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전북




김은정 / 전북일보 문화부 차장

미술

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전시회나 기획 행사가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을 보급, 작가와 소장자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특징적인 성격의 전시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열린 전주우진문화공간의 「미술장터전」은 이 지역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는 또 하나의 전시회였다.

'생활 속의 미술' 을 겨냥한 우진 문화공간의 「미술장터전」은 지난해 처음 마련되어 큰 호응을 받았던 기획전.

8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회 역시 그림과 공예부문의 작가 19명이 참여, 소품위주의 작품들로 감상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까이 두고 감상할 수 있는 소장의 기쁨을 모처럼 가질 수 있었던 이 전시회는 특히 작가들이 미술품의 보급에 뜻을 같이하고 호당 가격보다는 작품 당 가격을 적용, 미술품의 판매에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지난 해의 경우에도 중진작가들이 참여해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기획전은 올해 공예 부문의 초대작가를 대폭 늘려 평면 작품뿐 아니라 입체 작품을 고루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화의 김문철, 이철량, 하수경씨, 서양화의 강정진, 김두해, 박민평, 소기호, 유휴열씨, 염색 공예의 남상재씨, 금속공예의 고승근, 김동환, 채순옥씨, 도자공예의 심재천, 오형근, 유경상, 이광진, 김중기, 김상호, 김흥준씨가 참여했다. 지난해 창립한 강암학술 서예재단이 「동양예술」 논총을 펴냈다.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서예의 학술연구작업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논총은 한국서단에 창작의욕을 불어넣고 학문적 정신과 창조의 세계 안에서 서예를 이론적으로도 성숙시켜 나가는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첫 결실의 의의를 더해준다.

이번 논총에는 서화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서예가, 그리고 이 방면에 조예가 깊은 대만의 두 학자와 서예가가 참여했다. 글자 하나하나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시도한 내용의 논문부터 서예가의 삶과 그 예술세계를 조명하거나 당대의 서예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화론, 그리고 중국의 서예와 미학을 정리한 논문까지 폭넓은 내용의 글들로 서예의 학술적 접근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성과이다. 본격적인

서예 연구서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서예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대중성을 지닌 글을 닿아 일반적인 학술서적의 한계를 벗어난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문자 그 자체의 형식적 분석에 초점을 맞춘 「서체와 조형미」, 서예가의 삶을 통해 서예사를 볼 수 있는 「서화론과 생애」. 중국의 전통 깊은 서예의 바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국의 서예와 미학」 등3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한국서예의 독창적 미학을 정립해 나가는 연구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서체와 조형미」에 실린 논문들은 필자들이 직접 글씨를 쓰면서 학문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통해 우리 한글이 갖고 있는 미학적 특성과 그것의 현대화를 겨냥한 진지한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모은다.

국악

전북 출신 가야금 명인 신관용(1912∼1961)의 삶과 그의 예술 세계를 추적한 작업 과정이 된 연구집이 나왔다.

가야금 연주자이자 이론을 전공한 황미연씨(31, 전북대 강사)가 오랫동안의 작업으로 펴낸 「신관용 가야금산조연구」(신아출판사)는 독창적인 가야금 가락을 후대에 남겨놓은 신관용 가야금 산조의 악보와 그에 대한 분석적 연구는 물론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들어간 추적 작업의 결실인 점에서 환심을 모으고 있다.

신관용은 쉰 살의 나이로 자신의 짧은 예술적 생애를 마감한 타고난 가야금의 명인으로 알져져있다.

주로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 우리 국악사에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있지만 그가 남긴 가야금 산조의 독창적인 가락은 몇 되지 않은 제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고 근래 들어서는 '신관용 산◎에 대한 가야금 연주자들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가야금산조의 명인이면서도 거문고와 피리, 대금, 해금, 양금, 장고, 꽹과리 등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데에 탁월한 역략을 보였던 그의 음악은 그러나 아쉽게도 고스란히 계승되지 못하고 다만 산조 한바탕으로만 대변되고 있다. 그의 산조는 제자들에 의해서도 이어져 왔지만 그가 직접 연주했다고 하는 산조테이프가 남아 있어 비교적 정확한 가락으로 정립 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 황씨의 설명이다.

황씨의 이번 연구서는 신관용에 대한 비교적 세세한 생애를 추적했음은 물론 그의 산조 가락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음악세계를 분석, 악보와 함께 그 가락의 배경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해석하고 있다.

자칫 실기나 혹은 이론에만 치우칠 수 있는 한 예술인에 대한조명 작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의 생애와 사상을 추적, 음악세계를 분석해낸 이번 작업은 우리 문화의 뿌리 찾기에 한 모범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극

전주지역 극단들의 잔치마당 제2회 소극장연극제가 개막했다. 이번 참가극단은 극단 불꽃, 창작극회, 디딤예술단, 황토 등 전주지역의 네 개 극단이다.

가을의 연극판을 달구어낼 소극장연극제는 9월 9일부터 11뭘 13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각 극단별로 10∼14일 동안 공연된다.

