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이야기 1.
용호성 / 음악평론가
오디오란 무엇일까. 아마도 음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도구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음악 그 자체보다는 오디오가 더 의미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오디오애호가혹은 오디오파일이라고 한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오디오에만 빠진 것은 아니다. 보다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좀 더 좋은 오디오를 찾다보니 어느새 음악보다는 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사치스런 사람들이라고 눈을 치켜 뜨고 볼 필요는 없다. 좋은 음악을 즐기는 것과 좋은 음을 즐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동등한 수준에서 평가되어야 하는 개인의 취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이 글은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글은 아니다. 음악애호가를 위한 오디오이야기일 뿐이다.
음악을 좋아하면 음악만 들으면 되지 굳이 오디오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은 우문에 가깝다. 음악 애호가들도 오디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분명한 필요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지 않은 오디오에서는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히 말하면 현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 좋지 않은 오디오로는 제대로 된 음악감상이 힘들다 어떤 사람이 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곡을 좋아한다고 하자 그는 몇 번이고 반복해 들을 것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오디오로 열 번을 들은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 소리를 구분해가며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오디오로는 단번에 구분해 들을 수 있는 그 소리를 말이다. 물론 좋은 음악에 대한 갈망은 연주회 현장을 자주 찾으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바쁜 우리네 삶은 그러한 여유를 허락 치 않는다 게다가 만족할 만한 연주회가 그렇게 자주 열리는 것도 아니다 비록 현장 음에 대해 어떤 향수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우리의 음악감상의 중심은 재생음악인 것이다 여기에 오디오가설 자리가 마련된다 집에서 재생음을 듣되 최대한 연주회 현장의 소리에 가까운. 연주회 현장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오디오란 무엇일까. 비싼 오디오가 좋은 오디오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좋은 오디오와 나쁜 오디오의 구분은 분명 있다. 그럴듯하게 다기능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컴퍼넌트 오디오는 모양새는 좋지만 실속은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한달에 한두 번 오디오에 먼지나 털어 주는 정도라면 이런 오디오도 괜찮지만 음악감상을 취미라고 말할 만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가 있다. 아울러 매칭상태나 리스닝룸의 여건의 여건이 안 좋으면 좋은 오디오에서도 나쁜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기기간의 매칭 문제는 일단 오디오에 관심을 가진 이후에는 두고두고 떠 안아야 골칫거리지만 오디오에 관심을 가진 이후에는 두고두고 떠 안아야 하는 골치거리지만 오디오의 묘미는 바로 이 매칭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기기라면 제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스닝룸의 문제는 좀 심각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대개 오디오에 입문하고 몇 년 정도 이런저런 오디오잡지를 뒤적이며 기기에 광분하다보면 자신의 리스닝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 장롱만한 스피커를 겁도 없이 들여놓게 된다. 그리나 우리나라의 가옥구조나 방의 크기를 고려해 볼 때 플로버형 대형 스피커를 올리리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만족스러운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바로 좋은 오디오에서 나쁜 소리가 나오는 경우이다.(물론 한 20평 종도 되는 천정이 높은 반지하의 리스닝룸을 갖고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오디오를 갖출 수 있는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좋은 오디오를 갖추려면 스피커나 앰프 등 각각의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그것도 외제브랜드로만 사야된다는데 그리고 가격도 엄청나다는데 하는 식으로 지레 겁을 먹으면 영원히 좋은 소리는 가까이 할 수 없다.
요즘에는 국내 오디오도 단품으로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어 굳이 외제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음은 얻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모든 제품을 다 갖출 필요도 없다.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 해서 그 긴 곡들을 한꺼번에 다 사서 들을 필요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미에 맞는대로 그리고 형편에 닿는 대로 하나씩 구입하면 된다. 우선은 케이블을 한번 바꿔보고 어쩌다 목돈이라도 생기면 스피커나 앰프도 갈고 하다보면 어느새 좋은 음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애호가라고 하는 것도 사실 들추고 보면 이런 식으로 가끔 한두 가지씩 바꿔가며 그 소리의 변화를 즐기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은 있다. 하지만 오디오만큼 그 제품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따라서 제나름대로의 선택이 가능한 취미도 드물다. 20만원 남짓한 소형 북셀프형 스피커로 아주 만족스럽게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천 만원이 넘는 스피커로도 만족하지 않고 다른 기기들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자기가 어떤 소리를 좋아하며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소리는 절대로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기기를 살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이 한정된 지면에서 굳이 어떤 기기가 우수하고 어떤 기기는 그렇지 않은 지를 일일이 7.4힐 수는 없다. 여기서는 선택에 지침이 될 수 있는 참고서적을 몇 가지 소개하기로 한다 단행본은 많지 않지만 「도해식 오디오상식」(월간 오디오 간)을 비롯해 몇 가지 오디오 입문서가 나와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므로 마음에 드는 책으로 골라 한 권 정도 구비하면 좋을 것이다 정관호의 「영원의 소리 하늘의 소리」(삼성출판사 간)는 체계적으로 구성된 입문서는 아니지만 그 애호가의 손때가 묻은 정감있는 오디오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오디오에 친숙해지려면 우선은 관련잡지를 보는 것이 좋다. 관련잡지 안에는 「입문 자를 위한 오디오 에세이」. 「베스트셀러 집중탐구」. 「현 장치를 더 좋게 활용하는 비결 등 유용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마이 오디오 라이프」. 「마이 시스템 마이 사운드」 하는 식으로 오디오애호가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실려 있어 생생한 대리체험을 할 수도 있다 관련잡지로는 「스테레오뮤직」 (격월간) 「하이파이저널」 (계간). 「오디오」(월간) 「오디오와 레코드」(격월간) . 「스테레오사운드」(계간)「음악동아」(월간) 등이 있다.
「스테레오뮤직」이나 「하이파이저널」은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한 특집과 음반기사까지 포함하고 있어 가장 권할 부터 함께 판매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특집이 실린 것으로 골라 살 수 있다. 「스테레오사운드」는 일본에서 발매되는 잡지의 번역판이어서 일본 오디오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음악동아」는 음악전문지이지만 상당한 양의 오디오 기사를 매달 싣고 있다. 내용도 부담 없는 편이어서 입문자들에게는 오히려 전문잡지보다는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오디오」나 「오디오와 레코드」에는 중고 오디오 매매에 관한 기사가 있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좋은 오디오를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오디오에 대한 안목이 갖추어지기까지는 다소 위험이 따른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도 오디오를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주위에 오디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함께 동호회를 구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오디오 동호회를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성음오디오음악클럽 (469-1073)은 그 전통이 오래되고 회원수가 많다. 대체로 나이든 중견 애호가들이 많은 편이다. 정기모임은 기기 시청 및 품평회를 중심으로 1개월에 한 번씩 개최된다. 하이파이동호회와 AV동호회는 컴퓨터통신망인 하이텔 내에 있는 동호회이다. 따라서 주로 20∼30대의 젊은 애호가들이 많은 편이다. 여기에는 각종 오디오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고 회원간 통신을 통한 교류가 활발한 편이지만 우선 컴퓨터 통신을 하고 있어야 하므로 회원가입에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월1회 열리는 정기감상회만을 수소문하여 참가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오디오 입문자를 위한 구구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사실 시행착오 없이 좋은 오디오를 가까이 하려면 우선은 이집저집 찾아다니며 좋은 소리를 들어봐야 하고 그 다음에는 주위 선배 애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소리취향에 맞는 오디오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