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경기




임병호 / 경기일보 문화체육부장

미술

입동 무렵의 화단이 향기로웠다. 그리고 뜨거웠다.

민족미술협의화와 수원미술인협의회 참여작가 권용택씨가 "……그러나 이제는 나무와 숲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함을 키우려고 한다. 현실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바로 보지 못하고, 분위기만으로 조급했던 열정을 긴 호흡으로 추스르면서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고 고백하면서 펼치는 아홉 번째 개인전은 우리 시민사회의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와 만났다.

11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 에서의 전시에 이어 17일부터 23일까지 수원 '장안 갤러리'의 공간을 밝혀준 권용택전에서 모여서 사라들은 오늘날의 현실 이야기들로 가슴을 뜨겁게 불태웠다.

남양주군 화도읍 월산리의 '모란미술관'에서 10월 15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린「우연과 필연의 만남을 통한 야외조각전」에서는 삶의 의미를 향한 젊은 고뇌를 보여 주었다.

김동헌, 김무기, 김성복, 박용수, 설인숙, 전용환 등 6인이 젊은 열기로 모여 그 결정체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삶과 현실에 대한 고뇌를 창조적 대안으로 환치함으로써 그 실천이 갖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작품에 담아낸 것이다.

경기구상작가회가 제4회 회원전을 수원과 안산에 마련했다.

수원구상자가회로 시작했던 경기구상작가회의 작품전은 수원의 갤러리 올(11월 12일∼19일)에 이어 안산 올림픽기념관 전시장(21일∼27일)을 미술의 향기로 그윽히 일렁이게 하였다. 회장 권대규씨(발안중학교 교사)를 비롯, 강상중, 김수현, 김영섭, 김주영, 김철규, 남무희, 류삼열, 서해창, 성하영, 이석기, 이선옥, 이종관, 조완형, 조진식, 최현식, 한기백, 허만갑씨의 신작들에서 바람소리, 풀냄새, 여인의 미소가 감미로웠다.

색채 창조가 이석기씨의 제3회 개인전에서는「봄의 서곡」과 「정선 아리랑」을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11월 11일부터 23일까지 수원 '갤러리 그림시'에서 소박한, 그러나 감동을 주는 색채를 펼친 이석기씨는 오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부지부장 등으로 활동하는, 잠시도 쉬지 않는 화가이다.

현대 한국화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는 한국화 화단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미술계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한국화의 현대적 위상이란 흡사 폐허가 되어 가는 종가의 모습이다. 이 고가를 헐고 현대식 새집을 지어야 하는가.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인천 동아시티백화점 6층 동아 갤러리에서 16일부터 23일까지 수묵전을 개최한 이의재씨는 바로 종가를 지키는 젊은 종손의 한국화가이다.

1957년 강화에서 출생한 이의재씨는 1988년 중앙미술대전 등에서 특선한 주목받는 이 시대의 작가이다.

부천의 젊은 미술단체 '삶의 터 작가회'의 제 8회 '삶의 터'전에 사람들이 발길이 몰렸다.

5일부터 11일까지 열린「삶의 터」전에는 하진용, 최효원, 조규완, 장효진, 신묘숙, 서기범, 박명의 , 민병한, 김창섭, 김정호, 고기범, 강선구씨 등의 삶의 모습이 형상화됐다.

동질의 작품 경향이나 같은 장르의 전공끼리 모인 단체가 아니면서도 공동체로 느끼게 하고 또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여지는 까닭은 무릇 예술은 아름다움이 함께 하는 진실의 문을 두드리는 삶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천 한빛전시관에서 11일부터 17일까지「채묵의 다변성 표현전」이 열렸다.

채묵희(회장 이계욱)의 제8회 작품전 화폭에는 '항상 올바른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작가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의 예술혼들이 듬뿍 스며 있었다. 대부분 이천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빛을 함께 모은「채묵의 다변성 표현전」에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화합하는 낭만의 계절이 머물러 있있다.

수원문화원이 운영하는 문화학교 미술교실 출신의 주부미술단체인 '문미회'의 세번째 작품전도 그 예술성이 화사하게 돋보였다.

1990년 3월 수원문화원이 개설한 미술교실은 그 동안 2백여 명의 주부들이 강좌를 수료했는데 7일부터 12일까지 하이웨이 동수원백화점 전시실을 미술 향기로 그윽히 채웠다.

「9월의 광고」,「신봉리에서」,「광교 초추」등의 친근한 수원지방 풍경들이 사람들을 손짓하여 현지. 그 마을을 찾아가고 싶게 하였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큰 행사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수원순회전이 경기도 지방에서 처음으로 마련됐다.

수원문화원(원장 심재덕)과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지부장 남부회)가 유치, 주관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원순회전은 한국화, 서양화, 판화, 서예, 전각 등 각 부문 대상 수상작 및 특선작 이상의 99점이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소 전시실에서 수준 높은 현대미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수원시·예총 수원지부·수원교육청의 후원으로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수원순회전에는 매일 6천여 명의 관람객이 줄을 이어 주최측은 물론 미술인들을 놀리게 했다.

수원순회전을 더욱 뜻깊게 한 것은 그 동안 미협 수원지부가 추진해 온 시립 상설미술관 건립을 위한 서명을 1만여 명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행정당국과 기업체들의 협조와 지원이 예상되고 있다.

안온하고 소박한 자연을 화폭에 담는 정감의 작가 이선열씨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17일부터 25일까지 수원 뉴코아백화점 미술관에서 있었다.

수원고등하교에 재직하며 모교 경희대학교에 출강하는 이선열씨의 이번 개인전에는 심산유곡이나 명승지가 아니 강변, 해변, 농촌 풍경들을 기행문처럼 자유로이 표현했다.

이선열씨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소박한 자연주의다. 고향의 산하와 촌락을 정다운 시선으로 꾸준히 그려온 그의 작품에서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향토냄새가 우러나온다.

요즈음과 같이 정서가 메말라가는 시절에 산과 들이 있는 자연을 접하고 또 그러한 정경들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음은 큰 즐거움이다.

화사한 수식은 없으나 멀리서 보면 먼산의 진달래꽃빛 같은, 또는 물기 오른 소목같은 이선열씨의 작품은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가슴으로부터 느끼게 했다.

안양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들의 모임 유형회회원들의 제7회 작품전이 25일부터 29일까지 군포시립 산본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렸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향토예술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유형회의 회원전은 군포시의 협조로 산본 신도시에서 발표되는 첫 번째 나들이 전시여서 그 뜻이 깊었다.

제7회 유형회전에는 표현방법의 다양성과 한국인의 미감을 추구하는 이철, 정해덕, 주윤균, 조성호, 천기원, 주운항, 류봉현, 은희중, 김길자, 유인호, 배호규, 노숙경, 강영란씨의 최근 작품들이 자유로운 예혼을 꽃피웠다.