 파랑새 2인무와 존 노이마이어의 「마뇽」에서의 올림피아 역, 그리고 「D장조 심포니」등이며, 1990∼91년에 덜렁대는 올가 역을 맡아 주목을 받은 후1992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주역무용수에 정식 데뷔했다.
이처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미국의 타마스 디트리히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이반 카발라리, 일본의 이정숙, 독일의 롤란트 포겔과 리차드 크라건, 프랑스의 아니마예, 한국의 강수진 등 세계 20여 개 국에서 무용수들이 운집한 '발레계의 국제연합'으로 불리운다. 그러나 전설적인 안무가 존크랑코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발레에 하나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다채로운 모양을 갖게되기를 바라며 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문을 열어 창작적인 발레를 창조해 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러 인종들은 앙상블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특한 무대색깔을 만들어내며 「인터내셔널리즘」을 무대에서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92춤의 해'에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엣」에서 이반 카발라리와 발코너 2인무를 잠깐 선보였던 발레리나 강수진씨. 그의 춤은 풍부한 감성과,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깨끗하고 명쾌하며 군더더기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고국의 발레 팬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12년만에 정식 귀국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발레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