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산책

가장 재미있고 가장 슬픈 영화

- 「굿모닝 베트남」




김유준 / 월간 로드쇼 기자

크로나워 상병(로빈 월리암스)은 크레타 섬 미군 방송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DJ이다. 베트남전이 치열하던1765년 사이공으로 그가 옮겨오면서'굿모닝 베트남'으로 불리우는 그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영화 역시 출발한다.

원래 크로나워는 규칙에 얽매이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반골 정신의 소유자 그의 이러한 기질은 방송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고 직속 상관인 중위와 특무상사는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다만 베트남 주둔 사령관을 비롯한 방송 청취자들이 그를 감싸고 도는지라 감히 어쩌지 못하고 부드득 이만 갈 뿐이었다.

그러나 크로나워가 한눈에 반해 쫓아다니던 베트남 처녀의 남동생이 베트콩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크로나워는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끼리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에 환멸을 느낀 크로나워는 베트남으로 속속 들어오는 신병들을 바라보며 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굿모닝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감상적이며 '재미'있는 영화다. 「지옥의 묵시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음울하고 무거운 베트남전 영화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색깔을 띤다.

그럼에도 '전쟁은 비극'이라는 반전의 메시지는 어느 영화 못지 않게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이다. 웃음과 페이소스, 희극과 비극을 유효 적절하게 뒤섞어 놓은 연출이다. 배리 레빈슨 감독은 전쟁을 베트남 사람 편에서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마음도 외지 않고 있다.

또한 크로나워가 뿜어대는 유머의 속사포가 라디오 청취자뿐 아니라 관객들까지도 사로잡는다.

"상사 계급장이 뭘로 보이는 거야'라며 윽박지르는 상관을 향해 '날샜다는 표시로 보입니다"라고 태연히 대꾸하는 그를 보며 웃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유머를 백퍼센트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린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말의 코미디가 갖는 숙명의 한계라 할 것이다.)

배리 레빈슨 감독은 1988년 「레인맨」을 발표해 최고의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배리 레빈슨의 바이오 리듬은 이 때가 최고조였는지 같은 해 제작된 「굿모닝 베트남」의 감동 또한 만만찮다. 극의 내용이 다소 작위적이고 감상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씩 곁들여지는 느린 화면과 깊은 대사들. 그리고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목소리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비롯한 고전 팝들은 가슴을 쓸어안게 한다. 논설문으로 차자면 「굿모닝 베트남」은 주제가 앞과 뒤에 깔려 있는 양괄식으로 실행된다. 규칙이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가끔씩 말썽부리는 것도 좋아'라고 말하는 크로나워의 대사가 앞의 주제 속박을 거부하는 자유에 대한 책임까지도 강조한다.

크로나워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전 베트남 사람들과 소프트볼 게임을 하고 작별 인사를 할 때. 한 베트남 아저씨가 던지는 대사가 그 주제다.

"자신이 골리앗이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에 다윗이 없는지 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