소재의 빈곤과 형식주의에의 치우침으로 한계를 맞고 있는 지역연극의 상황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실험정신으로 무대 변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발판으로서 시작된 소극장연극제는 진정한 예술성 탐구에 고심해온 연극인들의 의지가 결정되는 자리다.

이 지역 관객들은 기존의 공연무대에서 보아왔던 형식과는 또 다른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을 이번 소극장 참가작품들에서 맛볼 수 있다. 올해 네 개 참가극단들이 올리는 작품은 모두 창작극으로 이 지역에서는 처음 올려지는 것들이다.

9월 첫무대를 올린 극단 불론이 「내겐 너무 예쁜 당신」(신주엽 작, 전정원 연출)을 공연한데 이어 창작극회의 「마술가게」(이상범 작, 곽병창 연출), 디딤예술단의 「X(순수연극을 위한 비판) (김선 작, 안상철 연출), 황토의 「벽과 창」(최인석 작, 정두영 연출) 등 각 극단들이 지향하는 색채를 담은 작품들이 뒤를 잇는다.

불꽃의 「내겐 너무 예쁜 당신」(9월 9∼18일)은 어두웠던 80년대 초반을 체험했던 세대들이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 자신들이 겪었던 그 이전 삶의 화려함과 누추함을 반성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찾아내는 내용이다.

창작극회의 「마술가게」(7월 23일∼17월 9일)는 고급의류를 취급하는 의상실의 검은 밤, 이곳을 따로따로 침입한 두 명의 도둑이 벌이는 이야기. 도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의 내력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오늘의 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코믹터치의 풍자극이다.

디딤예술단은 3개의 단막극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 「X」(10월 14일∼30일)를 올린다. 「K시에서 있었던 일」.「보랏빛 행복」, 「학예회」 등 세편의 단막극을 통해 포괄적인 주제를 전달한다. 예측하기 힘든 돌발적인 사건들에 의한 극적 재미와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며 순수성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날카롭게 꼬집는 작품들이다.

황토의 「벽과 창」(11월 4일∼13일)은 70년대의 어두운 시절 죄수와 감방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같은 소재의 작품들에 비해 성공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주인공의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진정한 자유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관객들에게 묻는다. 꽉짜인 구성과 긴장감,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반전이 극적인 재미를 더 해준다.

기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욕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확대로 받아들여지는 이러한 경향은 최근 직장인과 주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고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우리문화와 역사 등 전문적인 지식을 섭렵할 수 있는 문화강좌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대도시중심으로 이어져 왔던 전문적인 문화강좌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에서도 전문적인 문화강좌정착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져 오면서 최근에는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쉽고 폭넓은 대중 강연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강좌가 자리 닦음을 하고 있는 것. 전주지역에서도 문학교실이나 환경 분야의 강좌 같은 경우는 이미 상당한 호응을 모으고 있는 데에 이어 하반기에는 또 하나의 전문적인 문화강좌가 개설됐다

「전북문화저널」이 새로운 사업으로 시작하는 「시민문화강좌」가 그것이다.

6개월 단위로 구성된 이번 문화

저널의 시민문화강좌의 프로그램은 「한국미술사」와 「판소리강좌」등 두 개 과목. 근래 들어 미술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미술사 강좌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비해 지역에서는 본격적인 미술사 강좌가 없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쉬움을 보여왔었다

이번 미술사 강좌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모처럼 만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한국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개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이 미술사 강좌는 21개의 주제별 강좌(특강 포함)와 두 차례의 미술문화유산 답사로 구성,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강좌를 맡아 꾸린다. 참여 강사는 개강 특강 「미술사 어떻게 볼 것인가」를 맡은「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영남대 교수)와 윤덕향(전북대 박물관장, 교수), 윤용이(원광대 교수), 이태호(전남대교수), 이호관(전주 국립박물관장), 이영욱(전주대 교수). 이철량(전북대 교수), 천득영(전남대교수) 등이다.

「판소리강좌」는 이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판소리를 이해하는 본격적인 강좌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자리, 판소리가 우리 문화사 속에서 차지하는 의의 개괄부터 판소리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혹은 그 미학적 특징이나 각 소리의 음악 문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명창론 등에 이르기까지 판소리에 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꾸려진 이 판소리 강좌 첫날에는 기대 이상의 수강생들이 몰려 강좌에 대한 큰 관심을 증명했다.

판소리 연구가인 최동현 교수(군산대)가 판소리 다섯마당 감상과 총론을 맡아 진행하며 일반적인 개괄을 맡으며 천이두(원광대 교수), 심인택(우석대 교수), 유영대(우석대 교수), 최상화(전북대 교수), 백대웅(서울대 교수), 임진택(창작소리꾼, 민예총사무국장), 김경주(우석대 교수, 춤), 정희천(전북대 교수), 김명곤(창작소리꾼 배우)씨가 각 주제별 강좌와 특강을 맡는다 이 강좌는 9월에 개강하여 6개월 동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